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딜레마

[stage00] 시작은 별거 없다.

Welcome to the Stray Kids HOT MEGAVER

* 작가의 꿈과 실화를 각색한 소설입니다.

[2023.12.12]

시작은 별 거 없었다.

나는 그저 과제하기 싫었고,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되었을 뿐이다. 그저 영상 속 보이는 사람이 나 같았을 뿐이다. 진짜 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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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랑은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이었다. 진짜 그냥 부러웠다. 나는 죽어라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올까봐 두려운데. 저 사람은 정말 당당하게 사는구나. 매주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공부로 인해 억지로 잠을 줄여 3~4시간씩 자면서도 성적은 늘 그저그랬다. 수석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하는 걸까. 나는 주말에 12~16시간은 기본으로 자는 사람인데, 잠을 못 자니까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 하루에 기본 8~9시간은 자야 머리가 맑은데.

해당 영상의 댓글들을 쭉 봤다. ‘멋지다, 부럽다, 언니처럼 되고 싶다.‘ 광고용 댓글을 제외하면 전부 저 사람을 응원하고 부러워하는 댓글들이었다. 그치, 의대생에 수석이면 진짜 대단한 사람이 맞으니까. 그리고 꾸준하게 자기관리까지 하는 모습. 진짜 동경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반대로 내 인생에 댓글이 달린다면… ‘뭐 자랑할게 있다고 올리셨어요?’ 바로 떠오르는 한 문장. 더 생각하기 싫어졌다. 과제나 해야지. 이따가 또 알바를 가야하잖아. 오늘은 제발 실수를 좀 덜해야할텐데. 요즘 잠을 통 못자고, 진도가 나가질 않는 과제들 생각에 알바 중 실수가 늘었다. 안 짤린게 용하다 진짜. 오늘은 진짜 정신차려야지.


[2023. 12. 15]

또, 실수를 했다. 식탁을 치우다가 컵을 떨어트렸다.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지만, 손님들이 계시는데 자꾸 실수를 하니 나같아도 못 미더울 것 같다. 알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소주잔 10개 정도를 깼는데… 일한지 벌써 4개월 정도 됐는데, 나도 참 일을 못하는 것 같다. 이러다 곧 짤리겠구나. 내일은 좀 정신을 차려보자.

갑자기 한 영상이 떠오른다. 10만원짜리 접시 10개를 깬 친구한테 “너 그만 살고 싶어?” 눈 깜빡깜빡 하면서 말하는 거 되게 귀여웠는데. 아무래도 그 그만살아야할 친구가 나인 것 같다 지성아….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할부 되니? 여기에 너라면 뭐라고 반응할까. 어차피 지성이는 나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을텐데. 그저 상상만이라도 즐겁다.


[2023. 12. 16]

발목을 다쳤다. 알바를 끝내고 집 근처 가페에서 커피를 사다가, 턱에 걸려 넘어졌다. 오늘은 정신을 차리고 일에만 집중해서 다행히 알바를 할 때는 실수가 없었는데, 끝내고 오자마자 사소한 실수들의 연속이었다.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시키려고 했는데, 아이스로 시키질 않나 단톡방 공지를 잘못보고 나가면 안 되는 걸 나가질 않나. 스스로의 실수들에 어이가 없어서 웃으면 안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여러모로 나도 참 대단한 인간인 것 같다. 발목 부으면 병원이나 가야지. 내일 알바는 빼야겠다.

+ 아, 정신차리려고 샤워를 했는데 샴푸질만 두 번 했네ㅎㅎㅎ 이럴 때는 바보같은 최애 모습 보기다!


[2023. 12. 17]

자고 일어나면 발목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 그래서 사장님께 발목을 다쳐서 알바를 못 할 것 같다고 전화를 드렸는데 결국 잘렸다. 하긴 나같아도 실수를 많이하고 발목 다쳤다고 못 나온다고 당일에 연락이 왔으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남은 과제나 빨리 끝내고 그냥 쭉 쉬어야지. 그전에 최애 직캠 먼저 볼게요…ㅎ


[2023. 12. 20.]

기말과제를 끝냈다. 가볍게 영상을 하나 봤는데, 사람들이 열띈 토론 중이다.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당신의 이상을 펼쳐보세요.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댓글을 보면서 나는 그냥 재밌네 하고 가볍게 넘겼다. 다들 진짜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나는 그냥 우리 애 직캠이나 볼래요. 사랑해, 내 지금 최애야.

나는 그냥 이 정도 삶이면 됐어. 평범하게 공부하고 과제하고, 연애는 못할 것 같지만 이제는 사람들도 좀 만나고 있고. 처음으로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다들 좋은 사람들인 것 같고.


[2024.01.01.]

또 새해가 시작되어 버렸다. 작년의 나는 뭘했더라? 학교에 복학해서 악착같이 공부하고, 수업듣고, 과제하고, 알바하고. 참 특별할 거 없이도 살았다. 연말동안 생각보다 무리를 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돌아 오는 길에 몸살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연말 무대도 못 보고 일찍 잠들었다. 아이고…. 몸살 감기 때문에 죽겠다.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가기로 해서, 짐을 싸다가 직캠이 있길래 직캠을 봤다. 털이 복슬복슬한 의상을 입어서 그런지 진짜 햄스터같다. 아니 이곡 진지하고 멋있는 곡인데, 왜 귀여워.

아, 잠깐만 이거 내 새해 첫 곡인데.

와, 진짜 나랑 안 어울리는 곡이다. 물론 이런 미신 같은 말들은 믿지 않는 편이긴한데.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으니까. 사실 새해첫곡으로 듣고 싶었던 곡은 따로 있었는데 근데 그 곡도 나랑 잘 어울리는 곡은 아니긴하네.


[2024.01.08.]

지독히도 나를 괴롭히던 몸살이 드디어 다 나았다. 그래서 간만에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오늘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 상담을 위해서 학원에 다녀왔고, 동아리 활동을 위해 추천해준 작품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연극부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가 된다. 간만에 사람들도 만난 거니까.


[2024.01.12.]

병원에 가서 라섹 수술 상담을 받고,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빨리 끝내고 싶어서 20일로 잡았다. 연극부 활동도 빨리 다시 참여해야 하는데…ㅎ 생각보다 일정이 바빠서 그런지 연극부 사람들이랑 많이 못 친해진 것 같아서 아쉽다.


[2024.01.20.]

눈 수술을 괜히 받았다. 그 결과가 이런 상태를 가져올 줄 알았다면, 수술 따윈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축하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사회는 당신의 이상이 실현되어 나탑니다. 부디 즐거운 이상을 심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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