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성의 닻

길 잃은 양

이론 과제

닉스 커시르는 정갈한 글씨로 가득 찬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성탄이 지나면 진급이, 또 한 번의 성탄이 지나면 바야흐로 졸업이 기다린다. 이 보고서는 분명 아케르나르로의 얼개이자 진정 미래를 위한 첫 발걸음이 되리라, 닉스는 의심치 않는다.

닉스는 눈앞에 양손을 펼쳐 올렸다. 왼손이 오른손 위에 오른다. 가장 긴 손가락의 끝으로부터 흰 면이 흐르듯 스치는 소리를 내며 벗겨지고, 면의 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갗이 드러난다. 닉스는 손바닥과 손끝을 모두 책상의 면에 지그시 눌렀다. 닉스의 방은 아침과 낮이 같고 낮과 밤이 다름없으므로 수천 번 그린 길을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다. 눈을 감는다. 이마로부터 새로이 구성된 골조가 솟는다. 먹이 물에 번지듯 흰 것이 검게 물든다. 컵에 담긴 물이 일렁이고, 중력에 반한 형상을 만들었다가 되돌아온다. 익숙하고도 기이한 감각이 한 차례 뇌내를 휩쓴다. 

      는 닉스 커시르의 일부를 잃는다.

…능력의 최대 맹점은 시전자의 안전과 연관됩니다. 연결된 길이 끊어진다면 분리된 영혼은 시전자의 육체로 되돌아올 수 없다는 점에 있어, 시전자가 직접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다른 판단보다도 위험 지역을 벗어난다는 판단이 앞서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닉스 커시르시전자는 상황에 대한 순간 판단력을 보다 증진할 필요가 있으며, 부가적인 보완을 위한 활용안으로 땅을 이용할 것을 제시합니다. 인간은 누구든 중력 휘하에 있으므로 맨발로 땅을 거닌다면 언제든 영혼을 나누고 되돌릴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리라 여겨집니다.…

닉스는 닉스가 추위에 강한 편이라고 여겨요. 하지만, 아, 역시 맨발로 서는 건 좀 추울 것 같다고 생각해…. 닉스는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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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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