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진쉐리

몽중몽(夢中夢)

나는 꿈에서조차 당신을 생각해.

아마도 그건 악몽이겠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갈망한 적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며, 도수 없는 안경을 핑계 삼아 막연한 희망을 품던 적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그 단어들에 명료함이라고는 하나 없었는데도 쉐리는 그런 것들을 믿었다. 어린 마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런 희망이 아주 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붙잡히고, 악인은 어떻게든 처단하는 그런 밝고 멋진 세계. 어쨌든 그 역시 한때는 범죄자였고, 손끝은 검게 물들었으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넜다는 점에서 종종 그 자신이 그러한 규칙 속에 존재해도 되는지 의문을 품기야 했으나, 어쨌든 그는 그 안에서 제법 괜찮은 생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끝까지 모른 척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는 종종 진의 꿈을 꾼다. 진이 그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그가 진을 생각해서인지, 어쩌면 둘 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꿈을 꾸고 나면 가끔은 기묘한 만족감이 찾아오기도, 또 가끔은 익숙한 공포에 숨이 멎기도 했다. 꿈의 내용은 기억이 날 때도, 그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꼭 하나는 명료하다. 꼭 그에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려는 마냥 달에 한 번은 우리 꼭 얼굴을 마주했다. 당신도 내 꿈을 꿀까. 그 꿈에서 당신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 한때 그랬던 것처럼 건조하게 대할는지, 어쩌면 피부와 근육을 뚫고 흘러나온 피로 잔을 적실지도. 당신의 욕구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어서, 차라리 당신이 나를 죽이는 꿈을 꾸길 바랐다. 그는 언제나와 같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날도 꿈을 꾸었다. 그런 날이면 오히려 몸이 가볍다. 마치 치러야 할 의식을 치러낸 신도처럼. 아니면 앞으로 한동안은 의례가 찾아오지 않을 것을 알아 홀가분해진 주교처럼. 어찌 되었든 결국 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어떠한 종류의 종교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평화가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막연한 희망을 가졌던 날.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고, 그 아주 작은 수수께끼를 풀어 매듭을 하나 지우던 날. 아무렇지도 않던 날에 불현듯 끼어드는 것은 꿈의 편린이다. —쉐리. 문득 그 음성이 들린 것 같아 돌아보면 무구한 어린애의 낯이 비친다. 무슨 일 있냐는 말엔 아무것도 아니라며 웃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 일종의 망상일지도 모르지. 조직과 관련된 것이라면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 스스로의 신체 반응 정도야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러나 날이 거듭되고, 그래서는 안 되는 장소—욕실 따위—에서마저 진의 음성을 열세 번째로 찾았을 때.

 

그는 인정하기로 했다. 그는 진이 언제고 스스로를 찾아 주길 바라는지도 몰랐다. 앞으로는 괜찮을 거라는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그런 낙관을 잡아채려 노력해 본 적이 없어 종종 발을 헛디딜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쉐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을 삼킨다. 어떤 평화는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버림받은 유성만큼이나 잡을 수 없는 종류였다. 운이 좋아 손에 쥔다 해도 사람을 죽이는 중금속에 중독되어 명을 잃을. 아, 어쩌면 내게 가장 어울리는 건 당신의 곁일지도 모른다. 행복을 믿지 못하는 이의 종착은 결국 불행의 옆일지도 모르고. 당신의 옆은 언제나 붉었고, 그래서 따뜻했고, 그래서. 어쩌면 그래서 나는 기어이—

당신 없는 곳에서마저 당신을 찾았다.

 

 

 

 


 

 

 

 

진.

나는 깨어서도 당신의 꿈을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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