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딜레마
유료

[stage01] 당신의 이상을 입력해주세요.

I'm a Stay Kids, but I don't have a Han.

* 실제로 작가가 꿨던 꿈과 실화를 각색한 소설입니다.

축하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사회는 당신의 이상이 실현되어 나탑니다. 부디 즐거운 이상을 심어주시길 바랍니다.

눈 수술 직전까지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수술을 받은 거라 굉장히 피곤했다. 사실은 눈 수술 하고 많이 아플 것 같아서 잠으로 도피하려던 거였는데, 갑자기 울린 알림이 나의 잠을 방해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받은 알림이라 나는 그저 병원에서 보낸 알림인줄 알았다.

축하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사회는 당신의 이상이 실현되어 나타납니다. 부디 즐거운 이상을 심어주길 바랍니다.

갑자기 알림이 울길래 폰을 확인했다. 근데 내가 알림 소리를 이렇게 크게 설정해 놓았던가. 원채 갑자기 울리는 소리도 싫어해서 무음으로 해놓고 사는데. 그런데 폰이 꺼지질 않는다. 끄려고 하면 끌 수록 계속 알림으로 도배됐다. 엄마 내 폰으로 뭐했어? 그런데 대답이 없다. 확인해 보니 엄마가 안 보인다.

축하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사회는 당신의 이상이 실현됩니다. 부디 즐거운 이상을 심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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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사회는 당신의 이상이 실현됩니다. 부디 즐거운 이상을 심어주길 바랍니다.

알림이 계속 울리니까 나도 모르게 공포심이 생긴다. 진짜 이건 뭐야. 꿈 아니, 차라리 가상공간에 갇혀 있는 거라고 해줘.

당신의 이상이 접수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의 사회는 가상공간이 됩니다.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당신의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드디어 나를 괴롭히던 지긋지긋한 알림소리가 끊겼다. 이제 안심하고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새로운 알림이 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진짜 이건 또 뭔가 싶다. 뜬금없이 지금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딴 질문을 왜 던지는 거지? 최근에 연극부 활동 때문에 사람들이랑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지. 그때 어땠더라? 남이 대신 채워주는 자기소개표라서 생각보다 재밌었는데. 그러고 보니 인생의 첫기억 얘기도 했었는데.

내 어린시절의 첫기억. 그림으로는 한 5살 때쯤인가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와서 놀이터 모래사장에서 혼자 놀았던 기억을 그렸지. 그 때 선생님이 엄청 찾았다고 했는데..ㅎ 유치원 때는 수업도 째고 나가 놀 정도로 대담했구나. 지금은 째라고 해도 못하겠다. 내 기억상으로는 나도 모래사장 놀이 세트 가지고 놀고 싶은데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뺏을 수도 없어서 그냥 눈치보다가 혼자 빠져나왔던 것 같다. 진짜 내향인의 최대 반항이다.

아, 딴 생각을 너무했다. 그러니까 자기소개에 어떤 게 있었지…. MBTI, 취미, 특기, 인생노래, 인생책, 인생 영화. 맨날 INFJ 같다는 소리 들었는데 처음으로 연극부 사람들에게 ISTJ 같다는 말 들었었다. 내가 T?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는 이렇게 봐준 사람들은 처음이라서 신기했는데. 그러니까 나한테 이런 걸 갑자기 왜 물어보냐고.

설명이 접수되었습니다.

당신의 정체는 심장이 없는 기계입니다.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근데 진짜 설명이 참 조잡하다. 상상이상으로 너무 하찮아서 어이가 없다. 갑자기 심장이 없는 기계…? 그러니까 설마 나를 진짜 하나의 캐릭터처럼 만들어줄 생각인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무슨 상황이야. 일단 내 상황을 돌이켜보자. 나는 오늘 라섹수술을 받았고, 피곤해서 누워있으려고 했는데 지금 인생 전체를 시험당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없는 이상을 입력해 달라더니 이제는 내 정보를 캐내서 한다는 일이 고작 이딴 설정을 부여해주는 거라니.

해당 설정이 어떻게 부여된 것인지 확인하겠습니까?

확인.


- 언니, 오늘 수업 끝나고 뭐해요?

- 나? 알바.

- 아쉽다. 수인언니 만나서 오늘 같이 치맥하기로 했는데

- 희진아, 일 끝나고 뭐해?

- 저 과제요

- 희진아, 급한 일 있어?

- 공부할 거 남아서, 빨리 가서 하려고요.

- 희진아, 그렇게 공사구별 철저하게 안해도 돼.


마지막 말은 이번에 연출을 맡게 된 선배한테 들은 말이겠지. 진짜 어이가 없다. 고작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내가 심장이 없는 기계취급을 받는다고?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평을 많이 듣기는 하는데, 그게 이정도 평가를 받을 일들인가?

당신은 이제 곧 폐기처분 되어야 합니다. 당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로부터 살아남으세요.

하다하다가 이제는 나를 죽이려고 한단다. 진짜 어이가 없다. 내가 왜 폐기처분이 되는데. 현관문이 열리고 엄마랑 이모가 들어왔다. 그리고 알림창이 꺼졌다. 아까 엄마가 안 보인다 했더니 이모를 데리러 간 모양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둘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희진이는 어릴 때부터 착하고 예뻤어. 지금은 엄마보다 훨씬 더 예쁘다. 지금 덧니 교정 하고 싶어한다고? 안해도 이쁜데, 근데 임플란트 해서 못할 수도 있는데”

알림이랑 싸우느라 기력이 없어서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걸 알아도 잠자코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 어른들이 내 얘기 하는 거 진짜 못견뎌 하는데.

“그나저나 환이는 여전히 사고치고 다니고?”

그리고 이건 우리 오빠 얘기. 우리 가족은 정말 평범하디 평범한 집안이다. 아, 요즘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별로 없으니까 이건 좀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나? 그런데 시골에 자란 것 치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냥 화초가 아니라 잡초같은데….

아무튼 그래도 평범하게 사랑 많이 받으면서 자란 것 같다. 사실 기말고사 기간 동안 에어팟을 잃어버렸고 멘탈이 아주 가루가 되다 못해 증발해서 사라졌다. 엄마한테 솔직하게 사정을 털어놓았을 때 받은건 에어팟 가격 30만원이었다. 나 돈달라고 그런 거 아닌데, 내 실수로 잃어버린 건데도 뭐라고 혼내지도 않고 선뜻 돈을 보내주는게 너무 고마웠다.

엄마 딸, 철들었어. 몰래 알바를 하면서 조금씩 돈을 모아봤거든. 그래서 30만원 받고 펑펑 울었다. 그동안의 서러움이 쌓여 있었던 거다. 어쩐지 남들이 이상을 찾을 때 나는 그냥 일상을 지키고 싶어지더라.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은 나를 죽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 확신을 가졌다.

“희진이 이제 약 넣어야 하지?”

그런데 잠깐만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그랬더니 엄마가 다가온다. 아 인공눈물 얘기였구나. 엄마가 없을 때 이상한 알림들에 시달렸더니, 나도모르게 쓸데 없이 예민해졌다.

엄마의 설정을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

진짜 하다하다 우리 엄마한테도 설정을 부여해줄 줄이야.

전북영재교육원 출신으로 이른 나이에 연구원이 되었습니다. 연구원으로서 깔끔한 일처리와 상황판단 능력으로 인해 다른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20대 때에는 약국에 잠입하여 약사로 일을 했고, 29세에 당신의 엄마역할을 부여받아 당신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현재 말을 안 듣고 자기 멋대로 하는 당신에게 분노지수가 10정도 쌓여있습니다. 분노지수가 100이 되는 순간 당신을 죽이려고 들지 모릅니다.

우리 엄마는 중졸이라고 했는데 수석 연구원이라니. 너무 안 어울린다. 그리고 아무리 만들어진 설정이라지만 좀 너무한 느낌이었다. 진짜 정없다. 내가 우리 엄마를 제일 잘 아는데, 이건 또 뭐야. 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닌거 다 아는데.

전라북도영재교육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

70~80년대 정부주도로 국민학교에서는 지능검사가 의무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수치가 높은 아이들은 실험의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실험의 대상자가 된 아이들은 신체에 모두 칩이 박혀 있고, 실험에 대해 외부에 발설할 시 자동으로 칩은 자동으로 폭파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나랑, 엄마를 가지고 설정을 만들 땐 되게 별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또 배경이 있다. 생각할 수록 진짜 어이가 없다. 부모님 역할을 만들어줬다는 거보니까 애착이론 실험인건가? 잠깐만 그러면 우리 엄마도 위험하다는 말 아닌가? 내가 지금 이걸 알고 있다는 걸 엄마가 알면 어떻게 되지?

예상되는 결말을 확인하겠습니까?

확인.

블랙아웃.

이게 무슨 말이야. 정전? 암전? 아 잠시만, 내 설정이 심장이 없는 기계였으니까... 그냥 꺼지는 구나. 만약 꺼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다시 재부팅시켜주나? 아니, 쓸데 없는 건 안물어봐도 알려주려고 하더니 이런 건 또 대답이 없다. 순간 섬뜻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으나 그냥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도대체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걸까? 우리 엄마는 아닌 거 확실하게 알겠는데.

아, 맞다 나 왜 이렇게 여기에 과몰입하지? 내일 일어나면 엄마한테 이 얘기부터 해줘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날 잠을 못자서 꿈을 꾸고 있는게 분명해. 나는 예전에도 자각몽을 몇 번 꿔본적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전부 다 내 꿈에 불과한 이야기야.

현재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확인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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