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느리다가도 빠르고
그에 누군가의 시간은 멈춰서 언제쯤 앞서갈 수 있는지.
모든 일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나, 이따금 시간은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찾아와버린 원치 않는 복귀, 이른 죽음에 더 단단히 대비해야만 한다. 잡생각은 이만 하자. 죄의식마저 일순간 떨쳐내고, 적어도 지금은 이빨을 갈아낼 시간이다. 더 단단한 발톱이 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무기는 집어던진 채.
대치상태라면 대개는 소령이 오겠으나 이번 훈련은 의수를 사용 불가한 실전 상황을 가정한다. 따라서 각자 취해야 할 전투태세는 선공 및 회피. 체격과 체력 모두 다르기에 가능한 반전이다. 그리하여 대령은 최대한 빨리 교전을 종료하기 위해 돌진한다. 노리는 부분은 소령의 복부. 저런 근력의 주먹을 가드하는 건 곤란하다. 소령은 이를 이용해 팔목을 잡아 휘두르려 하였으나 대령의 다리가 먼저 치고 올라온다.
답지 않게 정석적이군. 소령을 뒤로 세 걸음 정도 밀쳐내며 그가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꼼수 부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슴까? 까딱했다간 바로 저승행이지 말임다.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있긴 하지. 대치 상태가 유난히 길다. 그렇슴다, 지금도 보십쇼. 평소라면 낙법으로 잘 견뎠을 것을 세 바퀴나 구르지 않았슴까? 의수도 없는데 함부로 행동하는 짓은 저도 안 함다. ...좋은, 태도다. 다시 한 번 돌진하여 머리를 향해 가격. 대령의 태도는 무서우리만치 완고하다.
둘 모두 의수를 착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월등한 상대와 겨루지 않기 때문에 이리도 정석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전략이라는 것은 정도에서 비껴나가는 일이 있기 마련이라, 소령은 이번에는 대령의 균형을 흔든다. 그러나 상대는 단단하기로 부대 내에서 제일 가는 자, 이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이 후로도 계속해 엎치락 뒤치락 한다. 공중전을 펼치는 소령은 체격이 큰 대령에게 하체와 위로 쳐올리는 공격을, 원거리 공격을 하는 대령은 이미 근접한 소령을 밀쳐내는 공격을. 서로의 약점을 끊임없이 공략하며 대련은 흐른다. 모든 대화는 체술로. 대련의 기본. 지금, 둘은 어느 때보다 많은 성장 주고받는다.
이번엔 선공은 꽤나 적극적이었기에 빈틈도 그만큼 크다. 대령은 또다시, 소령을 잡아채 멀리 내던진다. 자세를 고르는 사이 대령은 멈추지 않고 달려온다. 묵직한 발차기를 소령은 옆으로 굴러 피하고, 이제 일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추진력이 있으니 망정인가.
숨이 거칠군, 유의하도록. 이번엔 제대로 잡혔다. 이러면 힘겨루기 식으로 가는데, 젠장... 된통 당했어, 언제는 밀기만 할 것처럼 굴더니. 잠시간 두 손이 맞잡고 부들거리더니, 이내 소령이 힘을 푼다.
에휴, 텄네, 텄어. 제가 졌슴다.
생각이 짧았다. 네가 정석적으로 군다고 상대도 똑같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버려.
그러는 대령님은 상대가 월등한 상황을 가정하고도 꼼수를 부리십니다?
전략을 바꾸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할 말이 없잖슴까... 간만에 머리 굴릴 필요 없이 편하게 싸우나 했더니만.
오늘은 이쯤 해두도록 하지. 혹시 모르니 근육통이 생기지 않도록 푹 쉬어두도록 해라.
알고 있슴다~ 대령님도 조심하십쇼.
그래.
조만간 이보다 혹독한 전투가 찾아올 테다. 그때라면 둘은 마주보고 서 있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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