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れ星 별에서 떨어진 괴물 #1
우주생명체 미도리 x 인간 치아키
원작을 반영하지 않은 au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캐붕, 날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취향을 타는 소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검토를 거치지 않아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유성 流星. 그것은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 밝은 빛을 내며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흔히 별똥별이라고도 불리는 자그마한 천체. 이 작은 별의 불꽃은 캄캄한 밤하늘 위로 아주 잠깐 반짝 빛났다가 긴 꼬리를 그리며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을 지녔다. 이는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손에 꼽을 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아주 유명한 이야기였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별들이 총총하게 떠오른 밤하늘을 아래에서 흘러가는 소리로 들어봤을 터였다.
저 역시 어렸을 적부터 익히 들어왔던지라 잘 아는 속설이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티끌 한 점 없이 순수했던 어린 저는 이를 철석같이 믿었다. 당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던 시절이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이 컴컴하게 내려앉은 한밤에 겁도 없이 무작정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별똥별을 쫓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세속의 찌든 때가 일절 묻지 않아 하염없이 순진무구하였던 자신은 이제는 기억 한편에 흐릿하게 가물거릴 뿐이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마음 한편에 고이 묻어둔 모리사와 치아키는 우주와 관련된 모든 사물과 현상을 연구하는 천문학을 전공하였다. 왜 이 전공을 택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마음이 향했던 대로 발걸음을 내디딘 결과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뚜렷한 목표 없이 발이 닿는 대로 내달린 4년간의 대학 생활 끝에 비로소 졸업의 문턱에 다다랐다. 학위를 취득하는데 필요한 학점은 모조리 이수하였고, 학과에서 제시한 졸업요건도 모두 충족하였다. 그러니 당사자인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치아키는 졸업을 유예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 목표 의식도 없이 그저 인생이라 불리는 파도가 흐르는 대로 무색무취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주체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과연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고민해서 다른 길을 개척해보기로 마음먹고 지인의 권유로 스턴트 연기를 하게 되었다. 처음 접한 일이었으나, 예전부터 몸을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통한 경험 덕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사히 연기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치아키는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답을 찾아내고자 눈앞에 놓인 현실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바삐 살아갔다.
난도가 있는 스턴트 액션을 소화하느라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에 외투 주머니에서 경쾌한 알람음이 울려 퍼졌다. 머리에 물음표를 그리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들자 환히 불이 들어온 액정 화면 위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나타났다. 신카이 카나타. 대학 시절에 같은 천문학을 전공하였던 동기이자, 현재 별과 우주를 탐구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절친한 친우였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을 지은 치아키는 그가 어쩐 일로 연락했을까 생각하며 문자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그러나 화면에 떠오른 내용을 확인한 순간, 웃음기가 싹 가셨다. SOS. 절친한 친우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에 담긴 단 세 글자는, 명백하게 제게 도움을 청하는 신호였다. 이를 뇌리에 인식한 순간, 머릿속에는 어서 그를 구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꽉 채워졌다. 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급히 돌렸다. 정작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달음박질치는 발을 절대 멈추지 않았다. 부디 늦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하여 정확한 목적지를 정하지도 못한 채 거침없이 내달렸던 발걸음을 딱 멈추어 선 곳은 카나타가 소속된 천문학 연구부였다. 비록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원은 아니지만, 아직 천문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신분을 지닌 덕분인지 별다른 절차 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 출입구 앞에서 간단히 본인 인증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빠른 보폭으로 복도를 맹렬히 가로질렀다. 턱까지 차오르는 호흡과 거세게 쿵쾅대는 심장을 무시하고 두 다리를 바지런히 놀리다 보니 단시간에 그가 근무하는 연구실에 도착했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연구실에 내걸린 명패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했다. 신카이 카나타. 그 이름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잊은 채 그대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카나타!”
굳게 닫혔던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그의 이름을 크게 부르짖자 뭔가에 열중하던 누군가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이쪽으로 돌아보았다. 바닥까지 내비칠 만큼이나 맑고 청량한 여름 바다를 연상케 하는 물빛 머리카락. 잡티 하나 없이 창백하리만큼 희고 투명한 피부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따스한 아침 햇살을 한껏 머금은 나뭇잎 같은 연둣빛 눈동자.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어깻죽지를 덥석 붙잡았다.
“무사한가, 카나타!?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겠지?”
“아우우. 어지러워요, 치아키. 저는 괜찮으니까 『진정』을….”
“그보다 아까 보내준 문자에 적혔던 SOS는 도대체 무슨, 악!”
그의 양어깨를 마구 흔들며 속사포처럼 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난데없는 봉변에 그는 앓는 소리를 내며 어지럼증을 호소하였으나,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꼭 무언가에 사로잡힌 기분이었다. 두 손으로 붙든 그의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어대며 그를 닦달하는데 돌연 뒤통수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졌다. 골이 깨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자 머리 위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했잖아요.”
“으으,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흥,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은 치아키가 『잘못』한 거라고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징징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볼멘소리를 꿍얼거리자 그는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저야 치아키의 『목소리』가 익숙하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난생처음 들어보는 『아이』한테는 너무 커서 깜짝 놀란단 말이에요.”
이거 봐요. 벌써 『겁』을 먹어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잖아요. 영문 모를 소리에 동그래진 눈을 연거푸 끔뻑였다. 으음? 아이라니?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쳐다보자 어깨를 가볍게 으쓱거린 그는 고개를 한 번 까딱였다. 그의 고갯짓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여태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조그만 인기척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그의 뒤에서 자신을 조용히 주시하는 두 눈동자. 맑고 투명하지만, 별빛이 쏟아지는 우주 같은 영롱한 빛깔에 홀린 듯이 넋 놓아 보자 어깨를 크게 움찔거린 인기척이 후다닥 그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한 기분이 들어 괜히 뒷머리를 긁적이자 옆에서 저희를 가만히 지켜보았던 카나타가 제게 말을 걸어왔다.
“치아키한테 『부탁』이 있어요.”
신비로우면서도 청아한 음성이 귓속으로 나긋나긋이 흘러들었다. 그에 이끌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자신을 지그시 응시하던 그와 눈이 딱 마주쳤다.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한없이 잔잔한 연둣빛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바짝 긴장하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 『아이』를 도와주세요, 치아키.”
잠시 다물었다가 이내 나지막하게 열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명백한 SOS 신호였다.
자세한 사정을 들려줄 테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는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한 패스트푸드점이었다. 제 앞에는 방금 갓 튀겨내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감자튀김이 산처럼 수북이 쌓였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하게 씹히면서 짭짤한 맛과 고소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감자튀김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한데 오늘따라 손이 가질 않았다. 대신에 저를 향해 빙글빙글 웃어 보이는 그의 옆에 다소곳이 앉아 오밀조밀한 입술을 꾹 다문 이에게 시선이 향했다.
인형을 품에 꼭 안고 걱정이 그득그득하게 들어찬 푸른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작은 아이. 어쩌다 한번 저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양어깨를 크게 움찔거리면서 온몸을 잔뜩 움츠리는 여린 아이에게 온 신경이 쏠린 터라 미처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감자튀김마저 뒷전으로 한 채 곁눈질로 힐끔대며 아이를 살피는 저를 주시하던 카나타가 입을 열었다.
“이 『아이』를 처음 만난 건, 한 『유성』이 떨어진 날이었어요.”
카나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유별히 밝게 빛나는 유성이 가는 빛줄기를 그리며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을 목격한 그는 말로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기분에 둘러싸였다고 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깜깜한 밤하늘을 가르며 아래로 떨어지는 유성이 남긴 희끄무레한 빛의 부스러기를 쫓은 그가 도착한 곳에는 빛을 잃고 두 쪽으로 갈라진 운석 옆에 이 아이가 있었다는 거였다.
연신 눈을 끔벅였다. 어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았다. 도무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지금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건가? 하지만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는 그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하고 평온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위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사실이라는 건가? 모르겠다. 지금 제게 놓인 모든 상황이 다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를 치아키가 맡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으음?”
“그러니까 이 『아이』를 치아키가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요.”
순간 제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한마디에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런 제게 못 박으려는 듯이 그는 웃는 얼굴로 방금까지 제가 잘못 들었다고 여기었던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되풀이하였다. 아무래도 제대로 들은 게 맞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했던 치아키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저 아이는 너와 함께 지내왔던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이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저 아이를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지내게 한다면, 외려 낯선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많이 힘겨워할 듯하다만. 눈길을 바닥으로 아래로 내리며 잠시 멈추었던 말을 마저 이어갔다.
“무엇보다 저 아이는 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더 많지 않은가. 저 아이로서는 너와 같이 지내는 쪽이 훨씬 편할 테니 나보다는….”
“정말이지, 치아키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비관적』이라고요.”
그러나 제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깊은 한숨을 푹 내쉰 카나타가 입술을 비죽이며 볼멘소리를 툴툴댔다. 제법 매섭게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에 흠칫하고 굳자 그는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저도 이 『아이』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최초 목격자』로서, 어떻게든 이 『아이』를 『책임』지고 맡고 싶었어요.”
하지만 치아키도 잘 알잖아요. 제가 일하는 『연구소』의 『환경』은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고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게다가 이번에 제가 맡은 『연구』로 인하여 『해외』로 『발령』이 나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걸요. 그가 조곤조곤하게 제시하는 논거는 반론할 여지 없이 타당하였다. 카나타는 아무런 반문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다문 저를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부탁해요, 치아키.”
지금 이 『아이』의 『히어로』가 되어줄 사람은 치아키밖에 없어요.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귀에 나긋나긋하게 흘러들어온 그의 음성이 가슴을 강하게 뒤흔들었다. 하지만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절친한 친우의 부탁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온 힘을 짜내서라도 그를 돕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저 역시 아이를 돌보아줄 만한 형편이 되지 못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스턴트맨 아르바이트로 먹고살 만큼 벌어서 삶을 연명해나가던 자신이었다. 저 하나 벌어먹기도 벅찬 상황에서 다른 생명을 맡아서 돌볼 만한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에게는 매우 면목이 없는 일이 되겠지만,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그의 청을 거절해야만 했다.
어떻게 말문을 꺼낼지 궁리하느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찰나, 포동포동하고 자그마한 손으로 품에 든 인형을 꼼지락대던 아이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잔뜩 겁을 먹어 양어깨를 한껏 움츠린 자세로 물기가 가득 서려 잘게 떨리는 말간 눈망울로 올려다보는 어린아이. 심장이 크게 덜커덩했다. 비록 인간이 아니라 할지라도 눈앞의 이는 명백히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마땅한 아이였다. 이리 여린 생명을 혼자서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아이의 모습이 두 눈에 아로새겨진 순간, 마치 번개가 바닥에 내리꽂혀진 것처럼 결코 떨쳐내지 못할 만큼 강렬한 무언가가 뇌리를 선명히 스쳤다. 이 아이는 내가 지켜주어야만 한다.
“치아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아직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았건만, 그는 벌써 답을 들은 양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제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이미 처음부터 다 알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발언권을 빼앗긴 채 어벙하게 눈만 껌뻑거리는 제 반응을 느긋하게 지켜보던 카나타가 나른하게 늘어지는 어투로 말했다.
“그럼 『아이』를 잘 부탁해요, 치아키.”
그의 빙글빙글 웃는 낯을 마주하니 어쩐지 온몸에서 모든 기운이 쭉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다가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보자 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많이 놀란 모양인지 한껏 움츠러들었던 자그만 어깨가 파드득 튀어 올랐다. 뭐라고 말을 붙여 보기도 전에 그의 등 뒤로 후다닥 숨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에 목덜미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순탄치 않은 여정이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해당 글은 소장본을 목적으로 작성되어졌습니다. 따라서 도중에 연재를 멈추고 뒷 이야기는 소장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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