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마야
유리 매병과 아교 간밤에 내린 싸리비로 숲은 흠뻑 젖어있었다. 된서리를 얻어맞아 볼품없이 뭉개진 낙엽길을 밟고 진천은 경사를 올랐다. 걸음을 딛는 내내 차고 습한 숨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계곡이 멀지 않아 사방에 물안개가 낀 탓이었다. 등에 진 땔감 짐에 덮어둔 방수포가 제대로 여며졌을지 염려하면서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어느새 눈에 익은 오
편련(片戀) 남쪽과 달리 북위의 삼월은 춥고 건조해 사냥에 적합치 않았다. 잘못 숲을 휘저었다가 괜한 산불이 일 것을 염려해 수렵회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숲지기들은 언제나 매 기슭과 계곡을 살피며 산세를 다듬었고, 덜 녹은 땅이 꺼지는 일 없도록 몇 번이고 땅디딤을 거듭했다. 예조와 공조의 협력이 가장 돈독히 이루어지는 시기 역시 이 때였다.
귀로 형부 조옥에서 백의와 난발 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소위경은 이맛가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고 불현듯 눈을 떴다. 고개를 올려보니 간밤 새 내린 폭우로 인해 조옥의 허술한 토담이 갈라져 물이 새는 모양이었다. 그는 혀를 차면서 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놋쇠 그릇을 받쳐놓고 자리를 옮겨 앉았다. 장 전랑이 공부시랑으로 진급하면서 부직을 여직 뽑
왕경의 봄 왕경의 봄은 기슭을 따라왔다. 겨우내 얼어 붙어있던 남산의 지암곡 계곡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붓이끼가 푸르게 물들고 겨울 동백이 지는 자리에 산매화가 피어난다. 곧 덜 녹은 얼음결 아래로 숨죽였던 싹들이 일어나며 개나리 꽃가지를 건드리면 청명한 바람결이 풍령 소리와 함께 찾아들고, 산신의 화동이 새재의 굴곡마다 초롱불을 밝히는 듯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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