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YOU?

진쉐리

by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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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 있을 수 있습니다! 장르! 조금만 압니다! 서사! 일부만 알고 있습니다! 가볍게 쓴 것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해도 가볍게 봐주세요!!

하이바라 아이는, 이제는 제법 어색해진 자신의 본명을 이유 없이 떠올렸다. ‘미아노 시호’. 그 이름이 제 것이 아니라 타자화된 이름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자신이 미야노 시호임을 부정함이 아니다. 제가 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니 부정할 수 없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되었음을 증명하는 몇 안 되는 남은 것이니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하이바라 아이’의 삶이 미야노 시호의 삶보다 확실하게 행복해서. 꿈꾸지 못했을 일상을 뒤집어쓸 수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이 가득 있어서 이 이름이 좋다. 미야노 시호가 가져야 했던 삶의 족적과 의무, 이제 걸음마다 끝에 달라붙는 불안감 정도가 아니라 꿈에서만 따라붙는 악몽 정도로 남은 ‘쉐리’의 길도 서서히 흐려지고 있기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검은 조직. 그것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완전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야노 시호의 삶은, 심지어 하이바라 아이가 태어난 배경은 그들과 떼어 놓으려야 떼어 놓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검은 조직에서 쉐리가 지은 죄악은 속죄하려 해도, 일부라고 해도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들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세력을 가진 데다가, 무엇보다-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가 잠시 스쳐 지나가자 하이바라 아이는 숨을 가다듬었다. 하여간, 파헤쳐보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가득하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쫓기는 사냥감의 감정이 차오른다. 느릿하게 심호흡하며 저를 달랜다. 지금은 대낮이었고, 하이바라가 잠시 필요에 따라 미야노 시호로 복귀했다 하여 그들이 당장 나타날 리는 없었다. 적어도 일을 무척 크게 키우는 것은 싫어하는 작자들이었으니. 금방 일을 해결하고 ‘돌아가면’ 될 일이다. 이제 하이바라에게는 돌아갈 일상도, 사람도, 시간도 충분하게 있으니 불필요하게 두려울 일은 없다. 겨우 자신을 진정시키며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눈에 담고, 눌러쓴 모자를 더욱 누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정말로 ‘평범하고 상식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러한 대처가 맞았다.

불행히도 하이바라 아이의 악몽은 ‘평범하고 상식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패착일 뿐.

 

“...!”

 

골목을 지나려 했을까,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빛도 들지 않는 구석에 불쑥 튀어나온 손이 하이바라의 입을 틀어막고 깊은 곳으로 끌고 갔다. 누구라도 입을 모아서 납치의 전문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실력으로, 깜빡할 새에 길을 거닐던 하이바라를 끌어들였다. 하이바라의 머리가 순간 멎었다. 도대체 누구인지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흐트러진 숨을 잡으려 노력하며 어두워진 시야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 노력을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빛이 망막에 비친다. 가려진 손의 크기가 어쩐지 익숙하다. 숨이 멎는다. 동공이 흔들린다. 서서히 파악하게 되는 존재의 정체는 하이바라가 가진 가장 오래된 악몽의 주연이며 존재 자체다.

떨림이 잦아들기는커녕 잊힌 감정마저 해묵은 침잠 사이 파헤쳐져 올라온다. 그 사이, 악몽은 자신의 목소리로 선명하게 하이바라에게 말을 건다.

 

“오랜만이야...쉐리.”

 

악몽의 목소리는 짙은 색, 낮은 음성, 차가운 온도, 질척이는 감각, 목을 조르는 위협, 묵직한 중압감.

 

“만나고 싶었다.”

 

그토록 끔찍하게 익숙한 목소리.

목을 조르는 것을 대신하여 입을 막는 손.

짐승보다 형형하게 바라보는 시선.

 

악몽이 기어코 현실로 구현되었다. 잊으려 했지만 잊지 못하는 것이, 죄악을 씻을 수 없다는 듯이, ‘미야노 시호’가 타자화될 수 없다는 듯이, 영영 도망칠 수 없다는 듯이 어떤 꿈보다 끔찍하게 현현했다.

추적하는 사냥감을 붙든 사냥꾼이 짙게 웃는다. 달빛을 닮은 머리카락보다 시리게.

 

“그래…. 도망치는 것은 즐거웠나, 쉐리. 부디 그랬길 바라. 너를 찾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었거든….”

“……!!”

“지금 말하는 게 굳이 네 의견을 듣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내 감상일 뿐이지. 조직도 버리고, 성과도 버리고, 꾸역꾸역 도망쳐서 버러지처럼 기어 나와선, 우리를 배신하고 선택한 삶이 고작, 소꿉놀이나 다름없는 어린애 역할이라니. 알고 나선 웃음이 멈추지 않더군.”

 

들켰다. 경고음이 쉐리의 뇌리를 채웠다. 언제, 어떻게? 너무 안일했던가? 평화에 젖고 일상이 즐거워 놓치고 말았나? 물리적인 것보다 심리적인 것이 크게 작용하여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눈에는 확연한 공포가 차오른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고 공포의 근원이 비리게 웃는 모습이 담긴다. 비치는 상에 만족감을 섞은 진이 속삭이듯이 말하며 손에 힘을 더 준다.

 

“네가 소꿉놀이를 하는 걸 당장은 망칠 생각은 없다. 네가 도주하고 퍽 찾기 힘들었거든...그러니 쉐리, 선택지를 주마. 언젠가 내가 너를 다시 찾아올 때, 바로 곁으로 돌아와. 내가 너를 죽이고자 할 때, 거부하지 말고 바로 와라. 지금 당장 너를 죽이는 건...어차피 네 평소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쓸모도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

“거부하면...어떻게 될지는 네가 가장 잘 알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네 언니, 미야노 아케미였나...그 여자 때문에 뛰쳐나간 네가 거부하지는 않겠지. 잊지마라, 쉐리. 네 언니를 죽인 건 나야. 다음은...네가 애지중지 아끼는 박사, 그 사람부터 시작해주마... ‘하이바라.’”

 

말을 마친 진이 쉐리의 입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계속 입이 트이는 순간 무어라 말하기를 바랐으나 진이 뱉은 속박을 전부 담은 순간 아무런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뱉을 수 있는 것은 눈에서 떨어지는 피 같은 눈물과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공포 섞인 비명이다.

 

“...어떻, 어떻게…. 어떻게…!”

“하.”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왜…. 왜, 그냥 지금 죽여버리지…! 지금, 나를 찾아냈으면…!”

“네 녀석은 그런 얼굴이 가장 잘 어울려.”

“…. 절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떻게, 박사님까지......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그래, 그럴 날이 참 기대되는군.”

 

통하지 않는 대화가 이어진다. 넋이 나간 것인지 공포에 잠식된 것인지 주어도 없고 목소리는 대상에 끝까지 닿지 못한다. 터져 나오는 숨 같은 소리는 비명을 닮았다가 절규에 가까워진다. 죽음을 입에 담는 애원에, 결코 다시는 벗어나지 못할 족쇄를 채운 남자가 여유롭게 웃으며 여자의 목을 조르듯 쥐더니 얼굴을 가까이한다.

 

“부디, 내가 너를 다시 찾는 날까지 무사하길 바라마.”

 

내 신뢰를 두 번 배신하지 마.

의식하지 않은 애정을 흉내 내, 악몽이 지장을 찍는다. 인간의 언어가 나오는 곳, 힘을 가진 곳, 숨을 쉬는 곳, 신뢰를 상징하는 곳에. 헛숨을 들이쉬는 입술을 삼켜 짧고도 짙은 입맞춤을 남긴다. 연결된 조직원이 가지는 오랜 신뢰의 표현. 그러나 받는 이는 목줄 잡힌 인질이며 내리는 이는 목줄을 쥔 악몽이다. 신뢰를 흉내 낸 족쇄가 하이바라의 시한부 선고를 내린다.

이제 ‘쉐리’로 밖에 남을 수 없는 이에게 비웃음 섞인 애도를 표하며, 진이 입술을 떼어내었다.

이것으로 완벽한, 하이바라의 죽음이 완성되었다.


앞서 말하였듯…이 연성? 글?은 찍먹만한 장르 외부인이 썼기에 캐붕이 있을 수 있음을 다시 알립니다…

그럼에도 즐겨주셨다면….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사랑하는 쭈인님(트친이라는 뜻)이 최근 정말 열심히 버닝하는 오티피라 쭈인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써봤네요. 계속 탐라에 들어와서 어느순간 제법 맛있게 먹는 저를 발견하고…한번쯤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쓰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제목의 ‘I LOVE YOU’는 통상적인 것의 그것이 아니라 ‘죽어도 좋아.’ 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어디선가 들어 쓴 표현입니다. 그러니 굳이 해석하자면 ‘죽어도 좋아?’쯤 되겠네요. 물론 글은 보는 사람의 자유가 있으니 그냥 통상적 의미로 해석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쓰고나니 씨피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이들의 코어가 이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강 쓰긴 했지만 사기당하셨을수도 있겠네요…어쩌겠나요 이미 사기당하신걸…가볍게 봐주십시오.

아무튼 후기는 이정도로 마치겠습니다.

진쉐리 파이팅.

+혹시 이 글을 읽고 좋은 느낌이 드셨다면…. ‘애니리나’ 라는 씨피에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주십시오…같은 코어를 향유하는 것은 아니지만…남녀씨피도 아니지만…제 인생씨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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