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너마왕(아카아무)] Everything that makes me whole
명탐정 코난 2차창작
이게 뭐지... 한... 아카아무 7차연성쯤 되는 이뭐고연성
Supercell의 My Dearest(https://www.youtube.com/watch?v=nIrYjzHAEp0)를 듣고 씀
[마왕거너] Everything that makes me whole
사람이 아닌 것들은 죽을 때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고 있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 죽는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 모두 다 알 수 있다는 거. 어린 너는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단다, 죽은 다음에도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거냐고. 그 미소에 대고 차마 대부분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나는 경험해 보지 못해서 진짜인지는 모르겠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지. 사실은, 마지막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되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질 거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 말이야. 진짜 사실은,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무언가가 될 만한 죽음을 보지 못했는데도 말이야.
네 키가 쑥쑥 자랄 무렵 오랫동안 성을 관리해 준 집사가 죽었지. 마지막 순간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건 내 실수였어. 네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달려와 어째서 집사가 사라져야 하는 거냐고, 왜 다른 걸로 될 수 있지 않는 거냐고 물었을 때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지. 네게 줄곧 친절했던 집사는 사실 내내 너를 먹고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너는 그때부터 사람 아닌 것들의 죽음을 연구하기 시작했지. 나는 크게 후회했어. 이야기 해주지 말걸, 그냥 우리들은 그런 운명이라고 말해줄걸, 사람 아닌 것도 죽은 다음에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건 그저 우리들 역사에 내려오는 설화 같은 거라고 이야기 해줄걸. 너는 어릴 때부터 초연한 척 고집이 세서 마음먹은 건 해보아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는데.
사람 아닌 것들이 다시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연구의 목표가 나라는 걸 알았을 때는 얼마나 기쁘고 또 슬펐는지. 나도 예외가 아냐, 소멸 앞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해. 아무리 힘이 강해도,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세워도, 아무리 동족의 번영을 이끌어도 그 끝은 모두가 같지.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인간의 몇십 배를 사는데 그 이후에도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는 건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네가 나를 위해서 애쓴다는 걸 알았을 때는……. 뭐라 말하기가 힘드네. 하하…….
넌 그저 재미로 주워 온 새끼 인간이었을 뿐이야. 난 사고 현장을 너무 늦게 봐서 네 가족의 시신이 싸늘하게 식은 걸 아까워하면서 너라도 먹으려 했던 마족이고.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그런 건 하나도 모르면서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아남을 게 분명한 나를 걱정하는 게 나는 너무,
그래서 나는 네 손등에 신의 문장이 떴을 때 침착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그건 문장으로 하는 명령이지. 마왕을 죽여라, 그러지 못하면 너는 신의 손에 죽을 것이다, 라는 협박 섞인 명령. 예전이라면 그들은 깨끗한 척하지만 우리보다 잔인하다고 욕을 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어. 문양을 본 순간 내 오만함의 대가가 이렇게 돌아왔다는 걸 알았거든.
가는 길에 어느 마족에게서도 습격받지 못하도록 네 손등에 꼼꼼하게 칠을 하고, 인간이니 죽어도 다시 뭔가가 될 수 있다며 자길 죽이라고 떼를 쓰는 너를 억지로 재우고,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기억을 지우고, 내게 상냥한 너와의 마지막 순간을 나 혼자 보낼 때부터 나는 줄곧 이 순간을 기다려 왔어. 고작 십 년 안팎의 시간이 천 년처럼 느껴지더라. 그만큼 나는 너를 기다렸어. 총을 잡았다는 네 소식을 들으면서 내 침실의 창문을 돌로 막고 네가 올 수 있도록 세상을 적당히 어지럽히면서 이날을 고대했지. 그야 어떻게 컸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마지막 날에 난 네 자는 모습밖에 보지 못했거든.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너의 녹색 눈동자를 보지 못하고 내보냈으니까.
마왕성에는 생각보다 마족이 별로 없었지? 이래 봬도 마왕이야, 내 백성을 지키는 건 의무잖아. 내 수명을 내가 결정했다고 해서 백성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지. 물론 그것뿐이냐고 묻는다면 아니, 그저 너와 단둘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대답해 주겠지만, 너는 그런 질문을 해주지 않겠지.
일부러 네 동료를 흩뜨려 놓았어. 홀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는 참 멋있게 컸더라. 싸울 거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진심으로 싸울 줄은 몰랐는데 넌 날 최선을 다하게 했어. 정말로 내가 질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즐거워서 하마터면 목적을 잊어버릴 뻔했지.
네가 내 이마에 총구를 들이댈 때 모진 말을 해서 미안해. 의심하게 만들면 안 되니 어쩔 수 없어. 그래도 내 표정만은 거짓이 아니니까 용서해 주지 않을래? 비록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재가 되어 사라지고 용서해 줄 무엇도 남지 않겠지만.
아아, 이렇게 웃어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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