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d happily ever a

lived happily ever after 01

신시호 신란 란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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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정리되고 1년이 지났다.

3학년 새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검은조직과의 사건을 무사히 정리하고 신이치는 란이 있는 테이탄 고등학교에 돌아갈 수 있었다.

코난의 모습으로 란과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터라 코난의 흔적은 신이치가 직접 지울 수 밖에 없었다. 먼 해외로 이사갔다는 신이치의 설명과 브라운 박사님, 헤이지의 추임새로 란은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빠르게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새학기, 하이바라와 똑 닮은 애가 다른 반에 전학을 왔다.

많이 떨어져있는 반이라 원래라면 몇개월 뒤 지나가는 말로 알게 되었을 소식을, 란과 소노코는 신이치의 소개로, 그 아이가 전학올 반의 아이들보다도 먼저 알게 되었다.

이름은 미야노 시호. 하이바라 아이라는 코난의 친구와 꼭 닮은 시호라는 애는, 놀랍게도 그 애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했다.

벚꽃이 휘날리는 운동장 스탠드에서 신이치는 그 아이를 일하다가 만난 친구라고 소개했는데, 그렇다기엔 농담을 던지며 웃는 두 사람의 얼굴은,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함께 지닌 듯한, 그런 얼굴이었다고 란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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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와 함께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시호는 인기가, 엄청났다. 대놓고 많은게 아닌, 은근하게 많았다. 모두가 친해지고 싶어하고 복도를 걸어가면 여기저기서 이름이 불리는 그런 느낌의 인기가 아닌, 몰래 좋아하다가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하게 만드는, 수업시간에 창밖을 바라보는 옆모습을 몰래 훔쳐보게 되는 그런 조용한- 인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하고 무뚝뚝한 성격과 인형같은 얼굴이 뿜어내는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저기... 미야노, 좋아해!”

“아....“

새학기가 시작한지 한달이 넘어가는 동안, 고백만 8번을 받았다. 노력해서 고백하는 상대의 마음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일방적인 감정을 받기만 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상대를 멍하니 바라보며 시호는 한숨을 쉬었다. 기분 안 나쁘게 거절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시호는 머리카락을 쓸며 상대의 옆의 허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하... 그냥 막 대답할까... 싸가지 없다고 소문이 나면 뭐 어때. 어차피..‘

결국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입을 떼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야노-! 어, 여기있었냐”

종례가 늦는 신이치네 반이 고백을 받는 사이 다 끝난 모양이었다. 신이치의 목소리 뒤로 란과 소노코의 대화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미안. 고마워.”

시호는 신이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 숙인 상대에게 작게 대답하고 몸을 돌려 서둘러 걸어갔다. 별거 아닌 용건이었다는 듯이, 그렇게 신이치의 눈에 비치라는 듯, 빠른 걸음으로 상대에게서 멀어졌다.시호의 손은, 주먹을 세게 쥐고 있었다.

신이치에게 가까이 다가간 시호는 천천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 신이치는 어떤 얼굴일까. 다행히 시호의 얼굴은 완벽하게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천천히 마주한 신이치의 얼굴은 평소와 같았다. 그는 몇초간 말없이 시호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올렸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인기 대단한데-? 미라클 큐트 사이언티스트?”

시호의 미세하게 경직된 어깨와 얼굴 근육이 서서히 풀렸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맞는다.“

신이치의 익숙한 웃음을 뒤로, 시호의 꽉 쥔 주먹의 힘이 서서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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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 신이치의 입장에서는 시호가 걱정이 됐다.

시호가 전학 온 반은 신이치의 반과 5반 이상 차이가 났는데, 분명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다고 했던 터라 브라운 박사님한테 왜 반을 이런 식으로 정했냐, 고 따지니 ’시호가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이치는 몸이 커진 것 뿐 다른 사람이 된게 아니기에, 시호가 하이바라였을 때처럼 뭔가를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뭔가 안 좋은 걸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신이치는 한동안 티나지 않게 시호를 신경쓰고 있었다.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란과 소노코와 함께 연락을 하면 잘 만나주는지, 박사님 댁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시호는 모르게 전보다 더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달째,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시호는 고등학교 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었다. 란과 소노코가 만나자고 하면 내킬때는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담백하게 거절하는, ‘하이바라’ 였을 때와 다를게 없었다.

이젠 정말 걱정을 놓아도 괜찮을 듯 했다.

”신이치-! 빨리 안 오고 뭐해!“

저 멀리서 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란과 소노코, 미야노가 저 멀리 앞에서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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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진학을 위한 공부와 그 와중에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가는 여행들로 매 일정이 빡빡했다. 시험공부와 여러 과제 때문에 바빴다가도 바로 직후에 계획을 짜서 놀러가기도 했다. 우리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 떨어지고 바닥에서 벚꽃잎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매일 하교길에 산책을 했다. 여름에는 바다에 갔고 여름 축제에 갔다. 그때의 불꽃놀이는 베이커가에서 여름 축제를 열기 시작한 이래 제일 화려했다고 한다. 트로피컬 랜드도 갔는데, 그때는 날씨가 좀 풀리는 듯 하다가 도로 더워지는 바람에 고생했던 초가을이었다. 소노코의 능력으로 해외여행도 짧게 자주 갈 수 있었다. 당일치기로 해외에 놀러갔을 때는 모두가 소노코의 재력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특히 여자애들(미야노 빼고)이 엄청 들떠 있었지. 이렇게 말하니 매일 같이 놀기만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다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은 공부로 보냈다.

신이치는 원래 몸으로 돌아오고 나서 일을 한동안 쉬기로 결심했다. 기한은 ‘다시 일을 하고 싶어질 때까지’ 였다. 사실상 무기한인 것이었다. 본인의 기분에 달린.

그리고 그는, 란한테 미안했다. 1년이나 아무말도 없이 타지에 일하러 가 있었다는 것으로 되어있으니까. 게다가 그동안 코난의 모습으로 그동안 란이 힘들어 하는 것을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

신이치는 원래 몸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완전히 확정되자마자 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해외에서 하던 일이 다 정리돼서 이제 입국했다고. 앞으로 한동안 일은 받지 않을 거라고. 오늘, 만날 수 있냐고.

솔직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어느날 말 한마디 없이 눈 앞에서 사라지더니-심지어 데이트하고 난 다음날부터, 아니, 데이트 도중에 사라진 거였다- 1년이나 넘게 지나서 일이 다 끝났으니 만나자고 한다. 그냥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것 같다가도 만나자고 하면 그때마다 사라졌다. 피하는게 뻔히 보였다. 신이치 역시 그동안 란에게 했던 설명(변명)이 다 그녀를 완전히 설득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란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건 1년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정을 안다는 게 상처받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경솔함 때문에 란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 힘들게 했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기를 통해 자신의 말을 들은 란이 자신의 말 뜻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을 거라고 신이치는 생각했다. 그동안 그가 자신과 만나지 못하게 했던 사건이 끝났고, 이제는 완전히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라는 걸.

만날 수 있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신이치는 가만히 있었다. 란의 대답을 기다리며 애꿎은 전화기만 만지작 거렸다. 긴장으로 전화기가 자꾸 손에서 미끄러졌다.

수화기 너머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그리고 란이 말했다.

-집 앞으로와. 두 발로 직접. …기다릴게.

“바로 갈게.”

그 대답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신이치는 그대로 란의 집으로 달려갔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거리로 나왔을 때는 해가 다 지고 하늘이 남색빛이 되어있었다. 커진 시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어색한 느낌으로 인파 사이사이를 달렸다. 길거리에 노랗고 붉은 조명빛이 흔들리며 그를 지나쳤다. 그 모든 것이, 코난이었을 때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전부 다 낯설게 느껴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서 ‘모리 탐정사무소’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이치는 달리던 속도를 천천히 줄이며 멈췄다. 그리고 느리게 걸어갔다.

퇴근길이라 거리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완전히 가까이 가기 전까지 건물 아래 누가 서 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가쁘게 숨을 내쉬며 신이치는 탐정사무소 건물 아래로 천천히 걸어갔다.

거의 다섯 걸음 정도 남았을까, 건물 아래 핸드폰을 쥔 채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의 얼굴은 인파속에서 찾는 사람이 있는 듯한, 다급한 표정이었다. 멀리를 바라보던 그 사람이 신이치가 서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이치를 발견한 란은 눈이 커진 채 그대로 멈춰서서 그를 바라봤다. 전화를 끊고, 신이치가 달려오는 동안 계속 밖에 서 있던 건지 얼굴이 새빨갰다. 심지어 겉옷도 제대로 못 챙겨입고 나왔는지 집에서 입는 얇은 가디건 차림새였다.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신이치를 피해 걸어갔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신이치를 보고 란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본 신이치는 란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뛰어들었다, 가 더 어울릴 만큼 세게.

그리고 란은 펑펑 울었다. 신이치의 어깨를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뭐라고 말한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란을 품속에 넣을 기세로 끌어안던 신이치는 란의 우는 소리를 듣고는 소리내서 웃어버렸다. 그렇게 실없이 웃으며 한참을 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 이후로 둘은 눈꼴시림에 대명사가 되었다.

정말 본격적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고 해도, 친구였던 시간이 길고 이제와서 갑자기 알콩달콩만 하기에는 둘다 그걸 견딜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둘은 평소 부러 서로를 평범한 친구처럼 대하려고 했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나오는 어색함과 설렘이 남들 눈에는 염병하는 걸로 밖에 안보였다는 것이다.

그 짓을 1년 내내 했다. 공부만 있는 생활에 가끔 친구들과 모여 놀러다니는 것 + 단 둘이 만나는 것 + 공부조차 함께하는 1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해가 밝고, 대학시험도 무사히 끝내서 벌써 3학기와 졸업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여행얘기가 또 나왔다. 모두 대학도 무사히 합격했고, 곧 고등학교 졸업식인데 그 전에 마지막으로 다같이 졸업여행을 가야하는 거 아니냐,며. 특히 소노코와 란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카즈하와 헤이지도 불러서 같이 가야한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당연히 모두가 여행을 갈 거라는 전제로 여행 장소는 물론 머물곳과 그곳에서 다같이 맞춰 입을 파자마의 무늬는 어떤 거로 할 건지 까지 나오고 있었는데, 그때 미야노가 말했다.

“난 이번엔 패스.”

학교 책상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폰을 두드리며 이쪽은 보지도 않고 내뱉은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특히 란이 엄청 당황했다. 소노코와 인터넷을 뒤지다 말고 미야노쪽으로 몸을 숙이며 란이 말했다.

“왜..왜?! 왜 안 가는거야? 우리 이제 곧 졸업이고.. 그 전에 추억 쌓으러 여행가면 좋잖아… ”

“일정이 있어 미안해”

“무, 무슨 일정? 조금 미루면 안돼..?”

“미룰 수 없는 일정이야”

사실 친구가 결정을 망설이는 정도로 이렇게 까지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설득하면 되니까. 그런데도 란이 이렇게 까지 쩔쩔매는 이유는, 미야노는 전부터 한번 안 한다고 한 건 결정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말투에서 망설임이 없고, 완벽하게 거절의 의사가 있을때. 그땐 정말 어떤 설득에도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도 전에는 이렇게 다같이 가는 여행이면 거절한 적이 없었다. 거절하지 않은 것 뿐만 아닌 일정을 뒤로 미뤄서까지 같이 놀러갔다. 그런데 이번엔 왜.. 심지어 졸업여행인데!

그밖에도 여러 근거를 대며 설득해보려고 애쓰던 란은 미야노의 거절의사가 유달리 완고한 것을 보고 포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말로 안 갈거야…?”

“응. 미안해.”

살짝 웃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미야노를 보며 더는 밀어붙일 수 없던 란은 알겠다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이치는 서운해 하는 란의 얼굴에 미야노에게 살짝 삔또가 상했다. 도끼눈을 뜨고 폰을 보고있는 미야노를 쳐다보던 신이치는 슬쩍 말했다.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그렇게 거절할 필요는 없지 않냐. 같이 가서 나쁠 거 없잖아. 그 일정 좀 못 미루는거야?”

양손을 머리 위에 올린 채 의자에 앉아 미야노를 쳐다봤다. 신이치의 말을 들은 미야노는 폰을 보다 말고 눈을 슬쩍 올려 신이치와 눈을 마주봤다.

뚱하게 뜬 도끼눈을 무표정으로 빤히 바라보던 미야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시선을 폰으로 다시 옮겼다. 무시한 것이다.

‘이게…’

그리고 신이치는 제대로 삔또가 상했다.


-퇴고X

- 이 글 수정본. 내용 정리해서 위에 글로 연재할 예정

-불시에 수정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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