허풍을 노래하는 모형정원의 피에스

허풍을 노래하는 모형정원의 피에스 2화

오웬

부주의하게 문도 안 잠근 방이 있길래 들어왔어.

이 녀석이 갑자기 노래하기 시작하니까 말이야. 허술한 몸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일단, 제대로 들어줄까 싶어서.

희미하게 비춰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면서, 오웬은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가 노래한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양철 인형

『발푸르기스에 만납시다.』

『마법사가 소란스러운 밤, 분명 아무도, 이 희극을 눈치채지 못해』

아키라

그 인형은…

오웬의 손에서 노래를 연주하고 있는 것은, 방금 전 라스티카들이 가지고 돌아갔을 터인 양철 인형이었다.

시노

현자!

아키라

시노!

시노

오웬… 역시 네 녀석인가. 기척이 느껴져서 상태를 보러 왔다.

라스티카

저희들도 있어요. 조금, 찾는 물건이 있어서.

클로에

이 노래는… 앗, 저 인형이다!

오웬

시끄럽네에. 밤중에 무리지어 모이다니.

시노의 뒤에서 얼굴을 내민 라스티카와 클로에가, 오웬의 손에 있는 인형을 주목한다.

부드럽게 웃은 라스티카가, 우아하게 손가락을 휘둘렀다.

라스티카

오웬이 가지고 있어줬구나. 보이지 않으니까, 밤산책을 나간 게 아닐까 생각했어.

그건 그렇고, 굉장해. 점주가 말한 대로, 평온하고 듣기 좋은 노랫소리야.

시노

노래하는 인형…? 묘한 것을 들이지 마. 파우스트라던가 얼굴을 찌푸릴 거야.

아키라

(찌푸렸었어…)

양철 인형

라, 라라라~♪

인형은 아직도 노래하고 있다. 때때로 레코드의 바늘이 튀는 것처럼 끊기긴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아키라

(이 목소리, 방금 꿈에서 나온 사람과 조금 닮았을지도…)

클로에

그건… 벼룩 시장에서 어린아이들이 불렀던 노래 아니야?

라스티카

그렇네. 기묘하고 독특하고, 흥얼거리고 싶어지는, 유머있는 멜로디를 잘 기억하고 있어.

『발푸르기스의 밤에 만납시다.』라는, 인상적인 프레이즈도 말이야.

발푸르기스의 밤은, 1년에 한 번 행하는 마법사들만의 연회를 뜻하는 이름이다.

나라마다 다양한 전통이 있는 것 같지만, 북쪽 마산에서 행해지는 본고장의 축제에는 나도 이전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오웬

한밤중에 듣기에는 조금 시끄럽지만. 뭐, 나쁘지 않으려나.

라스티카

그가 편하게 노래해서 다행이야. 노래하고 싶은 기분을 캐치해서 네가 데려다 준 거니?

오웬

그럴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 녀석,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게다가, 이 노래도.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

으~음……

시노

모호하잖아. 너무 오래 살아서 떠올리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네.

오웬

늙은이 취급하지 마. 짐작 가는 일이 너무 많을 뿐이야.

오웬은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이윽고 무언가 떠올린 것처럼 색이 다른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였다.

오웬

생각났다… 이 녀석, 『허풍의 정원』의 피에로가 가지고 있던 인형이야.

시노

『허풍의 정원』?

아키라

그건 분명…

라스티카

거품 거리 옆마을 외곽에 있다고 하는, 극장의 이름이었죠.

이 노래도, 그곳에서 불러지고 있다던가.

클로에

…극장이라니, 이름 뿐이야.

클로에가 간신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흐렸다. 그리고, 무거운 듯이 입을 열었다.

클로에

『허풍의 정원』은, 서쪽 외곽에 있는 가설 흥행장이야.

갈 곳이 없는 고아나, 힘이 약한 마법사를 모아서 연극을 시키는 곳이야.

아키라

가설 흥행이라니… 서쪽 축제에서 방문했던 살롱에 있던 마법사들처럼?

클로에

비슷하지만, 취급이 좀 더 나쁘다고 생각해. 『허풍의 정원』에서는, 마법사나 머물 곳 없는 아이는 장사 도구라고 하나봐.

인신매매의 중개도 포함해서, 싼 가격으로 일하게 시키고, 고용자가 벌고 있다는 이야기.

그닥, 좋은 소문이 없는 장소라서 말야. 친정에 있었을 때, 그곳으로 팔려가고 싶냐는 협박을 들은 적도 있어.

꾸물거리고 아둔한 너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시노

돈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그나마 낫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대단치 않은 녀석이 있구만.

오웬

마법사가 사람에게 길러지다니, 이상해. 나는 불행한 이야기가 좋으니까 즐겁지만.

클로에, 네 이야기도 들어줄까? 참혹하고, 부끄러워서 사라지고 싶은 만큼의 일이 잔뜩 있었을 거잖아.

아키라

오, 오웬. 그런 이야기는 별로…

라스티카

클로에의 이야기는 나도 듣고 싶네. 하지만, 클로에는 총명하고 상냥한 아이니까, 오웬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그닥 듣지 못할지도.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클로에의 옷 만드는 실력은, 어떤 곳에서도 높게 평가받겠지만…

다행이다, 그 극단에 가지 않아서, 우리들과 만날 수 있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와 클로에는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클로에

후후… 그러네. 고마워, 라스티카.

아키라

클로에… 죄송해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화제였죠.

클로에

아니, 신경쓰지 마! 옛날 일이니까.

오웬

뭐야, 재미없긴.

클로에

그것보다 오웬. 노래를 알고 있다는 건, 그 장소에 가본 적이 있어?

오웬

있어. 10년 정도 전이려나.

재액을 쓰러트릴 겸으로 마법관에 왔을 때, 서쪽 녀석이 얘기한 걸 듣고 심심풀이로 가봤어.

아키라

무르와 샤일록이?

오웬

아니, 클로에 전에 있던 화려한 마녀. 제대로 대화해 본 적도 없고, 이미 얼굴도 기억 안 나지만.

언제부터인가 노래를 그만둔 인형을 만지면서, 지난 일을 회고하듯이 웃는 것처럼 오웬은 어깨를 떨었다.

오웬

떠돌이의 쓰레기장 같은 곳이었어.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불행한 자신을 속이면서 얄팍한 웃는 얼굴의 가면을 써서 말이야.

손가락으로 치는 것만으로도, 맥없이 무너지는 주제에, 몇 번이고 가면을 고쳐 써. 참 이상하지.

클로에

…역시, 그렇구나. 모인 사람들이 구경거리가 되는 장소…

라스티카

하지만, 그들의 무대를 보러 가는 손님이 있잖아. 그렇다면, 누가 웃는대도, 그들은 훌륭한 연기자야.

어떤 장소에서도, 누군가의 양식이 되는 건 자랑스러워 할 일이야. 그곳에 그들의 행복이 없다고도 단언할 수 없잖아.

오웬

건방지네에. 정말이지, 구역질이 날 것 같아.

뭐, 비참한 모습 투성이라 꽤나 좋은 장소였지만 말야. 재미없는 피에로가 있었어.

어떤 야유를 건네도, 물건을 던져도, 헤실헤실 웃었어.

그 피에로가 부르던 노래가, 이 노래야.

시노

그럼, 그 인형은 그 피에로의 소지품이라는 뜻인가?

아키라

…어라? 그 아이, 몸 옆에 무언가 붙어있지 않나요?

라스티카

이런, 정말이다. 옷 틈새에서 문 같은 게 보이네요. 부속품 상자가 달려있는 거려나?

오웬은 인형의 옷을 벗겨서 문을 열었다.

오웬

아아…

천천히 그 얼굴에, 박정한 미소가 떠오른다.

오웬

한 번 더, 그곳에 가볼까. 재밌는 걸 볼 수 있을지도.

오웬의 손 안에서 조종당하는 것처럼, 인형의 손발이 흔들흔들 흔들렸다.

마치 손짓하는 듯한 그것을, 라스티카와 클로에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클로에

아, 있다있다. 오웬!

라스티카

안녕, 좋은 아침이야.

오웬

뭐야, 아침부터 줄줄이.

다음 날 아침.

어젯밤 오웬이 방에 두고 간 인형을 든 우리들은, 스콘을 먹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키라

식사하는 도중에 죄송해요. 어젯밤 오웬, 다시 ‘허풍의 정원’에 가신다고 하셨죠.

그 뒤로 두 사람과 이야기 했는데, 저희들도 함께 가도 될까요?

오웬

하? 싫어.

클로에

하지만, 이 인형의 고향일지도 모르잖아?

나는 고향에 그닥 좋은 추억은 없지만, 이 인형에게는 소중한 장소일지도 모르니까…

라스티카

고향의 노래를 부를 정도인걸. 그리워하고 있다면, 데려다 줘야지.

게다가, 그 극단은 오웬이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이기도 하잖아? 모처럼이니까, 우리들도 보러 가고 싶어져서.

오웬

아니, 모르겠는데…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노

마지막에 그거, 아까웠지. 다음 번엔 반드시 한 대 더 칠 거야.

레녹스

도발을 받아줄게. 나도 좋은 자극이 됐어.

미틸

아, 파우스트 씨! 좋은 아침이에요.

파우스트

좋은 아침. 너희들도 지금부터 조식인가.

레녹스

네. 좀전에 아침 단련이 끝난 참입니다.

미틸

저도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두 사람이랑 함께 단련했어요.

아침 인사를 나누면서, 식당에 찾아온 마법사들이 내가 안고 있는 인형에 눈을 모았다.

옆에 떠있는 사쿠쨩도, 목 언저리의 프릴에 코를 대며 냄새를 맡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

시노

오, 어젯밤 인형이다. 오늘 아침은 노래하고 있지 않네.

미틸

엣, 노래했어요?

라스티카

응. 오웬이 이 아이를 데려가서, 텐션을 높여줬어.

오웬

있는 일 없는 일 말하지 말라고.

기뻐하는 라스티카와 대조적으로 파우스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형을 바라본다.

파우스트

…얽힌 기척이, 어제보다 짙어졌군.

어젯밤은 노래를 부른 게 다인가? 다른 변화는?

아키라

그러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어젯밤 봤던 기묘한 꿈을 말했다.

레녹스

꿈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미틸

게다가, 인형이, 꿈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니…

파우스트

그런가… 그 인형에 깃들어 있는 사념은, 의외로 강한 모양이야.

꿈에 개입해서 말을 걸거나, 노래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으로, 무언가를 전하려 했던 걸지도 모르지.

아키라

그렇다면, 그 인형을 위해서도 더욱이 인형을 전해주러 가는 편이 좋으려나요?

레녹스

어딘가 짐작가는 곳이 있으신가요?

클로에

응. 오웬이 그곳에서, 그 인형과, 주인을 본 적이 있다고 했거든.

시노

서쪽 나라에 있는 구경거리 오두막집 답다고. 사람을 사거나 주워와서, 재주를 부리게 시킨다고 하더라.

오웬

후후… 맞아. 아마추어가 뒤섞인 쇼니까, 이렇다 할 건 없었지만 말이야.

네로

가볍게 놀고 올만한 장소가 아니지 않아?

부엌에서 나온 네로가, 생크림이 고봉으로 담긴 그릇을 테이블에 둔다.

네로

자, 있는만큼 가져왔어.

오웬

아싸.

네로

…그런 시설은, 빈민가에는 자주 있는 거야. 나도 몇 번인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좋든 나쁘든, 예능인이 모이는 곳이야. 진기함으로 승부를 보는 만큼, 여러가지 아슬아슬한, 위험해 보이는 상연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파우스트

객층도 그다지 치안이 좋은 장소가 아니겠지.

게다가, 마법 과학이 보급되면서, 서쪽 나라는 특히 마법사에 대한 비난이 강해지고 있다.

대관식 덕분에 수도 근처라면 우리들 현자의 마법사의 이름은, 그럭저럭 알려져 있겠지만…

애초에 마법사를 깔보는 장소에 간다면, 불쾌한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라스티카

걱정해주는 거구나. 파우스트, 네로.

신중한 마법사들의 경계를, 라스티카는 우아하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라스티카

하지만, 어떤 장소라고 해도, 우리들은 나답게 있을 수 있단다.

어떤 장소라고 해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멋진 것은 있어.

빗발치는 비가 흐리다고 해도, 진흙을 빨아들여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피어난 꽃은 아름다워.

분명 그 극단에도, 우리들 관객의 마음을 포로로 삼을 만한, 아름다운 것과 만날 수 있을 거야.

클로에

라스티카… 정말이지, 네가 말하면, 정말 그런 기분이 들어버리네.

라스티카는 ‘허풍의 정원’에 가는 것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클로에가 말한 것처럼, 긍정적인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극단의 인상이 다소 누그러졌다.

아키라

(상상만으로, 수상하고 무서운 장소라고 단정하는 건 좋지 않겠지.)

(실제로는, 그 정도로 나쁜 장소가 아닐지도 몰라. 어제 만났던 아이들도 즐거운 듯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고…)

…아.

문득, 노점 주인이 했던 말이 내 뇌리를 스쳤다.

레녹스

왜 그러시나요? 현자님.

아키라

방금 떠오른 건데요… ‘허풍 정원’에는 소문이 있는 모양이에요.

파우스트

소문?

아키라

네. 어제, 벼룩 시장에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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