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이제보니까 두 번 죽였네 미안하다
그는 고백했다. 살인을 했다고 말하는 그 어조는 무척이나 차분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점심으로 찌개를 먹었다고 번역해 줘도 믿을 정도였다.
“…차분하시네요.”
“그런 편이죠.”
당신은 그를 바라본다. 담담히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그의 얼굴에선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인터뷰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저 끔찍한 살인마와의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한 장의 사진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곱슬곱슬한 녹발을 가진 선한 인상의 중학생. 양 뺨에 주근깨를 가진 소년은 범인의 마지막 피해자였다.
“당신이 이 소년을 죽였죠?”
“네.”
“고문까지 했고요.”
“그렇죠.”
“후회하나요?”
문답을 이어가던 중 처음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잠시 멈칫한 그는 입술을 달싹였다.
피해자들은 모두 무개성이었다. 범인은 개성을 이용해 도주하면서도, 진화가 덜 된 무개성자들은 세상에 필요 없다며 자신의 사상이 담긴 메시지를 계속해서 언론에 보냈다. 히어로와 경찰들을 비웃는 그 행태에 사람들은 비난하면서도 동조했다. 개성 종말론이니 어쩌니 떠들어대던 매스컴도 그를 따라 개성우월주의에 주목했다. 그러던 중 그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다섯번째 피해자였던 소년이 죽은 다음 날, 그는 스스로 신고했다. 범인의 자백을 따라 찾아간 곳에는 소년의 시체가 있었다. 이전까지의 피해자와는 달리 얼굴이 짓이겨진 그것을 알아볼 수 있던 것은, 옆에 곱게 개어진 가쿠란과 학생증 덕분이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이상한 놈이었어요.”
이상한 대답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
그의 다섯번째 범죄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납치 이후 바로 죽음으로 이어졌으나 소년에게서만 유일하게 고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약 나흘 정도 살아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년은 타박상과 신체 절단 등의 다양한 흔적이 보였다. 이후 소년이 과다출혈로 사망하자 범인은 분노에 휩싸여 얼굴을 짓이겨놨다고 진술했다. 확실한 것은 그가 소년에게서 어떤 답을 구했고, 그 답은 고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소년은, 어떤 존재였던걸까.
댓글 5
- 고정 댓글
생각하는 기니피그
살인을 했노
반짝이는 까마귀
오 ㅋㅋㅋㅋㅋ 월드 히어로즈은 개성타파엿는데 무개성타파라니 신선하도다
전설의 날다람쥐
점심으로 찌개를 먹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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