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꺅!도요
집에 있는 책을 갈무리해서 펼쳤다. 혹시 몰라 문진으로 눌러놓았다. 생각해보니 다른 책도 한 권 있었다. 그것도 잘 펴서 닫히지 않게 해놓았다.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글자는 고물고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된건가. 에녹이 중얼거렸다. 이렇게 손쉽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등 뒤에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제법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기에 에녹은 놀라 어깨
크로우 박사의 저택에서 테러가 일어났는데! 까마귀가 인장을 들어보였다. 페이 올슨을 구출하는데 요긴하게 쓴 인장이었다. 경찰들이 수군거렸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 까마귀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순순히 따라주지는 않았다. 그대들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 가서 백성들을 구조하고 치료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 말이 진실인지, 정말 크로우 박사의 저택에서 불이
페이 올슨이 연구원에게 달려든다. 그들은 모두 그 연구원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말릴 새도 없이 페이는 연구원의 목을 졸랐고,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까마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에녹은 그냥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페이가 손을 거두었다. 연구원은 흐물흐물하게 쓰러졌다. 지랄하지 마, 왜 난 아니야? 소리쳤다. 왜 난 아무것
터져 조각조각 흩어진 살점 조각들이 꾸물거리며 한 자리로 모인다. 부러져 산산조각 난 뼈는 원래 그 곳에 있었다는 듯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두개골이 서서히 닫히고 뇌수가 황급히 들어온다. 눈알이 생기고 근육이 생기며 지방과 살갗이 그들을 감싼다. 다 타버려 재가 된 옷이 돌아온다. - 까마귀의 표정이 역겹게 일그러진다. 마치 무대 준비를 마치고 모든 소품
나는 절박하다. 나는 절박하다. 그래서 이 웃기지도 않는 일에 뛰어들었다. 국가에 대한 충정? 뭇 백성을 위한 책임감? 아니.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청년이 말했다. 나는 그냥 죽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래서 널 찾아왔다.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에녹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청년을 쳐다보았다. 그는 스스로를 왕세자라고 칭하며 “까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