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헌] 드랍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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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ICO - 너는 나 나는 너' 노래소설

"형, 나 헤어졌다."

술잔을 들이키고는 반쯤 취한 네가 너에게 건내는 말에 나는 아무 말 없이 있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눈치채긴 했었다, 네가 헤어졌다는 걸. 그저 네가 먼저 말할 때까지 조용히 있었던 것 뿐. 먼저 알아채고 위로의 말을 건내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네가 가장 위태로울 때 너를 돕고 싶었다. 그저 이기적인 내 욕심이지만. 술잔을 붙잡고 있는 너의 손이 떨리는 게 눈에 보였다. 예쁘게 사랑했을 테니 많이 아플 거야.

너는 곧 말을 꺼냈다. 학업과 사랑의 균형을 못 맞춰서 헤어짐을 고했는데 여자친구가 자신을 잘 놓아주지 못 하는 것 같다고. 한 마디로 집착 쩌는 전여친이구나. 얘기를 듣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힘겹게 삼켰다. 중간중간 적당한 추임새를 넣으며 공감하는 척 얘기를 들어줬다. 얘기를 계속 들어주는 게 고마웠는지 넌 나에게 말했다. 형, 고마워요.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뭘. 

"형은 전여친 잊을 때 어떻게 했어요?"

갑작스레 들어온 내 전여친의 얘기에 잠시 당황했다. 얘, 진짜 정신이 나갔구나? 남의 전여친 얘기를 꺼내고. 나는 젓가락으로 둘이서 시킨 안주만 뒤적거리다가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을 꺼냈다. 걔를 잊으려 노력했어. 그리고 새 사랑을 시작했지, 라는 말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너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연락은요?"

"... 전여친 번호 지웠어."

누구 덕분에 말이지, 술 대신 굳이 물을 들이키며 생각했다. 내 곁에 10년 동안이나 있어준 그 친구 너를 좋아하게 되면서 전여친도 잊고 말이야. 번호도 지웠고. 너는 이내 내게 뭐라뭐라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어. 욕도 좀 줄이고, 옷도 똑바로 입고 다니라는 둥의 말. 나는 그런 말에 헛웃음이 나와 대답했다.

"누구 덕분에 욕도 줄이고 바지도 올려입고 아무한테나 안 웃어주고 있네. 우리 엄마가 보면 놀라겠다 아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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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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