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금마리/산나비 진엔딩 스포일러

. by 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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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비 진엔딩, 엔딩 후일담 스포일러 있습니다. 엔딩크레딧까지 다 보고 읽어주세요!


처음에는 많이 울었어. 겨우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는 게 세상에 어디 있나 하고.

그간 언니가 자주 찾아와줬어. 가끔 삼촌도 찾아왔고. 내가 잠적했던 동안 걱정 많이 했다더라. 주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걱정만 끼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했으니까 너무 나무라진 마.

한참을 울고, 뒤늦게 묘에도 갔다 왔어. 등산 힘들더라. 드론 타면 금방 다녀오겠지만, 운동도 할 겸해서 직접 올랐지. 아, 찾아줬던 드론은 그냥 마고 시에 버리고 왔어. 완전히 새 출발 하려고 하거든. 그러려면 나도 내 발로 땅을 디뎌야지 않겠어? 

그래요. 나, 이제 내 삶을 살고 있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되짚어보니까, 그간 벌였던 일이 꽤 많더라고. 게다가 웹에서 신변 정리도 해야 하고 말이야. 느리지만 그래도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 이게 끝나면, 진짜로 나설 거야. 바깥으로.

잠깐이나마 들여다본 세상은 4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그간 많은 게 바뀌었지만, 결국 흐름은 같더라고. 그러면 결국은 변한 게 없는 거잖아. 다행인 일이지. 잃어버린 시간을 따라잡는 게 꽤 힘들 줄 알았거든. 별다를 게 없다면, 더 힘든 일도 없다는 거니까.

마고 시의 이야기는 결국 끝이 났어. 덕분이야. 나는 결국 이 악연과도 작별하는데… 아직까진 어색하네. 어린 시절의 한구석을 채우던 해묵은 증오라서 그럴지도 몰라.

아직도 눈을 뜨면, 반사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으려고 해. 거기에서 멈추지 않으면 컴퓨터가 켜지자마자, 늘 쓰던 프로그램들을 하나씩 켜기 시작하지. 방화벽, 프로텍터, 암호화 프로그램, 등등…. 무슨 일하고 다니는 거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찔렸는지. 그렇지만 거기에서 아빠 찾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어차피 필터링되긴 했겠지만.

참, 나 머리 잘랐다? 단발하니까 진짜 어색하더라. 그래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주변에서도 달라졌다면서 칭찬 일색이고. 다들 이걸 봤어야 하는데. 아쉬워.

지금은 집을 치우고 있어. 부끄럽지만, 쓰레기장이라고 밖엔 할 수 없는 집이었거든. 쓰레기가 치워도 치워도 나와서 좀 곤란해. 그냥 그때 받았던 드론 가져올 걸 그랬나 봐. 뭐…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맞아, 나 이제 이사해. 입대 지원서도 냈어. 입대 시험은 어쩌다 보니 간신히 통과했는데, 사슬팔 쓰겠다고 하니까 부대 배치는 빠르더라. 물론 처음부터 사슬팔은 무리여서 적당히 덜어낸 팔로 타협했지만. 생팔 자르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다행이지? 누가 물려준 소중한 팔인데 말이야.

익숙한 사람들 틈에서 이제 나도 새롭게 시작할 거야. 전에 가봤던 부대랑은 좀 달라도 대부분 아는 사람이라 괜찮을 것 같아.

아직 그리움이 스며들 틈은 없는데, 언젠가는 그리움을 느끼게 될 거야. 그럴 때면 종종 옛날이야기를 펼쳐 보려고 해. 내가 슬플 때 노래를 불러줬잖아. 그걸 떠올리면서.

내가 만난 기적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아. 그렇지만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걸로 괜찮다는 뜻이야.

안녕, 아빠. 슬픈 일도, 힘든 일도 많았지만… 결국 아빠는 아빠로 돌아왔으니까, 나는 상관없어. 천천히 놓아줄 테니까, 너무 빨리 떠나버리진 말아줘요.

그럼, 안녕.


꺼낼 상태가 아니었던 글....그래도 다른거 쓰려고 들어간 김에 보여서 적당히 꺼낼 만한 수준으로 마무리해서 올립니다 홀홀

그래서 궁금증: 얘네 특수부대라 계급이 가짜계급이라고 들엇는데 그럼 원래 계급은 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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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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