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울릴애가없다미안하다
하늘이 울었다.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펑펑. 그렇게 고심하고 고심해서 정한 날이었건만, 일기예보가 멋지게 빗나가는 바람에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옥상에 선 괴도 키드의 앞에는 언제나처럼 키드 킬러, 코난이 서 있었다. 평소였다면 멋들어진 흰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잔뜩 폼을 잡았겠지만, 지금은 비 맞은 처량한 고양이 신세다.
“어이, 키드. 이런 날까지 도둑질해야겠냐?”
“어쩌겠어. 이미 예고장은 보내버렸는데.”
지로 영감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올려버렸다고. 고작 날씨 탓에 일을 미루기엔 그간 괴도 키드의 명성이 발목을 잡는다.
괴도 키드는 품 안에서 보석을 꺼냈다. 이번에는 빅 쥬얼이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게도 구름이 달을 가린 탓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거… 오늘은 못 돌려주겠는걸?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은 키드는 입을 열었다.
“그런 김에 명탐정, 그냥 보내주면 안 될까?”
답변 대신 날아온 것은 축구공이었다. 망할 꼬맹이. 좀 보내주면 덧나나. 가볍게 축구공을 피한 키드는 총을 겨눴다. 발사된 카드가 달려오던 코난을 멈춘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우와 함께 번개가 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키드는 유명 기상캐스터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후 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듯 과장된 몸짓으로 모자를 잡고선 인사한다. 동시에 하늘이 번쩍였다.
“키드!”
“특별히 보여줄게, 명탐정. 이런 날에만 할 수 있는 최고의 마술을!”
콰과광-
뒤늦게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와 함께 키드는 건물 아래로 몸을 던졌다.
댓글 2
추워하는 바다표범
축구공 날렷는데 총 꺼내는 남자 무섭다
전설의 날다람쥐
맛탐정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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