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은 작별 인사

금마리/산나비 모든 엔딩 스포일러

. by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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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2가지 엔딩 모두 확인하신 다음 열람해주세요.

-퇴고 안함. 비문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언젠가 수정할 수 있음


“계속 여기 계시면 위험함다. 얼른 따라오십쇼.”

송 소령은 양손을 훌훌 털어내며 말했다. 마치 아까 화가 나서 따귀를 쳤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화를 내거나 잔소리할 시간도 없이, 일각을 다투고 있어서일까, 감정은 뒤로 미뤄둔 듯했다. 상대는 기계 팔이 아닌 손을 척, 하고 내밀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어 에스코트를 거절했다. 아직, 아직이다. 그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산나비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그는 워커에게 남은 암시가 어디까지 작동할지 지켜봐야 했다.

“잠시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 아가씨, 머뭇거리다간 큰일 남다. 제발 부탁인데 뭘 하든 일단 가서 하심 안되겠슴까?”

“잠깐이면 돼요….”

옆에서 송 소령이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그 애처로운 시선을 무시하고 가상 프로그래밍 화면을 켰다. 몇 번 명령어를 입력하며 조작하자, 전자적으로 스캔 된 마고 본사의 지도가 떠올랐다. 워커의 위치는 아직 지하 발전소의 입구로 찍혀 있었다. 그것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 ‘복수’라는 이름의 설정된 목적을 이행할까, 아니면 복수를 포기할까. ‘워커’도 고민하는 듯이,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어쩌면 아까의 일로 동작 기능이 일부 망가져서 조금 버벅거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송 소령이 그의 화면을 기웃거리다가 뭔가를 읽어냈는지, 얼굴을 그대로 들이댔다.

“뭐 하고 계시는 검까? 이 건물 지도는 왜 띄워 두신 거고요.”

“…여기서 할 게 있어서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빠르게 화면에 보이는 정보량을 조절했다. 산나비 프로젝트를 군에 들켜서 좋을 게 없었으니까. 송 소령이 눈감아준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는 것 자체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정보였다. 곧, 화면에는 워커-17287이라 표시된 점과 발전소 노심 과부화율 지표만 남았다.

“대령님, 예, 아가씨 찾았슴다. 곧 모시고 감다. 예. 저를 뭐로 보시는 검까? 금방 합류할 테니 수송기 하나 준비해 주십쇼.”

무전 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린다. 금마리는 곧 갈 시간이 되어감에도, 계속해서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선이 영원히 그 자리에 못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점이 움직였다. 그는 눈을 돌려 그것이 향하는 쪽을 확인했다.

…지하 발전소다.

지표로 눈을 돌린다. 노심 과부화율은 수직으로 상승하다… 잠시 뒤, 멈췄다. 금마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덜 마른 핏물이 옷에 들러붙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대령님? 네? 예, 저 여전히 본사에 있슴다. 아가씨 모시려 대기 중인데……. 예? 발전소 노심 온도가 정상 범위로? 설마, 아가씨가…. 아가씨?”

무전은 아득하게 들린다. 언니의 말도, 마찬가지로 멀다. 눈앞이 흐려진다. 긴장을 놓아서일까? 아니면… 눈물인가? 밤을 거의 새서, 피로가 쌓여서 그럴지도 몰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허탈할 리가 없잖아.

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노력했던 걸까?

내 10년은 과연 무엇을 위해 바쳐왔던 걸까?

결국 이건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난 뭘 기대했던 걸까?

마고 그룹은 훌륭하게 산나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에 결국 목표를 완수했지 않은가. 흠잡을 데 없는 결과였다. 

“하…, 하하…! 그래요…. 그거면 됐지. 당신은 모조품이야. 가짜였어.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으면….”

“…….”

“아빠….”

처음부터, 돌이킬 기회 같은 건 없었다. 그가 겪어왔던 많은 죽음이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송 소령이 억지로 그를 잡아 일으켰다. 그는 멍하게 허공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모든 게 끝났다는 실감은 무력감으로 가장 먼저 찾아왔다.

“마리야.”

“…대령 삼촌 왔어요?”

“그래. 헬기 준비됐대. 이만 가자.”

“네. 그럴게요. 죄송해요, 언니.”

여자는 자기 어깨에 그의 팔을 걸치도록 했다. 체격 차가 꽤 나서, 의지하는 모양새보다는 매달려 끌려가는 것에 가까웠지만… 아무도 그것에 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본사 건물을 떠나며,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소형 해킹툴을 조작했다. 은폐한 채 뒤를 따르던 드론을 지하로 내려보내고, 작동을 중단한 워커의 곁에 머무르도록 지시한다. 워커에 깔린 산나비 프로젝트의 사본도 흔적도 없이 삭제한다. 워커의 자폭 기능을 실행시킨다. 마고 그룹의 대역죄 증거 인멸을 돕는 꼴이었지만, 그건 이제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눈물은 끝없이 흘렀다. 그는 품에 넣었던 하모니카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렸다. 하모니카가 잔해에 처박히면서 형편없는 소리가 울렸다.

안녕, 아빠의 모조품.

안녕, 머핀의 대체품.

안녕…. 내 산나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드엔딩에서 마리 이야기는 안나와서..개인적인 궁금함을 담았습니다. 마리가 죽는 쪽도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을 것 같고....과거의 모든 것을 잃은 채로 무미건조하게 지옥을 견뎌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목을 마지막 문장으로 할까도 싶었는데 스포일러일 것 같아 다른 제목을 붙였네요. 이 제목은 스팀 도전과제를 떠올리며 지었답니다.

마지막 문장도 좀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엄마의 산나비/내 산나비/나의 산나비 중에서 고민했답니다.

언젠가 진엔딩 버전도 써오지 않을까 싶은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네요. 일단 계획은 있음!

(포타에 올렸던 거 재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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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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