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특공대/새미 중심] Anecdote
숨기려고 한 건 아니야.
*** 타 플랫폼에서 구입하셨던 분께서는 구매인증만 해주시면 리딤코드 드립니다!! 재구매 안 하셔도 됨!!! ***
디페스타 6회(2016.01.)에 발간했던 미니특공대 팬북 : 새미 과거날조
* 유료발행에는 후기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 책 특유의 연출이 유료발행에는 구현되지 않았습니다(물리적인 문제).
[읽기 전에...]
이 책을 냈을 시점은 미특 극장판이 개봉하기 전입니다. 당시의 신나는 과거날조일 뿐이며, 공식과는 무관함을 미리 밝힙니다.
숨기려고 한 건 아니야.
Anecdote
[명사] 개인적인 진술
부엉이의 숲은 인가와는 꽤 거리가 멀었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적어도 반나절은 부지런히 걸어야 겨우 닿는 곳이었으니까. 사람 손을 타지 않는 자연이 으레 그러하듯, 부엉이의 숲도 귀한 약재며 희귀한 식물종이 존재했다. 사람들은 때때로 채집을 목적으로 숲에 오곤 했다. 일 년에 대여섯 차례면 많은 편이었다.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였다.
새미는 제가 나고 자란 터에 얽힌 이야기를 조부모에게서 듣고 컸다. 새미가 태어날 무렵, 사람들은 기술을 발달시켜 아무리 먼 곳이라도 하루 안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는 다른 나라도 일주일 안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숲에 잠깐 쉬고 가는 나그네 새들이 이야기해 준 내용과 비교하면 정말 빠른 거였다.
어른들은 대체로 사람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조부모의 부모 세대는 조금 달랐지만, 당장 새미의 부모님이며 친구들의 부모님 열의 여덟은 사람을 꺼리는 기색이 강했다. 새미는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저렇게 신기하고 대단한 기술을 가진 애들을 왜 싫어하지? 어른들은 자기가 못 가진 걸 질투하나? 라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새미는 하루라도 빨리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처로 나가서 살고 싶었다. 어른들이 아무리 눈치를 주고, 철이 없다며 쯧쯧 혀를 차도 괜찮았다. 모두가 반대했다면 또 모를까, 새미에게는 제 의견을 지지해주는 친척도 있었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제일 중요해.”
“그럼 그럼. 우리 조카는 씩씩하기도 하지. 요새 애들은 영 패기가 없어서 말이야.”
“후후후,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기는 최고라니까.”
“당신만 하겠어? 내가 그 박력에 반한 건데.”
작은이모와 이모부는 숲에서 알아주는 대담한 커플이었다. 그만큼 사고를 몰고 다니긴 하지만 그 활력이며 당당함은 정말 알아줘야 했다.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니 새미는 더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날, 바로 독립을 했다. 나름대로 벼르고 있었고 워낙 새미의 뜻이 강경하다 보니 평소에는 그러지 마라, 가면 너만 고생이다, 하며 말리던 어른들도 더는 뭐라고 하지를 못했다.
시작은 정말로 순탄했다. 딱 그 날에 맞춰서 마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르렁대는 엔진이 픽 꺼지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트럭을 떠났다. 적어도 주변 50m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후, 새미는 대기하고 있던 나무에서 훌쩍 뛰어서 날았다. 익숙한 숲의 바람을 타고 활강하는 것쯤이야 간단했다.
트럭 짐칸에는 풀냄새가 짙었다. 그것 말고도 숲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한 텁텁한 내음이며 사람 냄새도 있었다. 새로운 장소.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새미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일단은 낮이었고 저 사람들은 저녁나절에야 돌아올 테니, 들키지 않을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할 거였다.
‘그럼 한숨 잘까.’
낮에 깨어있는 건 아직은 좀 무리였다. 바깥에서 살다가 돌아온 어른 중에서는―제가 사람 사는 마을로 가는 걸 특히나 반대했던 분들인데―낮에 깨어 움직이고 밤에 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덜컹, 덜커덩. 진동에 눈을 떴다. 얼마나 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향의 숲 내음이 흐렸다. 날갯짓을 하기에는 차 속도가 있으니 자칫 튕겨 나갈까 무서워서 짐들 위로만 올라갔다.
“우와…….”
아무래도 숲을 빠져나온 지 조금 된 모양이었다. 마른 흙 위를 차가 달리고 있었다. 이모네가 이야기해줘서 대강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물로 보니 신기했다. 아마 이게 시골 길이라는 거겠지. 저만치 시야 끄트머리에 간신히 제가 살던 숲이 보였다. 북극성과 함께 위치를 기억해두고 바깥구경을 시작했다.
한 번도 숲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도시로 향하는 내내 바뀌는 풍경은 좋은 눈요기였다. 흙 위를 달릴 때는 덜컹대던 트럭도 냄새가 좀 역한 까만 길 위에서는 꽤 부드럽게 달리기 시작했고, 똑같은 형태의 차부터 더 작은 것, 더 큰 것까지 다양한 차들이 줄지어 길을 가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건 누가 뭐래도 달이 뜬 밤인데도 환하다는 거였다. 길가마다 한 바가지의 빛이 쏟아지고 있었고 어떤 건 커다란 상자가 계속 색을 바꿔가며 빛을 뿜고 있었다. 떠 있는 달로 보건대 밤 11시는 지나고도 남았을 건데 이렇게 환하다니. 이래서 바깥에서 사는 부엉이는 밤낮이 바뀐다는 모양이었다.
어느 순간, 트럭은 멈췄다 다시 가기를 반복했다. 죽은 나무처럼 삐쩍 마르고 90도로 꺾인 무언가가 빨간빛을 뿜을 때마다 그러고 있어서 새미는 아무래도 저게 빨간색이면 멈춰야 하나보다, 생각했다. 이제 충분히 사람 사는 마을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이 주변은 나무도 적당히 있는 것 같아서 트럭이 멈춘 틈을 타서 날아올랐다.
독립한 지도 이제 2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적응하는 데에도 힘들었지만, 과연 이모나 다른 어른들에게 미리 배워둔 게 도움은 됐다. 제대로 정착할 만한 데를 찾으려면 아마 날개품을 팔아야 할 거란 말처럼 벌써 몇 번 거주지를 옮겨서 지금 살고 있는, 이 작은 산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지는 8개월.
산책 온 사람들이 때로는 먹을 걸 주고 가는 일도 있었고, 조금 더 적극적인 사람은 근처까지 다가와서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는데 그것 말고는 그다지 특출한 사건도 없었으니, 숲에만 살던 어른들이 했던 꽤 많은 이야기가 저를 겁주기 위함이었다고 코웃음 칠 수 있게도 됐다. 정착하고 나니 낮에도 어느 정도 지낼 수 있게 됐다. 아직 낮잠을 자야 버틸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성년이 되는 해에는 낮에 생활하고 밤에 쉴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성년이 된 후에 한 번쯤 부엉이 숲에 찾아가서 바깥은 생각만큼 무서운 곳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건 어떨까도 싶었다. 여기 사람들은 일 년에 한두 번쯤 고향으로 간다는 모양이니까. 꽤 재밌는 생각 아닐까. 사람의 풍습을 따라 고향에 내려가면 어른들이 어떤 반응을 할까를 상상하니 키들키들 웃음이 샜다. 사람들은 선물도 사가는 모양인데 뭘 들고 가기엔 갈 길이 머니 그건 패스하고.
볕이 따스했다. 꾸벅꾸벅 졸음이 왔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있고, 온도도 딱 좋고. 오늘은 둥지 말고 햇볕을 쬐면서 낮잠을 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갑자기 뭔가가 휙 날아왔다. 따악, 소리와 함께 눈을 떠보니 조약돌이 막 제 머리맡을 치고 튕겨 나간 참이었다.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또다시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휘익, 딱. 아, 저걸 못 맞추냐. 내가 해볼게. 꼬마애 둘이 새총을 들고 저를 노리고 있었다. 대체 왜.
갑작스레 덮친 위협에 새미는 후들후들 떨며 둥지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번 휘청할 뻔했지만 어떻게든 자리를 옮기는 데에 성공했다. 어라, 어디로 갔지. 하는 목소리가 들려서 이왕이면 이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져줬으면 했다.
“어어, 저기 있다.”
“이야.”
“앗, 다시.”
“어, 맞았다!!”
오른 날개에 빠악, 하는 충격이 왔고 동시에 시야가 뒤집혔다. 곤두박질. 날갯짓을 처음 배울 때 둥지에서 많이 떨어져 봤다지만 이건 완전히 달랐다. 타의적으로, 공기층의 도움을 조금도 받지 못한 채의 추락.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다. 착지자세조차 잡지 못해서 오른 날개부터 부딪혔던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키는데 어깻죽지 근방부터 쪼개질 듯 아팠다. 등뒤에서 꼬맹이 둘의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가 났다. 재밌다. 그치만 금방 끝나서 시시해.
시시해? 재미없어? 대체 뭐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웃음이 나와? 몸집이 크면 다른 애들을 막 괴롭혀도 돼? 그게 즐거워? 울화가 치밀었지만 이번에 발견되면 돌팔매로는 끝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애들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앓는 소리가 새었다. 죽음에의 공포. 등골이 선연한 감각은 정말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만 올라가자. 가서, 푹 자고, 잊고―집은 옮기는 게 낫겠어.’
당장 집을 옮기기에는 지쳐서 무리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기력을 좀 찾을 것 같았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일어나서 막 날갯짓을 하려는데,
“윽!”
오른 날개가 덜렁 내려앉았다. 억지로 움직이는 통에 날붙이로 찌르듯이 아파져 왔지만 그것보다도 경악이 더 컸다.
날 수가 없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