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JA
주석 주전자가 달아오르며 요란하게 물 끓는 소리를 낸다. 창밖으로 몰아치는 눈보라와는 별개의 소음이다. 로시난테 베르디우스는 뒤섞인 소음 사이로 간간이 흔들리는 유리창 너머를 응시한다. 온통 흰 외부를 훑던 시선이 여전히 요란스레 끓어오르는 주전자에 닿는다. 온종일 눈이 내리니 원. 작은 중얼거림 이후에는 몸을 일으켰다. 지금의 티타임이 늦었는지,
<겨울나기> 늦가을, 북부 자작저 “이번에 부탁할 물건은 없나?” “으음, 흠. 아마도? 당장 생각나는 건 없으니 몸 성히 오기나 해.” “별 걱정을 다 하는군.” 아침이라기엔 이른 시간부터 성의 경계를 향해 나아가는 자들이 있다. 소규모로 이루어진 인원 뒤로 말들이 이끄는 수레가 따라 붙었으니 공적인 일을 해치우기 위해 꾸려진 인원임을 예상하기
수도에 있는 어느 백작저에서는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돈다지요?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폭삭 망해버린 집안이라 이런저런 저주를 받았다는 둥 여러 풍문이 나돌았다는 건 수도로 상경한 지 오래 되지 않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게 다 이십 년 새에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가장 처음의 백작님께서는 조금 은둔하기는 했어도 가문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노라 예견했던 시점에서 스무 해 정도를 더 살아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그 기간이 한 사람을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몸에 밴 습관 정도는 적절히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미 오랜 나날을 살아와 고착화 된 것이 많이 배어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로시난테는
로시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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