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토송
몸의 열기가 머리로 옮겨붙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애초에 두 남자 고등학생 간의 형식적인 대결이 거친 몸싸움으로 변질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한 명 분의 온기에 짓눌려 바닥에 누운 아키라의 이마를 결 좋은 갈색 머리칼이 간질였다. 그 사이의 번뜩이는 붉은색과 눈이 마주친지 몇 초쯤 되었을까. 포식자를 닮은 동공이 자신을 집어삼킬 것 마냥 아가리를 벌
죽은 이는 말이 없다 했던가. 한유진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얽힌 채로 굳어버린 싸늘한 손가락이나 죄책감에 젖어 어깨를 짓누르던 공기 같은 걸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것을 함께 나눠줄 사람은 이제 없었다. 아직도 한유진은 뼈가 시릴 정도로 추운 날이면 어깨 위로 외투를 걸쳐주던 손길이 생각났고, 집에 돌아오면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 위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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