漆黑

칠흑의 반역자

푸른잔향 by R2d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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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for 구워진 감자.

https://youtu.be/iW7b8Mo_SFU?si=jfLjT_yc9dUf51eG

어둠이란 그런 것이다.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보이지 않고, 빛이 어둠에 빠지면 빛조차 방향을 잃으며 서서히 추락한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방법도 까먹게 되고 시간은 의미를 잃는다. 빛도 의미를 잃는다. 그렇지만 어둠 속에 지워진 빛들은 나 혼자가 아니니,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빛들을 삼킨 어둠은 유일했으니 유일한 당신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감히 묻는다. 내가 빛에 잡아먹혔을 때의 두려움을 느꼈을지, 스스로가 자아낸 거품 속에서 그저 고독했을지, 잊힌 동포들의 악몽에 사로잡혔었을지 이제 이 자리에 없는 당신에게 대답을 구한다. 나는 당신이 아니지만, 당신을 기억해야 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최후의 기억. 언젠가는 당신의 얼굴, 걸음걸이, 목소리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어.

 홀로 지내던 깊은 바닷속의 거처를 거닐다 보면 마치 당신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야 만다. 언제나 동료들과 함께였지만, 고독이라는 감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비웃고야 말겠지. 동정이라던가는 필요 없다며. 나는 당신을 관찰하고 당신은 나를 관찰하고. 진실을 짊어지고 함께 살아가는 상대. 심해의 하데스. 내 눈에는 왜 그 바다에 당신은 가라앉아가고만 있는 것 같은 걸까.

 나의 발자취는 다른 이들의 희망이었지만 그대의 발자취는 절망이었으랴. 지나온 곳은 전쟁과 비명, 혼돈뿐인 죽음의 관장하는 자여. 동포들이 죽어가던 그 날에서만 머무르고 있으며 직접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에게 재현해낼 정도로 자세히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다른 이들에게 같은 절망을 쥐여주려 하는지. 물에 잠겨 수면 위로 숨결이 보글보글 올라가 터지는 것을 바라보며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었다. 당신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었지만 역시 본인이 아니니 스스로가 생각해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어떻게 네가 거기에……!?`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 대체 누구한테서 나를 비추어 본 것 인지라고 생각이 다 다른 순간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서 이 답을 얻을만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냈다. 거품…. 아니 이렇게 칭한다면 무례하려나. 당신이 만든 거품 중 진실을 꿰뚫어 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던 휘틀로다이우스가 하던 이야기. 아르버트와 나의 혼의 색이 같고 자신의 시대에는 같은 인물이라는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할 것들. 당신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의 운명`, `특별한 감정`.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겨우내 마지막에서야 보여주던 그 웃음이 왜인지 나를 향하지 않았을 거란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것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있다. 당신은 그 길고 긴 창조와 멸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지만 그것에 대해 서글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답이 당신이 손에 묻힌 피들이 씻겨져 내려가는 것은 아니니까.

 당신을 기억한다는 것은 당신이 저지른 죄들을 나 또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국, 전쟁, 피, 죽음. 모두 하나같이 이름에 어울리는 것들뿐. 빛이라고는 한 점 없는 명계의 왕 그 자체다. 나는 페르세포네가 되어 별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희생한 당신의 동포들을, 당신이라는 이유에 죽어간 이들을 기릴 것이다. 그것이 당신의 죄를 마주하는 내가 마주 마땅히 해야 하는 일들이다. 그러니 나 또한 바다에 기꺼이 몸을 던져 가라앉아주겠다. 언젠가라는 말이 있고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에는 마주앉아 다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내가 가진 질문들에 답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유일한 어둠과 가장 밝게 빛나는 빛이 되어. 나는 칠흑의 반역자, 이 세상의 어둠에 맞서며 당신이라는 유일한 어둠에 맞서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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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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