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증진교실

사인

누군가는 죽어야하는 글

나는 죽었다.

바닥에 떨어진 올마이트 피규어가 정확히 두 동강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차라리 내 것이었다면. 아니, 적어도 이 피규어만 아니면 됐다. 다른 건 나도 가지고 있으니 그걸 대신 주면 되니까. 물론 기분 나쁘다면서 폭파당하는 건 비슷하겠지만, AP 샷과 하우저 임펙트는 확실히 다르다.

이 처참한 몰골의 피규어는 다름 아닌 얼마 전, 캇쨩이 자랑스레 꺼내놓은 피규어였다. 올마이트가 미국에서 돌아와 평화의 상징으로서 한창 주가를 달리던, 아마 시기상으로 올 포 원과 격전을 벌였던 시기에 나온 잡지 응모 한정판 피규어. 이후 여러 사건을 거치며 반쯤 아작난 일본에서 ‘한정판’이라는 이름이 갖는 파급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안달 난 상황에 캇쨩이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런 피규어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분명 자랑하려고 캇쨩이 여기다 둔 거겠지. 그렇다고 해도 너무 조심성 없는 거 아니야? 무려 올마이트 본인조차 자기보다 더 올마이트같다고 말할 만큼의 하이퍼 리얼 퀄리티 한정판 올마이트 피규어라고! 만금을 주고도 없어서 못 구한다는 그런…!

아, 흥분했다. 진정해, 미도리야 이즈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이야. 혹시 캇쨩이 이해하며 넘어가 주…진 않겠지. 아무리 캇쨩이 몰이해를 삼켰다곤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몰이해할 것 같아.

다시금 생각이 에베레스트산에 등반하려 할 때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멍청하게 거기 서서 뭐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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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댓글 2


  • 사려깊은 기린

    이거 공포물 맞죠

  • 전설의 날다람쥐

    다음내용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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