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밤사이에 우린

241122

by 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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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는 오늘도 어김없이 불침번을 서고 있다. 입김이 푸른 균열을 만들며 뻗어나갔지만, 햇볕이 상냥해서 다행이었다. 주유소 주변을 빙 돌면서 무언가 달라진 것은 없는지, 그것의 흔적은 없는지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다행히 별다른 점은 찾지 못해 다시 주유소 건물 앞으로 가던 차였다. 잎사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델바이스는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민첩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곳으로 가 살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냥 기우였다고 하기엔, 예감이 좋지 않았다. 감각이라는 것은 서늘하기 마련이기에 에델바이스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주유소 건물로 돌아가려던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뭘 굼뜨고 있어?”

“아, 비올라… 무슨 소리가 들려서요.”

“바람 소리 아냐?”

비올라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나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에델바이스는 이 상황이 석연찮았다. 비올라는 그런 에델바이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어깨동무를 걸어왔다.

“혹시나 나타나면 내가 저번처럼 확 처리해 버릴게.”

“그때는……”

“너 어제도 그렇고 너무 안 자던데. 조금 자는 게 어떻냐?”

“그, 그럴게요.”

에델바이스는 계속해서 소리가 난 곳을 주시하며 건물 안으로 비올라와 함께 들어갔다. 정말 기우였을까? 에델바이스는 자신의 감을 믿는 만큼 불안해졌다. 그리고 비올라를 혼자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비올라… 정말 착각이었나 봐요… 제가 밖을 다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그냥 안에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에델바이스는 안절부절못하며 말했고, 비올라는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

“…네?”

“알겠어. 그럴게. 뭘 들은 건지 몰라도 네가 그렇게 불안해하니까.”

“네…. 그럼 제 옆에 있어야 돼요, 비올라.”

그렇게 에델바이스는 바닥에 몸을 뉘었다. 비올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에델바이스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턱을 괴고 에델바이스를 내려다보았다. 에델바이스는 뭐가 불안한지 여전히 눈을 감지 않고 비올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 감아.”

“네, 네…”

에델바이스는 그제야 시선을 내리깔고 눈꺼풀을 덮었다. 그렇게 얼마간 지났을까. 바람이 창을 뒤흔드는 소리에 에델바이스는 눈을 떴다. 창밖으로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에델바이스는 벌떡 일어나서 비올라가 앉아 있었던 곳을 보았다. 비올라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에델바이스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비올라!”

비올라는 다행히 주유소 기계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비올라가 그 부름에 응답하는 순간 기계에 가려져 있던 그것이 튀어나왔다. 비올라는 저항도 할 틈 없이 그것과 휩쓸려서 함께 바닥을 나뒹굴게 되었다. 에델바이스가 단도를 들고 크게 휘둘렀고, 단도는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그것의 어깨에 꽂혔다.

그것은 울부짖는 소리도 없이 붉은 혈액을 내뿜었다. 끈적한 혈액이 에델바이스와 비올라를 훑고 지나갔다. 불쾌할 틈도 없었다. 그것이 에델바이스에게 달려들었다. 에델바이스는 어깨에 꽂힌 단도를 회수하려 팔을 뻗었다. 그것이 에델바이스의 왼손을 붙잡고 줄기를 휘감았다.

텅, 금속에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비올라가 뒤에서 그것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날렸다. 정말 말 그대로 머리가 뽑혀 날아갔다. 진한 피 냄새를 뒤로 에델바이스는 그것의 어깨에 꽂힌 단도를 뽑아 자신의 왼팔을 휘감은 줄기를 쳐냈다. 그 과정에서 조금 베였을지도 모르겠다.

잠시간 두 사람분의 호흡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주유소 건물의 유리창을 할퀴는 돌풍 소리. 에델바이스는 손에서 칼을 놓쳤다. 금속이 매서운 소리를 내며 시멘트 바닥에 뒹굴었다. 에델바이스는 장갑을 벗어 확인했다. 에델바이스의 왼손을 숙주 삼아 푸른 줄기가 뻗어가고 있었다. 둘은 그것을 보고 얼어붙었다.

에델바이스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비올라는 그의 멱살을 잡고 끌어 주유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비이성적으로 숨이 날뛰었다. 심장이 흉곽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그들은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한참이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에델바이스는 자신의 왼손으로부터 짙푸르게 뻗어나가는 줄기를 바라보았다.

“비올라… 제가 떠날게요. 이렇게 되었으니…… 언젠가 이렇게 된다면 저는 당신 곁을…”

“헛소리하지 마! …생각 좀 하게 조용히 해봐.”

“…제가 떠나야만 해요, 비올라.”

“아니, 일단 내 옆에 있어. 이때까지 봐오기로는 길어도 10분 이내에 완전히 식물로 변했거든? 그러니까 10분만… 10분만 가만히 있어봐.”

비올라는 카운터 위에 세워져 있던 탁상시계를 들고 와 둘 사이에 놓았다. 시침은 기척도 없이 잘도 움직였다. 에델바이스도 그의 말에 일단은 가만히 기다려보기로 마음먹은 것인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델바이스는 변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기나긴 고요를 먼저 벗어난 것은 에델바이스였다. 비올라는 에델바이스가 도망치려는 줄 알고 뒤늦게 따라 일어섰다. 그러나 에델바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이 아니라 카운터 뒤로 향했다. 에델바이스가 들고 온 것은 손도끼였다.

“비올라… 제 왼팔을…”

“제발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비올라의 고함에 에델바이스의 부산스러움 또한 멎었다. 어수선한 소리를 가르고 비올라의 한숨이 들렸다.

“난 못 해. 그런 거….”

“저는 만에 하나… 당신이 위험에 처할 요소를 제거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아니! 그건 내가 결정해! 그때 가서 내가 네 팔을 자르든 말든 할 테니까. 지금은 그냥 얌전히 내 옆에 있어. 그거면 돼.”

“…….”

“그러니까 그거 두고 내 옆에 와. 여기서 떠나자, 일단.”

“…….”

“와, 얼른.”

에델바이스는 바닥에 손도끼를 내려두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비올라의 곁으로 향했다. 비올라는 에델바이스의 뻣뻣해진 왼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241122 에델바이스 감염 1일째

………………

정말 내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최악이야

그래도 다행인 걸까…

아직은 혼자가 아니니까

또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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