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아이

1. 아이시스 제국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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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아이

1. 아이시스 제국 (8)

일개 교수가 아이시스 제국을 지배하는 ‘황제파’의 도장이 찍힌 문서를 갑자기 가져왔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진짜로 가져왔던 것!

  “그……그럴 수가!”

에퀼은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짐은 자신처럼 당황한 에퀼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아침에 들었던 대답을 들려주었다.

“황제파에 그 교수의 서신을 보냈고, ‘진짜로 허가한 것이 맞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괜히 ‘일개 교수가 꾸민 위조 수준의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렇게 말한 짐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인상을 썼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국의 지배층인 황제파에 영향력을 가진 ‘그’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혼자 조사하는 중입니다……그에게 레이크를 맡길 수 있을지 아직은 의심이 되어서요. 그러니……에퀼 교수님께서 알고 계시는 부분이 아주 일부분이라도 괜찮으니 알려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러셨군요…….”

에퀼은 어린 레이크의 일이 걱정되어서 혼자 뒷조사를 하고 있다는 짐의 말에 고마움이 커졌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혼자서 조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저도……그 사람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떤 부분이 의심스러우신 거죠?”

같은 학교의 교수이긴 하지만, 그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에퀼의 말에 짐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그야……지금 레이크는 ‘특례 입학’이 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레이크는 ‘원래 이 나라의 사람’이 아닌데 ‘특례 입학’을 하게 만들었는걸요!”

“아……그랬죠. 레이크는, ‘카르타 왕국에서 온 아이’니까…….”

제국에서 ‘명문 학교’로 손꼽히는 학교에서, 출신이 불확실한 ‘왕국의 아이’를 입학이 되도록 교장을 설득했을 뿐만 아니라……‘제국도 허락하고, 제국이 보호자가 된’ 입학이라니!

명문 학교의 교수 혼자 이 상황들을 준비했다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상황이 계속 생기니 의심이 생길 수밖에…….

지금 레이크의 입학 같은 절차의 일은 이 학교가 지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일이었다.

에퀼은 한숨을 쉬며 자신이 끓인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정말 숨김없이 알려드리는 것인데, ‘롤레스 교수님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어요.”

“알려진 게 없다고요?”

차를 홀짝이면서 물었던 사람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에퀼의 말에 짐은 깜짝 놀랐다. 알려진 게 없다니, 직장에서는 아무리 조심한다고 한들 결국 ‘사생활적인 부분’이 알려지는데 말이다!

에퀼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짐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보가 없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사실 그 교수님은 친한 동료도 없고, 늘 혼자 지내시거든요. 그리고……교수님들의 개인적인 정보는 오직 ‘교장 선생님’ 혼자 관리하시다 보니, 교수들끼리는 서로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데……전에 보셨죠? 그 교수님은……‘자신의 관심사’에만 반응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저만이 아니라……아마 이 학교에 근무하시는 모든 분이 저와 똑같이 롤레스 교수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던 에퀼은 자신을 쳐다보는 짐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해요, 그리고 레이크를 위해 조사를 하고 계신다니 감사드려요.”

“괜찮습니다.”

짐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차를 다 마시고는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원래 조사하는 게 자신의 직업이자 잘하는 일이니, 나중에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알려주겠다’고 말하고는 차를 잘 마셨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를 붙잡은 것은 에퀼의 한 마디였다.

“이런 정보라도 괜찮으실까요? ‘롤레스 교수님의 수업’에 관한 얘기인데…….”

출신이 불확실하고, 모든 부분이 의심스러운 그가 ‘학교에서 운영하는 수업’이란 말에 짐은 다시 소파에 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금은 그 사람에 관한 것이라면 사소한 정보도 좋습니다. 편히 말씀하시지요.”

지금 그는 ‘롤레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학교에 그가 교수로 고용되어 있으며, 예상을 할 수 없는 갑작스럽고도 변덕스러운 사람이라는 정도밖에. 그렇기에 지금은 롤레스에 대한 정보는 어떤 것이든지 짐에게 무척 귀한 것이었다.

‘롤레스 교수’에 대해 말하겠다고 입을 열었던 에퀼은 제일 먼저 이유를 알 수 없는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사실……저는 제일 처음에 롤레스 교수님에 대해 들었을 때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셨죠?”

“그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마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한다고 말하니까요.”

짐은 에퀼을 보며 ‘마법이 실존한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라고 물었고, 그 말에 에퀼은 미약하게 웃음을 흘리며 ‘레이크를 만나기 전에는 마법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처음에는 ‘마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두 사람은 ‘방 안에 폭우를 내리는 기적을 만드는 아이’를 만나면서……이제는 ‘마법’이라는 존재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참고로 방 안의 폭우에 침수된 에퀼의 연구실은 지금도 복원 작업 중이라서 두 사람은 지금 ‘레이크의 기숙사’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것이었고.

*

에퀼은 천천히 그를 제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롤레스 교수님은 이 제국에서 유일하게 ‘마법학’이라는 수업을 창설하시고 연구하시는 분입니다. ‘마법’이 실제로 존재하며, 그에 관련된 이론과 수업을 준비하셨다고 저희에게 밝히셨죠.”

“그랬군요.”

“그때는 마법이 존재한다는 말을 모두 믿지 않았죠, 그냥……‘별난 사람’이라고 여기고 넘겼으니까요.”

그를 만나던 날을 떠올리는 에퀼의 눈빛이 약간 흐릿해졌다.

처음 학교에 나타난 그는 지금과 똑같이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길게 기른 채 음울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마법학’이라는 수업을 담당하는 롤레스입니다. 실존하는 마법을 연구하는 수업을 맡았지만……
‘여러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다른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전혀 없었다. 에퀼을 제외하고…….

“롤레스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려 했던 학생이 많았던 게 기억이 나네요. 수업 명에 ‘마법’이라고 적혀 있으니까 호기심 때문인지……신청자가 무척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렇습니까? 누가 들었죠?“

누가 수업을 들었는지 물어보는 짐의 질문에 에퀼은 고민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꺼냈다.

”……단 한 명뿐이었죠.“

제국에서 유일한 수업을, 오직 한 명만이 들었다는 부분에서 짐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한 명뿐이라니……그 학생이 누군지 아신다면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도미니크라 해요. 올해로 열일곱이려나? ‘한때’ 이 학교의 학생회장으로 뽑혔을 정도로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죠.”

수업을 들었다는 학생을 알려주는 에퀼의 표정이 사뭇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짐은 의아해졌다. 방금 그가 한 말에서 의문스러운 말이 있었으니…….

‘한 때라니?’

“그 아이를 만나고 싶으시겠지만……못 만나실 거예요.”

“어째서 만나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갑자기 사라졌거든요.”

아이가 사라졌기에 만날 수 없다는 에퀼의 대답에 짐의 얼굴이 굳어졌다.

“퇴학이나 자퇴를 한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죠.”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요?”

문제가 생긴 것이냐고 묻는 짐의 물음에 에퀼은 고개를 가볍게 내저으며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밖에 모른다’고 말하고는 ‘사라진 학생회장과 친했던 부학생회장’을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저번에 만났던 루나를 기억하시나요? 루나가 부학생회장이라서 도미니크에게 교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지도 몰라요.”

정체가 의심스러운 교수와 그의 수업을 들었단 유일한 학생의 실종.

짐은 그 둘 사이에서 어떤 사고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혹시…….”

조심스럽게 나온 짐의 목소리는 그 순간에 나타난 소음에 묻혀 지워졌다.

쾅!

세차게 열린 레이크의 기숙사 방문이 벽에 세게 부딪치는 소리에 뒤이어

“에퀼 교수! 이 학교의 교수가 이렇게도 입이 가볍다니!”

잊을 수 없는 남자의 호통이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소란스럽게 열린 문 너머에는 두 사람이 말하는 당사자, 롤레스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 채 서 있었다.

사실 그는 지금 레이크에게 자신이 가르칠 수업의 기초 원리를 설명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레이크의 기숙사 방 안에서 짐과 에퀼이 서로 다정하게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데 대화의 주제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그에 대한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화를 낸 것이었다.

“앗! 로……롤레스 교수님?!”

“이번에 교수님께 크게 실망하게 됐군요! 이렇게나 쉽게 남에게 뒷담을 털어놓는 입 가벼운 사람일 줄이야!”

자신이 말하던 사람이 갑자기 방에 나타나자 에퀼은 민망해져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런 에퀼을 본 롤레스는 여전히 노기를 거두지 못하고 소리를 고래고래 내질렀다.

“당신은 '통역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나에 대해 아무에게 입을 놀리고 다닌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요!”

화가 단단히 난 것인지 지금처럼 악에 뻗쳐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당신도! 독사가 있을지도 모르는 수풀에 손을 집어넣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짐을 살벌하게 노려본 다음, 에퀼에게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는 문을 세차게 닫고 방을 나가버렸다.

*

갑작스러운 롤레스의 등장에 놀란 에퀼과 달리 짐은 놀라지 않고, 문을 닫고 나가는 롤레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롤레스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고 느꼈다. 경찰인 그의 직업은 확실한 증거가 생기면 움직이는 편이지만 때때로 ‘직감’이라는 자신의 판단을 믿고 움직여야 할 때도 있었다.

정령과 마법으로 수업을 준비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그의 지도를 받았지만 사라진 유일한 학생.

아직 이유를 모르지만, 제국을 지배하는 황제파를 움직이게 만드는 인물!

‘여러모로 수상한 것이 많지만 확실한 정보가 없고 핵심은 전부 빠져있어……좀 더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겠군.’

비밀이 너무나도 많은 남자 때문에 레이크가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짐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움직일 때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마시고 갑니다. 레이크와 교수님께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쪽으로 연락해 주십시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면서 에퀼에게 미리 준비해온 편지를 내밀었다. 그것은 만약 사건이 생기거나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자기 집 주소와 근무하는 경찰서의 주소를 적어놓은 편지였다.

정갈하고 힘찬 필체를 쳐다보던 에퀼도 황급히 자신에게 연락할 수 있는 주소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생각나서요.”

“아……예, 레이크! 경찰관님이 돌아가신대, 이제 인사해야지?”

그 말에 과자를 잔뜩 먹느라 입에 과자 가루가 가득 묻은 레이크는 짐에게 제국의 말로 씩씩한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그래. 다음엔 대화를 더 했으면 싶구나. 그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렴.”

짐은 아직 억양이 어색한 레이크와 인사를 나눈 다음에 방을 나왔다.

제국의 일원이자 말단 경찰인 자신이 어디까지 저 남자의 비밀을 캐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찜찜함을 벗어던지고 싶었으니까…….

* * *

운동장을 걸어가는 짐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창가를 맴도는 붉은 빛을 발견한 레이크는 친구에게 다가갔다.

“노바. 뭘 보고 있어?”

「아까 온 사람을 보고 있어!」

그렇게 말한 노바는 어린 소년의 어깨를 총총 뛰어다니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했어! 이상한 사람이야!」

“이상했다고? 어떤 부분에서?”

레이크의 물음에 노바가 힘차게 말했다.

「알아! 저 사람, 내가 알아!」

짐을 알고 있다는 노바의 말에 레이크는 일순 당황하고 말았다.

정령이 ‘자신이 아닌 사람’을 기억한다고? 정령은 원래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언제, 어디서 만났어?”

언제 만나봤는지 물어보는 레이크에게 노바는 평소와 똑같은 목소리로 명랑하게 대답했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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