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데스게임 없이 히카리가 언젠가 독립했다면

지인에게 선물 받은 그림을 자랑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접니다.

이 드림은 기본적으로 3장 전편까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지만 자랑하고 싶어서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피했습니다~ 만세!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녹색 머리의 남자는 인터폰을 확인하고서 대충 외투를 걸친 뒤 문을 열었다.

"뭐, 두고 간 것 있어?"

"저, 뭐 달라진 거 없어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는 여자의 모습에 순간 남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남자친구한테나 묻는 거 아니야?"

"저 남자친구 없거든요!"

"그러니까..."

잔소리가 이어지려고 하자 여자가 삐쭉 오리입을 만들었다. 그에 더더욱 난감해진 남자가 여자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답을 말했다.

"옷이 바뀌었네?"

"그것뿐이에요?"

"그... 나랑 옷이 같은 것 같은데?"

슬슬 안색이 질린 남자를 보며 여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같은데?"


"완전 똑같잖아!"


"정답이에요!"


위치를 옮겨가며 요란하게 손뼉을 치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긴장이 풀려 남자도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여자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는 듯 했다.


"흠, 흠! 그래서 안내는 안 해주실 거예요? 설마 절 현관에 계속 세워두실 생각은 아니죠?"


"아, 미안!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모르게."


"빈말은 그만두세요!"


남자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여자는 이 집이 굉장히 익숙했다. 한때 여자가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쳤을 때, 이곳은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주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이곳에서 독립해 구원의 성과를 증명해야 했다. 아무리 남자와 여자가 법적으로 가족이라고 한들, 혈연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 입은 옷들은 검색을 통해서 판매처를 알아낸 거예요. 돈은 당연히 알바로 구했고요. 저 많이 컸죠?"


"응, 많이 컸네. 배움이 빨라."


"그 말이 벌써 몇 번째인지 아세요?"


"그렇지만, 사실이니까?"


"말이나 못하면."


책망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정작 여자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남자가 타 온 차를 한 모금 들이마신 여자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목도리는 구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더라고요.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괜찮아. 오히려 다행이지. 이런 건 너한테는 안 어울려."

여자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내, 불꽃이 튀었다.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어떻게 아는데요?"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모습은 사실 무섭지 않았다. 여자가 워낙 순한 인상이기도 했고, 남자는 여자가 제게 악의 한 점 못 가질 인물임을 알았다.

"직접 대본 것도 아니면서."

다만 남자가 한 가지 잘못 생각한 것은, 악의 없는 장난을 칠 만큼 여자는 대담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여자는 몸을 일으켜 식탁 맞은편으로 손을 뻗었다. 목표는 남자가 두르고 있는 붉은 목도리였다. 저 목도리만 쟁취하면! 남자와 완전한 커플룩이 될 수 있다!

"자, 잠깐. 히카-! 윽."

"잠깐만 빌려주세요. 금방 돌려줄 테니까."

갑자기 눈 돌아간 여자 앞에서 연약한 남자의 저항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고, 여자는 원하던 바를 쟁취해냈다.

"후후후, 이만 패배를 선언하시죠?"

"응, 내가 졌어."

깔끔한 항복에 여자가 진심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정말 완전히 똑같게 됐네요."

"미안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코 앞에서 여자가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어차피 남자는 힘으로 여자를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그 틈에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더 힘을 겨룰 만한 체력도 남지 않았고.

"그게, 모자는 안 썼잖아?"

"아, 맞다."

독백을 그대로 중얼거린 여자가 곧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하지만 모자가 본체시니까!"

"에? 그게 무슨 소리야?"

"모자 벗으면 죽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

"아니면 모자까지 벗겨드려요?"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 오늘부터 모자 벗으면 죽는 사람 할게."

"아주 좋은 선택이에요."

여자가 엄지 척을 하자, 남자는 만신창이가 된 기분으로 웃었다.

"그래서... 이젠 돌려주지 않을래? 내... 그 목도리."


"음, 아직 아쉬운데 저희 사진 찍는 건 어때요? 기껏 옷까지 맞췄는데 이대로 가긴 아쉽잖아요."

"사진 같은 거 찍어서 어디다 쓰려고."

"에이, 나중에 보면 사진밖에 안 남는 거 몰라요?"

결국 여자는 사진까지 알뜰하게 찍고 난 뒤에야 또 보자며 작별인사를 했다. 나중에 확인한 사진 속 여자는 그냥 사진만 찍기 아까울 만큼 예쁘게 웃고 있었다.

"이젠 누가 오빠인지."

여자한테는 절대 못 할 말을 중얼거린 남자가 완전히 지친 표정으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어쨌든 여자가 괜찮아 보이니 저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단지 남자의 체력이 그 기분을 감당하지 못했을 뿐.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추가태그
#달빛조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