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감
하이바라 아이는 번호를 누르고선 수화기를 들었다. 짧은 연결음 이후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삐 소리 후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삐- 신호음이 끝나고, 하이바라는 입을 열었다. 언니, 나야. 미야노 시호. 정말 오랜만이다, 그렇지? 오랜만인데 이런 얘기 해서 미안해.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 별
별다른 것 없는 날이었다. 언제나처럼 일찍 일어나 간단한 수련을 하고, 홀로 밥을 먹고, 7반을 만나러 나섰다. “생일 축하해, 사스케.” 시작은 사쿠라였다.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라며 의료용 붕대를 건넸다. 그다음은 카카시로, 수리검이었다. 닌자라면 당연히 사용할 실용적인 물건들이었다.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도 좋은 선
조직의 이런저런 사정 덕분에 셋이 동거하게 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성인 남성 셋이서 함께 사는 것은 꽤나 끔찍한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잘 돌아갔다. “라이! 방 안에서 담배 피우지 말랬잖습니까!” “넌 여전히 인성이 더럽군.” “지금 뭐라고…!” “자, 잠깐만. 버번, 좋게 타일러도 되잖아요. 그리고 라이, 여기서 실내 흡연은 안된다니까요.” “…미안하
칸스케가 기억하는 모로후시 형제의 모습은 징글징글했다. 그 사건으로 기억상실에 실성증까지 앓던 동생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했지만,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냥 나가노에서 같이 살라고 하고 싶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하던 것은, 동생의 상태가 호전되었다며 한 달의 한 번으로 줄었다. 대신 우편이 늘어났지만. 냉정하다가도 이상한 데서 정이 많은 녀석이다. 한 2
“아저씨! 내일 아쿠아리움 가기로 했잖아요!” “그게 말이다….” 언제나처럼 탐정사무소로 샌드위치를 들고 올라가던 시라이는 오늘따라 시끌벅적하다고 느꼈다. 코난의 친구들, 그러니까 소년 탐정단이었나. “내일은 박사님도 안 계신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럼, 제가 데려갈까요?” 언제나처럼 테이블에 샌드위치를 내려놓으며 한 말이었다. 사무소 책
확인. -Vodka-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도 말끔하게 끝났군. 다음 임무도 이렇게 깔끔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 증류주 녀석들 인상이 별로긴 해도, 돈은 잘 주니까. 짭짤한 부수입도 있고. 띵동- 초인종? 인터폰으로 내다본 현관에는 택배기사가 서 있었다. 내가 최근에 무슨 택배를 시켰
예전에 오비토가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누군가가 죽어야 다른 이들이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시 카카시는 그저 오비토가 시비를 거는 것으로 생각했다. “반드시 누군가가 희생해야 할 때, 누굴 죽일 거야?” “소수.” “그 소수가 네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소수. 다수를 살리는 게 대체로 임무의 최종 목표니까.” 언제나 임
카메라. 검은 화면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 화면을 꽉 채운 카미나리 얼굴. 화면이 돌아가고 천장이 나온다. 화면 구석에서 분홍색 곱슬머리가 등장한다. “뭐야, 그거?” “유튜브. 요즘 유행이잖아.” 움직이는 화면, 아시도를 잡는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화면 쪽으로 손을 뻗는다. “역시 이런 건 유명인 인터뷰지!” 화면에는 흔들리는
미도리야 인코는 유명한 주문 제작 케이크 집에 왔다. 예약해 놓았던 올마이트 케이크를 가지러 온 것이다. 7월 15일. 오늘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들, 미도리야 이즈쿠의 생일이었다. “미도리야 씨 맞으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원은 케이크를 가지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인코는 점원을 기다리며 공상에 빠진다. 이즈쿠는 언제나 올마이트를 동경했다. 항
하늘이 울었다.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펑펑. 그렇게 고심하고 고심해서 정한 날이었건만, 일기예보가 멋지게 빗나가는 바람에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옥상에 선 괴도 키드의 앞에는 언제나처럼 키드 킬러, 코난이 서 있었다. 평소였다면 멋들어진 흰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잔뜩 폼을 잡았겠지만, 지금은 비 맞은 처량한 고양이 신세다. “어이, 키드. 이런 날까지
“미안하군. 글을 못 읽는다.” 지령을 받아 든 이타치가 잠시 눈을 찌푸리더니 한 말이었다. 키사메는 의아한 눈으로 이타치를 바라보았다. 상급 닌자 출신인 이타치가 문맹일 리는 없었다. 닌자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이루어지니까. “그렇다면.” “그래, 사륜안의 저주다.” 정확히는 만화경 사륜안의. 안 그래도 사기적이던 사륜안이었기에 작가는 밸붕을 막기
후루야 레이는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을 때면 항상 텔레비전을 틀어놓았다. 범죄 뉴스 채널로 고정된 텔레비전은 다양한 사건을 다루었다. 밥 맛이 떨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집중해서 텔레비전을 본다. 첫 번째로 하기와라 켄지가 죽었다. 사인은 폭사. 폭파범은 멈췄던 폭탄을 다시 가동시켰다. 폭탄 처리를 위해 들어갔던 하기와라는
“아무로 씨, 지금 실수하신 거예요?” 별일이네. 아즈사는 신기하다는 듯 깨진 접시를 쳐다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완벽한 남자, 아무로 토오루가 아닌가. 포아로 출근 첫날부터 매출 신기록을 세우던 그를 보며, 아즈사는 내심 NASA에서 보낸 휴머노이드 같은 게 아닐까 의심했다. “죄송해요, 아즈사 씨. 잠깐 딴생각을 좀….” 접시
그는 고백했다. 살인을 했다고 말하는 그 어조는 무척이나 차분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점심으로 찌개를 먹었다고 번역해 줘도 믿을 정도였다. “…차분하시네요.” “그런 편이죠.” 당신은 그를 바라본다. 담담히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그의 얼굴에선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인터뷰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저 끔찍한 살인마와의
나는 죽었다. 바닥에 떨어진 올마이트 피규어가 정확히 두 동강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차라리 내 것이었다면. 아니, 적어도 이 피규어만 아니면 됐다. 다른 건 나도 가지고 있으니 그걸 대신 주면 되니까. 물론 기분 나쁘다면서 폭파당하는 건 비슷하겠지만, AP 샷과 하우저 임펙트는 확실히 다르다. 이 처참한 몰골의 피규어는 다름 아닌 얼마 전
귓가를 가득 메우는 빗소리가 기어코 잠을 깨우고 말았다. 드물게 깨어난 그는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들어 올렸다. 다시 잠들고자 이리저리 뒤척여보지만, 어디 마음대로 될 리가. 결국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망할 비. 그가 커튼을 걷어낸 것은 순전히 습관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9시면 잠에 들어야 하고 등교 전에는 간단하게 조깅이라도 해야 하는,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