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올마아이] 결혼고백서

기록 : by 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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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2022년 7월 2일 토요일 디페스타에 발간한 나의 히어로아카데미아

올마이트(야기 토시노리) X 이레이저 헤드(아이자와 쇼타) 회지의

유료 발행 포스트로 12월 18일 0시에 유료로 전환됩니다.

모브아이와 올마모브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캐해석이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열람해주시길 바랍니다. 

"올마이트 결혼한대!"

 

누군가가 외친 그 한마디는 잔잔하고 무료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겨울 특유의 건조한 공기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교실이 순식간에 소란에 휩싸여 시끄러워졌다. 정말이냐, 진짜냐, 상대가 누구냐.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며 발화점이 된 학생의 자리로 몰려드는 녀석들의 목소리에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가려졌다. 모두 머리를 옹기종기 맞대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작은 액정 속 올마이트와 한 여성의 파파라치 사진을 들여다보기 바빠 담임선생님인 아이자와 쇼타가 교실 문 앞에 도착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

 

모두 자리에 앉아라, 라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아수라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아이자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입술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라 표현한다면 너무 진부한가? 하지만 실로 그랬다. 그것도 모자라서 손끝까지 저렸다. 언제나 칭칭 휘감고 다니는 포박포 안쪽, 목에 걸린 반지가 오늘따라 시리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까?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건만, 아이자와는 벌써 사무치는 한기에 몸을 작게 떨었다.


올마이트.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평화의 상징. 일본 히어로 빌보드 차트 부동의 1위이자 히어로의 본고장인 미국에도 명성을 떨친 영웅 중의 영웅.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그의 손길을 거치면 유행이 되었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의 주목이 뒤따랐다.

그렇게 엄청난 사람이 별 볼 일 없는, 그저 언더히어로일 뿐인 아이자와 쇼타와 어울리지 않다는 사실 정도는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2년 동안 교제 중이던 연인 야기 토시노리가 사실 사생활 매니저 따위가 아닌 올마이트 본인임을 알게 되었을 당시에 아이자와는 어찌하려 했던가.

 

‘헤어지자.’

 

깔끔하게 이별을 고하려고 했다. 아이자와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요란하게 울린 긴급출동 사이렌과 동시에 180도로 달라지던 야기 토시노리의 모습이 현장에 도착해서 대형 사건을 모두 마무리할 때까지도 생생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빛에는 그림자가 따라오기 마련이라지만 아이자와는 그 역할을 자처하고 싶지 않았다. 올마이트는 아이자와의 연인이기 이전에 동경하던 히어로였다. 저렇게 찬란히 빛나는 사람에게 인지도도 없고 성격은 괴짜에다가 동성인 연인이라니. 어떻게 생각해봐도 아이자와는 그의 그림자만 짙어지게 할 존재였다. 언론의 주목도 질색이었으니 이별의 썩 합리적인 이유가 되어주었다.

 

“자네를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

  

야기… 아니, 올마이트가 아이자와의 아파트로 함께 귀가하던 길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운을 떼기 전까지는 그랬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체형에서 깡마른 트루 폼으로 돌아온 그는 아이자와보다 한참 연상인 주제에 혼나기 직전 어린아이처럼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압니다.”

 

이 사람이 방금까지만 해도 빌런들을 거뜬히 제압하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고 누가 믿어줄까. 화풍이 바뀌듯이 온몸의 근육이 솟아오르고 덩치도 평소의 몇 배나 커지는 광경은 변신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이자와는 왜 그가 그동안 꼭꼭 숨겨왔나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외관이 급변할 정도로 옆구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어도 그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존재 자체가 빌런의 억압력이었고 출동한 현장도 올마이트의 덕분에 빠른 수습이 가능했다. 그러니 이런 나약한 모습이 대중에게 공개되면 분명 큰 혼란이 따를 게 분명했다. 아직 사람들에게는 쓰러지지 않는 완전무결한 평화의 상징이 필요했다.

 

“아니, 내가 걱정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올마이트가 다급히 아이자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병색이 짙은 눈 그늘에 파란 눈동자가 절박하게 빛나 꽤 필사적으로 보였다고 아이자와는 기억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왜 그가 그런 얼굴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올마이트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큰데 그가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아이자와를 만날 필요가 있을까? 만인에게 큰 사랑을 받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 매달린단 말인가.

 

“……안심하세요.”

 

그렇기에 아이자와는 착각했다.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런 나라도 올마이트의 연인으로 남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그리고 착각의 대가는 너무나도 무겁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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