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증진교실

마트

린 | 각성 이전

린은 현재 장을 보는 중이었다. 자신의 친애하는 동생, 유키오와 함께.

“뭐 사려고?”

“그냥, 이거저거 사는 거지.”

익숙하게 카트를 끌며 린이 대답했다.

이번에 유키오는 명문 정십자 학원 고등부에 입학한다. 동시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15년을 함께한 동생을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이에 린은 무작정 유키오를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조금이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일까. 이삿짐을 싸다 말고 붙잡혀 나왔음에도, 유키오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이거랑 이것도. 집에 계란 남아있던가?”

“어, 사가야 해.”

열심히 장을 보다가도 이따금 유키오에게 말을 걸었다. 뭐든 만능이지만, 유난히 이런 쪽으로는 무능한 유키오를 위해서였다. 유키오는 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카트를 바라보았다. 형은 무슨 음식을 하려는 걸까. 카트에 담긴 재료만으로 음식을 유추하기엔, 알고 있는 레시피가 없었다. 알고 있어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계란을 살까나….”

유키오가 보기에, 계란을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처럼 보였다. 그저 남들보다 다혈질에 힘이 좀 강한 인간. 애초에 마장을 입지 않는 이상 악마를 볼 수 없으니, 일반인 눈에는 특출난 인간 정도로 보이겠지.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자니, 린과 시선이 마주쳤다.

“…곧 있으면 정말 안녕이구나. 우리 동생, 또 어디서 괴롭힘당하는 건 아닐지 몰라.”

린이 키득키득 웃으며 하는 말은 당연히 농담이었다. 옛날도 아니고, 지금의 유키오를 건든다면 건드는 쪽 정신에 문제가 있다.

“글쎄, 난 형이 구직부터 했으면 좋겠는데.”

아버지 속 그만 썩이고 말이야. 고등부 진학을 그만둔 린에게, 아버지는 항상 구직 구직 노래를 불렀다. 그럴 때마다 린은 구직하러 나가서 왜인지 싸우고 돌아왔다. 아마, 린이 독립을 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카트를 끌고 육류코너로 향하던 린은, 커다랗게 적힌 세일 문구를 보고 멈춰 섰다.

“아! 이거 세일하네? 음…, 그러면 닭 날개를 넣어서…. 유키오, 감자조림 어때?”

“좋아.”

아버지 이후엔 내가 형을 지키게 될 것이다. 영원한 거짓말은 없다. 항마검의 봉인 역시 영원하진 않겠지. 부디 그때가 최대한 늦게 오기를. 악마가 아닌, 인간으로서 그가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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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댓글 3


  • 전설의 날다람쥐

    알뜰살뜰하니 기특한 친구들이네요

  • 반짝이는 까마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엑소 ㅁㅊ내 향수느껴진다

  • 추워하는 바다표범

    계란말이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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