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고양이

보랏빛 눈의 악마를 보았나

빅티마 포니 소코 답멘(성장 전)

(240406~240424)


(당신의 맞잡은 손을 쳐다본다. 무례할 정도로 오래, 빤히) 싫은데. (이제는 보란 듯이 맨바닥에 드러누웠다.) ...나한테까지 부탁하러 올 정도면, 어지간히 무섭긴 한가 봐?

부모님? (땅바닥에 냅다 드러누웠다. 팔을 접어 머리를 괴고선.) 없는데.

너랑? 내가? 굳이? (얼굴 찡그렸다. 눈앞에서 보란 듯이 손을 탁, 털었다.) 체력이 남아 도나 봐, 이렇게 조잘거릴 여유도 있고.

말이 많아, 시끄럽게. (언짢은 표정 지었다. 귀찮다는 듯 눈앞에서 손 휘휘 저었다.) 남한테 관심이 왜 그렇게 많아?
...포니 소코다. 이제 나한테 말 걸고 싶지 않을걸. 그럼 꺼져.

내 몸은 알아서 챙기니까 신경 꺼. ...그보다 그 노래, 닥치고 있으니까 훨씬 낫다. 그냥 얌전히 앉아나 있어. 좀 쉬라면서 시끄럽게 굴기는, 웃긴다.(사실 노래 자체는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그저 당신의 무던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뒤틀렸을 뿐.)

...굶고 살았냐? (미간 찡그린다.) 야, 내가 아무리 버러지처럼 살았어도 그런 건 안 먹었어. 인간의 자존심이란 게 있지, 참.

(눈 가늘게 뜨고 당신 입가 바라봤다.) ...포니 소코. 할 말 없어서 그런 질문이나 던진 거면, 그냥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낫겠는데. 난 말 많은 것들이 싫어.

약한 소리 하기는. (발끝으로 땅바닥 툭 걷어찼다.) 이봐, 그딴 식으로 사기나 꺾을 거면 꺼져. 겁먹은 애새끼 같은 건, 여기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니까. (불안하게 바르작거리던 손 슬쩍 등 뒤로 감췄다.)

(눈동자만 굴려 당신 올려다보았다.) 알면 잘 해. 괜히 귀찮게 굴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꺼져. 안 들어도 재미없을 테니까.

(당신의 손 뿌리친다. 여전히 심술맞게 웃는 낯.) 책이라도 읽나? 점잖은 척 굴기는.

(조약돌 냅다 걷어찼다. 당신의 옆구리에 맞는다.)

낮잠 타령은. 애새끼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피곤하다. 배고플 때 먹고, 피곤할 때 자고, 하여튼 짐승이나 마찬가지로 생활하는 데에 익숙해진 탓에.) 징징대지 말고 할 일이나 해라. 할 게 없으면, 아무나 붙잡고 싸워 보든가. (하품한다.)

말이나 못하면. 그게 왜 나여야 하냐는 말이지. 이제부터 동행할 사이가 뭐 어쨌다고. 난 너랑 말하기 싫은데. 귀찮은 게 아니라, 재미가 없는 거야. 이름 알려 줬잖아. 그걸론 부족했나?

아하. 날 미끼로 써서 네가 도망칠 시간을 벌겠다는 거지? (삐딱하게 들었다. 늘 그랬듯.) 똑똑도 해라. 그렇다면 나라도 망설임 없이 나를 골랐겠는걸. 동행할 상대로.
아주 야무져. 누가 키웠는지, 부모님은 참 자랑스러우셨겠어?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쓸데없이 동료 타령은. 난 포니 소코다. 됐어? 이제 나랑 친해지고 싶지 않을걸.(투덜거렸다. 결국엔 자기들끼리만 뭉칠 거면서, 위선적이다.) 체력이 남아돌면 가서 싸움이나 해. 내 구경거리나 되란 말야. 헛소리나 주고받는 건 재미없어.

헛소리. (새끼손가락으로 귀 후비적거렸다.) 스물 한 살이나 처먹고 남한테 휘둘리는 머저리가 있나.
알 바야? (눈동자만 굴려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늘어져 있든 일어서 있든, 밥을 먹든 똥을 싸든, 네가 뭔 상관인데?

쫄보 새끼가 입만 살아선.(하. 비웃었다.) 그럼 네가 맞는 말 했냐? 난 아무것도 들은 기억이 없는데. 징징거림은 뭐, 사람 말로 안 쳐서.
내가 여기 대장은 아닌데. 야, 솔직히 대장이라고 뭐 다른 말 했을 것 같냐? 네가 여기 사기를 죄다 깎아먹는 주범인데. 잘 알겠으면 이제 닥치고, (몰라도 입 다물어. 덧붙였다.) 말로만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 (눈 가늘게 뜨고선, 주먹 들어 보였다.)

(얼굴 와락 찡그렸다.) 뭐래. 늙은이가 노망 났나.

입만 살아선. 넌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뜨겠다? (픽 비웃었다.) 전혀. 날 너랑 똑같은 선에 두지 마. (저보다는 당신에게 더 불쾌한 일이겠지만, 어느 쪽이든 싫다.) 싸움은 귀찮고, 모르는 사람 붙잡고 떠벌대는 건 안 귀찮냐? 웃긴다, 너. 둘 중 하나만 해.

안 돼. 내 이름 비싸. (지껄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선, 잠시 생각하다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너. 들으면 후회할걸. 난 경고했다?

글쎄. 넌 그런가 봐? 남들이 그럴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꼴을 보면.

하, 격려. (격려. 격려래. 여러 번 되뇌였다. 이어지는 말에 웃음기가 섞였다. 호의라고는 보이지 않는, 싸늘한 비웃음이었다.) 꿈도 크다. 그래, 그렇게 믿어라. 처음에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그 여자가, 언젠간 너를 베어넘길 거라는 데에 손모가지를 걸지. 네가 끝까지 정신머리를 고쳐먹지 않고 징징댄다면 말야. 그 여자, 지독히도 이성적이고 전체를 위해 하나쯤은 망설임 없이 버릴 사람 같으니까.
그래? (눈앞에 들이밀어진 방패에 눈썹 치켜올렸다.) 그럼 어디 때려 보든가. 난 싸우기 안 싫은데.

비뚤어진 입이라도 말은 똑바로 하지. 내가 할배한테 돌 던진 게 아니라, 할배가 내가 찬 돌에 맞은 거야.
그러게 왜 거기 그러고 있어? (차게 비웃었다.)

하, 답답하게, 내 말은…. 됐다. 애새끼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 가서 잠을 자든, 밥이나 처먹든, 아무나 붙잡고 지껄이든, 뭐든 좋을 대로 해. 나 건드리는 것만 빼고.

하. (당신의 손 뿌리친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너나 많이 드셔.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뒤질 지경이라면 또 몰라도, 난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는 짓은 못 하겠다, 야.

아무래도. 네가 뭔데 내 기분을 판단하지? 나 같은 건, 무언가 인류에게 도움이 될 일 따윈 못할 버러지라서?
...남 기웃거릴 시간에, 가서 네게 도움이 될 일이나 처 해. 난 사람 일엔 관심 없어. 누구랑 누가 싸운다거나 하는 상황 아니면.

그 여자가 용납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흠. 그 여자는 고마워해야겠네. 내가 부대의 사기를 깎아먹는 어느 머저리를 교육해줄 테니.
하, 너 지금. (제 얼굴 앞에서 손바닥 흔들었다. 당신의 눈이나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올려 픽 비웃었다.) 그딴 얼굴로, 나랑 싸우겠다고. 웃긴다, 아까부터. 됐어, 너 같은 거랑 붙어 봤자 재미없겠다. 난 너 같은 것들이 싫어. 찌질하고, 남 말에 휘둘리기나 하고, 약해 빠져선.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데. 살기 위해서 너 같은 애들이랑 합을 맞춰야 하는 인생이란. 정말 최악의 피날레겠어. 그편이 내게 걸맞으려나. (차갑게 웃었다.)
하...(잠시 고민했다.) 하나씩 답해 주면, 내 앞에서 꺼질 거냐? 소코라는 이름으로, 뭐가 부족한지 모르겠네. (중얼댔다. 그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음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생각이 짧고…. 세계는 좁았다.)

잘 하는 거? (눈동자 굴렸다. 심술맞게 웃었다.) 글쎄, 그건 네가 찾아야지.
한동안 계속 볼 사이라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사고 방식을 통 모르겠네.

알아서 해. 그리고, 그딴 식으로 날 정의하지 마. 그건 네가 말 많은 것을 싫어하는 이유지, 내 게 아냐.
걱정할 것도 참 많으셔라. 크리쳐의 관심을 끈대도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싸워야 할 놈들인데, 일정이 조금 당겨졌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날 얼마나 봤다고, 소중하다 아니다 지랄이야. 위선적으로 굴지 마, 다 티나니까.
그렇게나 내 입으로 말하는 꼴을 보고 싶다면 들어줄까. 난 지옥에서 왔어.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어미가 다른 남자랑 몸을 섞어서, 악마에게 점지받은 아이다. 어때, 네가 원하는 답이 충분히 되었을까? (심술맞게 웃는다. 눈이 싸늘하다.)

(얼굴을 팍 찡그린다. 머리에 올라간 당신의 손을 걷어낸다.) 걱정? 지랄하네. 네 기준대로 다른 사람 평가하는 게 습관이야? 그거 고쳐, 진짜 별로니까. (신경질적으로 정수리 쪽 털어낸다.)

오지랖이면 뭐, 어쩌라고? 그러면 네가 징징거려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이 상황이 뭐가 달라지냐?
무언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그 '무언가'가 뭔데? 너도 모르면서 우리더러는 무작정 지켜만 보라고?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미약한 변화의 가능성에, 다같이 희망을 걸길 바라는 거냐? 이봐, 인생은 실전이야. 우쭈쭈 네 모든 것을 용납해 줄 사람은 네 부모뿐이라고.(누군가에게는 그마저도 아닌가. 어쨌거나.)
편견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본데, 이건 편견이 아니라 경험이야.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적어도 내가 본 인간들은 다 이렇게 행동했다고.


난 너 같은 거, 불편하게 생각 안 해. 네가 거슬리게 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어디 구석에나 처박혀 있으란 말이야.
난 사람이 싫어. 지들끼리 싸워서 재미난 구경거리나 만들어 주는 거 아니면. 정 그러면 너도 아무나 붙잡고 시비나 걸어. 또 모르지? 그게 내게 잘 보이는 길일지도. (나한테 잘 보여 봤자 좋은 일은 없을 텐데, 멍청하게도.)

알아서. 나도 네 이름 다섯 글자를 죄다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너무 길잖아, 쓸데없게.

▪︎

물론. 난 인내심 따윈 없는 사람이라. 설령 있다고 해도, 남을 위해 쓸 생각은 없어서. 내가 왜 알아야 하지? 네게 뭔 일이 있었는지 안다고 해서,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냐? 내가 왜 남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해? 왜 다를 거라고 기대해야 해? 내가, 왜? (음절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뱉었다. 아, 이기적이고 역겨운 세상이라. 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자기에게만큼은 무한한 이해를 바라기는. 나는 관용을 베풀지 않고, 그래서 원하지도 않아. 어쩌면 여기가 악마의 땅일지도 모르지. 그럼 나는 있을 곳을 잘 찾아왔군. 날카롭게 웃음을 터뜨렸다. 꼭 볼 일 없는 새끼들이 말만 많다.) 너를 가리켜 하는 말이냐? 아니면, 싸우고 싶단 건가. 아까도 말했지만, 난 걸려 오는 싸움 같은 거 피하지 않아. (손가락 꼼지락거렸다.) 아, 인내심 없단 말은 취소하지. 지금, 인내하는, 중이잖아.

당-연히 그러시겠지. 누가 나보다 고상하지 않겠어? (삐딱하게 웃었다. 바닥에 발 굴렀다. 모래가 이곳저곳에 튄다.)

있겠냐. (머리 톡톡 두드렸다.) 생각을 하고 말해. 그리고 사돈 남 말 하기는. 할배도 그딴 거 없어 보여.(할배, 단어를 유독 꼭꼭 힘 주어 발음했다.)

아, 뭐 조잘조잘 물어보는 말이 많아, 짜증나게! (바닥의 돌멩이 세게 걷어찼다. 모래가 튄다.) 돈 벌고 싶었다, 됐냐? 뭐 더 물어볼 거냐?

하, 참.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데. (비웃듯 한쪽 입꼬리 올렸다.) 너 같은 애들을 이해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생이란. 정말 비참하기 짝이 없겠어. 오히려 그편이 내게 걸맞으려나. (삐딱하게 웃었다.)
...난 내 얘기 하는 게 싫어. 하지만 네 얘기만 지껄이겠다면, 듣고는 있어 주지.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자, 떠들어 봐.

함께할 사람이니 기왕이면 친해져라,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생각하는 꼬라지가 똑같군. (눈 뾰족하게 떴다.)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마. (으르렁거렸다.) 내가 누군지 알면, 이제 내 앞에서 좀 꺼지지 그래? 어차피 너도 그러고 싶어졌을 테니.
난 가서 싸울 마음 없어. 어. 네가 방금 그러라 해서 싫어졌어.

너 돌았냐? (제 관자놀이 툭 두드렸다.) 어디 아프냐? 말하는 꼬라지가. 20살 넘게 처먹고 자기를 이름으로 부르는 게, 애새끼가 아니면 뭐냐? 그리고, 명령이라면 무조건 수행하겠단 건 또 뭐야? 명령이란 게 원래 내리는 사람이 중요한 건데, 그딴 건 하나도 신경 안 쓰겠단 거냐? 그러니 아직도 애새끼지. 넌 어른새끼는 못 돼.

아니? 매우 나쁜 아침. 사유? 네가 말을 걸어서. (머리 위로 기지개 켜며 하품했다.) 아침부터 뭐야, 기분 잡치게. (삐딱하게 웃었다.)

글쎄,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지. 막말로 네가 당장 내일 크리처한테 뒤져 버릴지 누가 아냐? 반으로 갈라져서, 쫘악. (반갈죽이라고, 들어 봤냐? 하하!) 나는 너를 모르지만, 사람은 좀 잘 알지. 어차피 인간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 그러니 괜히 아닌 척 굴 필요는 없다, 이 말이야. 그러면 너무 피곤하니까. 물론 내가.
환경을 알면 사람이 보이지. 환경 덩어리가 뭉쳐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니까. 네가 부정하든 말든,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기 때문에 사실은 변하지 않아. (어깨 으쓱했다.)
난 내 얘기 하는 게 싫어. 딱 한 가지만 대답해 주지. 얼른 물어보고 꺼져.

아니, 틀려. 인맥 따위. 지들끼리 뭉쳐서 남 따돌리는 데에나 쓰이지. 관심 없어. 너 진짜... (말을 끊는다. 얼굴 찡그린다.) 짜증난다. (...같다. 하는 중얼거림이 들린 것 같기도.) 어. 너 존나 미움 받는 중. 귀찮게 좀 굴지 마.

나라고 좋아서 여기 붙어 있는 것 같냐? 여기서 임무를 완수해야 돈을 준다잖아. 그거 아니었으면 이딴 곳에 꼽껴서 너 같은 새끼들 만나러 오지도 않았어. (도로 쭈그러드는 당신의 모습, 기분 좋게 구경했다.) 겁쟁이 새끼. 쓸모없기는. 비웃고 꺼지라고 말할 거냐고? 당연하지. (입꼬리 쓱 올렸다. 예측당했다는 게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따뜻하게 웃어 줄 마음도 없었다.) 쓸모 없기는. 이제 꺼져.

흥. 여기 놈들은 하나같이, 남한테 관심이 왜 이렇게 많아? (얼굴 찡그렸다. 바닥에 떨어진 굼벵이를 꾹 눌러 밟았다. 뭉개지는 감촉이 끔찍하다. 괜히 밟았나.) 네가 신경 쓸 바 아니니까 관심 끄고. 가서 쓸모 있는 일이나 찾아서 해. 정 모르겠으면, 싸움이라도 해서 내 구경거리가 되어 보든가.

귀찮아. 귀찮아 죽겠어. 미움 받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냐. 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지 뭐. 너도 그만 받아들여라. 도로 예쁨 받는 법 따윈 없으니까. 적어도 난 몰라.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지금 필요한 사람이 나인가? 너인데.

(내 머리를.) 난 사람 싫어. 다들 똑같이, 징징대거나 짜증나게 굴기만 하고. 사회성 같은 거 굳이 기를 필요가 있나. 그리고, 가라고 하니까 가기 싫은데. (돌멩이 주워 당신을 겨냥해 던진다. 빗나가 머리 옆 땅을 맞췄다.)

적적한 건 너뿐이겠지. 난 안 심심해. 수다 같은 걸 굳이 떨어야 하나. 말로 하는 건 재미없어. 난 몸으로 하는 대화가 더 좋은데. 심심하면 가서 누구랑 좀 싸워 봐. 너도 안 심심하고, 나도 재밌고. 일석이조지, 완전.

어. 내 얘기 싫어. 네 얘기나 지껄이겠다면, 듣고는 있어 주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슴 앞으로 팔짱 꼈다.) 떠들어 봐. 듣다가 재미 없으면 갈 거야.

뭘 모르네. 처음의 그 재미가 진짜 끝장나는 일인데. 뒷일 같은 건 상관없어. 겁쟁이구나? 그딴 데에나 신경 쓰고. (심술맞게 웃었다.) 포니 소코다. 이제 나한테 말 걸고 싶지 않지? 그럼 꺼져.

수줍음이 많... 하. 됐다. 너랑 무슨 말을 하겠니. 안 봐도 딱이다. 너 친구 없지? (제가 할 말인가 싶지만은, 어쨌든.) 꺼져. 내가 좀 작다고 무시하고 싶은가 본데, 난 그런 데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무섭냐고? 또 헛소리 하네. (하! 코웃음쳤다.) 네가 무서운 거겠지.

모르겠는데요. (조약돌 주워서 탁탁 던지고 논다.) 여기 놈들은 대화의 시작을 죄다 통성명으로 하냐? 재미없게.
...포니 소코인데. 이제 나 보고 꺼지라고 할 거지?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가슴 앞에 팔짱을 낀다. 일렁이는 모닥불 바라보다가.) 뭔데? 지껄여 봐. 들어는 주지.

선물 없는 문제는 재미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답을 뱉었다.) 뭐 깊게 생각할 것이나 있나. 뒤지겠지.

그래, 그러면 내가 뒤지는 걸로 치자. 곧 반갈죽 당할 목숨이니, 딱히 소중하게 여겨질 필요도 없지. (하하!) 말 한번 잘했다. 결국 네가 위선자란 건 부정하지 않겠다는 말이지? 위선을 떨고 말고가 네 자유라면, 받아들이고 말고도 내 자유지. 나도 사람이 아냐. 악마지. 모두가 사과를 가리켜 배라 한다면 그것은 배가 되는 거다.
참 대답하기 까다로운 것만 묻는군. 마음이 바뀌었어. 대답은 안 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좀 더 간략하게 수정하거나, 싫으면 꺼져.

난 충분히 고민했는데.(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 후비적거렸다.) 그래서 그 늑대 얘기는 왜 나온 거야? 뭐를 빗대서 말하고 싶었던 건데? (...) 두 번째는, 그건, 도둑이냐? 난 도둑놈이 싫어. 그 빌어먹을 개자식들, 남의 피와도 같은 돈을. 그리고 설령 내 집에 도둑이 든다고 해도, 내 전재산이 숨겨진 위치는 찾을 수 없을 거다, 헹. (삐딱하게 웃었다.)

(당신의 손을 뿌리쳤다. 손이 닿은 자리를 꾹꾹 문질렀다.) 꿈도 크셔. 네가 뭐라도 된다고. 난 재미 없는 일은 안 해. 넌 재미없어. 대답이 됐냐?

뭐라고 부르든 알아서 해. 다만 네가 바라는 대로 해 주진 않을 거다. 헹. 나이가 몇이냐? 액면가가 좀 들어 보이는데. (아니다. 당신 기분 나쁘라고 막 뱉은 말이다.) 난 길게 말할 생각은 없어. 대화는 재미없으니까. 몇 마디만 섞어 주고 갈 거다.

...겠냐? 난 늑대 따위의 짐승이 아니야. 그보다는 더 위험한 존재다. 말했잖아, 난 악마야. 지옥에서 왔어. 다들 그렇게 부르지. (발 툭툭 굴렀다.)
뭘 적냐? 나한테 비상금이 있다는 거? ...내가 죽은 이후에 집을 뒤져 볼 생각이라면 그만둬라. 아무도 절대 못 찾을 곳에 숨겨 놨으니까. 내가 갖지 못할 돈이라면 아무도 못 써. 죄다 허튼 노력일 거다, 헹.
...죄다 구라야. 애새끼들 골리려고 지어낸 말이다. 그딴 도둑이 존재했다면, 나부터 진작에 도둑맞았겠지. 이런 얘기를 듣고서도 쪼는 겁쟁이가 있냐? 애새끼들은 그러려나? 별의별 데에 다 겁을 먹으니까.

벌을... 하. 저자세로 굴지 마라. 그런 새끼들은 재미없으니까. 난 흥미로운 게 좋아. 시끄럽고, 날카롭고, 피와 살이 튀기는... 됐다.
...대화를 더 이어나가야만 하는 건 뭐냐? 너도 나사 하나 잃어버렸니? 여기 모인 놈들은, 죄다 어딘가 헤까닥 돌아 있어서는. 하긴 그러니까 이딴 일에 자원한 거겠지만. (하하!)

내가 알겠냐?(돌을 하늘로 던졌다 받기를 계속한다.) 할배도 내가 이 돌로 앞으로 뭘 할지 모르잖아?

증명할 생각 없어. 그딴 거, 필요하지도 않고. 내가 알 바냐? 내가 그렇게 생각하겠다는데. 왜 뭐가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지 모르겠네. (얼굴 찡그린다.) ...그딴 식으로 날 평가하지 말라 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든, 그것 역시 내 알 바가 아니긴 한데. 그냥 내 눈에만 띄지 않게 해. 아까부터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잠시 침묵. 당신의 지적이 정곡을 찔렀나.... 말없이 가운뎃손가락이나 올렸다.) 간략하게 수정하거나 꺼지거나. 난 분명 선택지를 줬는데. ...둘 다 싫다는 말이냐? 그럼 내가 꺼진다?

싫은데. (홱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맞은편, 모닥불에서 대여섯 걸음 떨어진 자리에 멈췄다.) 그럴 필요 없어. 내 목숨은 내가 지켜. 네... 그쪽 목숨이나 신경쓰지 그래.
...그런데 나이가 도대체 몇이냐? 안 보이니 통 알 수가 없네.

자유에 선이 필요하다면……. 그딴 건 없어도 돼. 나는 나만을 위해서 살아. 나머지는, 내가 알 바인가. 원래 삶이란 게 죄다 불공평하지. 난 그걸 진작에 알았어….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러니 너도 이제 익숙해져라. 이런 간단한 것도 모르는 거면, 얼마나 꽃밭 같은 대가리를 가진 거냐? 취소 안 해. 내가 보기에 너는 위선자고…. 이 관점,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다. 내가 말 안 했냐? 다른 놈이랑 헷갈렸나 보지. 솔직히 이놈이나 저놈이나, 구분할 수가 있어야지. 죄다 비슷비슷한 소리만 지껄이는데…. (큭큭댔다.)
그래. 네가 던지는 그 빌어먹을 질문들은 죄다 간단하지 않아. 나한테 불리하니까. 난 내가 말하기 좋은 것에만 대답할 거다. (하하!) 헹, 내 마음이야.

그래라. 내가 안 들으면 그만이니까. (새끼손가락으로 귀 후빈다.) 네가 그러니까 대가리가 꽃밭이라는 소리나 듣는 거다. 하면 안 된다. 왜? 역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하하!) 그래서 세상의 또라이들이 전부 역풍을 맞아 뒤졌나? 아닐걸. 결국 다 탁상공론이란 뜻이지. 네가 믿는 그딴 것. 공평. 정의. 쓸모없는 낭만주의. 이봐, 희망은 뒤졌어. 그걸 믿기엔 난 대가리가 너무 컸고.
말했듯이 난 인간 같은 게 아니야. 사람의 규칙을 나한테 들이밀려 들면 안 되지. 안 외로워. 불행하지도 않고. 대답이 됐냐? 질문은 이걸로 끝. 이제 꺼져.

맘대로.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나한테 은인 대우를 받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라. (쯧 혀를 찼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신발코로 바닥이나 찍었다.) 정답. 60살. 진짜 완전 개 늙어 보여.

보통은 '나'라고 부른다. 자기를 가리켜 이름으로는 안 말하지. 그건 애새끼의 말투니까. 너희 마을 사람들…. 여유가 많았나 보네. 그딴 식의 투정도 너그럽게 받아나 주고. 네가 하는 일이 왜 다 애새끼처럼 비치는지 알아? 그야 네가 애새끼니까. 내 기준이 이상한 게 아니라, 네가 아직 덜 컸으니까! (하하!)

뻥인데. (큭큭 웃었다.) 굳이 따지자면, 나이 맞춰 보라고 문제 내는 그 센스에서라고나 할까. 60은 구라야. 한…. 40 정도로나 쳐 줄까.
그래서, 정답이 뭔데?

비웃든 말든, 적든 말든 알아서 해라. 어쨌든 난 평생 그렇게 불려 왔고…. 너 하나 다르게 생각한다 해서 사실이 바뀌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말야. 그걸 적어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 후대에 길이길이 이름이라도 남기려고? 어떤 멍청한 새끼들은 죽고 나서의 일에 집착하지. 정작 자기는 뒤져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 시장에 소문.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은 없는 거냐? 난 뒤져서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하고? 뭐, 심심하지는 않겠네. 그럼 난 내 보물을 지키는 귀신이 될 거다. 주제도 모르고 남의 것을 탐내는 새끼들을 엿먹여야지.
난 못된 애야. 시작이나 과정이 어땠다 한들, 내가 선한 사람이 못 됐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고. 이런 내가 여기 멀쩡히 살아 있는데, 네 그 빌어먹을 이야기가 가짜라는 증거가 더 필요하냐?

서른일곱? 헐, 완전 아저씨네? (깔깔댔다.) 그 센스 좀 키워 보지 그래. 어차피 가리고 다니는 거. 또 모르지, 누구는 스물로 봐줄지도. 기분이다. 아재가 어디서 스물 소리 듣고 오면, 아재라는 호칭은 떼 줄게.

그래, 할배. 그리고 내가 맞춰 봤자, 아무것도 안 줄 거잖아. 다 알아. (큭큭댔다. 조약돌 바닥에 패대기쳤다.) 어. 좋아. 돌팔매질은 좀 치지, 내가. 맞는 것도, 던지는 것도. 남의 집 창문 깨 봤어? 소리 쩔더라!

현자의 돌이 뭐냐. 연금술사들이 그런 걸 찾아? 그럼, 연금술사들한테 갖다 팔면 돈이 좀 되려나?

불만족스러울 건 또 뭐냐. (어깨 으쓱했다.) 그래, 징징이. 용케도 민폐는 안 끼쳤더라?

귀찮지도 않나. 뒤지면 아무런 소용 없어지는 일에 지 시간을 낭비해. (중얼댔다.) 싫어. 내 돈은 나만 쓸 거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그걸 양보해? (이놈이나 저놈이나 쓸데없이 낙관적이어선. 혀나 쯧 찼다.) 나더러 내 얘기를 하라고…. 참. 여기서 더 설명할 게 있나. 딱 보면 몰라? (건방지게 짝다리 짚고 섰다.) 이런 얘기나 해 볼까. 돌 던져서 창문 깨 봤냐? 소리 쩔더라, 그거.

그러면 대신 맞아 달라고 부탁하지 그랬냐. 아니면 그냥 너도 패던가. 남이야 좆되든 말든, 그게 알 바인가? (얼굴 찡그렸다.) 뭘 아프다고 징징대. 얼마나 처맞았다고.

스물하나. (하하!) 그러는 할배는 몇 살인데?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기에 이런 거 하나 안 해 보고 뭘 했어? 인생 헛살았네, 다 재미인데.

그래도 아저씨인 게 어디야. 누구는 아재보다 어려 보이는데, 벌써 할배 소리 듣는다. (큭큭 웃었다.) 결혼을 해야지만 아재인가? 흥. 그거 다 편견이야.
센스? 나도 모르는데. (다시 깔깔댄다. 기분 좋아 보인다.) 그냥 젊은 애들이랑 많이 어울려 봐. 몰라, 그럼 길러질지?
근데, 그 신이란 건 뭐냐?

뭐? (눈 크게 떴다. 말이 빨라진다.) 황금으로강? 그거 확실한 거야? 저게 그 현자의 돌이었단 거지? 아씨, 진작 좀 말해 주지 그랬어! 좀 챙겨 둘걸.

땅 꺼질라. (바닥의 돌멩이 툭 걷어찼다.) 안 괜찮다 하면, 말 안 걸 거냐?
뭐 이것저것 써재낀다고 지친 모양이야? 그러게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될 것을. 사서 고생을 하냐?

…재미없어. 여럿이서 하나 붙잡고 패는 거. 싸움이란 게, 숨 죽이고 보는 맛이 있어야 즐겁지. 안 그러냐? 상대도 약해빠져선, 시시하기만 하고.

쓸 만한 정보? 난 그런 고민 같은 거 안 해. 배고프면 먹을 것을, 피곤하면 안전한 장소를 찾고. 눈앞에 적이 있으면 베어 넘기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게 다지.

딱히. 솔직히 여기나 거기나….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여기는 착한 척 하는 새끼들이 많아서 별로.
…넌 맘에 드는가 봐? 그렇게 묻는 걸 보니.

몰라. 기억 안 나. (어깨 으쓱했다.) 넌 신경을 쓰니? 네 한 몸 건사할 생각이나 해. 그편이 훨씬 급해 보이는데. (픽 입꼬리 올려 비웃었다.)

난 이해 못 하겠다. 뒤진 놈이 영향력이고 뭐고 따질 정신이 있는지…. 뭐, 이해할 생각도 없었지만. (키득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여기 새끼들이 얼마나 지독한데. 사람 짜증나게 하기 대회 우승자들만 모았나. 차라리 모르는 놈들한테 뿌리면 뿌렸지, 여기 온 자식들한테는 쥐뿔도 안 줄 거다.
허? 너도 창문 꽤나 해먹었나 봐? 근데 넌…. 무리와 함께한 모양이네. 난 그런 적은 없어. 그 새끼들이 요란하게 해먹고선, 나를 팔아먹은 적은 있어도.
그럼…. 남의 텃밭 망쳐는 봤냐? 지나가는 노인네 지팡이 빼앗은 적은? (킬킬댔다. 당신의 얼굴 쳐다보지도 않고 내뱉었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난 악마라니까? 다들 그렇게 불렀다고.

있겠냐. 난 그딴 일에 재능 없어. 파괴하고 다치게 하는 쪽이 훨씬 적성에 맞지. (눈을 반쯤 접고 당신의 얼굴 바라본다. 혹시나 마주칠세라,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는 꼴이 퍽 재밌다.) 근데 무슨 상관이야. 신경 쓸 것 없어. 뒤지면 그냥 뒤지고 마는 거지. 안 그러냐? (어깨 으쓱했다.)

그래. 글쓰기 따위로 자기만족하는 멍청한 새끼 씨. (씩 한쪽 입꼬리 올렸다.) 뭐? 너 돈 많냐? 그렇게 안 생겨서는. 뭐, 좀 열심히 살았나 보네. 그런 내기라면, 환영이다, 임마. 어차피 난 안 뒤질 거니까. 보나마나 내가 챙기겠지. 너무 손해 보는 장사 아니냐? (바닥의 돌멩이 툭 걷어찼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너.
…그딴 거 말한 적 없어. 너도 딴 놈이랑 날 헷갈렸냐. 나는 좀 독보적이라, 헷갈리기 어려운 사람인데, 그걸 해내네.
허, 참. 퍽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나, 너도. 그래, 괴물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자. 그 괴상한 가면은 왜 쓰고 다니는 거냐? (제 눈가 툭툭 건드렸다.) 앞이 제대로 보이기는 해? 그거. 아니? 나라고 네 얼굴이 보이겠냐? 난 애초에 쳐다본 적도 없어, 그쪽.
…왜 강조하냐고?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아무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아, 맞다. 원래 저런 새끼였지, 생각하고 떠나가라고.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나가라고! 대답이 됐나? (하하!)

난 말고. 싸움 말고는 관심 없어. 대화는 귀찮아. 저-기 애들 많잖아. (휙 손짓했다.) 그쪽에서 찾아봐.
신이란 게 있나? (말이 빨라진다.) 그럼 그는 왜 세상을 만들었어? 왜 사람을 창조하고, 깊게 세상을 판단할 이성을 주고…. 그런 주제에 왜 저딴 짐승들도 같이 풀어 뒀대? 신의 사도라며. 응? 이런 것도 대답할 수 있어?
그리고 신의 기사라는 건 또 뭐야? 그건 신이 직접 임명해? 그럼 아재도 만나 봤어?

헛소리 하기는. (코웃음쳤다. 제 관자놀이 톡톡 두드리고는.) 야, 말하기 전에 생각이란 것부터 좀 해라. 정리하고 말해. 못 알아듣겠네.
…슬퍼야 하나. 세상이 뭐라고. 또 니들이 뭐라고? 이 세상에 중요한 건 나뿐이야. 너한테도 똑같다. 오직 너뿐이지. 그러니 이상한 데에 의미 부여하지 마.

▪︎

알려 준다고 바뀌냐. 너 같은 애들한테 교사 노릇 할 생각 없어. 네가 알아서 고쳐. 좀 시끄럽고…. 요란하게. 크리쳐 퇴치, 좋지. 그래서 좋더라. 짐승 때려잡는 거. (오른손 슬 내려다보았다.)
나사는 그 뜻이 아니라…. (한숨 내쉬었다. 조금 돌았군. 속으로 중얼거리곤.) 됐어. 너도 만만찮게 웃긴다? 네 고모라는 인간은 또 뭐냐? 여긴 목-숨-이 오가는 곳인데. 그 점은 알고 계신다지? (제 관자놀이 톡톡 두드리곤 손 내렸다. 어쩐지 뒷맛이 쓰다.) 너도 집에서 미움받았냐?

쫄보 새끼. (바닥의 돌멩이 걷어찼다. 당신의 다리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날아갔다.) 그러니까 그걸 왜 신경 쓰냐니까? 그래서 네가 겁쟁이인 거다. 여기 있는 놈들이 뭘 처먹고 어디서 처자든, 무슨 동기로 행동하며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든, 그게 네게 밥 먹여 주냐? 아니면 위기의 순간에서 목숨이라도 구해 주냐? 아니라면, 그냥 닥치고, 당장 먼저 해야 하는 일에나 집중해.

소문 같은 건 쓰레기야. 배부르고 등 따숩고, 할 짓 없는 새끼들이나 떠드는 거지.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네가 뭔 지랄을 하든, 내 밥줄만 안 건드리면, 그게 내 알 바냐?

대련이나 훈련 같은 것에도 피가 튀나? 아님 재미없어. 안 할래. (신발코로 바닥 쿡 찍었다.)
허, 참.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라. 세상을 판단할 이성, 죄를 가름할 총명, 고난을 이겨낼 의지…. 차라리 그딴 건 죄다 없애 버리고 행복만 남아 있게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신도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을 내려 주는 건 어떤 종류의 사랑이래? (……) 됐어, 됐어…. 뜬구름 잡는 얘기는 재미 없어. 난 당장 날 즐겁게 해 줄 존재 아니면 관심 없고.
좀 시끄러운 얘기 좀 해 봐. 뭐든 내가 즐거울 만한 거. 재미 없으면 갈 거야.

스물… 넷? (눈 가늘게 떴다. 영 미심쩍은 표정.) 그렇다기엔 액면가가 영…. 아무리 봐도 할배인데. 그냥 할배에나 만족하시지. 내가 보기엔 이것도 과분한 것 같애.
웃기시네. 양심 있는 사람이 그 얼굴로 스물넷이라고 말하냐. 설마…. (눈 가늘게 떴다.) 진짜냐?!

내 탓이냐? 네가 진작 때려쳤음 될 것을. 인간 새끼들은 다 똑같이, 남한테 책임이나 돌리고. (투덜댔다. 기분 상한 말투는 아니었다.) 뭐…. 나쁘진 않았다고 할까. 난 싸움이 좋아. 피 튀고, 살이 베이고, 뭐 그런 거. 근데 조금 시시했어. (어깨 으쓱했다.) 약해 빠져선.

난 그냥 사람이 아니라서. 남들 따라가는 건 못 해. (어깨 으쓱했다.) 근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
다쳤을 것 같냐? 별것도 아니더만, 걔네. 약해 빠져선. (돌멩이 걷어찼다.)

그 얼굴로 잘생겼다고 말하기냐? 헹, 자뻑이 심하네. (한쪽 입꼬리 슬쩍 올렸다.) 서른셋? 완전 아재네. 넌 이제부터 아저씨다. 자칭 스물 네 살짜리도 벌써 할배 달았으니까, 아재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
새 땅을? (눈썹 치켜올렸다.) 글쎄…. 소코라고나 부를까. 똑 떼어다가 거기에 버릴 거다. 아무도 더는 날 그렇게 부르지 못하겠지. (하하!)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나 가지려고 왔다고? (눈썹 치켜올렸다.) 너도 그런 부류냐?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뭐 하나 물면 부풀리고 부풀려서 헛소문이나 퍼뜨리는 치들. 하.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래, 여태껏 가만히 앉아서 헛소리나 받아 주고 있었으니.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 하! (경멸하듯 당신 노려봤다.) 난 그런 새끼들이랑 상종 안 해. 앞으로 내 앞에 얼쩡거리지 마라. 한번만 더 눈에 띄었다간. (뒤돌아선다. 빠르게 멀어진다.)

계약서? 좋아. 그럼 네놈이 한입으로 두말하는 일도 없겠지. 종이 내놔. 내용은 네가 적어. 증인 같은 것도 필요한 거냐?
…말했다고? 난 못 들었어. 그리고, 내가 못 들었으면 네가 안 말한 거다. (들이밀어진 얼굴에 본능적으로 몸 뒤로 뺐다.) 그러게 말을 똑바로 했어야지, 헹. (귀 후비적거렸다. 실실 웃었다.) …가면을 써서 다른 사람인 척을 했으면, 가면이 몇 개였던 거냐? 아니, 애초에 그게 되기는 하고? 체구랑 목소리는 감출 수 없을 뿐더러, 가면을 쓰고 다니는 뭔 이상한 새끼는 너뿐이었을 텐데. 그것도 나름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거 아니냐?
찍어 맞췄냐고? 당연하지. 찍는 건 내 전문이라. 감자 파헤쳐서 돌로 찍는 게 그 중 최고였지. 그 뚱보 아줌마 벌벌 뛰는 꼴이 아주 볼만하던걸! (하하!) 그리고, 이 정도는 굳이 대단한 축에도 안 든다. 네놈 표정이 맞추기 쉬운 걸 어떡하냐? 다음에는 좀 더 고심해서 표정 지어 봐, 임마.
하, 쫄아서 튀어? 내가? 이봐, 옛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양반이. 악마는 내기를 안 피한다는 얘기 못 들어봤어? 아, 못 믿겠으면 계약서 쓰라고. 허세야 맘껏 부려라. 네 소중한 돈은 내가 귀하게 모셔 줄 테니. 뒤져서 피눈물이나 흘리며 지켜봐. (발 쾅 굴렀다.) 종이 내놔! 증인 끌고 와!

…할배, 우냐? 와, 내가 살다살다 어른새끼가 우는 꼴도 다 보네. 아니, 고생을 얼마나 했으면 스물 네 살 얼굴이 마흔둘이 돼?! (…) 뭐가 먼전지부터 묻는 게 우선 아니겠어. 사고를 쳐서 평판을 깎아먹었는지, 평판이랄 게 없어서 사고나 치고 다녔는지. (어깨 으쓱했다. 당신에게 얼굴 바싹 들이밀고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이게 괜찮은 얼굴인가?

없는데. 사람새끼 줘패 본 적은 있어도. (헹, 웃었다. 어깨 으쓱했다.) 그걸 알면서도 널 보낸 거면, 네가 뒤졌으면 좋겠는 거 아니냐? (목소리를 낮추어.) 잘 생각해 봐. 물질적 풍요가 다 사랑인가. 가끔 쓰다듬었다고? 그게 널 예뻐했다는 증거로 충분할 것 같냐? 사실 네 고모라는 여자가, 너를 정말 죽도록 미워하지 않았냐? 아, 눈치가 없어서 그런 것도 못 읽나? (하하!)

뭐야?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라. 괜히 관심 끌지 말고. 그렇게 난리 쳐 놓고, 헛소리나 지껄이면, (돌멩이 하나 주워들었다. 꽤 크다.) 네 예쁜 가면과도 오늘로 작별이겠군. 각오는 됐겠지?

헛소리를. 나가서 물어봐라. 누가 네가 잘생겼다고 해 주나. 네 부모나 그렇게 말하겠지. 착각에 빠져 살지 말란 뜻이다. (하하!) 그럼 어떡하냐? 액면가가 도저히 이십 대가 아닌데. 그럼 스물 네 살짜리도 할배 해야지, 뭐. (으쓱했다.)
…그런 건 못 해. 아무데나 버린다고 떨어지는 운명이 아니라서. 그런 말 못 들어 봤냐? 사람은 원래 자기 이름 따라 사는 거다. 아무리 가짜 이름을 지어 불러도, 타고난 건 못 바꿔. 원래 걸 어디 딴 놈한테 버리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이 이름을 땅에 붙일 거다. 거기서 살 새끼들, 어디 한번 제대로 좆돼 보라지. 그럼 난 그 꼬라지를 지켜보면서 신나게 춤이나 춰야겠어. 퍽 재미있겠군. 축제다!

싸움이나 전투나. 뭐가 다르지? (픽 비웃었다. 어깨 으쓱하고는.) 말했잖냐. 싸움은 숨 죽이면서 보는 맛이 있어야 재미있다고. 한쪽이 밀리는 건 영 맛이 안 나. 뭘 쳐다봐? (당신 쪽 보지도 않고 쏘아붙였다.) 나도 주제 정도는 안다고.

육탄전이 피가 나나? 기껏해야 바닥에 쓸리는 정도가 아니겠어. 그런 건 재미 없다니까. 볼 맛이 안 나. 뭐든지. 내가 뭘 재미있어할지는, 아재가 알아서 찾아야지. 왜인지 알아? 나도 모르니까! (하하!) 기회는 딱 세 번 주지. 그 안에 재미없는 말이 나오면, 갈 거야.

돼지가 넷. 그만 먹어. 그걸 먹을 생각이 드냐?

고뿔이 뭐야? 또 늙은이 단어 쓰지, 할배.

…하. 헛짓 하기는. (슬쩍 눈 피했다. 눈 마주치기가 조금 찝찝하다.) 예쁘긴 뭐가 예뻐. 웃어 봤자 내 얼굴이지. 네놈 원래 면상이 훨씬 낫다. 어서 그거 치워. 그리고 예쁘장한 원래 얼굴로 마음껏 웃으세요.

그럴 리가. 인간이라면 내가 좀 알지. 착한 척 구는 것들은 죄다 속 시커먼 위선자일 뿐. (당신의 맞잡은 손을 쳐다본다. 무례할 정도로 오래, 빤히) 싫은데. (이제는 보란 듯이 맨바닥에 드러누웠다.) ...나한테까지 부탁하러 올 정도면, 어지간히 무섭긴 한가 봐?



부모님? (땅바닥에 냅다 드러누웠다. 팔을 접어 머리를 괴고선.) 없는데.

너랑? 내가? 굳이? (얼굴 찡그렸다. 눈앞에서 보란 듯이 손을 탁, 털었다.) 체력이 남아 도나 봐, 이렇게 조잘거릴 여유도 있고.

말이 많아, 시끄럽게. (언짢은 표정 지었다. 귀찮다는 듯 눈앞에서 손 휘휘 저었다.) 남한테 관심이 왜 그렇게 많아?
...포니 소코다. 이제 나한테 말 걸고 싶지 않을걸. 그럼 꺼져.

내 몸은 알아서 챙기니까 신경 꺼. ...그보다 그 노래, 닥치고 있으니까 훨씬 낫다. 그냥 얌전히 앉아나 있어. 좀 쉬라면서 시끄럽게 굴기는, 웃긴다.(사실 노래 자체는 하나도 거슬리지 않았다. 그저 당신의 무던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배알이 뒤틀렸을 뿐.)

...굶고 살았냐? (미간 찡그린다.) 야, 내가 아무리 버러지처럼 살았어도 그런 건 안 먹었어. 인간의 자존심이란 게 있지, 참.

(눈 가늘게 뜨고 당신 입가 바라봤다.) ...포니 소코. 할 말 없어서 그런 질문이나 던진 거면, 그냥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낫겠는데. 난 말 많은 것들이 싫어.

약한 소리 하기는. (발끝으로 땅바닥 툭 걷어찼다.) 이봐, 그딴 식으로 사기나 꺾을 거면 꺼져. 겁먹은 애새끼 같은 건, 여기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니까. (불안하게 바르작거리던 손 슬쩍 등 뒤로 감췄다.)

(눈동자만 굴려 당신 올려다보았다.) 알면 잘 해. 괜히 귀찮게 굴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꺼져. 안 들어도 재미없을 테니까.

(당신의 손 뿌리친다. 여전히 심술맞게 웃는 낯.) 책이라도 읽나? 점잖은 척 굴기는.

(조약돌 냅다 걷어찼다. 당신의 옆구리에 맞는다.)

낮잠 타령은. 애새끼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피곤하다. 배고플 때 먹고, 피곤할 때 자고, 하여튼 짐승이나 마찬가지로 생활하는 데에 익숙해진 탓에.) 징징대지 말고 할 일이나 해라. 할 게 없으면, 아무나 붙잡고 싸워 보든가. (하품한다.)

말이나 못하면. 그게 왜 나여야 하냐는 말이지. 이제부터 동행할 사이가 뭐 어쨌다고. 난 너랑 말하기 싫은데. 귀찮은 게 아니라, 재미가 없는 거야. 이름 알려 줬잖아. 그걸론 부족했나?

아하. 날 미끼로 써서 네가 도망칠 시간을 벌겠다는 거지? (삐딱하게 들었다. 늘 그랬듯.) 똑똑도 해라. 그렇다면 나라도 망설임 없이 나를 골랐겠는걸. 동행할 상대로.
아주 야무져. 누가 키웠는지, 부모님은 참 자랑스러우셨겠어?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쓸데없이 동료 타령은. 난 포니 소코다. 됐어? 이제 나랑 친해지고 싶지 않을걸.(투덜거렸다. 결국엔 자기들끼리만 뭉칠 거면서, 위선적이다.) 체력이 남아돌면 가서 싸움이나 해. 내 구경거리나 되란 말야. 헛소리나 주고받는 건 재미없어.

헛소리. (새끼손가락으로 귀 후비적거렸다.) 스물 한 살이나 처먹고 남한테 휘둘리는 머저리가 있나.
알 바야? (눈동자만 굴려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늘어져 있든 일어서 있든, 밥을 먹든 똥을 싸든, 네가 뭔 상관인데?

쫄보 새끼가 입만 살아선.(하. 비웃었다.) 그럼 네가 맞는 말 했냐? 난 아무것도 들은 기억이 없는데. 징징거림은 뭐, 사람 말로 안 쳐서.
내가 여기 대장은 아닌데. 야, 솔직히 대장이라고 뭐 다른 말 했을 것 같냐? 네가 여기 사기를 죄다 깎아먹는 주범인데. 잘 알겠으면 이제 닥치고, (몰라도 입 다물어. 덧붙였다.) 말로만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 (눈 가늘게 뜨고선, 주먹 들어 보였다.)

(얼굴 와락 찡그렸다.) 뭐래. 늙은이가 노망 났나.

입만 살아선. 넌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뜨겠다? (픽 비웃었다.) 전혀. 날 너랑 똑같은 선에 두지 마. (저보다는 당신에게 더 불쾌한 일이겠지만, 어느 쪽이든 싫다.) 싸움은 귀찮고, 모르는 사람 붙잡고 떠벌대는 건 안 귀찮냐? 웃긴다, 너. 둘 중 하나만 해.

안 돼. 내 이름 비싸. (지껄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선, 잠시 생각하다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너. 들으면 후회할걸. 난 경고했다?

글쎄. 넌 그런가 봐? 남들이 그럴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꼴을 보면.

하, 격려. (격려. 격려래. 여러 번 되뇌였다. 이어지는 말에 웃음기가 섞였다. 호의라고는 보이지 않는, 싸늘한 비웃음이었다.) 꿈도 크다. 그래, 그렇게 믿어라. 처음에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난 그 여자가, 언젠간 너를 베어넘길 거라는 데에 손모가지를 걸지. 네가 끝까지 정신머리를 고쳐먹지 않고 징징댄다면 말야. 그 여자, 지독히도 이성적이고 전체를 위해 하나쯤은 망설임 없이 버릴 사람 같으니까.
그래? (눈앞에 들이밀어진 방패에 눈썹 치켜올렸다.) 그럼 어디 때려 보든가. 난 싸우기 안 싫은데.

비뚤어진 입이라도 말은 똑바로 하지. 내가 할배한테 돌 던진 게 아니라, 할배가 내가 찬 돌에 맞은 거야.
그러게 왜 거기 그러고 있어? (차게 비웃었다.)

하, 답답하게, 내 말은…. 됐다. 애새끼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 가서 잠을 자든, 밥이나 처먹든, 아무나 붙잡고 지껄이든, 뭐든 좋을 대로 해. 나 건드리는 것만 빼고.

하. (당신의 손 뿌리친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너나 많이 드셔. 당장 먹을 게 없어서 뒤질 지경이라면 또 몰라도, 난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는 짓은 못 하겠다, 야.

아무래도. 네가 뭔데 내 기분을 판단하지? 나 같은 건, 무언가 인류에게 도움이 될 일 따윈 못할 버러지라서?
...남 기웃거릴 시간에, 가서 네게 도움이 될 일이나 처 해. 난 사람 일엔 관심 없어. 누구랑 누가 싸운다거나 하는 상황 아니면.

그 여자가 용납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흠. 그 여자는 고마워해야겠네. 내가 부대의 사기를 깎아먹는 어느 머저리를 교육해줄 테니.
하, 너 지금. (제 얼굴 앞에서 손바닥 흔들었다. 당신의 눈이나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올려 픽 비웃었다.) 그딴 얼굴로, 나랑 싸우겠다고. 웃긴다, 아까부터. 됐어, 너 같은 거랑 붙어 봤자 재미없겠다. 난 너 같은 것들이 싫어. 찌질하고, 남 말에 휘둘리기나 하고, 약해 빠져선.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데. 살기 위해서 너 같은 애들이랑 합을 맞춰야 하는 인생이란. 정말 최악의 피날레겠어. 그편이 내게 걸맞으려나. (차갑게 웃었다.)
하...(잠시 고민했다.) 하나씩 답해 주면, 내 앞에서 꺼질 거냐? 소코라는 이름으로, 뭐가 부족한지 모르겠네. (중얼댔다. 그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음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생각이 짧고…. 세계는 좁았다.)

잘 하는 거? (눈동자 굴렸다. 심술맞게 웃었다.) 글쎄, 그건 네가 찾아야지.
한동안 계속 볼 사이라고, 친하게 지내야 한다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사고 방식을 통 모르겠네.

알아서 해. 그리고, 그딴 식으로 날 정의하지 마. 그건 네가 말 많은 것을 싫어하는 이유지, 내 게 아냐.
걱정할 것도 참 많으셔라. 크리쳐의 관심을 끈대도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싸워야 할 놈들인데, 일정이 조금 당겨졌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날 얼마나 봤다고, 소중하다 아니다 지랄이야. 위선적으로 굴지 마, 다 티나니까.
그렇게나 내 입으로 말하는 꼴을 보고 싶다면 들어줄까. 난 지옥에서 왔어.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어미가 다른 남자랑 몸을 섞어서, 악마에게 점지받은 아이다. 어때, 네가 원하는 답이 충분히 되었을까? (심술맞게 웃는다. 눈이 싸늘하다.)

(얼굴을 팍 찡그린다. 머리에 올라간 당신의 손을 걷어낸다.) 걱정? 지랄하네. 네 기준대로 다른 사람 평가하는 게 습관이야? 그거 고쳐, 진짜 별로니까. (신경질적으로 정수리 쪽 털어낸다.)

오지랖이면 뭐, 어쩌라고? 그러면 네가 징징거려서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이 상황이 뭐가 달라지냐?
무언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그 '무언가'가 뭔데? 너도 모르면서 우리더러는 무작정 지켜만 보라고?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미약한 변화의 가능성에, 다같이 희망을 걸길 바라는 거냐? 이봐, 인생은 실전이야. 우쭈쭈 네 모든 것을 용납해 줄 사람은 네 부모뿐이라고.(누군가에게는 그마저도 아닌가. 어쨌거나.)
편견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본데, 이건 편견이 아니라 경험이야.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적어도 내가 본 인간들은 다 이렇게 행동했다고.


난 너 같은 거, 불편하게 생각 안 해. 네가 거슬리게 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어디 구석에나 처박혀 있으란 말이야.
난 사람이 싫어. 지들끼리 싸워서 재미난 구경거리나 만들어 주는 거 아니면. 정 그러면 너도 아무나 붙잡고 시비나 걸어. 또 모르지? 그게 내게 잘 보이는 길일지도. (나한테 잘 보여 봤자 좋은 일은 없을 텐데, 멍청하게도.)

알아서. 나도 네 이름 다섯 글자를 죄다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너무 길잖아, 쓸데없게.

▪︎

물론. 난 인내심 따윈 없는 사람이라. 설령 있다고 해도, 남을 위해 쓸 생각은 없어서. 내가 왜 알아야 하지? 네게 뭔 일이 있었는지 안다고 해서,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지냐? 내가 왜 남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해? 왜 다를 거라고 기대해야 해? 내가, 왜? (음절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뱉었다. 아, 이기적이고 역겨운 세상이라. 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자기에게만큼은 무한한 이해를 바라기는. 나는 관용을 베풀지 않고, 그래서 원하지도 않아. 어쩌면 여기가 악마의 땅일지도 모르지. 그럼 나는 있을 곳을 잘 찾아왔군. 날카롭게 웃음을 터뜨렸다. 꼭 볼 일 없는 새끼들이 말만 많다.) 너를 가리켜 하는 말이냐? 아니면, 싸우고 싶단 건가. 아까도 말했지만, 난 걸려 오는 싸움 같은 거 피하지 않아. (손가락 꼼지락거렸다.) 아, 인내심 없단 말은 취소하지. 지금, 인내하는, 중이잖아.

당-연히 그러시겠지. 누가 나보다 고상하지 않겠어? (삐딱하게 웃었다. 바닥에 발 굴렀다. 모래가 이곳저곳에 튄다.)

있겠냐. (머리 톡톡 두드렸다.) 생각을 하고 말해. 그리고 사돈 남 말 하기는. 할배도 그딴 거 없어 보여.(할배, 단어를 유독 꼭꼭 힘 주어 발음했다.)

아, 뭐 조잘조잘 물어보는 말이 많아, 짜증나게! (바닥의 돌멩이 세게 걷어찼다. 모래가 튄다.) 돈 벌고 싶었다, 됐냐? 뭐 더 물어볼 거냐?

하, 참.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데. (비웃듯 한쪽 입꼬리 올렸다.) 너 같은 애들을 이해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생이란. 정말 비참하기 짝이 없겠어. 오히려 그편이 내게 걸맞으려나. (삐딱하게 웃었다.)
...난 내 얘기 하는 게 싫어. 하지만 네 얘기만 지껄이겠다면, 듣고는 있어 주지. (바닥에 주저앉아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자, 떠들어 봐.

함께할 사람이니 기왕이면 친해져라,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생각하는 꼬라지가 똑같군. (눈 뾰족하게 떴다.)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마. (으르렁거렸다.) 내가 누군지 알면, 이제 내 앞에서 좀 꺼지지 그래? 어차피 너도 그러고 싶어졌을 테니.
난 가서 싸울 마음 없어. 어. 네가 방금 그러라 해서 싫어졌어.

너 돌았냐? (제 관자놀이 툭 두드렸다.) 어디 아프냐? 말하는 꼬라지가. 20살 넘게 처먹고 자기를 이름으로 부르는 게, 애새끼가 아니면 뭐냐? 그리고, 명령이라면 무조건 수행하겠단 건 또 뭐야? 명령이란 게 원래 내리는 사람이 중요한 건데, 그딴 건 하나도 신경 안 쓰겠단 거냐? 그러니 아직도 애새끼지. 넌 어른새끼는 못 돼.

아니? 매우 나쁜 아침. 사유? 네가 말을 걸어서. (머리 위로 기지개 켜며 하품했다.) 아침부터 뭐야, 기분 잡치게. (삐딱하게 웃었다.)

글쎄,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지. 막말로 네가 당장 내일 크리처한테 뒤져 버릴지 누가 아냐? 반으로 갈라져서, 쫘악. (반갈죽이라고, 들어 봤냐? 하하!) 나는 너를 모르지만, 사람은 좀 잘 알지. 어차피 인간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 그러니 괜히 아닌 척 굴 필요는 없다, 이 말이야. 그러면 너무 피곤하니까. 물론 내가.
환경을 알면 사람이 보이지. 환경 덩어리가 뭉쳐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니까. 네가 부정하든 말든,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기 때문에 사실은 변하지 않아. (어깨 으쓱했다.)
난 내 얘기 하는 게 싫어. 딱 한 가지만 대답해 주지. 얼른 물어보고 꺼져.

아니, 틀려. 인맥 따위. 지들끼리 뭉쳐서 남 따돌리는 데에나 쓰이지. 관심 없어. 너 진짜... (말을 끊는다. 얼굴 찡그린다.) 짜증난다. (...같다. 하는 중얼거림이 들린 것 같기도.) 어. 너 존나 미움 받는 중. 귀찮게 좀 굴지 마.

나라고 좋아서 여기 붙어 있는 것 같냐? 여기서 임무를 완수해야 돈을 준다잖아. 그거 아니었으면 이딴 곳에 꼽껴서 너 같은 새끼들 만나러 오지도 않았어. (도로 쭈그러드는 당신의 모습, 기분 좋게 구경했다.) 겁쟁이 새끼. 쓸모없기는. 비웃고 꺼지라고 말할 거냐고? 당연하지. (입꼬리 쓱 올렸다. 예측당했다는 게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따뜻하게 웃어 줄 마음도 없었다.) 쓸모 없기는. 이제 꺼져.

흥. 여기 놈들은 하나같이, 남한테 관심이 왜 이렇게 많아? (얼굴 찡그렸다. 바닥에 떨어진 굼벵이를 꾹 눌러 밟았다. 뭉개지는 감촉이 끔찍하다. 괜히 밟았나.) 네가 신경 쓸 바 아니니까 관심 끄고. 가서 쓸모 있는 일이나 찾아서 해. 정 모르겠으면, 싸움이라도 해서 내 구경거리가 되어 보든가.

귀찮아. 귀찮아 죽겠어. 미움 받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냐. 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지 뭐. 너도 그만 받아들여라. 도로 예쁨 받는 법 따윈 없으니까. 적어도 난 몰라.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지금 필요한 사람이 나인가? 너인데.

(내 머리를.) 난 사람 싫어. 다들 똑같이, 징징대거나 짜증나게 굴기만 하고. 사회성 같은 거 굳이 기를 필요가 있나. 그리고, 가라고 하니까 가기 싫은데. (돌멩이 주워 당신을 겨냥해 던진다. 빗나가 머리 옆 땅을 맞췄다.)

적적한 건 너뿐이겠지. 난 안 심심해. 수다 같은 걸 굳이 떨어야 하나. 말로 하는 건 재미없어. 난 몸으로 하는 대화가 더 좋은데. 심심하면 가서 누구랑 좀 싸워 봐. 너도 안 심심하고, 나도 재밌고. 일석이조지, 완전.

어. 내 얘기 싫어. 네 얘기나 지껄이겠다면, 듣고는 있어 주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슴 앞으로 팔짱 꼈다.) 떠들어 봐. 듣다가 재미 없으면 갈 거야.

뭘 모르네. 처음의 그 재미가 진짜 끝장나는 일인데. 뒷일 같은 건 상관없어. 겁쟁이구나? 그딴 데에나 신경 쓰고. (심술맞게 웃었다.) 포니 소코다. 이제 나한테 말 걸고 싶지 않지? 그럼 꺼져.

수줍음이 많... 하. 됐다. 너랑 무슨 말을 하겠니. 안 봐도 딱이다. 너 친구 없지? (제가 할 말인가 싶지만은, 어쨌든.) 꺼져. 내가 좀 작다고 무시하고 싶은가 본데, 난 그런 데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무섭냐고? 또 헛소리 하네. (하! 코웃음쳤다.) 네가 무서운 거겠지.

모르겠는데요. (조약돌 주워서 탁탁 던지고 논다.) 여기 놈들은 대화의 시작을 죄다 통성명으로 하냐? 재미없게.
...포니 소코인데. 이제 나 보고 꺼지라고 할 거지?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가슴 앞에 팔짱을 낀다. 일렁이는 모닥불 바라보다가.) 뭔데? 지껄여 봐. 들어는 주지.

선물 없는 문제는 재미 없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여 답을 뱉었다.) 뭐 깊게 생각할 것이나 있나. 뒤지겠지.

그래, 그러면 내가 뒤지는 걸로 치자. 곧 반갈죽 당할 목숨이니, 딱히 소중하게 여겨질 필요도 없지. (하하!) 말 한번 잘했다. 결국 네가 위선자란 건 부정하지 않겠다는 말이지? 위선을 떨고 말고가 네 자유라면, 받아들이고 말고도 내 자유지. 나도 사람이 아냐. 악마지. 모두가 사과를 가리켜 배라 한다면 그것은 배가 되는 거다.
참 대답하기 까다로운 것만 묻는군. 마음이 바뀌었어. 대답은 안 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좀 더 간략하게 수정하거나, 싫으면 꺼져.

난 충분히 고민했는데.(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 후비적거렸다.) 그래서 그 늑대 얘기는 왜 나온 거야? 뭐를 빗대서 말하고 싶었던 건데? (...) 두 번째는, 그건, 도둑이냐? 난 도둑놈이 싫어. 그 빌어먹을 개자식들, 남의 피와도 같은 돈을. 그리고 설령 내 집에 도둑이 든다고 해도, 내 전재산이 숨겨진 위치는 찾을 수 없을 거다, 헹. (삐딱하게 웃었다.)

(당신의 손을 뿌리쳤다. 손이 닿은 자리를 꾹꾹 문질렀다.) 꿈도 크셔. 네가 뭐라도 된다고. 난 재미 없는 일은 안 해. 넌 재미없어. 대답이 됐냐?

뭐라고 부르든 알아서 해. 다만 네가 바라는 대로 해 주진 않을 거다. 헹. 나이가 몇이냐? 액면가가 좀 들어 보이는데. (아니다. 당신 기분 나쁘라고 막 뱉은 말이다.) 난 길게 말할 생각은 없어. 대화는 재미없으니까. 몇 마디만 섞어 주고 갈 거다.

...겠냐? 난 늑대 따위의 짐승이 아니야. 그보다는 더 위험한 존재다. 말했잖아, 난 악마야. 지옥에서 왔어. 다들 그렇게 부르지. (발 툭툭 굴렀다.)
뭘 적냐? 나한테 비상금이 있다는 거? ...내가 죽은 이후에 집을 뒤져 볼 생각이라면 그만둬라. 아무도 절대 못 찾을 곳에 숨겨 놨으니까. 내가 갖지 못할 돈이라면 아무도 못 써. 죄다 허튼 노력일 거다, 헹.
...죄다 구라야. 애새끼들 골리려고 지어낸 말이다. 그딴 도둑이 존재했다면, 나부터 진작에 도둑맞았겠지. 이런 얘기를 듣고서도 쪼는 겁쟁이가 있냐? 애새끼들은 그러려나? 별의별 데에 다 겁을 먹으니까.

벌을... 하. 저자세로 굴지 마라. 그런 새끼들은 재미없으니까. 난 흥미로운 게 좋아. 시끄럽고, 날카롭고, 피와 살이 튀기는... 됐다.
...대화를 더 이어나가야만 하는 건 뭐냐? 너도 나사 하나 잃어버렸니? 여기 모인 놈들은, 죄다 어딘가 헤까닥 돌아 있어서는. 하긴 그러니까 이딴 일에 자원한 거겠지만. (하하!)

내가 알겠냐?(돌을 하늘로 던졌다 받기를 계속한다.) 할배도 내가 이 돌로 앞으로 뭘 할지 모르잖아?

증명할 생각 없어. 그딴 거, 필요하지도 않고. 내가 알 바냐? 내가 그렇게 생각하겠다는데. 왜 뭐가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지 모르겠네. (얼굴 찡그린다.) ...그딴 식으로 날 평가하지 말라 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든, 그것 역시 내 알 바가 아니긴 한데. 그냥 내 눈에만 띄지 않게 해. 아까부터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잠시 침묵. 당신의 지적이 정곡을 찔렀나.... 말없이 가운뎃손가락이나 올렸다.) 간략하게 수정하거나 꺼지거나. 난 분명 선택지를 줬는데. ...둘 다 싫다는 말이냐? 그럼 내가 꺼진다?

싫은데. (홱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맞은편, 모닥불에서 대여섯 걸음 떨어진 자리에 멈췄다.) 그럴 필요 없어. 내 목숨은 내가 지켜. 네... 그쪽 목숨이나 신경쓰지 그래.
...그런데 나이가 도대체 몇이냐? 안 보이니 통 알 수가 없네.

자유에 선이 필요하다면……. 그딴 건 없어도 돼. 나는 나만을 위해서 살아. 나머지는, 내가 알 바인가. 원래 삶이란 게 죄다 불공평하지. 난 그걸 진작에 알았어….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러니 너도 이제 익숙해져라. 이런 간단한 것도 모르는 거면, 얼마나 꽃밭 같은 대가리를 가진 거냐? 취소 안 해. 내가 보기에 너는 위선자고…. 이 관점,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거다. 내가 말 안 했냐? 다른 놈이랑 헷갈렸나 보지. 솔직히 이놈이나 저놈이나, 구분할 수가 있어야지. 죄다 비슷비슷한 소리만 지껄이는데…. (큭큭댔다.)
그래. 네가 던지는 그 빌어먹을 질문들은 죄다 간단하지 않아. 나한테 불리하니까. 난 내가 말하기 좋은 것에만 대답할 거다. (하하!) 헹, 내 마음이야.

그래라. 내가 안 들으면 그만이니까. (새끼손가락으로 귀 후빈다.) 네가 그러니까 대가리가 꽃밭이라는 소리나 듣는 거다. 하면 안 된다. 왜? 역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하하!) 그래서 세상의 또라이들이 전부 역풍을 맞아 뒤졌나? 아닐걸. 결국 다 탁상공론이란 뜻이지. 네가 믿는 그딴 것. 공평. 정의. 쓸모없는 낭만주의. 이봐, 희망은 뒤졌어. 그걸 믿기엔 난 대가리가 너무 컸고.
말했듯이 난 인간 같은 게 아니야. 사람의 규칙을 나한테 들이밀려 들면 안 되지. 안 외로워. 불행하지도 않고. 대답이 됐냐? 질문은 이걸로 끝. 이제 꺼져.

맘대로.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나한테 은인 대우를 받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라. (쯧 혀를 찼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신발코로 바닥이나 찍었다.) 정답. 60살. 진짜 완전 개 늙어 보여.

보통은 '나'라고 부른다. 자기를 가리켜 이름으로는 안 말하지. 그건 애새끼의 말투니까. 너희 마을 사람들…. 여유가 많았나 보네. 그딴 식의 투정도 너그럽게 받아나 주고. 네가 하는 일이 왜 다 애새끼처럼 비치는지 알아? 그야 네가 애새끼니까. 내 기준이 이상한 게 아니라, 네가 아직 덜 컸으니까! (하하!)

뻥인데. (큭큭 웃었다.) 굳이 따지자면, 나이 맞춰 보라고 문제 내는 그 센스에서라고나 할까. 60은 구라야. 한…. 40 정도로나 쳐 줄까.
그래서, 정답이 뭔데?

비웃든 말든, 적든 말든 알아서 해라. 어쨌든 난 평생 그렇게 불려 왔고…. 너 하나 다르게 생각한다 해서 사실이 바뀌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말야. 그걸 적어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냐? 후대에 길이길이 이름이라도 남기려고? 어떤 멍청한 새끼들은 죽고 나서의 일에 집착하지. 정작 자기는 뒤져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 시장에 소문.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은 없는 거냐? 난 뒤져서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하고? 뭐, 심심하지는 않겠네. 그럼 난 내 보물을 지키는 귀신이 될 거다. 주제도 모르고 남의 것을 탐내는 새끼들을 엿먹여야지.
난 못된 애야. 시작이나 과정이 어땠다 한들, 내가 선한 사람이 못 됐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고. 이런 내가 여기 멀쩡히 살아 있는데, 네 그 빌어먹을 이야기가 가짜라는 증거가 더 필요하냐?

서른일곱? 헐, 완전 아저씨네? (깔깔댔다.) 그 센스 좀 키워 보지 그래. 어차피 가리고 다니는 거. 또 모르지, 누구는 스물로 봐줄지도. 기분이다. 아재가 어디서 스물 소리 듣고 오면, 아재라는 호칭은 떼 줄게.

그래, 할배. 그리고 내가 맞춰 봤자, 아무것도 안 줄 거잖아. 다 알아. (큭큭댔다. 조약돌 바닥에 패대기쳤다.) 어. 좋아. 돌팔매질은 좀 치지, 내가. 맞는 것도, 던지는 것도. 남의 집 창문 깨 봤어? 소리 쩔더라!

현자의 돌이 뭐냐. 연금술사들이 그런 걸 찾아? 그럼, 연금술사들한테 갖다 팔면 돈이 좀 되려나?

불만족스러울 건 또 뭐냐. (어깨 으쓱했다.) 그래, 징징이. 용케도 민폐는 안 끼쳤더라?

귀찮지도 않나. 뒤지면 아무런 소용 없어지는 일에 지 시간을 낭비해. (중얼댔다.) 싫어. 내 돈은 나만 쓸 거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그걸 양보해? (이놈이나 저놈이나 쓸데없이 낙관적이어선. 혀나 쯧 찼다.) 나더러 내 얘기를 하라고…. 참. 여기서 더 설명할 게 있나. 딱 보면 몰라? (건방지게 짝다리 짚고 섰다.) 이런 얘기나 해 볼까. 돌 던져서 창문 깨 봤냐? 소리 쩔더라, 그거.

그러면 대신 맞아 달라고 부탁하지 그랬냐. 아니면 그냥 너도 패던가. 남이야 좆되든 말든, 그게 알 바인가? (얼굴 찡그렸다.) 뭘 아프다고 징징대. 얼마나 처맞았다고.

스물하나. (하하!) 그러는 할배는 몇 살인데?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처먹었기에 이런 거 하나 안 해 보고 뭘 했어? 인생 헛살았네, 다 재미인데.

그래도 아저씨인 게 어디야. 누구는 아재보다 어려 보이는데, 벌써 할배 소리 듣는다. (큭큭 웃었다.) 결혼을 해야지만 아재인가? 흥. 그거 다 편견이야.
센스? 나도 모르는데. (다시 깔깔댄다. 기분 좋아 보인다.) 그냥 젊은 애들이랑 많이 어울려 봐. 몰라, 그럼 길러질지?
근데, 그 신이란 건 뭐냐?

뭐? (눈 크게 떴다. 말이 빨라진다.) 황금으로강? 그거 확실한 거야? 저게 그 현자의 돌이었단 거지? 아씨, 진작 좀 말해 주지 그랬어! 좀 챙겨 둘걸.

땅 꺼질라. (바닥의 돌멩이 툭 걷어찼다.) 안 괜찮다 하면, 말 안 걸 거냐?
뭐 이것저것 써재낀다고 지친 모양이야? 그러게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될 것을. 사서 고생을 하냐?

…재미없어. 여럿이서 하나 붙잡고 패는 거. 싸움이란 게, 숨 죽이고 보는 맛이 있어야 즐겁지. 안 그러냐? 상대도 약해빠져선, 시시하기만 하고.

쓸 만한 정보? 난 그런 고민 같은 거 안 해. 배고프면 먹을 것을, 피곤하면 안전한 장소를 찾고. 눈앞에 적이 있으면 베어 넘기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게 다지.

딱히. 솔직히 여기나 거기나….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여기는 착한 척 하는 새끼들이 많아서 별로.
…넌 맘에 드는가 봐? 그렇게 묻는 걸 보니.

몰라. 기억 안 나. (어깨 으쓱했다.) 넌 신경을 쓰니? 네 한 몸 건사할 생각이나 해. 그편이 훨씬 급해 보이는데. (픽 입꼬리 올려 비웃었다.)

난 이해 못 하겠다. 뒤진 놈이 영향력이고 뭐고 따질 정신이 있는지…. 뭐, 이해할 생각도 없었지만. (키득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여기 새끼들이 얼마나 지독한데. 사람 짜증나게 하기 대회 우승자들만 모았나. 차라리 모르는 놈들한테 뿌리면 뿌렸지, 여기 온 자식들한테는 쥐뿔도 안 줄 거다.
허? 너도 창문 꽤나 해먹었나 봐? 근데 넌…. 무리와 함께한 모양이네. 난 그런 적은 없어. 그 새끼들이 요란하게 해먹고선, 나를 팔아먹은 적은 있어도.
그럼…. 남의 텃밭 망쳐는 봤냐? 지나가는 노인네 지팡이 빼앗은 적은? (킬킬댔다. 당신의 얼굴 쳐다보지도 않고 내뱉었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난 악마라니까? 다들 그렇게 불렀다고.

있겠냐. 난 그딴 일에 재능 없어. 파괴하고 다치게 하는 쪽이 훨씬 적성에 맞지. (눈을 반쯤 접고 당신의 얼굴 바라본다. 혹시나 마주칠세라,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는 꼴이 퍽 재밌다.) 근데 무슨 상관이야. 신경 쓸 것 없어. 뒤지면 그냥 뒤지고 마는 거지. 안 그러냐? (어깨 으쓱했다.)

그래. 글쓰기 따위로 자기만족하는 멍청한 새끼 씨. (씩 한쪽 입꼬리 올렸다.) 뭐? 너 돈 많냐? 그렇게 안 생겨서는. 뭐, 좀 열심히 살았나 보네. 그런 내기라면, 환영이다, 임마. 어차피 난 안 뒤질 거니까. 보나마나 내가 챙기겠지. 너무 손해 보는 장사 아니냐? (바닥의 돌멩이 툭 걷어찼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다, 너.
…그딴 거 말한 적 없어. 너도 딴 놈이랑 날 헷갈렸냐. 나는 좀 독보적이라, 헷갈리기 어려운 사람인데, 그걸 해내네.
허, 참. 퍽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나, 너도. 그래, 괴물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자. 그 괴상한 가면은 왜 쓰고 다니는 거냐? (제 눈가 툭툭 건드렸다.) 앞이 제대로 보이기는 해? 그거. 아니? 나라고 네 얼굴이 보이겠냐? 난 애초에 쳐다본 적도 없어, 그쪽.
…왜 강조하냐고?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아무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아, 맞다. 원래 저런 새끼였지, 생각하고 떠나가라고.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나가라고! 대답이 됐나? (하하!)

난 말고. 싸움 말고는 관심 없어. 대화는 귀찮아. 저-기 애들 많잖아. (휙 손짓했다.) 그쪽에서 찾아봐.
신이란 게 있나? (말이 빨라진다.) 그럼 그는 왜 세상을 만들었어? 왜 사람을 창조하고, 깊게 세상을 판단할 이성을 주고…. 그런 주제에 왜 저딴 짐승들도 같이 풀어 뒀대? 신의 사도라며. 응? 이런 것도 대답할 수 있어?
그리고 신의 기사라는 건 또 뭐야? 그건 신이 직접 임명해? 그럼 아재도 만나 봤어?

헛소리 하기는. (코웃음쳤다. 제 관자놀이 톡톡 두드리고는.) 야, 말하기 전에 생각이란 것부터 좀 해라. 정리하고 말해. 못 알아듣겠네.
…슬퍼야 하나. 세상이 뭐라고. 또 니들이 뭐라고? 이 세상에 중요한 건 나뿐이야. 너한테도 똑같다. 오직 너뿐이지. 그러니 이상한 데에 의미 부여하지 마.

▪︎

알려 준다고 바뀌냐. 너 같은 애들한테 교사 노릇 할 생각 없어. 네가 알아서 고쳐. 좀 시끄럽고…. 요란하게. 크리쳐 퇴치, 좋지. 그래서 좋더라. 짐승 때려잡는 거. (오른손 슬 내려다보았다.)
나사는 그 뜻이 아니라…. (한숨 내쉬었다. 조금 돌았군. 속으로 중얼거리곤.) 됐어. 너도 만만찮게 웃긴다? 네 고모라는 인간은 또 뭐냐? 여긴 목-숨-이 오가는 곳인데. 그 점은 알고 계신다지? (제 관자놀이 톡톡 두드리곤 손 내렸다. 어쩐지 뒷맛이 쓰다.) 너도 집에서 미움받았냐?

쫄보 새끼. (바닥의 돌멩이 걷어찼다. 당신의 다리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날아갔다.) 그러니까 그걸 왜 신경 쓰냐니까? 그래서 네가 겁쟁이인 거다. 여기 있는 놈들이 뭘 처먹고 어디서 처자든, 무슨 동기로 행동하며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든, 그게 네게 밥 먹여 주냐? 아니면 위기의 순간에서 목숨이라도 구해 주냐? 아니라면, 그냥 닥치고, 당장 먼저 해야 하는 일에나 집중해.

소문 같은 건 쓰레기야. 배부르고 등 따숩고, 할 짓 없는 새끼들이나 떠드는 거지.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네가 뭔 지랄을 하든, 내 밥줄만 안 건드리면, 그게 내 알 바냐?

대련이나 훈련 같은 것에도 피가 튀나? 아님 재미없어. 안 할래. (신발코로 바닥 쿡 찍었다.)
허, 참.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라. 세상을 판단할 이성, 죄를 가름할 총명, 고난을 이겨낼 의지…. 차라리 그딴 건 죄다 없애 버리고 행복만 남아 있게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신도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시련을 내려 주는 건 어떤 종류의 사랑이래? (……) 됐어, 됐어…. 뜬구름 잡는 얘기는 재미 없어. 난 당장 날 즐겁게 해 줄 존재 아니면 관심 없고.
좀 시끄러운 얘기 좀 해 봐. 뭐든 내가 즐거울 만한 거. 재미 없으면 갈 거야.

스물… 넷? (눈 가늘게 떴다. 영 미심쩍은 표정.) 그렇다기엔 액면가가 영…. 아무리 봐도 할배인데. 그냥 할배에나 만족하시지. 내가 보기엔 이것도 과분한 것 같애.
웃기시네. 양심 있는 사람이 그 얼굴로 스물넷이라고 말하냐. 설마…. (눈 가늘게 떴다.) 진짜냐?!

내 탓이냐? 네가 진작 때려쳤음 될 것을. 인간 새끼들은 다 똑같이, 남한테 책임이나 돌리고. (투덜댔다. 기분 상한 말투는 아니었다.) 뭐…. 나쁘진 않았다고 할까. 난 싸움이 좋아. 피 튀고, 살이 베이고, 뭐 그런 거. 근데 조금 시시했어. (어깨 으쓱했다.) 약해 빠져선.

난 그냥 사람이 아니라서. 남들 따라가는 건 못 해. (어깨 으쓱했다.) 근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
다쳤을 것 같냐? 별것도 아니더만, 걔네. 약해 빠져선. (돌멩이 걷어찼다.)

그 얼굴로 잘생겼다고 말하기냐? 헹, 자뻑이 심하네. (한쪽 입꼬리 슬쩍 올렸다.) 서른셋? 완전 아재네. 넌 이제부터 아저씨다. 자칭 스물 네 살짜리도 벌써 할배 달았으니까, 아재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
새 땅을? (눈썹 치켜올렸다.) 글쎄…. 소코라고나 부를까. 똑 떼어다가 거기에 버릴 거다. 아무도 더는 날 그렇게 부르지 못하겠지. (하하!)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나 가지려고 왔다고? (눈썹 치켜올렸다.) 너도 그런 부류냐?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뭐 하나 물면 부풀리고 부풀려서 헛소문이나 퍼뜨리는 치들. 하.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래, 여태껏 가만히 앉아서 헛소리나 받아 주고 있었으니.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 하! (경멸하듯 당신 노려봤다.) 난 그런 새끼들이랑 상종 안 해. 앞으로 내 앞에 얼쩡거리지 마라. 한번만 더 눈에 띄었다간. (뒤돌아선다. 빠르게 멀어진다.)

계약서? 좋아. 그럼 네놈이 한입으로 두말하는 일도 없겠지. 종이 내놔. 내용은 네가 적어. 증인 같은 것도 필요한 거냐?
…말했다고? 난 못 들었어. 그리고, 내가 못 들었으면 네가 안 말한 거다. (들이밀어진 얼굴에 본능적으로 몸 뒤로 뺐다.) 그러게 말을 똑바로 했어야지, 헹. (귀 후비적거렸다. 실실 웃었다.) …가면을 써서 다른 사람인 척을 했으면, 가면이 몇 개였던 거냐? 아니, 애초에 그게 되기는 하고? 체구랑 목소리는 감출 수 없을 뿐더러, 가면을 쓰고 다니는 뭔 이상한 새끼는 너뿐이었을 텐데. 그것도 나름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거 아니냐?
찍어 맞췄냐고? 당연하지. 찍는 건 내 전문이라. 감자 파헤쳐서 돌로 찍는 게 그 중 최고였지. 그 뚱보 아줌마 벌벌 뛰는 꼴이 아주 볼만하던걸! (하하!) 그리고, 이 정도는 굳이 대단한 축에도 안 든다. 네놈 표정이 맞추기 쉬운 걸 어떡하냐? 다음에는 좀 더 고심해서 표정 지어 봐, 임마.
하, 쫄아서 튀어? 내가? 이봐, 옛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양반이. 악마는 내기를 안 피한다는 얘기 못 들어봤어? 아, 못 믿겠으면 계약서 쓰라고. 허세야 맘껏 부려라. 네 소중한 돈은 내가 귀하게 모셔 줄 테니. 뒤져서 피눈물이나 흘리며 지켜봐. (발 쾅 굴렀다.) 종이 내놔! 증인 끌고 와!

…할배, 우냐? 와, 내가 살다살다 어른새끼가 우는 꼴도 다 보네. 아니, 고생을 얼마나 했으면 스물 네 살 얼굴이 마흔둘이 돼?! (…) 뭐가 먼전지부터 묻는 게 우선 아니겠어. 사고를 쳐서 평판을 깎아먹었는지, 평판이랄 게 없어서 사고나 치고 다녔는지. (어깨 으쓱했다. 당신에게 얼굴 바싹 들이밀고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이게 괜찮은 얼굴인가?

없는데. 사람새끼 줘패 본 적은 있어도. (헹, 웃었다. 어깨 으쓱했다.) 그걸 알면서도 널 보낸 거면, 네가 뒤졌으면 좋겠는 거 아니냐? (목소리를 낮추어.) 잘 생각해 봐. 물질적 풍요가 다 사랑인가. 가끔 쓰다듬었다고? 그게 널 예뻐했다는 증거로 충분할 것 같냐? 사실 네 고모라는 여자가, 너를 정말 죽도록 미워하지 않았냐? 아, 눈치가 없어서 그런 것도 못 읽나? (하하!)

뭐야?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해라. 괜히 관심 끌지 말고. 그렇게 난리 쳐 놓고, 헛소리나 지껄이면, (돌멩이 하나 주워들었다. 꽤 크다.) 네 예쁜 가면과도 오늘로 작별이겠군. 각오는 됐겠지?

헛소리를. 나가서 물어봐라. 누가 네가 잘생겼다고 해 주나. 네 부모나 그렇게 말하겠지. 착각에 빠져 살지 말란 뜻이다. (하하!) 그럼 어떡하냐? 액면가가 도저히 이십 대가 아닌데. 그럼 스물 네 살짜리도 할배 해야지, 뭐. (으쓱했다.)
…그런 건 못 해. 아무데나 버린다고 떨어지는 운명이 아니라서. 그런 말 못 들어 봤냐? 사람은 원래 자기 이름 따라 사는 거다. 아무리 가짜 이름을 지어 불러도, 타고난 건 못 바꿔. 원래 걸 어디 딴 놈한테 버리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이 이름을 땅에 붙일 거다. 거기서 살 새끼들, 어디 한번 제대로 좆돼 보라지. 그럼 난 그 꼬라지를 지켜보면서 신나게 춤이나 춰야겠어. 퍽 재미있겠군. 축제다!

싸움이나 전투나. 뭐가 다르지? (픽 비웃었다. 어깨 으쓱하고는.) 말했잖냐. 싸움은 숨 죽이면서 보는 맛이 있어야 재미있다고. 한쪽이 밀리는 건 영 맛이 안 나. 뭘 쳐다봐? (당신 쪽 보지도 않고 쏘아붙였다.) 나도 주제 정도는 안다고.

육탄전이 피가 나나? 기껏해야 바닥에 쓸리는 정도가 아니겠어. 그런 건 재미 없다니까. 볼 맛이 안 나. 뭐든지. 내가 뭘 재미있어할지는, 아재가 알아서 찾아야지. 왜인지 알아? 나도 모르니까! (하하!) 기회는 딱 세 번 주지. 그 안에 재미없는 말이 나오면, 갈 거야.

돼지가 넷. 그만 먹어. 그걸 먹을 생각이 드냐?

고뿔이 뭐야? 또 늙은이 단어 쓰지, 할배.

…하. 헛짓 하기는. (슬쩍 눈 피했다. 눈 마주치기가 조금 찝찝하다.) 예쁘긴 뭐가 예뻐. 웃어 봤자 내 얼굴이지. 네놈 원래 면상이 훨씬 낫다. 어서 그거 치워. 그리고 예쁘장한 원래 얼굴로 마음껏 웃으세요.

그럴 리가. 인간이라면 내가 좀 알지. 착한 척 구는 것들은 죄다 속 시커먼 위선자일 뿐. (어깨 으쓱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돌멩이나 걷어찼다.) 새로운 정보가 뭐. 난 돈 아니면 관심 없어. 돈 될 만한 거 있으면 좀 말해 보고, 아니면 꺼져.



(가방 끈이 당겨진 자리가 조금 얼얼하다. 일단 걸음을 멈추기는 했다. 무시무시하게 신발 끝 노려보다가, 천천히 당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귀찮게 굴지 마라. 내 인내심을 깔짝거려, 계속. 내가 얼마나 더 이해해 줘야 하냐?(애초에 그랬던 적도 없다. 양심도 없고.) 내 눈에 띄면 뒤진다고 했지? (잠시 침묵. 하늘 올려다보았다. 하.) 마지막 기회다. 똑바로 대답해. (아, 자비로워. 천사가 따로 없군. 혼자 생각했다. 진짜 악마는 이런 기회 따윈 주지 않을 테지.) 왜 왔냐? 난 너 같은 새끼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하루종일 찡찡찡찡. 남 일이나 쑤시고 다니고.

뭐가 있든 말든. 뒤지기밖에 더 해. 아, 진짜 모른다고! 사람 놀리나. 그래서 뭔데!

그건 그때고. 지금은 별개. (덥석 받아들었다.) 난 공짜는 사양 안 해. 맛없으면 뒤진다?

…날 뭘로 보냐? 이름이야 당연히 쓸 줄 알아. 하지만 네가 적은 종이에는 사인 안 해. 네가 뭔 더러운 항목을 끼어넣었을지 내가 어떻게 아냐? (수첩과 깃펜 빼앗았다. 당신이 서명한 페이지를 뜯어 구기고, 다음 장에 퍽퍽 써넣었다.)
그래. 네가 말했는지, 안 말했는지는 나중 가야 알겠지만. (머저리는 아니니까 알아듣겠지? 내가 기억 못 하면 네놈이 말 안 한 거라는 뜻이다!)
애새끼에게 신경 쓰지 않는 시장이라. 그 마을은 퍽이나 화목했겠군. (비꼬는 건지 아닌지. 통 의중을 알기 어려운 말투였다.) 몰라. 그런 건 기억 안 나. 그런 일이 한두 번이었어야지. (하하! 머리 위로 팔 뻗어 기지개 켰다. 손이 잉크로 얼룩덜룩했다.) 자. 이제 서명해. (수첩 내밀었다.) 네 말대로, 뒷면에 장소를 적어 뒀다가, 하나가 뒤지면 보기로 하지. 시체도 못 찾게 뒤지면, 귀신이 되어서라도 알려 줘라. 내 돈 떼먹고 튀면 두 번 죽인다.

아, 지랄이야! (빽 소리 질렀다. 얼굴에 닿은 당신의 손을 쳐내고는 뺨 벅벅 문댄다.) 노망 났어. 역시 스물넷은 아니야. 마흔 둘도 아니지? 한 육십은 됐나? 뒤질 때가 됐어, 아무래도. 저승사자 오기 전에 나한테 가진 것 다 넘겨줘라. 아니, 역시 지금 주는 편이 낫겠어. 하는 꼬라지 보니까 당장 내일 저승에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손 내밀었다.)

…하. 재미없는 말 중에서도 최악만 골라서 하네. 그것도 재능이다. 높게 쳐 주지. 굳이 남 앞에서 나를 불러야 하나? 그냥 안 찾아도 되는데. (헹. 웃었다.) 포니 소코…. 이제 나한테 꺼지라고 할 건가? 그럼 기꺼이 그래 주지. 그리고, 아재 이름은 안 궁금해. 남들 앞에서 부를 일 없을 테니까.

(한 입 뜯었다. 눈 크게 떴다. 맛있다!) …질답 놀이는 뭔 질답 놀이야. 지랄 그만. 그딴 거 안 해, 난. (대충 씹고 넘겼다. 다음 입 빠르게 베어 물었다.) …나쁘지 않네.

하든지. 내가 대답 안 하면 그만이다. (꿀꺽!)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는 뜻이야. 틱틱댄다는 게 뭔 뜻이냐? (눈 가늘게 뜨고 째려보았다.) 이상한 표현 쓰지 마. 애새끼 같아.

웃긴다. 뭔 말을 하려나 했더니. 또 그럴 줄 알았어. 다 거짓말. 남 일에 쓸데없는 관심 갖는 게 네 자원의 의미라고, 아까 말한 거 다 들었다.(고개 비스듬히 기울였다. 사악하게 웃었다.) 안타까워서 어떡해? 난 기억력이 좀 좋은 사람이라.
난 거짓말하는 새끼가 싫어. 하지만…. (입을 다물었다. 거짓말은 죄. 죄는 악마의 것. 그러니 당신은 저와 가장 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따위의 생각을 했다. 당신에게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꾹 감긴 눈꺼풀의 미세한 떨림이나 보다가. 가슴팍 거칠게 밀쳤다.) …그냥 조용히 가라. 마음이 바뀌었어. 네놈 좋을 대로 살아야지. 말마따나 네놈 삶인데. 멋대로 해라. 뭘 처먹든, 어디서 처자든. 누굴 신경쓰든, 뒤질 때까지 민폐나 끼치든, 신경 안 써. (돌멩이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오늘은 봐 주겠다는 얘기다. 가서 네놈 꼴리는 대로 보내.

맛있지 않아. 남의 마음 함부로 짐작하지 마라. (이어진 호칭에 귀를 의심했다. 당신 잠깐 쳐다봤다가, 한 발 늦게 몸서리쳤다.) 돌았냐? 크리쳐한테 대가리라도 맞았냐? 왜 지랄이지??????

눈도 맛이 갔나 본데. 그런 적 없어. (냅다 잡아뗐다.) 어. 불만 있어. 완전. 크리쳐한테 처맞은 게 문제라면, 다시 줘패면 돌아오겠지. (덤벼들었다. 머리까지는 못 닿고…. 어깻죽지 후렸다.)

▪︎

그렇게 쓰는 거 아냐. 넌 못 써. 나만 쓸 수 있는 거다. (헹!) 또 헛소리를. 니가 누구한테 어딜 처맞든, 사라지든 뒤지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키…. 좀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으르렁거렸다.) 이번에는 대가리 제대로 후려갈겨 주랴?

(뭐라고 썼다. 펜을 금방 돌려주는 것으로 보아 별로 길지는 않은 모양. 종이 주려다가, 멈칫,) …싫어. 네가 도중에 펴 볼 거잖아? 난 그런 놈을 여럿 봤지. 헹, 제법 똑똑한 생각이었다만, 아쉽게 됐네. 네놈 속임수엔 안 넘어가. (하하!)
이렇게 하지. 둘 다 내가 갖고 있는 걸로. 공평하지?

오호…. 남이 죽으라 하면 죽는다라. 내가 뒤지라 해도 그렇게 할 건가? (하하! 크게 웃었다.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던지, 바로 말을 이었다.) 넌 말야, 참 이상해. 하루종일 고모님, 고모님, 고모님…. 남이 가라면 가고, 까라면 까고(라임 있군! 뱉어 놓고 혼자서 만족했다.), 뒤지라면 뒤지기까지. 그럼 궁금해진단 말야. 네놈 인생은 누구 거냐? (당신의 마지막 질문,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다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최악은…. 아냐, 됐어.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약이니까. (어깨 으쓱했다. 평소대로라면 위선을 떤다고 화를 냈을 텐데…. 그냥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바닥의 돌멩이 가볍게 툭 찼다.) 여기 놈들은 참 이상해…. 가끔 헷갈리게 된단 말이지. 하나같이 모르는 척 잡아떼는데, 저게 진심인지, 구라인지. (별 뜻 없는 말 짧게 중얼거리고선.) …그래, 이름이 뭔데?

…있겠냐? (미간 찡그렸다.) 눈앞의 적을 죽인다, 그거 말고 싸움에 도대체 뭐가 필요한데? 압도적인 힘이면 충분해. 그 외의 것은, 패배자들이나 하는 고민이다.
재미없는 질문. 네 가면과 작별 인사나 해라. 당분간은 얼굴이 햇빛 좀 보겠군. (다가간다!)

할배가 이상한 말을 하잖아! (밀집모자 들고 째려봤다.) 막말로, 요즘 누가 그렇게 말하는지? 나이 먹은 거 티 내고 싶어서 그래? 그렇게 안 해도 다 알아, 할배 늙은 거!

특기는 무슨. (코웃음쳤다.) 다 지랄이지.
…뭐야? (깃털 내려다봤다. 귀 뒤에 꽂힌 것도 뽑아서 같이.) 가진 게 이거밖에 없어? 할배 거지야? 아니면 이게 뭐, (목소리 낮췄다.) 엄청난 보물이라도 돼?

내가 왜? 너한테 잘 대해져서 뭐가 좋다고? 네놈 관심 같은 건 필요 없어. 돈이라면 모를까. (툴툴댔다. 보석이라는 단어가 주의를 끌었다.) …보석? 뭔 보석을 말하는 거냐?

그렇게 따지면 똑같다. 싸움도 전투도 장난이고…. 상대를 죽여야 끝나는 싸움이나,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나는 전투도 있어. 그러니까 결국 둘은 같은 말일 뿐이라고. (어깨 두드리는 손 뿌리쳤다.) 치워. 지금 무시하는 거냐? 네놈한테 무시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그건 네가 찾아야지. 나한테 왜 물어보냐? (혀 찼다. 동시에 남은 도마뱀 꼬리 한입에 먹어 버렸다. 오물오물오물, 꿀꺽!) 헹, 이제 어쩔 거냐? 뺏어갈 꼬리가 없는데? (킥 웃었다. 팔 길게 뻗어, 당신 머리 후려갈겼다. 정확하게는 당신의 왼쪽 옆통수를!)

그땐? 뒤지겠지. 뭐, 깊게 생각할 필요 있냐? 사람은 다 뒤지는데. (어깨 으쓱했다. 당신이 뒷걸음질치는 양을 보고 실실 웃었다.) 그럼 진짜지, 가짜겠냐? 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머리 위로 짱돌 들어올렸다가.) …몇 개?

허.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살아야 하나. 관심 없다. 찌질해 보이잖아. (…) 똑똑한 놈이군. 운 좋은 줄 알아라. (돌 바닥에 떨어뜨리곤 손 탈탈 털었다.) 한 개, 이 지랄 하면 찍어 버릴라 했다. 그땐 진짜 작별이었어. (비릿하게 웃었다.) 말만 이렇게 하고, 나중엔 싹 입 닦을 생각이냐? 이것도 계약서 쓰랴?

이기는 쪽이 네놈이면, 수락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거? 내가 뒤져서 시체도 못 찾으면 어쩌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종이 접어서 가방 안쪽에 넣었다.) 뭐, 쓸데없는 고민이지. 어차피 살아남는 건 나일 테니. (하하!) 뭐가 차이가 있나? 당연히 돈이다. 난 돈 말고는 안 모아. 네놈은 이것저것 쌓아 뒀나 봐?

없어. (단언했다.) 가치도, 재미도. 그렇게 지루해 빠졌으니까 내가 맨날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 아니겠냐. (당신의 손가락 따라 시선 죽 움직였다. 가면, 망토. 다시 가면…) 그러든지. 알아서 해라. 어차피 네놈이 말을 바꾸면, 그 가면 정말 날아갈 테니까. (바닥에 떨어뜨렸던 짱돌 툭 건드렸다.) 근데, 왜 새냐?

▪︎

시장 조금 남쪽…. 옛날에 개울이 흘렀던 데. (잠시 뜸 들였다. 의심스럽게 눈 가늘게 떴지만, 일단 순순히 알려 주기는 했다.) 그딴 거 알아서 뭐하려고? 내 집을 뒤지러 갈 생각이라면 포기해라. 내 돈은 절대 못 찾는 곳에 숨겨 뒀으니까.

지금까지 못 찾았는데, 이제 와서 뒤진다고 나오겠냐? (바닥 툭 걷어찼다.) 웬 모르는 척? 네가 새 무늬라고…. (잠시 침묵했다.) 짹짹이가 아니라, 새로운 무늬를 말한 거냐? 네놈이 말을 똑바로 했어야지, 허 참. (제 뒤통수 벅벅 긁었다. 티내긴 싫지만 조금 머쓱한 모양.) …아직 안 써. 최대한의 효율로 뽑아내 줄 테다. 난 미래를 대비할 줄 아는 사람이라.

(빤…. 보다가 고개 기울였다.) 남의 명령에만 따르는데 어떻게 네놈 인생이 네놈 것이지? 인생이란 건 말야, 네 좆대로 살아갈 때 비로소 네 것이 되는 거다. 누가 뭘 시키든 말든, 그냥 네놈 꼴리는 대로 하는 거라고. 뭐가 네놈에게 좋은지 나쁜지도 가리지 않고 남의 명령만 졸졸 따라댕기면, 그게 남의 삶이지 네 삶이냐?

(기존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라는 당신의 말…. 오래도록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종 얼굴만 구겼다.) …헹, 잘 알고 있네. 절대로 이름을 부르는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안 그래도 머지않아 까먹을지도?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말로 하지는 않았다.) 그래, 아재…. 도움이 필요하면 기억하지. 다음에는 그 구린 센스가 얼마나 늘어 있을지 기대해 보자고.(하하!)

…………. (입 떡 벌리고 당신 쳐다봤다.) 돼지. 돼지……. 돼지돼지돼지! 여긴 웬 돼지 새끼가 이렇게 많아! 너, 너 말야, 그렇게 혼자서만 다 처먹었다간, 머잖아 공이 돼서 데굴데굴 굴러다닐 거다! (손을 들었으나 당신 머리에는 대지 못하고 도로 내렸다.) …돼지.

(장미꽃 빤히 쳐다봤다.) …그거 비싼 거냐?

칼. (보급용 단검 내려다보았다. 얼룩지고 이가 빠져 있다.) …좋은 칼, 볼 줄은 아냐?

너? 돼지. (도마뱀 꼬리와 몸통 사건 생각했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흠, 내 몫을 남겨는 줬으니, 새끼 돼지 정도로 쳐 줄까.
…먹을 건 더 없냐?

팔자 좋더라. 잠이 오는지, 그 상황에. 뭐, 별일이 있었으면 이러고 있겠냐? 진작 뒤졌겠지. (어깨 으쓱했다. 조약돌 걷어찼다.)
보나마나 잠을 잘못 잤겠지. 그건 아픈 게 아니라 결리는 거다. 이게 다, 네놈이 이상한 데서 처자니까 그런 거 아니냐? (태연하게 발뺌했다.)

뭐 해? 또 이상한 거 처먹을 생각?(킬킬댔다.) 절…. 어쩌고 그거?

이게 돌았나. (제 관자놀이 옆에서 손가락 빙글 돌려 보였다.) 이상한 거 처먹더니, 드디어 맛이 갔나? (눈 가늘게 뜨고 당신 유심히 살폈다.)

싸움이 다 싸움이지 뭐. (허리 숙이고 당신 유심히 관찰했다.) …아재는 왜 처졌냐? 재미없게. 뭔 문제 있냐?

(눈 가늘게 뜨고 당신 쳐다보다가, 냅다 돌 걷어찼다. 날아가 당신 발치에 떨어졌다.)

(풀 뜯어다 건성으로 털어낸다. 완전히 닦이진 않았지만, 딱히 신경 쓸 생각은 없는 듯. 손 멈추고, 문득 당신의 뒤통수 빤히 노려봤다.) …할배, 탈모야?

…그 이름으로 날 부르지 마! (노려봤다. 목소리에 차오르는 분노 감출 생각도 없이.) 알아. 헌데 네놈에게 알려 줄 생각은 없다. 알아서 구해. 상인에게 물어보든, 다른 이의 도움을 받든.

(당신, 방금 전까지, 뭔가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은 길지 않았다. 어찌 됐든 별로 신경쓸 바 아니었으므로. 그보다는 눈앞의 음식 얘기가 더 중했다.) 맛있냐? 개구리. 듣자하니 뒷다리는 닭고기 맛이 난다는데. (닭을 먹어 본 적이 있어야지, 하하!)

안 부르면 돼. (눈물 보고 얼굴 더 구겼다.) 멍청하게 굴지 마. 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질질 짤 거냐? (쯧. 들으란 듯이 크게 혀를 찼다.)
여기서 말해 준다고 없던 재질 보는 눈이 생기진 않을 것 같고. 적당한 단검으로 가져와. 한 쌍이면 더 좋다.

무슨 돌멩이? (모르는 척 어깨 으쓱했다.) 잘 지나가는 사람한테 왜 시비야, 시비는. 이봐,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그냥 말해라.

(슬쩍 눈 굴렸다. 아, 이런 깊은 생각을 요하는 발언, 정말 취향 아니다.) 당연한 걸 묻냐? 희생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라면, 그 위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 역시 당연하겠지. 그게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희생이 당연하다는 가치관 자체에 의문을 품었기 때문일 테고…. (짜증났다. 거칠게 머리 흔들었다.)이봐. 네놈이 뭔 말을 하고 싶은지야 내 알 바 아니고. 지금 이게 중요하냐?

제대로 돌았군. (자기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당신…. 빤히 쳐다봤다.) 뭐? 절대 안 돼! 꿈도 꾸지 마라. (딱 잘라 거절했다. 당신 잠시 지켜보다가.) 그거, 정확히 네놈이 뭘 처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은 있더냐?

하…. 귀찮게 굴어. 내가 언제까지 네놈을 이해해야 하는지. (이해한 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말했다.) 그냥 포니라고 해라. 이게 어렵냐?
…그래라. 어차피 기대도 안 하지만. 최선을 다해, 그거라도 변명거리 삼아야지. (픽 비웃었다.)

네놈이 어쩔 수 없었던 건지, 자고 싶어서 처자 놓고 핑계 삼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아냐? (굴러온 조약돌 발로 꾹 눌렀다. 밑창이 얇아서 발바닥이 눌리는 느낌이 선명했다.) 옆구리도 결리지, 그럼. 옆구리는 몸 아니냐? 네놈이 어디 바위에나 낑겨 잤나 보지. 왜, 뭘 꼬라봐? (눈 피하지 않았다.) 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네놈이 보따리 다 열어 놓고 잔 주제에. 그리고 그건 이제 내 횃불이다. 내놔.

(작은 돌멩이 주웠다. 당신 등을 겨냥해 던졌다.) 청승 떨지 마라. 같잖으니까.

이봐, 내가 벌써 열 번은(아니다.) 얘기한 것 같은데, 제발 말하기 전에 생각을 해. (무심하게 당신 보다가, 제 관자놀이 툭툭 두드렸다.) 내가 언제 깊은 뜻을 두고 행동하는 거 본 적 있냐? 그 새끼들이 좆같이 굴잖아. 그러면 어떡해? 엿 먹이는 수밖에. (어깨 으쓱했다.) 도대체 뭐를 더 할 수 있는데?

(당신의 의도를 눈치챘지만 고분고분 따를 생각은 없었다. 신발 아래에서 조약돌 꺼냈다. 제 등 뒤로 던졌다.) 누가 네놈을 공격해? (어깨 으쓱했다.) 뭐가 좋다고? 그리고, 애초에 무방비 상태에 있던 사람이 잘못인 거 아닌가? 못 닫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야. 어떻게든 했어야지, 헹. 싫어. 내놔. 한번 내 손에 들어온 건 다 내 거야. 티티 열매? (눈 가늘게 떴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것도 내놔.

(사실 당신의 머리는 멀쩡했다. 골려 주고 싶어서 꺼낸 말이었는데, 생각보다 무던한 반응에 잠시 벙쪘다가.) 안타깝기도 해라. 스물넷에 벌써 머리카락이 가다니…. (나오지 않는 눈물 훔쳤다.) 난 그럴 일 없을 거다. 원래 숱이 많아서. (땋은 머리채 한쪽 들어올렸다. 풍성하다.) 헹, 부럽지?
전갈? 맛있냐? …뭘 이상한 걸 처먹어대, 다들.

▪︎

웃기시네. 불만 없다는 새끼가 그렇게 뚱한 얼굴로 앉아 있냐? 얼빠져 있지 마라. 보기 싫으니까.

(넘기라고 하니까 넘기기 싫어졌다. 조금 끙끙거리며 생각 정리했다가, 젠장, 머리카락 대충 헤집고 끝냈다.) 없어. 다치는 건 멍청이들이나 다치는 거야. 난 그렇게 한심하지 않아. (눈 뾰족하게 떴다.)

그래서, 내 문제라는 거냐? 아하. 좀 닥치고 사리고 있으라고?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이봐, 매번 말하지만…. 그게 내 알 바냐? 사람이 뒤지는 이유는 하나뿐이야.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게 더 강해졌어야지. 진작 그러지 못한 자기 탓이라고.
난 물러서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내가 약하지 않음을 증명할 거다. 어디 한 번 건드려 보라지. 죽을 때까지 물어뜯어 줄 테니.

(날아오는 조약돌 그대로 세게 걷어찼다. 당신 몇 걸음 뒤쪽에 떨어졌다. 만족스럽게 웃었다.) 헹, 그래. 네놈 잘못이야. (…) 뭐야? 두 개짜리 선택지? 누구 맘대로? 세 번째를 추가하지. 내 횃불과 티티 열매 넷. 난 이걸 고를 테다. 좋아, 한 개는 빼 주지. 내 횃불과 티티 열매 셋. 선심 쓰는 척 하지 마라. 그건 내 거라고!

멍청하기는. 그런 걸 청승이라고 하는 거다. (당신 등에 맞고 떨어진 돌멩이 주워들었다. 어깨 뒤쪽으로 던지고는.) 결론이 뭐냐? 빨리 내리고 처 자라. 나는 우울하게 구는 놈들이 싫어.

속이 왜 복잡해? (갸웃) 뭐 잘못 먹었냐? 그러게 아무거나 주워 먹고 다니지 말라니까. 다들 못 먹어서 뒤진 귀신이 붙었나.

엿이나 먹으라지. 난 안 뒤져. 누구 좋으라고? (잠시 생각했다.) 뒤질 생각이냐? 난 찬성.

없어. 그딴 거 안 키워. (고개 돌렸다.) 엄마아빠가 보고 싶다고 징징대는 건 애새끼나 하는 짓이다. 난 다 컸고.

싫다면? (말 그렇게 하면서도 붕대 꺼내 툭, 당신 앞에 던졌다.) 이건 왜 찾냐? 멀쩡한 면상을 하고서는.

(평온한 얼굴에 심술이 났다. 돌멩이 주워 당신 향해 던졌다. 지도 옆 바닥을 맞추면서, 지도에 모래가 튀었다.)

네가 그 덩치로 시야 한구석을 떡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어떻게 안 봐? 몸을 좀 줄이든지, 저-쪽(그늘진 곳을 가리켰다.) 으로 꺼지든지. 뭐든 좀 해 봐라.
내가 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고개 기울였다.) 네놈은 뭔 생각이 들길래?

닭고기가 아니라, 소고기라고?(동공 흔들렸다.) 하, 내가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야. 네놈이 먹으라고 그렇게 사정을 해대니까 먹어 주는 거다. (홱 낚아챘다. 냠.)

스토리를… 붙이라고? (눈 가늘게 떴다.) 결국 이것 자체에는 별로 가치가 없단 말이군. 그런 건 재미없어. 안 받을 거다.
…부탁이란 건 뭐였냐? 사람 궁금하게 만들지 마라.한번에 죄다 말해. 들어는 주지. (…) 들어만 주지.

뭐야?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화들짝 당신에게서 몇 걸음 멀어졌다. 머리 흔들어서 제자리로 돌려놓고선.) 포니랑… 머리를 땋는 게… 무슨 상관? (멍청하게 당신 쳐다봤다.)
…하나 내놔 봐. 생각이 바뀌었어. 개구리는 맛있더라. 전갈은…. 맛없으면 뒤진다?

(조금 먼 곳 보았다. 이어지는 침묵, 조금 길었다.)…내가 알 바인가. 내가 알 바야? 아무리 상황을 들어 변론해 보려고 한들, 그래서 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이 남을 뿐이다. (하하!)
순진해 빠져서는. 매사에 타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멍청하게도.
있잖아, 세상엔 말야…. (목소리를 낮췄다. 거의 속삭이듯이.) 타고나길 그런 것들도 있단다. 알겠어? 남을 이해하려고 들지 마…. 어떤 이들은 그렇게 태어나지.
나면서부터, 저주받은…. 빌 어 먹 을 것 들.

(당신이 일어설 때, 쑥 올라가는 눈높이를 노려봤다.)이해가 안 돼. 왜 머리 복잡해질 짓을 사서 하나. 나? 다 잊어버렸지. 그 자리를 떠나는 순간, 모조리! (하하!)
…그래서 그 의문에, 네놈이 내린 결론은 뭐길래?

▪︎

내가 뭐 하나 알려 줄까. 세상의 불행 절반은, 그 앙증맞은 머리통에서 나온다지! (자기 옆통수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모르겠다면 그냥 생각을 하지 마라. 주변도 같이 침울해지니까.

쓸데없어. 남 일에 머리 들이밀고 다니기 전에, 네 걱정이나 하지그래. (눈 가늘게 떴다. 당신 위아래로 훑었다.) 네가 그놈 아니냐? 배에 구멍 난 자식.

엿이나 먹으라고 할 거다. 왜 그렇게 봐? (당신 쪽 쳐다보지도 않고 쏘아붙였다.) 내 눈 똑바로 봐. 그리고 너도 똑같이 말해 보든가. 엿이나 먹으라고. 넌 못하잖아?
꼬여 있고, 잘못된 것의 기준이 뭔데? 늘 말하는데…. 세상을 네 기준에 끼워 넣으려고 하지 마라. 네 일에나 신경 쓰라고. 네 앞가림이나 잘 해. (허. 입술 깨물고 싶은 쪽은 오히려 저였다. 그러나 약해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한쪽 입꼬리 말아올리고, 비릿한 웃음이나 웃었다.)
내 이야기 아니다. (발뺌했다.) 그러니 네 다른 말에도 대답할 가치는 없겠지.

공놀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돌멩이 발로 눌렀다. 도로 차 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싫어. 난 몽땅 받아갈 거다. (하하!) 누, 누가 어둠 따위에 겁을 낸다고 그래? 난 어두운 곳 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아. 그러니까 그딴 헛소리는 집어치워. 재미없으니까. 한번 내 손에 들어온 건 다 내 거야. 그뿐이다. 이제 내놓으라고! (한 걸음 다가섰다.)

네놈은 잘못 말 안 했고, 나도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난 안 뒤진다고. 같이 뒤져 줄 생각 없다고. 나선 새끼는, 뒤지든 말든 알아서 하라지. 제가 약한 것을, 왜 애먼 남의 발목을 잡나?

(한 박자 느린 반응 지켜보다 허, 헛웃음 터뜨렸다.) 뭔 '이젠'이야, 원래는 안 그랬다는 것처럼. 새삼스럽게 굴지 마라. 네놈 같은 거 애초에 좋아한 적 없으니까.

끔찍하겠군.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뜨거운 돌멩이 생각했다. 어깨 부르르 떨었다.) 그럴 생각 없어. 난 맛없는 것에는 관심 안 갖는다. (가슴 앞으로 팔짱 끼고 고개나 저었다. 당신의 몸 위아래로 진득이 훑었다.) 허, 참. 보이는 건 멀쩡한데. 속엣것만 쏙 맛탱이가 갔나? 이상도 하지.
가서 혼자 놀아. 재주를 넘거나, 수영을 하거나…. (물에는 들어갈 수 없다 했던가? 알 바 아니지!) 기운 쏙 빠지면 그때 다시 와라. 네놈의 그 넘치는 기운이 얼마나 갈지 보자고.

하, 참. (어이가 없었다. 인상 팍 쓰며 헛웃음 흘렸다.) 머리가 나빠서 못 알아듣나 본데, 멀쩡한 면상이란 건, 눈코입이 제각기 있을 곳에 붙어 있다는 뜻이다.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라고.

뭐야? (눈썹 치켜올렸다.) 누가 할 소리를. 적어도 너한테 그런 말 들을 정도는 아니야, 이 애새끼야. (당신 노려보았다.) 넌 심지어 나보다도 작잖아?

배탈이 아니면 뭔데? 부끄러우면 그냥 부끄럽다고 말해. 괜히 발뺌하지 말고. 어어, 아무거나 좀 주워먹지 마. (바닥 신발코로 툭툭 찼다.) 난 내 몸 간수 잘 해. 그래서 아직까지, 뭐 하나 안 잃어버리고 잘 살아 있지. (양 손의 손가락 열 개 쭉 펴서 내보였다.) 아재야말로 조심하지 그래. 그 갑옷 속 어딘가는 사실, 텅 비어 있는 거 아냐? (하하!)

뭐야? (냠냠 먹다가 눈 세모나게 떴다.) 하…. 참. 그래, 내가 기를 쓰고 싫어하는 꼬라지가 좀 재미났던 모양이지? (하하!) 좋아, 난 그런 데엔 신경 안 써. 네놈 꼴리는 대로 해라. (아!) 이왕이면 포니 님이라고 불러. 존경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동시에 눈썹 찡그렸다. 머리에 올라온 손 빠르게 쳐냈다.)

만약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런 건 약한 놈들이나 걱정하는 거다. 그 시간에 네가 강해지면 돼.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도록.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지.

건드리지 말라고! (당신의 손 세게 걷어냈다. 몇 걸음 물러나서 날카롭게 노려봤다. 고양이처럼…….) 포니 언니님이 아니다. 그냥 '포니 님'이라고! 언제 너를 동생으로 인정했다는 거냐?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 없어! 앞으로도 둘 일 없을 테고! 그리고 난 원래…. (입을 다물었다. 한결 누그러진 말투.) 원래 사람이었다.

어림도 없지. 포니 님이 아니면 안 돼. 헹, 그런 유혹에 내가 넘어갈까 보냐? (적당히 배가 부른지, 이젠 아쉽지 않은 모양이다.) 싫어. 미래 일은 모른다지만, 이건 답이 확실하다. 너네 언니 안 해. 넌 절대 내 동생이 못 돼. (손에 쥐어진 산딸기에 눈 동그랗게 떴다. 혹 뺏길까 홀랑 입에 넣었다.) 싫어! 너 같은 거 소중히 안 여길 테다! 그리고….
난 사람이라고! 고양이 안 한다고!

▪︎

뭐…뭐?! 너, 그런 게 있었으면 말을 했어야 할 것 아냐. 혼자 다 처먹으려고…. 이 야비한 돼지 자식. …하지만 그래도, 네놈에게 언니라고 불리지는 않을 테다. (마지막 자존심이다.) 네놈이 틀렸어. 나는 네놈을 완전, 정말, 무지 싫어한다. 그러니 그 '맛있는' 음식 많이 처먹어! 소중히 여겨지지 않으니, 그거라도 즐겨야지 않겠냐. (하하!)

……뭐라고 안 해. 징징대고, 칭얼대서, 나머지의 발목 잡지만 않으면. 짜증나게 굴지만 않으면, 네가 어떤 마음으로 살든 내 알 바 아니니까. 그래…. 노력해 봐. 구경하지.

…왜? 왜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해? 네놈, 또 뭔 잘못이라도 했냐? (눈 굴렸다. 곰곰 생각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하…. 됐다. 내가 무슨 말을 얹겠냐. 네놈 그 자칭 잘난 얼굴 가지고 평~생 잘 먹고 잘 살아라. (멈춘 손 가만히 노려봤다. 어깨 으쓱했다.) 뭐? 당연하지. 지금 어디가 가장 좋을지 고민 중이다. 내 말은, 어디가 사람이 살기 최악인지 고르는 중이라고.

만지지, 마! (당신의 손 잡고 내팽개쳤다.) 왜 자꾸, 내 몸을 더듬어대는 거냐! 이, 이 변태 자식. 파렴치한. (…) 뭐야? 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네놈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거 정도야, 뭐라고는 안 하겠다만. 나한테까지 그 생각을 집어넣으려고 하진 마라!(얌전히 받아먹긴 한다.)

(돌멩이가 당신을 통과하지 않자 눈썹 치켜올렸다.) 귀신이 아니네? 뭐냐?

(고맙다는 말에 눈썹 치켜올렸다. 내가… 뭘 했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조금 너그럽게 대답했다.) …글쎄.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제가 좋아하는 부류. 어떤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지. 그러나 깊게 머리 쓰지 못했다. 금세 머리 흔들어 생각 지워 버렸다.)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군. 그놈의 자뻑은 아니란 거지. 여기 놈들은 도대체가, 자기 얼굴에 왜 그렇게 집착해?

예의? (픽 비웃었다.) 그게 뭐야, 난 그딴 거 몰라. 예의 같은 건 개나 줬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거다. (어깨 쭉 폈다. 고개 빳빳이 들고 당신 올려다보았다.) …뭐어? 아재 귀신이야? 사실 서른일곱이라는 것도 구라지? 할배 소리 듣기는 쪽팔리니깐, 대충 그 정도라고 사기친 거고?

(가면에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눈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반 걸음 물러섰다. 갈겨 버리고 싶단 표정 짓는다.) …아하. 네놈도 어둠이 무서운 거지? 원래 다들 자기 약점으로 남을 공격한다고들 하지. (방금 좀 똑똑했다. 혼자 생각했다.) 뭐, 준다니까 받겠지만, 정 그러면 차라리 솔직히 말하지 그러냐! 그럼 내가 이 넓-은 아량으로 이, 이해해 줄 텐데! (하하!)

아닌데? 네가 살아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이 나한테? (하하!) 도대체 누가 그러냐? 네놈이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 게 훨씬 나았을걸.

당연하지. 자기 얼굴에만 집착하고, 잘생겼다느니 어쨌다느니 헛소리나. 손해? 일단 한 가지는 확실하네. 그 말을 듣는 내…. (제 관자놀이 톡톡 두드렸다.) 정신적 충격. (하하!)
뭐? (눈썹 치켜올렸다.) 뭔 당연한 걸 묻는 거냐? 정이 붙었어도, (물론 그럴 일은 없지만!) 계속 알고 지내는 거, 하지 않아.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있잖아, (목소리 낮췄다.) 난 사람이 싫어. 이제 알겠냐?

뭐라는 거야? 새끼가, 멍청해졌나. (관자놀이 옆에 대고 손가락 빙글 돌렸다.) 나를 위한 얘기를 하는 거다. 네놈이 꺼졌으면 좋겠다고. 뭔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뒤져 있길 바랐다고.

칼에 이름 붙이기. ('아주 날카로운 단검', 뿌듯하게 내려다본다.) …까짓거 겸사겸사, 개구리 새끼한테도 이름 지어 주지.

안타깝게 됐네. 난 네놈이 정-말 싫어. (한쪽 입꼬리 말아올렸다. 어깨 으쓱이고는.) 하지 않은 거다. 못 하는 게 아니라고. 헛소문 퍼뜨리지 마. 친구 따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어…. 단지 나한테 필요하지 않을 뿐이야. 그래서 안 만드는 거라고!
허, 참. 네놈도 빙글 돌았구나? 이상도 하지, 뒤졌다 살아난 놈은 멀쩡한데. (아닌가? 하하!) 왜 이상한 새끼가 와서 지랄이지?

하. 지금 말장난이라도 해 보자는 건가? 말했지만, 말로 하는 싸움은 취미 없는데. 덤비겠다면 환영이고.(손가락 까닥였다.) 이득이 없긴 왜 없어, 멍청한 자식아. 그 예쁜 머리통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그래…. 자비롭게 설명 한 번쯤은 해 주지. 네놈이 열심히 깎아대는 내 정신적 피해가 조금 줄어든다. 됐냐? (날카로운 웃음 터뜨렸다.)

허. 내가 잘못 말한 거다. 일단 난 아냐. 네놈은 그렇겠지! (난 눈치채고 있었어, 음.) 그러니까 말하는 것도 네놈 혼자야. 그래, 들어는 주지. 난 친절하고 마음이 넓으니까! 말해 봐. 왜 무서운데?

당연하지. 뭐가 더 필요한데? (…) 아니? 이 개구리, 네놈이 오기 전에 잡아먹을 거다. 조금 작아서 마음에 안 들긴 한데, 살찌우면 꽤 괜찮은 한 끼 식사 정도는 되겠지!

(그런가. 잠시 생각했다.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상관없어. 더 이상 내 이름이 아니니까. 지명을 부를 때마다, 내 생각이나 하면서. 더러운 기분이나 느끼라지!
그래? 좋겠네. (평이하게 대답했다.) 어떤 부모는 없는 게 낫지. 네가 이름을 고를 수 있다는 것…. 그건 조금 부러울지도. 그래, 지금 이름은 왜 쓰는 건데?

그래…. 난 아주 싸우고 싶어 미치겠다, 지금. 뭐, 언제 안 그럴 때가 있겠느냐만은. (픽 웃었다. 뚜둑 소리 나게 손가락 꺾었다.) 샌드백도 물론 좋지. 진짜 싸움보다야 재미는 덜하지만.
난 네놈을 이해하려 든 적 없는데. 네놈은 있잖아. 그냥 구석에 축 처져 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짜증이 난단 말이지. 시커매가지고는. 난 검은 것들이 싫어. 이해랑은 별개의 문제라고, 이건.
(고맙다. 그 말 듣고 눈썹 치켜올렸다. 조금 못마땅하게 말을 끊었다.) …그래라.

아아아!!!!! (뒤로 펄쩍 물러나 손등으로 입가 벅벅 닦았다.) 너, 너. 나한테 앞으로 말 걸 생각 하지 마. 아까부터, 계속, 누가 네놈 언니야!? 네놈 같은 여동생 둔 적 없어. 변태 파렴치한이라면 더더욱! 진짜 완전 사양이라고!!! 싫어!! (쌩 달아났다.)

네놈 사정은 그런 모양이군. 난 말 안 할 거다. 어두운 건 싫어. 숨이 막히니까. 해가 지고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어두운 데에 혼자 남아 있는 거. 원래 애새끼들은 불 다룰 줄 몰라.
………. (입 다물었다.) 몰라.

어련히 알아서 잘 사실까! 난 똑부러진 아이야. 내 앞가림 정도는 야무지게 해. 물론 잘 갖고 있지! (가방 톡톡 두드렸다.) 걱정 붙들어 매라고.
…안 돼. 마음의 준비는, 나한테 개구리 새끼를 넘겨줬을 때 했어야지? 너무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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