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영선] 사장님이 미쳤어요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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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음/반말/급전개

선이는 가끔씩 조용한 곳을 찾아 다니곤 해. 예를 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카페 같은 곳. 그날이 그런 날이었어, 회사도 일찍 끝나서 시간이 많이 남은 날. 선이는 혼자 회사 근처 골목에 갔어. 골목이 아기자기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딱 선이 취향이었어. 평소처럼 구경하고 있는데 새로 본 것 같은 카페가 보였어. 선이는 깔끔하고 사람이 없는 듯한 카페에 들어갔어.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가니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어. 정결하게 놓여진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카운터. 카운터에 이 카페의 사장이 있는 듯 했어. 사장은 곧 인기척을 느꼈는지 선이를 돌아봤어. 확 돌면서 높게 묶은 긴 머리가 휘날리는데 그야말로 선이는 반했어. 선이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반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선이는 귀가 살짝 붉어졌어.

아무튼 선이는 카운터로 다가갔어. 사장님 얼굴을 보는데 고양이를 닮은 날카로운 눈매와 붉고 통통한 입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 선이는 잠시 멍하니 있었지. 그런 선에게 살짝 당황했는지 사장이 말했지. 저... 이거보고 주문 하시면 됩니다...!! 아, 네. 선이는 빠르게 훑고는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를 시켰어. 사장은 웃으며 곧바로 주겠다고 했어. 선은 결제를 하고 자리에 앉았어. 일부러 카운터에 가까운 자리에 자리를 잡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이 선에게 다가왔어. 선한테 다가와서 선이 주문한 걸 줬지. 직접 서빙해줘서 그런가, 기분이 묘했어. 선이는 사장을 보며 물었어. 그... 원래 직접 서빙해주시는 거에요? 아, 어차피 손님도 별로 없어서 제가 직접 해드려요! 불편... 하셨나요? 네? 아뇨 전혀요. 선이가 오히려 좋죠라고 말할 뻔했던 건 비밀.

아무튼 선이는 그날부터 그 카페에 맨날 가기 시작했어. 평일에 회사가 다 끝나고, 평일에 다 끝내지 못한 일을 하러 주말에 가기도 했고. 매일 와서 그런지 사장도 선이한테 선이가 시키지 않은 마카롱과 같은 걸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 1주일 정도 됐을 때 사장이 묻더라. 이름, 뭐에요? 아, 저 이선이요. 아~ 선씨, 이름 예쁘다. 사장님은요? 보영이요, 김보영. 그러고 더 얘기가 오갔어.

몇 살이에요 선씨? 29이요, 회사 다니고 있어요. 헐 저 28이고 보시다시피 대학 졸업하고 카페 차렸어요. 말하면서도 선의 눈을 보면서 말하는 게 선은 괜시리 기분이 이상했어. 살면서 이렇게 다정함을 느낀 건 처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둘은 그날부터 친해진 것 같아.

선이는 날이 갈 수록 보영이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어. 그니까 전형적인 짝사랑이었지. 근데 보영이는 선이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어. 선이는 이 마음을 그냥 계속 꾹꾹 숨겼어.

그렇게 잘 숨기고 있나 싶었던 하루. 그날도 선이는 보영의 카페가 문을 닫는 시간까지 있다 갈 예정이었어. 다 정리를 끝낸 듯한 보영이 선이에게 다가왔지. 보영이가 선이 앞자리에 앉았어. 선이는 조금 당황했지, 뭐지? 보영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선이에게 물었어. 선씨, 이거 조금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나 좋아해요?

당사자 입에서 자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니 선이는 할 말이 없었어. 나 들켰구나, 이제 전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 선이는 아무 말 없이 벙쪄 있는데 보영이가 말했어. 난 선씨 좋아해요. 네? 선은 보영의 고백에 많이 놀랐어. 보영이는 조금 웃더니 얘기를 이어나갔어. 난 선씨가 나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근데 난 선씨 좋아해요. 우라 카페 처음 온 순간부터. 이제 선씨도 말해줘요. 나에 대한 마음을. 선이는 보영의 고백을 잠자코 듣고 있다 말했어. 나도... 나도 보영씨 좋아해요. 저도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요. 우리... 사귈래요? 선이가 용기내서 말했어. 보영이는 웃더니 좋다 했어. 뭐 그날부터 둘이 사귀게 됐다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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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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