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증진교실

유언

상냥한 진

확인.

-Vodka-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도 말끔하게 끝났군. 다음 임무도 이렇게 깔끔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 증류주 녀석들 인상이 별로긴 해도, 돈은 잘 주니까. 짭짤한 부수입도 있고.

띵동-

초인종? 인터폰으로 내다본 현관에는 택배기사가 서 있었다. 내가 최근에 무슨 택배를 시켰더라. 아, 점프 한정 메가 아크릴 피규어! 몇 달 전 예약해 놓았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신나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젖힌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워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익숙한 거구의 남성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검은 정장 대신 택배기사 옷이라는 것 정도.

“조직에서 주는 돈이 부족한가 봐? 이렇게 투잡도 뛰는 걸 보면.”

“…형님이 전해달라더군.”

녀석은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전했다. 진보다는 사교성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알아차린 건가. 아니, 그럴 리가. 분명 흔적은 완벽하게 지웠다.

“따로 하신 말은 없고?”

“‘수고했다’고 하시더군.”

받아 든 택배는 묵직했다. 수고했다고 돈이나 더 준거면 좋겠네.

“그래, 감사하다고 전해줘.”

워커는 대답 대신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온 나는 집을 둘러보았다. 조만간 이사 가야겠네. 아니면 호텔에서 머무르는게 나을까.

진이 보낸 택배에는 술 두 병과 주스 한 병이 들어있었다. 진 베이스에 샤르트뢰즈와 마라스키노, 거기에 라임 주스 약간. 이 레시피는….

“…라스트 워드(Last Word).”

하, 마지막으로 쌍욕이라도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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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댓글 4


  • 생각하는 기니피그

    쯧쯧.. 점프 한정 메가 아크릴 피규어를 오프로 구매했어야지....

  • 추워하는 바다표범

    택배기사 옷 조금 웃기다

  • 전설의 날다람쥐

    워커아저씨가 투잡을뛴다니 생각보다 열심히살아서 놀랍다

  • 반짝이는 까마귀

    술이름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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