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용과 호랑이구만.”

“네?”

“용과 호랑이라고.”

말 그대로 새빨간 립스틱을 두텁게 바른 중년의 무당이 하여가의 눈을 찌를 듯이 가까이 들고 있던 부채를 들이밀었다. 펼쳐져있던 부채가 탁 소리를 내며 눈 앞에 들이밀어지자 하여가는 반사적으로 주춤 뒤로 물러났다. 행동도 행동이지만 무당의 뜬금없는 말이 더 하여가를 당황하게 했다. 용과 호랑이?

“저 신년사주 보러 온건데요.”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무당이 들고 있던 쥘부채를 다시 한 번 앞의 작은 상에 탁 치고는 하여가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쥘부채와 두 눈에 핏발이 설 듯 부릅뜨며 하여가를 보는 무당의 기새에 하여가는 이거 굿하라는 소린가? 돈 뜯으려는 사이비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새해 맞이 신년사주나 볼까 하고 온 건데. 언짢은 기분이 들며 대강 복채나 주고 일어나야하나 하던 중에 무당이 마저 말을 이었다.

“청룡과 백호가 보인다. 학생, 인생이 요동칠거야.”

“어…좋다는 뜻이죠?”

“그건 나도 모르지.”

들이밀던 부채를 거두고는 몸을 살짝 틀더니 무당이 쯧쯧 소리를 내었다. 청룡과 백호… 좋다는 뜻 아닌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당의 태도가 좋은 이야기를 알려주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한숨을 푹 쉬더니 하여가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는 것이었다. 아니 뒤편을 훑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눈 앞의 하여가를 보는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곰곰히 하여가를 한동안 보던 무당이 무언가 더 말할까 말까 고민하듯 입술을 달싹이기만 하더니 결국 아주 크고 깊게 마지막으로 한숨을 푸욱 쉬더니 노란 종이에 붉은 염료가 묻은 붓으로 무언가 슥슥 쓰며 하여가에게 말했다.

“복채는 됐고. 몸이나 잘 챙겨.”

“네에…”

“자, 건강기원부적.”

“앗, 감사합니다…”

“나가 이제.”

쫓겨났다. 신당의 미닫이 문이 탁 닫기며 신당 밖으로 쫓겨났다. 손에 들린 건강기원부적만 달랑 남아 얼떨떨해 하고 있으니, 바라지가 다가와 나가는 길을 안내해줬다. 뭐지. 진짜 뭐였지? 궁금했던 신년사주는 하나도 알지 못하고 건강기원부적만 달랑 얻은 채 왔던 길을 돌아갔다. 화조도가 타로 보러 간다고 할 때 그거나 같이 보러갈 걸 그랫나. 하지만 복채도 안냈으니 뭐… 일단은 받은 부적을 잘 접어 지갑에 끼워넣어두었다. 그리고 타로 다 봤으면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카톡을 보내두었다. 대답은 금새 알겠다는 답변이 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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