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페달

토도오카

나데시코 아버지 사망if (1편)

뜨거운 햊볕이 내리쬐던 날, 인터하이 셋째 날 경기가 끝나며 왕자 하코네 학원은 패배를 맛보았다. 어두운 분위기, 사이클부의 매니저인 나데시코는 여전히 자전거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대회의 중요함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물론 패배의 쓴맛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여겼을 그 시각, 나데시코의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크, 이런 분위기에 전화라니.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확인한 발신자는 아버지의 비서였다. ...비서? 갑자기 비서가 왜 나데시코에게 전화를 걸다니, 이런 일은 지금껏 없었기에 불안한 마음이 먼저였다. 죄송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다 나오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음같이 멈춰서길 잠시, 심호흡을 하고서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뭐, 큰 일은 아니겠지. 그런 가벼운 마음을 앞세워 받은 전화였지만 들려온 이야기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것이었다. 쓰러져? 아버지가? 건강한게 자랑인 사람이지 않았던가.

"요즘 일이 많아 피로가 쌓이신 거려나요? 경기가 끝났으니 업무적으로 급한 게 있다면 바로..."

간단한 것 정도는 비상시엔 나도 가능하게 배워두었고 아니더라도 내가 할 일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테니까 그럴 생각으로 꺼낸 말이었으나 내 말을 끊고 비서가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주치의께서... 오늘이 고비라, 말씀하였습니다"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당장 이틀전 출발할때만하여도 건강하였지 않았는가. 따지듯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따진다하여 변할일은 없겠지. 결국 별다른 말도 못하고 끊어진 통화의 뒤로는 여러 걱정거리가 몰려왔다. 후계는 나 뿐, 그런데 아직 고등학교 1학년에 불가하였다. 과연 이런 나를 지지하여줄 사람들이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몇가지 없는데, 성인이 되고나서 배우기로 하였었지 않았는가. 복잡한 심정을 뒤로하고 고개를 들자 내 곁에는 어느새 진이 다가와 있었다. 무슨일이냐며, 집안에 무슨일이 있냐며 걱정해주는 나의 사랑. 그래, 토도암의 후계자. 아니 였었던 진파치가 내 곁엔 있다. 당장 내가 못하더라도 도움받을 곳이 바로 근처에 있지 않은가. 나는 곧바로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 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이야기를 들은 진은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해주겠다 말하였다. 그래, 진이 있다면... 아직 어린 나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용기가 생겼다. 누가 뭐라하여도 후계자는 나니깐. 일단 매니저로서 정리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위해 막사로 돌아가 짐을 챙기던 도중이었다. 당장이 고비라는 것은 아니었으니, 일을 끝내고 가도 늦지 않을거니까. 인터하이가 끝난 이후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슬슬 짐 정리가 다 되어갈때쯤, 또다시 전화음이 들려왔다. 설마 벌써 상태가 좋지 않아진 걸까? 다급한 마음에 빠르게 확인한 상대는 변호사였다. 아직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왜지? 의문은 남아있었지만 전화를 무시할 수 없어 남은 일들을 부탁하고 다시 나와 전화를 받았다. 무슫일인가요? 공손하게 묻자 돌아오는 답변은 아버지의 유서를 읽어보았다 라는 말이었다. 유서라니? 아버지는 몸이 아픈 것을 알고 있던 것인가? 아니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유서라니,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이야기인가. 더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변호사의 말을 딱 끊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그 이야기는 지금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아직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지 않았는데 유언장이라니, 살아계시는 분을 멋대로. 죽이시겠다는 건가요? 멀쩡하시던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않아누워계신데 저는 알지도 못하였던 유언장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시면 조금 의심되는 상황 아닐까요?"

조금 띠겁게 말한걸까. 그렇다하여도 기분좋게 대처할 주제가 아니었으니 짧게 숨을 내쉬고 변호사의 말을 기다렸다.

"의심이라뇨, 지금 전속 변호사인 절 의심하시는 것인가요 아가씨. 저는 단지 아직 아가씨께서 어리신데 회장님께서 돌아가시면 나가오 호텔의 미래가 걱정되어 유언장이 발견되었단 소식에 염려 차 확인해 보았답니다. 허나..."

이야기를 요약하여 보자면, 후계는 나로 지목되어있으나 혹여나 지금 당장 아버지가 돌아가면 회장자리를 이을 수 없는 상황이니 대표이사 ㅇㅇ을 내가 호텔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 여겨질때까지 회장으로 두자... 이 이야기인 것 아닌가. 틀린말은 아니지만, 자격이라니 웃긴 이야기지 않나

"허, 참. 고용된 변호사 주제에 주제넘는 단 생각은 안 하시나요? 듣자 하니 사람 말이 맞는지 모르겠네. 나가오 호텔 회장의 딸은 나잖아. 그리고 자식은 나뿐이고. 유일한 후계자인 내가 아니면 누구에게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지? 물론 실력이 되는 자가 회장의 자리에 앉는 게 맞는다는 건 인정하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실력이 없을까? 물론 어린 나이이니 경험과 노하우가 이사님들보다 좋을수는 없겠지. 톡 까놓고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단지 내가 여성이기에, 어리기 때문에 넘겨주기 싫은거라고. 당신이 말하는 자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알고싶지도 않지만 내 자격을 논할 자격이 자네에겐 없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 다른 이사들도 물론이고. 그리고 당신은 고용된 변호사니 충고하여 주지. 아직 살아있는 이의 유언장을 가지고, 유언장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혹여나 이번 이야기를 갑질로 느끼지 않아주었으면하네요. 일단 의견은 잘 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게 될 경우 제가 회장이 될 수 없다는 점, 이해합니다. 그러니 제가 제안하도록 하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라는 조건으로 ㅇㅇㅇ이사에게 호텔을 맡기겠어요. 잘 하는지는 제가 종종 지켜볼 것이고요. 졸업 이후라는 조건으로도 절 믿을 수 없다면 제겐 토도암의 후계자였던 토도 진파치와의 연으로, 미래에 그가 제 남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말씀드릴게요. 대답은 지금은 듣지 않을게요. 아버지가 오늘 고비를 넘기실 수 있으니 더 이상 죽은 자 취급은 하고 싶지 않거든요. 더 하실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이 이야기를 회피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부탁드릴게요. 제 말 이해하였다고 믿겠습니다"

나는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냈다. 그리고 뒤돌자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진이 그곳에 있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냐는 질문에 글쎄,라고 답한 진은 자신과 결혼하고 싶냐며 날 놀려오기 시작했다. 바보 같긴! 그냥 한 말이잖아! 라며 결국 자리를 피했지만 그 잠깐으로 우린 우리의 미래에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두 사람 다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타고, 하코네 학원에 도착한 나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병원으로 향하였다. 함께 가겠다 한 진은 오늘은 가족끼리 있겠다며 거부하였다. 며칠전만 하여도 건강하였던 것 같은데 허약하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앞으론 어떻게 되는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오늘 변호사와 전화로 나눈 이야기를 대해 병실에 있던 어머니에게 전하자 어머니는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병실을 나서 전화를 집어들었다. 이제 나머지는 정리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내가 성인이 되고, 대학 졸업한 이후까지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것을 바라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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