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고양이

X월 X일 X요일 오하아사

생존증명서 남지윤 답멘(시리 2일차~)

(240618~240627)


뭐가 장난이야. 네가 날 죽이는 게? (안 나오는 눈물 훔친다.) 네가 그렇게 세게 털면 난 죽어. 죽을 거야.......(아니다.)

 

왜요. 사람이 서로 의지하려고 함께 사는 거 아닙니까? (제 어깨 탕탕 두드린다.) 저는 의지하셔도 됩니다! 저는 믿음직스러우니까요! (아니다.) 흠. 머리 박고 기절해서 다 까먹으면 됩니까? 그럼 그렇게 해 드릴 테니까, (뇌세포가 더 뒤지겠군.) 저만 믿으십쇼!

(그나저나.) 아까 뭐라고. 뇌가....... 물고기로요? 물고기는 강채빈인데.... 뇌가 강채빈으로? (기겁한다.) 제발 그런 끔찍한 얘기 하지 마십쇼! 전 차라리 죽을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경찰이나 군대가 저흴 구하러 올 겁니다. 분명.... (반복하는 모양새가, 당신뿐 아니라 제게도 하는 말인가 싶다. 목소리엔 확신이 없다.)

 

......그런가? 하긴 나도 가수 돼서 돈 많이 벌 거니까.... 그때는 돈 있으려나? (후.) 뭐 올려 달라고? XX호텔 디너 코스? (중얼댄다.) 곧 까먹을 것 같으니까, 나중에 다시 말해 주라. 나 머리를 하도 처맞는 바람에 뇌세포 다 뒤져서 기억 못 해.

 

그러면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건가. 뭐, 그것도 좋지. (어깨 으쓱. 당신 빤-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 엄마 아빠랑 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구하러 오려고 노력할 거야. 너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지 않겠어? 너무 단정짓는 거 아냐?

뭐야? 난 원래 이랬어. (투덜~) 1층의 걔네들. 글쎄…. 만화 같은 거랑 친한 타입은 아니어서, 내가. (이어지는 당신 말 들었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굳이 따지자면 좀비에 가까울까. 부X행에서 비슷한 거 본 것 같아…. 아까 누가 지X학 얘기도 했고. (헉!) 쟤네가 다 우리 학교 학생들, (선생님들, 혹은 그 비슷한-) 이었다는 뜻인가?!

(훌쩍. 당신의 타박에 애써 텐션 올린다.) …되겠냐고! 뭐, 이것저것 열심히 해 봐. 하지만 그때도 내가 이길걸? 그땐 너 각오해. 선배님~ 보다 더 어려운 거 시킬 거다! (흥.) 근데 원래 나한테 시키려던 게 뭔데. 물어봐도 되냐? 궁금한데.

4월 8일. 양자리. 아! 기억나. 양자리가 1등이라서. 럭키 컬러가…. 빨간색이었어. (문 쪽 흘긋 본다.) 피도 빨간색이긴 하지. 오늘 운 좋겠다, 너. 축하해……. (어째 분위기가 더 침울해졌다!)

…불길하다, 야. 그럼 우리도 누가 죽어야 각성한다는 것 같잖아. 누가 죽어야 한다는 것 같아……. (입 다문다.) …다른 영화는 없냐? 기분 좋아지는 얘기로 해 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걸로.

오! 하! 아! 사! 라니까요?! 그리고 제가 저걸 수습을 어떻게 합니까?! 이 연약한 팔이 안 보여요? (흔들흔들. 일어나십쇼. 억지로 깨우고는 소매 걷어서 팔 흔들어 보인다.)

뭣. 몸의… 대화? (팔을 교차해 제 가슴 가린다.) 꺅! 연약한 후배한테 무슨 짓을 하시려고! (훌쩍.)

시비 아니거든! 그냥 사실이라고. ……(입 다문다. 침묵이 조금 길다.)…난 의사 선생님이 운동 많이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렇지! (툭툭툭툭 건드려진다. 당신 뚱한 얼굴 본다.) 야…. 삐졌냐? 천예슬. 삐졌어?

추운 건 아닌데…. 이건 벗으면 안 돼. (목소리 잔뜩 깔고는 헛소리나 한다.) 사실 이게 내 가죽이라서, 벗겨지면 죽거든. (그냥 가오를 챙겨야 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건가 싶다.)

(여전히 얼굴은 뚱하다.) 몰라. 난 내가 사랑하는 것이 전부 행복하기만 하면 좋겠어. 한 가지 모습으로 계속, 성장도 못 하면 어때.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지 않았어? (말을 할수록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그냥 입 다물었다. 붙잡힌 손이나 꼭 모았다.) 기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가르쳐 줘.

뭐?! (양 팔 교차해서 가슴 가린다.) 꺅! 변태! 여기 변태가 왜 이렇게 많아?! 변태가 남지윤 괴롭힌다아아….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은 현실이 잊힐까. 평소보다 조금 과장된 목소리.)

헉! 맞다. 강학 최고의 아웃풋. 달의 사랑을 받는 자. (아니다.) 용한 점쟁이 혜원 선배가 있었지! 선배한테 매일매일 운세 봐 달라고 해야겠다……. 응, 안 그래도 환희랑 같이 기도했어. 일 잘 풀리게 해 달라고. 너도 믿는 신이 있어? 그 신한테 뭐라고 기도했어?

…학교에 라디오가 있을까요. 요즘 누가 라디오를 듣나….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통신이 끊긴 것도 일시적인 현상일 겁니다. 금방 정상화될 거에요. 우리나라의 통신 서비스는 세계적이니까요. (중얼중얼.)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야죠. 아직 죽기에는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요…. (하하.) 나머지 발목 잡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마십쇼. 상남자는 죽어도 혼자 죽습니다!

그럼 여기 저 말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도리어 되묻는다.) 선배님이 너무 기준이 높은 거란 생각은 안 드십니까? (중얼중얼. 투덜투덜.) 뭐, 사실 저도 압니다. 저 못 미더운 거. 그래도 저 나름 상남자거든요?! 그리고 상남자는 남에게 폐 끼칠 일은 안 하니까요!(와, 방금 존나 멋있었다. 혼자 뿌듯해한다.)

…그래도 강채빈보다는 제가 조금 더 신뢰도 있지 않습니까? 싫어요! 남채윤 하느니 죽을 겁니다! 그렇게 좋으면 선배가 강도빈 하십쇼! (빽)

(귀 기울이면 바스락바스락 소리 들린다.) 환희가 여기에 부적 넣었대. 나한테 살 날리려고. (아니다.)

하하. 우리 반 애들도…. (말 줄인다. 바로 아까까지 급식을 먹고, 함께 떠들었던 얼굴이 지나간다. 잠시 멍- 있다 고개를 흔들어 지워낸다.)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우리 반 애들 공부 안 하는 거 알잖아. 분명 일찍 무사히 집에 갔을 거야!

글쎄. 난 모르겠어. 우리 굳이 그런 걸 생각해야 할까…? (하하. 말꼬리 흐렸다.)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물론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래야 한다면, 미애 넌…. 어떻게 해 줄까?

그런 셈이지! 내가 돌연사하면 네가 증언해 줘라. 환희가 했다고.

하…. 하남지윤…. (충격) 계속 그러시면 저도 가만 안 있습니다. 저도 선배 별명 다 알거든요?! 강도, 요새, 또 뭐더라……. 제가 그렇게 불러드려도 됩니까?! 그리고, 알고 있으니까 계속 물어보는 거죠. 인식이 언제 바뀌나 해서요! 그러면, 나중에라도 제가 좀 미더워졌다 싶으면 바로 말해 주십쇼.

제가 운동을 못 해서 그렇지, 운동하면 힘 세질 수 있거든요?! (허세) 그리고 선배도 힘으로 저를 까실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 팔뚝 봄.)

(헉.) 선배, 눈 예쁘게 뜨십쇼. 그러다 미간에 주름 잡힙니다. 눈도 더 나빠지고…. (구라다.) 안경 도수가 더 높아져서, 눈이 완전 작아지면 어떡합니까?!

그리고 걱정 마십쇼. 어차피 애들 제 말에 신경 안 써서 괜찮슴다! 저 새끼가 또 헛소리 하나부다~ 하겠죠. (코쓱)

뭣. 안 돼. 꼬마 지윤이를 어떻게 버려? (만쥬 꽈악~) 미애 네가 혼내 줄 거야? (내려다본다.) 하나도 안 무서울 것 같은데~

모르는 척을 해 달라고? 아무에게도 티내지 않고 혼자 조용히 사라지려고? 조금 잔인하다. 우리에게는 준비도 못 하게 하고, 너 혼자 준비를 끝마친 다음에 없어지려고? 너무하다. 그게 잠수 이별이랑 다를 게 뭐야. (잠수 이별, 단어를 꺼내니 기분이 나빠져서 입 꾹 다물었다.)

내가 곁에 있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 준다구? …그러다가 너도 똑같이 돼도 좋아?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그리고 난 네게 그런 부탁 같은 거 안 할 거야. 꼭 네가 아니어도, 아무에게도 안 할 거야. 난 상남자니까. 상남자는 아무에게도 폐 끼치지 않는다고!

난 그냥…. (머리 헤집었다.) 모르겠다. 그때 가서 생각하면 안 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응?

뭐, 익숙하지 않은 말이라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게 결국 언어니까요. (잔잔해진 분위기에 따라서 목소리 낮춘다. 겉으로는 똑같은 척해도 이 선배 역시 지쳐 있는 모양이야…. 도로 눈 감는 모습 보고는 허, 헛웃음 터뜨렸지만.) 밥 잘 먹습니다. 저 많이 먹거든요? 아, 밥 얘기 하니까 배고프지 않습니까. 나가면 치킨 사주세요.

아아아아. 선배의 사랑은 무슨. 이거 학교 폭력이야! 이 연약한 팔이 안 보이세요?! 저 다치면 진짜 낙오돼서 죽어요! (징징.) 선배가 책임지고 데려가 주실 겁니까?!

아악! (일부러 오버하며 주저앉는다.) 미, 미애가 사람 잡는다아…. 그래, 조금 무섭긴 하네. 그럼 이걸 환희한테 해 주는 거야?

당연한 게 어딨어. 사랑받지 않는 자식… (순간 말 멈춘다. 뭔가 실수했다는 느낌. 그러나 이제 와서 그만두기에는 모양이 좀 이상하다.) …이 있을 리가 없잖아. 도대체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물어봐도 돼? (사춘기의 미숙한 투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투다.)

…흠. 저 막내입니다. (빤-) 선배 동생들 있다고 기억하는데 아닌가요?! 절 보면 예쁜 동생들이 생각나서 마구마구 뭘 해주고 싶지 않으세요? …(잠시 침묵. 길지는 않다.) 아, 가족 얘기 하니까 엄마아빠 보고 싶네요. 걱정 많이 하시겠지…. 나 찾는다고 형이랑 여기 오면 안 되는데.

(문질문질 당한다.) …저 이거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병 주고 약 주기죠. 맞죠. (하하!) 그래도 들고는 가 주신다니. 감동입니다. 근데 됐습니다. 저 무거울걸요? 그냥 어디 안전한 데다만 가져다가 놔 주십쇼.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죠, 뭐. (으쓱) 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근데 왜 벌써 이런 얘기가 나옵니까?! 저 선배한테 얻어맞지만 않으면 다칠 일 없거든요? 선배 몸이나 챙기십쇼! 저는 선배 다치셔도 못 들어다 드립니다?

(시작. 눈 깜박인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겠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것 당신 혼자만이 아니어서.) 뭐, 투정이면 어때. 어린애가 어른한테 투정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하. 실상 당신과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그냥 평범한 가족이야. 형이랑은 그냥 그렇고. 가끔 급하게 불러서 가면 방에 불 꺼달라고 그래, 형 새끼가. (흘긋 당신 봤다.) …형이 둘 있다고 했나. 사이 많이 안 좋냐?

선배는 동생들이랑 사이 좋아 보이던데. 마냥 예쁘기만 해요? 뭐…. 쌓인 건 없구요?

저희야 뭐. 그냥 평범한 형제죠. 형 새끼는 허구한 날 동생 놈 과자나 처먹고. 사실 마음 착한 제가 이해하고 용서하는 쪽에 가까워요. (흠흠.) 고맙고 미안하게는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나이 차이도 안 나는데, 저 때문에 많이 손해 보고 자랐을 거라. (센치해져서는 줄줄 내뱉다가, 앗, 하고 입 다문다.) …저희 형 만나서 제가 이런 말 했다고 얘기하심 안 됩니다?

이별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잖아. 그거 하나 말한다고, 좋은 추억이 사라지는 것 아니잖아…. (울컥해서 눈가 비빈다.) …그건 확실히 아니야. 누나는 그냥 내가 귀찮았던 것뿐이야. 9모 끝나고 헤어지자 했는데, 내가 수능까지 기다리겠다 했거든…. 그새 다른 사람이 생겼을 수도 있고, 뭐. (훌쩍.)

도움이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를 위해서 상대가 큰 손해를 감당하는 이상 그건 폐야. (꾹 밀렸다. 미간 찡그렸다.) 그런 건 좀 싫어해. 너한테는 친구가 아니라 네가 가장 소중해야 한단 말이야. 말했잖아…. 엑스트라도 자기 삶에서는 주인공이라고.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야. (투덜투덜.)

나가면? (흠.) 치킨 먹을 거야. 한태욱 선배가 치킨 사 주기로 했어. (합의 안 됐다.) 너도 올래? 아님 뭐, 다른 거 할 거 있어?

(그저 웃기만. 책상 옮기는 것 돕는다.) 며칠만 참자. 그러면 분명 구조대가 올 거야. 나라 전체가 통으로 망하진 않았겠지. 안 그래?

어렵다…. 이래서 종교는 별로야.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해서. (투덜투덜.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도 같은데 머리 써서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머리도 못 되고. 당신 하라는 대로 고개 숙이고 눈이나 감는다. 기도문에 귀 기울이다가 속으로 몇 마디 읊어 본다. 부모님, 형, 전부 무사하게 해 주시고. 누나도 별 탈 없게 해 주시고. 이왕이면 내 생각 나서 연락도 하게 해 주시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엥? 입이 문제인 건 저뿐이 아닌 것 같은데요? 선배도 말 조심하십쇼. 방금 플래그 세우셨습니다? (하하. 가볍게 웃었다. 장난이어서.) 저 당연히 버리고 가셔야죠? 아니 물론, 저야 데려가 주시면 감사합니다지만, 너무 큰 폐 아닌가요? 저 때문에 손해 보는 형은 저희 형이면 족해서요.

그리고 저 그렇게 무능력하지 않다니까요? 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질 겁니다.(져지 옷깃 만지작거린다.)

제가요? 불만이 많다구요? 헐~ 아니 저같이 착하고 말 잘 듣는 동생이 또 어딨다고! (말하면서 성찰한다. 남지윤은 말 잘 듣는 동생…. 이었나? 음음. 이 정도면 그래도 훌륭하지.)
(당신 말 잇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이어지는 말에 뭔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목소리 높인다.) 아니 당연하죠! 선배는 선배 동생들한테 많이 고맙고 사랑한다~ 하실 수 있으세요?! 없으시잖아요!

야, 한 살이면 엄청 크지! 난 돌 때 걸어다녔어. 내가 걸어다닐 때 넌 뭘 했냐? (여자친구…. 얘기가 나오자마자 표정 싹 울적해진다. 이 새끼가, 남자의 아픈 곳을.) 어어. 형 나랑 생긴 건 엄청 닮았어. 근데 음악은 안 해. 우리 형 강학대 갔어. 완전 유전자 몰빵이야. 그래도 얼굴은 내가 낫다.
대화는 어쩌다가 안 했는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냐? 가끔 그런 집도 있다던데. 대화를 해 본 적도 없는데, 형들이 널 안 좋아한단 건 또 어떻게 아는데?

와~ 완전 의지 박약. 선배 그거죠. 작… 작신사밀?(작심삼일.) 뭐, 플래그는 플래그고, 여긴 현실이니까요. 의지가 있다는 건 일단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뭐. 저도 안 다칠 겁니다. 죽어도 안 죽어요. (당신 어깨 턱, 두드린다.) 저요? 형한테요? 아니요? 별로 죄 지은 건 없는데요?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던 것은 잘못이라 부르지 않는다. 보통은.)

그래. 빌보드 가야지. 뭐, 사인이라도 미리 해 주랴? (하하!) 누가 때렸냐고? 강도요새 선배. (이마 문지른다. 함몰됐나~ 매끈하긴 하다. 아직은!) 나 이번 기말고사 망하면 다 강도 선배 탓이야. (시험을 잘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보편적인 기준에서는.)

뭐어, 종교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니까. 내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면 안 싫어. (슬쩍 당신의 눈치 본다. 화난 투는 아닌 것 같아서 안심한다. 감은 눈 뜨지 않고 있다가, 당신이 잊어버린 것 같아 낮게 읊조린다. 이게 맞나.) …아멘.
음? 궁금한 거? 뭔데?

허. 내가 시킨 건 '선배님'뿐이었다? 싸가지 선배님~ 까지는 봐 주려고 했더니. 꼼수 못 쓴 건 너야, 천예슬. (당신 미간 꾹~) 그리고 결국 단발성 됐잖아! 네가 안 해서! 결과적으로 똑같아진 것 아냐?
(어이가 없어서 눈물 쏙 들어갔다.) 3학년에…. 이리 오너라…. 허. 동방예… (입 중간에 닫았다. 단어를 까먹은 듯.) 하여튼, 예의가 중요한 국가에서. 어떻게 선배님들한테 가서 그러냐?!
…근데 왜 하필 4반이냐? 거기 아는 사람 있어?

(어떻게 해야 하나. 삐진 사람을 달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연애할 때 가장 힘든 점이었다. 슬쩍 당신 눈치 살핀다.) 안 아파. ……지금은. (다시 슬쩍) 진짜 삐졌냐? …그거 어떻게 해야 풀리냐?

그래, 부잣집 애들도 있는데……. (말꼬리 슬 흐렸다.) 누군가는 집에서 사람 보내겠지. (책상에 올라앉은 당신과 이젠 눈높이 비슷하다. 당신 얼굴 한참 응시하다 눈 깜빡였다.) 뭐야? 자려고 붙인 거 아녔어? 안 자?

크윽, 분하다! 이 수모, 언젠간 반드시 갚겠다…! (받아 준다. 장난기 어린 투.) 그래, 환희가 좀 착하긴 하지. (잠시 생각.) …누구랑 다르게? 누구랑 다른데? 너…. 대답 잘해야 할걸. (빤….)(빤…….)

우, 우와. (감탄한 눈.) 낭만적인데…? (반짝반짝.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둘이 이어졌어? (헉. 갑자기 생각난 듯 문 쪽을 본다.) 우리도 사랑의 힘으로 저 녀석들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윙크….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눈 마주치기 전에 표정 관리 한다. 흠흠.) 사소한 것…. 뭐, 그렇다 치고. …… …그래, 동방예의지국! 이것도 사소하니까 넘어갈 거지?! (쪽팔려서 괜히 큰소리 친다.)
…보통 이런 건 아는 선배 있는 반에 보내지 않냐? 그 선배도 겸사겸사 놀리려고? 역시 그러기엔 쪽팔리는 거야? 너도 쪽팔림을 아는구나!(기특하다는 눈빛.)
……뭐, 네가 뭘 시키려고 했는지 알았으니까, 다음에는 참고해서 결정할게. 흠. 넌 사고칠 줄 알지?

…그거 어려운데. 삐끗하면 플래그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살아남아서 그녀에게 고백할 거야! 하는 새끼들이 먼저 죽잖아요 보통.

…안 와. 그래서 난 서 있잖아. (빤….) 안 졸려도 자. 체력 아껴! (당신 이마 꾹꾹 밀었다. 행동과는 영~ 맞지 않는 말이다.) 또 언제 도망가야 할지 모르잖아. 문제 있으면 깨워 줄게!

…… …방금 하나 말했잖아. 뭘 더 원해, 이 욕심쟁이야! 난 별로 비밀 없는 남자란 말이야. 늘 당당해! (당신이 토라져 있다는 사실도 잊고 투덜투덜.) 부족하면 지금 물어보지 그래.

(세 대 맞았다. 함몰됐나? 하며 과장되게 이마 문질렀다.) 내가 동네북이지 아주…. (투덜.) 야, 내가 동방예의… 아무튼 그걸 왜 까먹었는지 아냐? 맨날 이렇게 맞고 다녀서 그래, 이 뇌세포 살인마야!
허…. 이걸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예예. 천예슬 씨. 착한 마음에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다 나네요. (마른 눈가 문지른다.) 양호한 소원? (허.) 남지윤 선배님~ 할래, 3학년한테 가서 이리 오너라~ 할래? 둘 중 하나 골라. 이 정도는 봐 주지.

…있겠냐. 공부도 안 하는데. (흠.) 선배들한테 좀 빌려 볼까? 3학년들은 공부 열심히 하잖아?
(헉.) 그치! 그 선배 진짜 이상해. 나보고 뭐라는지 알아? 뇌세포 대신 물고기가 들었을 거래! 내가 봤을 땐, (목소리 낮췄다.) 그 선배 계속 머리 쪽만 공격하는 거, 사실 탈모가 있는 게 분명해. 쪽팔리니까 선빵 치는 거지!
……뇌세포 뒤진 놈이랑 탈모 오게 생긴 놈. (되뇌었다.) 흠. 그래도 내가 좀 낫지?

혜원 선배 복채…. 일억 원 드렸는데. (부자마블 돈으로.) 응, 나가면 잔뜩 얹어 드리려고. 오…. 야, 그거 괜찮은데? 누가 진짠지 신들끼리 내기 시키는 거야. 그러면 증명하고 싶어서라도 우리를 내보내 주지 않을까? 나도 같이 빌래. (…헉!) 근데 나 이미 환희랑 기도하고 왔는데. 이럼 꼬이는 거 아니야?

(로맨티스트가 아니면 작년 말에 헤어진 여자친구를 아직도 못 놓고 있겠냐…. 하는 눈빛.) 그래도 다행이다, 이어진대서…. (뭣.) 그런가? …… …노래라도 불러 볼까? 사람이 죽으면 청각이 마지막에 없어진다는데, 소리는 좀 가 닿지 않을까? 그럼…. 넌 옆에서 춤 출래?

그러게요. 곧 나가 보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가 슥 둘러본다.) 슬슬 배고파지잖아요…. 여기서 더 굶었다가는 오히려 비효율적일 겁니다. (나름 의견 낸다. 배가 고프니 오히려 머리가 돌아가는 듯.) 인류가 몇천 년을 무리지어 살아왔는데. 설마 그렇게나 금방 무정부 상태가 되려구요. 무서운 얘기 하지 마세요…. 말에는 힘이 있단 말이에요. 그러다 진짜 돼요 그거.
…세상은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건 맞지만. ……그러면 누가 선배를 붙잡고, 바깥에 쟤네들처럼 되어 가는데 혼자 죽기는 무서우니 같이 죽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 주실 건가요? (빤— 본다.) 헤헤, 저는 그냥 혼자 뒤질랍니다. 아니지. 애초에 안 죽어요. 죽어도 안 죽을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이요. (뜸….) 너무 많은데요? 보통 그렇지 않아요? 저 치킨도 먹어야 하고. 데뷔해서 친구 놈 제삿상에 XX호텔 디너 코스 올려 줄 정도로 돈도 많이 벌어야 해요. 선배는 뭘 하고 싶으신데요?

…그거 편견이에요. 세상에 증명되지 않은 진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기 시작.) 그리고 저 눈 짱 좋아서 상관 없는데요? 그렇게 해서 시력 망가지려면 한참은 걸릴 듯. 선배가 더 피곤하지 않겠슴까?

……선배가 저 가장 열심히 패거든요?!

(뭣. 순간 설득당할 뻔했다. 흠흠.) 남 먹을 거 뺏는 데에는 취미 없거든요?! 저는 제 몫이면 충분하거든요?! 선배 너무 비실비실해서 더 드셔야 됨다!

사탕으로 충분하다고요? 진짜 구라치지마세요선배.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잘 알겠는데요, 선배 몫은 챙겨야 할 것 아닙니까. 사람이 먹고는 살아야죠. (어이없음×100.) 아니…. 제가 무슨 개입니까? 쩝쩝거리는 놈은 강채빈이겠죠!

…진짜 잔소리꾼이 누군데? (조금 어이가 없다. 당신의 할머니 같은 면모 생각한다.) 잠이 진짜 안 와서 그래. 나 원래 긴장하면 잠 못 자서…. (깜빡.) 그러니까 먼저 자. 난 이러다가 알아서 기절잠 잘걸. (하하.) …안 춥냐? 요즘 그래도 일교차는 큰데.

(남지윤, 안타깝게도 당신의 생각보다 더 멍청했다. 앞부분 그대로 흘리고 - 지능 부족으로 인한 자동 필터링에 가까웠다 - , 사실 그렇게 알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만 들었다.) 그렇지? 에이,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잖아…. 맞지.

……아, 그거. 기억했네.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뒤통수 벅벅 문질렀다.) 뭐어, 크게 곤란한 이야기는 아니고. 어어, 어렸을 때 몸이 좀 약해서. 계속 병원 신세를 졌는데. 아, 씨. 미안. 기분 나쁜 건 아니야. 그냥 좀 쪽팔려서. 이 얘기 하면 다들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거든. (눈 굴렸다.) 그냥, 뭐, 그래. 그렇다고. 그런 거야.

그래…. (빤-) 궁금한 건 이게 끝?

……… 저 우울해요. 말 걸지 말아 주세요. (울상) 그러면 선배는 뭐 생각해 보셨어요?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생각.

…저 오늘의 운세 봐 주세요.

(후.) 나도 그러고야 싶다. 근데 안 놓아지는 걸 어떡하냐. (마른세수. 눈 비비지 말랬더니 이젠 얼굴을 문지른다.) 너 보는 만화들에 남자 주인공 많지? 그 뭐냐, 서브남주, 그것도 있잖아. 걔네들은 여자 주인공을 어떻게 잊는대니? (잠시 뜸.) ……아니야. 됐다. 그건 만화고 여긴 현실이지. 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래, 뭐….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고. 나는 이만 인정하고 옛 사랑을 잊는 걸로. 미애 너는 엑스트라 같은 삶에서 벗어나서 주인공이 되려고 노력하는 걸로. 그러면 네가 하자는 그 약속도 들어 줄게. 어때?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니까, 몸이 이상해지거나 하면 서로에게만큼은 비밀 없이 말해 주는 거야.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그러니까 같이 숨겨 주든 뭘 하든지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눈 깜박.) 애초에 건강하게 돌아갈 테니까 상관 없겠지만!

…뭐어. 난 디저트 좋아해. 태욱 선배도 좋아하신대. (합의 안 봤다.) 뭐 먹을지는 네가 정해 둬. 단골집이라든가 있어?

아. 아아. 제가 불만이 많은 게 아니라 불만 많은 버전 저라구요. (남지윤이 남지윤했다. 맹~) 뭐어, 전 어릴 적에 부모님 속 엄청 썩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얌전한(아니다.) 애로 자라났구요. 선배 동생도 뭐, 나중을 기대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생각이요? 형하고, 엄마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 하고 올 걸 그랬다, 하는 생각? (흠. 잠시 생각한다.) 아뇨! 방금 생각해 봤는데, 그건 역시 좀 쪽팔린데요! 으! 싫어!


…그건 알아서 뭐 하시려구요?! (국어 6등급이다. 원래 다른 과목에 비해 - 많이 - 양호하기도 하고, 신들린 찍기술로 더 아래는 면했다. 오, 조상신의 보우.) 지금은 안 중요하잖아요?!

뭐어, 어쩔 수 없는 것들 있지 않습니까. 부모의 자식 사랑이 제아무리 무한하다고 해도, 결국 인간인 이상 쏟을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자녀가 여럿이면 더 아픈 손가락도 있구요. 부러지거나, 찢어지거나 해서 원하지 않는대도 온 정신을 다 쏟아야 하는 손가락도 있으니까요…. (알아듣지 못할 말이나 줄줄 내놓고선 빙글빙글 웃었다.)


…건강 챙기십쇼. 그러다 훅 갑니다. 젊음 다 한순간이에요.  잠이랑 먹는 거는 특히! 아끼면 안 됩니다. 진짜로. (꼰대 빙의해서 충고한다. 진지한 낯.) 예, 뭐 선배야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아니지. 지능이랑 생존력이 꼭 비례하지도 않더라구요?!

뭐야?! 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옷을 껴입은 사람이 변태냐, 벗기려 드는 놈이 변태냐?! (옷 마주 잡아당기다가, 당신 힘이 빠지는 것에 맞추어 놓았다.) …그럼 어떡하냐. 이렇게라도 안 놀면 정신 나가겠는데. 난 그냥 바보 할란다. (눈 깜박였다.)

…쳇. 이래서 머리 좋은 선배는 싫다니까. 선배가 못 보게 숨어서 잘 겁니다. 한번 열심히 시도해 보십쇼. (투덜투덜. 흠흠.) …선배, 그렇게 말씀하셔도 실은 저 좋아하시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저 눈치 좀 칩니다? (에헴.)

아니,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진짜 별 거 없어서 그래. 진짜로…. 아무것도 없는데…. (잠시 뜸.) 어. 완전 부끄러워. 초등학생 때는 거의 체육도 못했단 말야. 나를 얼마나 다들 안쓰럽게 봤는지 알아. 그게 얼마나 기분 더러운데…!! (울컥했다가, 목소리 높일 처지 못 됨을 깨닫고 입 다물었다. 비밀? 만들라면 못 만들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짜 비밀을 진짜인 척 쥐여 주는 것 또한 못된 짓이라는 생각 들어서. 한참 망설이다 느릿 입 열었다.) …… …완전 큰 비밀 하나 있어. 이건 진짜 아무한테도 안 말한 거야. 나 빼고 아무도 몰라. 진짜로. 근데 이걸 달랑 알려 주기에는 너무 커. 너도 비밀 알려 달라고는 안 할게. 여기에만 솔직하게 대답해.

……오늘, 괜찮았냐?

……뭣. 남지윤 선배님~ 이 그렇게 싫냐? 근데 왜? 선배를 선배라고 부르지 못해? 네가 홍길동이야? (투덜투덜. 중얼중얼.) 난 3학년 교실에서 어그로 끌어서 동방예…. 어쩌고의 전통을 망치느니, 차라리 천예슬 공주님이라고 부를란다. (말해 놓고 생각했다. 어라? 이쪽이 손해인가?) …아니, 그게 아니지. 넌 선배님이랑 공주님이 같냐?! 비슷한 걸 붙여 놔라!

……(농담인지 진담인지 가늠하느라 침묵이 길다.) 난 너네 교회 못 가. 우리 집에 부적 너무 많아서 너네 신이 안 받아 줄걸.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소리나 하고는. 당신 눈 감는 것 본다. 갑자기 왜 저러지. 눈에 뭐라도 들어갔나?) 어떻게 약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해. (원래 기억력이 별로 좋지도 않다.) 으응, 뭐…. 지금은 거의 괜찮은데. …동생이 아파? 혹시 너희 집 민간신앙 같은 건 절대 안 믿어? 완전 영험한 무당을 우리 할아버지가 아는데. 거기 가서 부적 써 보는 건 어때. 나도 그러고 죽을 고비를 넘겼대. (종교인에게 권유하는 건 실례인가…. 뭐 어때.)

으응, 속는 셈 치고 너도 한번 봐. 혜원 선배 점 진짜 용해! (빤…. 보는 당신 눈 마주본다. 깜박.) 그런가. 그런 걸로 쩨쩨하게 굴면 진짜 속 좁긴 하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 텐데, 고작 열여덟 살짜리한테. (신성모독이 될 말이나 줄줄 내뱉고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해. 애초에 세상에 불행이 존재한단 게, 신이 없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적어도 인간에게 무조건 우호적인 신은 아니겠지. (헉!) 설마. 이런 생각 해서 안 들어 줬다고?! 속 너무 좁아! 쩨쩨해! (하늘 올려다보고 손 모은다.) ……보고 계신가요? 음…. 방금 말은 취소할게요. 이런 걸로 삐지신 건 아니죠?

어어. 난 그래서 너~무 행복해. (국어책 읽는 투. 그나마 멍청하게 굴어서 이 정도인 거라면, 차분한 척하는 저 사람들은….) 그래. 너도 바보가 되자. 같이 바보 놀이 하자고! (리본 죽— 잡아당긴다. 쿡쿡 찌른 것의 복수다!)

고백을………. (더 상처받은 얼굴. 말 돌리면 꼬투리 잡지 않고 얌전히 따라간다.) 그럼 저도 그렇게 할래요. 저도 머리는 영~ 꽝이어서. (하하.) 뭐 좋은 의견 들으신 거 있으면 공유해 주세요.

가까운 자리에 있는 사람이요? (당신 빤- 본다.) 저 다 받은 거라 뭐 드릴 게 없는데. 이거라도 가지실래요?

아뇨? 저 집에서도 완~전 똑같은데요? 그리고 이 정도면 얌전한 편 아닌가. 사고 안 치면 된 거 아니에요? 선생님한테 잘하고 애들하고 안 싸우면 양아치 아닌 것처럼. (눈 깜박인다. 빤-.) ……왜 그런 표정 지으십니까? (쿡쿡쿡)

…아무래도 부끄럽잖습니까. 평소에 안 하던 말 하는 거…. 낯간지럽고. (찔렸다.) 어버이날에…. 엄마아빠한테 편지를 어떻게 써요!? 선배는 쓰셨습니까? 뭐라고 썼는데요? ……그래도 카네이션은 드렸거든요? 어린이날 선물만 받고 꽁으로 넘긴 건 아니에요!

(저 국어는 칠팔등급 아닌데…. 따지려다가 입 다물었다. 국어 빼고는 다 그런 건 맞으니까. 허구한 날 일자찍기가 일상이다. 듣는 사람 수준 고려하라는 말에는 하하…. 웃음만 흘렸다. 당신이나 저나 수준은 비슷할 테지만. 일부러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라고, 할 수 있는 한 빙빙 돌려 말한 것도 사실이다. 매너가 없다는 말에는 어쩐지 뿌듯함이 느껴지는 듯도 하고.) 네, 뭐? 그런 셈입니다. 제가 우리 집 아픈 손가락이었어서요. 엄마아빠가 아무래도 형 케어를 잘 못했죠. 그땐 형도 어렸는데.

…선배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동생들을 봐 주는 건가요? 선배 동생들한테 선배가 없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불쌍해요 안 불쌍해요. 그래서 늘 미안합니다. 그런 거죠 뭐! (가라앉은 분위기가 머쓱해서 괜한 큰소리 치고.)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최악의 상황이 자꾸 머릿속을 지나간다. 이를테면, 신고할 부모님들이 이제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 끄덕이는 것 당신과 마찬가지다.) …이런 거 물어보실 땐 조심하셔야 함다. 이거 까딱 말 잘못하면 플래그 되거든요? (아무 말이나 주워섬기며.) 저는 엄마가 해 준 밥 먹고 하루종일 퍼질러져 잠이나 잘랍니다. 선배는요?

……그런 게 어딨습니까. 마왕의 전의가 그렇게 쉽게 꺾이는 거였나요? 뭐, 낭만적이긴 한데요. 둘만 남아서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이란. (잠시 침묵.) 됐고! 온 세상에 둘만 남을 것도 아닌데 걍 살아서 다른 사람 찾으십쇼. 그러면 된 거 아님까. …저요. 글쎄요…. (어려운 상황. 벌써부터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사서 받는 셈이잖아.)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면 안 되나요. 그때의 제가 뭐, 잘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다~ 하시면 말씀하십쇼. 최대한 들어드릴게요. (눈 깜박. 가볍게 웃었다.) …선배 만화 좋아하시던 거 아니에요?! 여기서 나가면 함께 뭘 하자~ 하는 사람들이 먼저 죽는 거 모르십니까? 저는 플래그 세우기 싫습니다! 그건 멀쩡히 살아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십쇼. 그때 받아 드리겠습니다!

울긴 누가 울어! (슥슥.) 상남자는 살면서 딱 세 번 운다. 태어날 때. 부모님 돌아가실 때. 여친이랑 헤어졌을 때.

(고민 상담을? 나한테? 영 좋은 선택지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초 칠 마음도 없었다.) 그럼! 난 어른이니까! 어린아이 후배의 고민 정도야 얼마든지 들어 주지! (흠흠.) 그러게. 잘 컸지, 우리 형. 대단해. 난 그렇게 못 할걸. 다시 태어나도.

(이어 생각한다. 작곡을 왜 시작했더라. 언제부터 노래를 좋아했더라. 글쎄…. 6인실에 주구장창 틀어져 있던 철 지난 어린이 프로의 영향이던가. 바라는 것 말로 읊으면 이루어지고, 노래에는 가장 큰 힘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은 이후였던가. 어느 쪽이든, 나면서부터 음악에 매료되게 태어났다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 떠오르는 생각 많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터무니없이도 짧다.) …글쎄? 나도 몰라.

뭐. 의심 안 해. 사람의 감이란 때로 머리보다 정확한 법이니까. (남지윤의 경우 주로 시험지 앞에서 발휘되는 그것 말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어디서 살았는데? 시골? 왜? 너도 아팠냐?

(감동적이라니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나쁘다. 당신 노려본다……. 저거 나 꼴받으라고 말하는 거지.) 뭐야?! 우리 같이 하기로 했잖아! 그러면 너도 리허설 해야지! 나만 시키는 게 어딨어. 이리 와! (짤짤)

(어어. 우나…. 당신 눈치 흘긋 봤다.) 미안해. 미안. 그냥 해 본 소리였어. 다른 빨간색 찾자. 아! 넥타이도 빨간색이네. 그, 그래도 네가 운 1등이라서 다행이야. 너 덕분에 우린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응? (횡설수설한다.)

너만 하겠냐. (펜 찾는 것 돕지는 않고 구경한다.) 잘 찾아 봐. 없냐? (당신 웃음 본다…. 얼굴 찡그렸다가 머리 꽁 쥐어박는다. 강도세 따라하기!) 어어. 우리 돌아가면 선배한테 탈모 샴푸 추천해 드리기로 했어. (유언비어다.) 너도 알고 있는 정보 있으면 공유해.

…우리 아빠도 머리숱 풍성하시거든?! 뇌세포는 시간 지나면 복구되니까 (사실은 남지윤도 모른다. 일단 우기고 보는 것.) 내가 낫지!

아니, 절에 다니는 건 아닌데…. (말꼬리 흐린다. 비슷한 건가. 주머니 속 만쥬나 만지작거린다.) 응. 지금 운세도 못 보는데 이거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흠.) 그래? 안 그래도 노을이랑 그런 얘기 했어. 그런 걸로 삐져서 들어줄 것도 안 들어주면, 속이 너무 좁은 거 아닌가 하고—. (까지 말했다가, 당신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닌가 싶어 입 다물었다. 할 말은 다 한 것 같지만.) 뭐어, 그래. (고개 끄덕이고는.) 신은 하나만 믿어야 한다는 거 맞지. 내가 잘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나 이해력 조금 딸려서? 일단 그건 알아 둬. 네 동생은 아직 안 나은 거지. 난 거의 나았어. (깜박.) 그럼. 언제든 부적 받고 싶으면 말해!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 보면 꽤 오래되었고, 무거운 것이 아닐까 싶다. 비슷한 처지였던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 당신 동생도 어서 그 답답한 병원에서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것까지 살리는 게 실력이지! (짤짤짤짤짤.) 쟤네들을 꼬시려면 그 정도 실력은 있어야지 않겠어?! …어이 표수리. 난 네가 고작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 잘하는 애들은 보통 춤도 잘 추더라. (편견이다.) 네 숨은 실력을 보여 줘!

(아. 그 얘기냐. 남지윤이 남지윤했다. 맹~) …나도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야. 아침에 일어나면 내 침대고, 학교에 지각해 있을 것 같고 막 그래. 군대든 뭐든, 조금만 버티면 구하러 올 거라고 믿고는 있는데. 계속 불안한 생각이 드네. (잠시 뜸.) 넌 어떻게 생각하냐? 우리가 며칠 만에 나갈 수 있다에 걸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같은 거 예상한 거 아니야. 아무렇지 않게 살다가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행동이 얼마나 기분 더러운지 모르지. 쟤는 몸이 약하니까 빼고 해야겠지. 그러면 고마워하겠지, 뭐 이런 같잖은 배려가 좆같았다고. (머리카락 헤집었다.) ……아니라면 미안하다. 미안해. 그런 새끼들 너무 많이 봐서, 괜히 예민하게 굴었어. 삐지지 마…. (태도 변화는 빨랐다. 사과는 습관처럼 나왔다. 져 주는 것에는 익숙했다.)

(당신 마지막 말이 귓가에 꽂힌다. 제가 당신을 알까. 아는 게 맞을까. 애초에 한 사람을 얼마나 보고, 얼마나 알아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당장 눈앞의 당신에 대해 제가 아는 정보, 아무리 뒤져 봐도 두 가지가 다다. 미술을 한다는 것. 선배를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싸가지가 없다는 것. 하지만 이 점, 소리 내어 지적하지는 않았다. 어떤 생각은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것 배웠다.) ……그래, 내가 널 알지. (사이의 침묵은 조금 길었다.) ……뭐…. 멀쩡하면 다행이고. (눈 깜박. 져지 안주머니 깊숙한 곳 뒤적였다. 다시 지퍼 끝까지 죽 올리고는.)

약속은 약속인데 말이지…. 생각해 봤는데, 역시 내가 손해 보는 거래인 것 같다, 이거.

야, 와, 미친. 뭐냐? 어떻게 하는 거야? 언제 배웠어? 왜? 영화에 이런 것도 필요해?

…… (스타일 구리시군요, 가 거리 두는 거냐?! 생각했지만 여기서 시비 털지 않을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니었으므로!) 그래, 뭐…. 그런 거면 알아서 해라. 예예. 영광스럽네요. 천예슬 (생락했다.)님. (웃음 옮았다. 따라서 몇 번 웃었다.)어이없어. 그래라, 꿈 꾸는 건 자유니까. 결국 이번에도 이기는 건 내가 될 테지만. 너 모르지? 난 운이 꽤 좋다고?

…당연히 아니지! (조금 찔렸다. 환희가 살 날렸어! 하고 장난삼아 떠들고 다니긴 했지만. 남지윤, 당신을 믿는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넌 안 그런다는 거 알아. 기독교인이라며. 남 저주하면 지옥 가는 거 아냐? (게다가 당신은 그러기에 너무 선하다. 쓸모없는 말 굳이 덧붙이지는 않는다.) 그런가. 그냥 섭섭한 건가? 하긴, 내 편일 줄 알았던 사람이 쪼르르 딴 데 붙어 있으면 속상할 것 같기는 해. (금세 마음 바꾸는 것은 역시 귀가 얇아서.) 뭐어~ 점점 나아지고 있다면 다행이네. 나가면 병문안 한번 갈게. (당신이 화제 바꾸는 대로 그대로 딸려갔다.) 노래? 그냥 이것저것. 가사는 그때그때 관심 있는 걸로 써. 그러니까, 옛날에는 희망찬 미래였고 지금은 사랑 얘기. (사랑 얘기. 하니까 급 우울해졌다. 당신 얘기를 좀 할까—. 말 꺼내 놓고 보니, 어쩐지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교회는, 모태신앙이야?

아 당연하지! 공부 하면 또 나거든. 나름 상위권이야. (뒤에서!) 뭐어, 그것도 여러 가지가 엉켰긴 한데. 일단 엄마아빠가 나한테는 기대를 별로 안 했고. 형도 처신을 잘 하는 편이라~

그냥, 뭔가 특별히 즐겁거나 신이 난다기보다는. 그러고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고, 시간도 빨리 가는 거라서 하는 쪽에 가까운데. (가끔 막혀서 괴로울 때도 있지만! 뒷말에는 그저 웃는다. 저는 이러기 위해 태어났으리라는 생각 안 해 봤다면 거짓말이라.) 넌 뭐 취미 같은 거 없어? 여유 시간에 하는 거라던가….

(헙. 말 잘못했다. 아니, 실수한 건 아니다. 그저 당신이 잡아채리라는 예상을 못했을 뿐. 엉성하게 웃으며 말 흐린다. 빠르게 당신 쪽으로 화제 돌린다.) …어어. 예전에 조금. '공식적인' 이유란 거나 설명해 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재벌집의 사정이란 거냐? 너 뭐 출생의 비밀 같은 거라도 있어? (장난스럽게 묻는다. 하하.)

오~ (네임펜 받아든다. 바닥에 시험 삼아 슥 그어 보고는.) 야, 미안한데 이거 안 나온다. (그냥 뚜껑 닫아 원래 있던 서랍에 던져 넣는다.) 그냥 나가서 받아라. 두 장 해 줄게. (마주 꽁 당한다. 지가 먼저 친 건 생각 안 하고 도끼눈.) …선배한테는 가만히 있냐? 말도 안 돼. 강채빈이 그렇게 예의바른 학생이었다고?

머리 뜯겼다며. 머리 그거 잘못 뜯기면 그 자리에서 머리카락 안 난대. (근거 없는 헛소리다.) 어떡하냐. 넌 탈모 확정이야.

(빤- 봤다. 당신이 뭐라고 설명해 봤자 이해 못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다. 하지만 그 마음, 전혀 모르겠는 것은 아니라 애매하게 웃었다.) 뭐야. 결국 그게 무섭다는 거 아니야? (해 줄 수 있는 말도, 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어서 손바닥 쥐었다 펴기만 반복했다.) 난 안 아플 거야. 행운의 남자라서.

뭐어…. 사탕이라도 먹을래?

뭐?! 욕심쟁이야. 할 거면 같이 해야지, 나 혼자 하는 건 뭐냐?!?

허어어…. (어이없음.) 예예, 오늘만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천예슬 후배님.

(어깨 으쓱,) 무서워해도 돼. 내가 뭘 주는 거랑 네 마음은 별개니까. 이런 걸로 부담 갖지 마아. (눈 깜박.) 나? 글쎄…. (지윤만쥬 쭈물쭈물쭈물) 난 괜찮은데. 이미 얘도 있어서. 네 생각이나 더 해. (꾹, 손가락으로 당신 이마 누른다.)

(눈 굴린다. 잠시 생각. 여기까지는 억측인가.) …어제랑 오늘이랑 분위기가 다른데. 조사에서 뭔 일이라도 있었어?

지금처럼! (리본 탁 놓았다.) 칠칠맞게! 한쪽은 어쩌다 잃어버렸는데? 그리고 이걸 이제 왜 못 사냐? 가게 문 닫았어?

뭐어, 그건 맞아. 여기 절반은 내가 생명의 은인이다! 나한테 잘해야 할걸. (팡팡 맞는다. 손 매운데…?)

몸에 불까지 붙여…? 야, 아무리 직업이 그거래도 넌 안 무섭냐? 너도 사람인데. (씁.) 나한테 보여 주는 건 됐어. 후배한테 위험한 일 시킬 정도로 못된 선배는 아니거든?

난 괜찮아. 행운의 남자잖냐, 내가 또. 생채기 하나 안 났어, 어제는. (손 파닥파닥. 멀쩡~) 그래. 너는 좀 푹 쉬었어?

(듣고 싶은 부분만 들었다. 나머지는…. 뇌가 알아서 걸렀다.) 결국 선배도 제가 얌전한 모범생이란 거 인정하신 겁니다?!

…허. 할 말 다 해 놓고 듣기 싫겠지? 하면 제가 뭐라고 해야 함까?! 그럼 저희 이제부터 속마음 제대로 말하기 연습 할까요? 선배가 맨날 저를 한심하단 눈으로 봐도, 속으로는 엄청 귀여워하고 계신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코쓱.) 지윤아 사랑한다~ 한번 갑시다. 저도 반대로 해 드릴게요?

악! (맞은 곳 문질렀다.) 선배라는 양반들이 말야. 허구한 날 연약한 후배 괴롭히고…. 제가 선배들 때문에 성적이 안 나오는 겁니다, 제가. 뇌세포가 다 뒤져서. (투덜투덜.) 선배가 생각하는 가족은 이상적이네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한단 말까지는 굳이 하지 않았다.) 선배 유×브 안 보세요? 무책임한 부모, 정 없는 형제, 그런 데에서는 많습니다? 그러니 욕이 아닙니다. 좋은 부모, 좋은 형제가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대단한 거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살도록 태어난 저나 선배님…(잠시 고민했다. 당신을 여기에 포함해도 되겠지?)은 운이 좋은 거고요.

아니 그런데…. 말이 조금 이상합니다? 누구를 불쌍한 사람 만들었으면 미안해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잘못 이해했나? 뜸….) 네, 꼭 선배 동생들한테 조언해 주십쇼. 남지윤을 본받아 저처럼 되라고!

눈치껏… 죽여 준다고요? (눈 가늘게 떴다.) 선배 자살하시게요?! 고작 새치 때문에?!?? 에이 선배~ 머리카락이 하얘져도 죽지는 마십쇼. 인생은 60부터 시작이라던데요. (지나가다 들은 얘기 주워섬긴다.) 헉! 바로 치우겠습니다! 어제 누가 빗자루를 챙겼던 것 같은데~ (눈치 못 챘나? 다행~)

앞으로 이쪽 손은 씻지 마라. 사인 지워진다. (당신 손바닥 붙잡고 손가락으로 선 몇 개 대충 휘갈긴다. 슥슥.) …불길한 소리 하지 마라. 말에는 힘이 있다는 것도 못 들어 봤냐? 우리는 모두 멀쩡하게 여길 나갈 거다. 곧 구조대가 오든지 할 거라고. (허어….) 노인 공경이라는 거야 이게? 나도 그렇게 공경해 줘라. 지윤 공경 해 달라고! (손가락으로 당신 손바닥 푹.)

…요새 선배 거 이식받아 봤자 머리색이 다를 텐데? 뭐 브릿지냐?

에이~ 내가 어떻게 너보고 뒤지라고 그래. 안 들키면 되지. 밤에는 쟤네도 눈 안 보여서 네가 내려가는 거 모르지 않을까? (긁적.) 그러면 쟤네가 나 맛보고 나서, 가짜 소문 퍼뜨렸다고 너 잡으러 갈걸.

……선배도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 좀 하셔야겠습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겁니다. 나중에 잃어버리고 후회하지 마시고요. 저랑 같이 연습해 봐요. 먼저 모범을 보여 주십쇼. 그럼 저도 해 드리겠습니다. 자아, 지윤아, 사랑한다~

어허…. 미리 말해 두는데, 저 돈 없어서 선배 장례식에 조의금 많이 못 냅니다. 그리고 음식은 육개장 말고 다른 걸로 주십쇼. 저 당면 싫습니다. (노려본다.) 그~렇게 덜렁거리는 제가 선배보다 멀쩡합니다만? (이어지는 말에는 눈 피한다. 으흠. 흠. 그런 걸 물고 넘어지다니 쩨쩨하십니다?)

……… …(충격받은 얼굴. 멍하니 당신 본다.) …진짜요?

(눈 깜박.) 그래야지? 난 아직 멀쩡하니까. 다들 반쪼가리가 났는데, 멀쩡한 사람이 뛰어야지. 난 얼른 나가고 싶어…. 너도 그렇잖아?

뭣. (팔랑팔랑….) …사실 눈물 조금 났어. 근데 진짜 쪼금이야! 안 운 거나 마찬가지라고!

…… 육개장이면 전 안 갈 겁니다. 그리고…. 24살은 너무 빠른 것 아닙니까?! 선배 모쏠이잖아요. 연애는 해 보고 죽으셔야죠 그래도…. (안 나오는 눈물 훔친다.) 안 그래도 꿈에 조상신이 나오셨는데요! 선배가 열심히 안 빌어서 화가 나셨답니다! 이거 어쩔 거에요. 선배 때문에 저한테까지 불똥 튀잖아요. (탈탈….)

예?! 저는 무슨 말하면 안 듣는 새끼처럼 말씀하십니다?!

허어어…. (어이없음.) 뭐, 알겠습니다. 대신 제가 먼저 해 드리면 선배님도 똑같이 해 주시는 겁니다? (흠흠.) 도세 선배, 사, 사….
사실 저는 늘 이걸 해보고 싶었어요. (안경에 지문 묻히고 도망감.)

(왈칵) 아야! (눈 비빈다. 이번에는 진짜.) 선배가 안 죽으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배은망덕한 놈이 될 일도 없겠네요. (뜸.) 예! 사실 선배 조상님이랑 제 조상님이 절친한 친구 사이셨답니다. 이거 모르셨죠? (헛소리 줄줄줄 지어내고는.) 도대체 왜 다들 저를 그렇게 못 믿으십니까?! 제가 뭔 잘못 했어요?! (줄줄 나열되는 것들 듣는다.) 어째 취급이 심상치 않습니다?! 예?? 강도요새 선배님??

아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당신 어깨 토닥여 준다.) 위험하다는 다른 말로 스릴 넘친다고도 하지…. 어디 가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면 안 돼? (하하.) 오늘은 자판기 쪽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이래 봬도래. 자기도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고 있군! 생각은 속으로만 하고 생글생글 웃었다.) 근데 그럼 그냥 멀쩡한 리본을 세트로 구하면 되지 않아? 꼭 이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냐?

(잠시 생각한다. 배고파서 우는 거랑 무서워서 우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하남자 같을까? 선택하길 포기하고 당신 말꼬리나 잡았다.) 밖에 있는 애들, 무섭지, 그럼…. 그래서 너도 울었냐?

몰라? 그냥 해 본 말인데. (머리 긁적긁적~) 허…. 동창회는 원래 졸업하고 나서 한참 이따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졸업도 못 하고 동창회하게 생겼네. (깜빡.) 야, 근데 우리 졸업장은 받을 수 있겠지? 학교 없어졌다고 1학년부터 다시 다녀라~ 하면 어떡하냐?!

(제가 믿음직스럽다는 표정 처음 보는 것 같다! 어쩐지 코끝이 찡~ 해서, 안 나오는 눈물 벅벅 닦는다.) 혼자 하는 취미는 없어? 다 친구들이네…. 너 외로움 많이 타는구나. 그래도 혼자 하는 취미 하나쯤 만들어 두는 것도 좋을걸…. 일정이 안 맞아 버리면 갑자기 엄청 외로워지잖아. (눈 깜박. 같잖은 충고나 주절거리고는.)

(비슷한 것, 생각 안 해 봤다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이 대놓고 인정할 분위기는 못 됨을 안다. 아예 발뺌하는 것이 때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 배웠다.) …그게 어디 대사냐? 그건 모르겠고. 그러면은 진짜 이유는 뭔데? 왜 시골에 있었어? (다시 눈 깜박. 뭐, 대답하기 어려운 거면 괜찮아~ 하는 말이나 덧붙인다.)


네, 후배님. 바락바락 이기려 드는 것도 너무 하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조금 어른(강조)스럽게 굴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게 부담 아니야? (잠시 생각.) 뭐어, 괜찮아. 내가 엄청난 걸 해준 것도 아닌데 뭘. (어깨 으쓱.) 아, 노트는 아직…. (너무 길어서 읽다가 때려쳤다는 말은 못 한다. 글자 너무 많아!) …거기에 적혀 있어?


허어? 솔직히 말해. 너 강채빈 아니지. 너 물리기라도 했냐? 그러면 머리도 좋아지나? (쪽팔려서 괜히 시비 건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 군대는 안 가도 될 것 같애. 양심이 있으면 이런 일 겪은 애들 군대로는 안 끌고 가지 않을까? (희망회로 돌린다.) 그래, 난 ×르쉐 끌고 갈 테니까 너는 람×르기니 타고 와라?

……… …. (눈만 데굴 굴리다가, 당신 웃을 때에야 비로소 따라 웃는다. 하하.) 어어. 병문안 꼭 가자. 요즘 병문안 갈 때는 뭘 사 가야 하냐? 네 동생 뭐 좋아해? (따위의 소리 했다.) 그래…. 이것도 다 인생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귀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나 따라서 중얼대고는.) 어어? 하하. 응. 가수가 될 거야. 사인 미리 해 줄까? 근데 여기 펜도 종이도 없는 것 같더라. 나가서 두 장 해 줄게. 뭐…. 필요하면!

신기하다, 그것도. 보통 반대 아니야? 어릴 때에 멋모르고 따라다니다가 머리 좀 커지면 다들 그만두던데. 무슨 일로 마음이 바뀐 거야? 중학생 때 뭔 일이라도 났어? 아…. (말꼬리 흐린다.) 동생 얘기?

그렇지. 나만큼 착하게 산 사람도 또 없을 거다. (평범하게 허세나 부리면서 당신 본다.) 도둑질 안 해. 친구들이랑 싸움질도 안 해. 선생님 말 잘 들어. (교복은 좀 안 입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넘기는 걸로 하자.) …방금 그 말은, 너무 싸가지 없는 거 아냐? 방금 네 말 때문에 삐지셨겠어!

에이. 선배는 저주 정도는 푸실 실력 되시잖아요? (해맑게 웃는다. 헤헤.) 네에, 뭐…. 일단 전 생채기 하나도 안 났으니까요! 솔직히 선배한테 너무 변변치 않은 걸 드려서 되려나 싶었는데, (전 학생회장에게 실례되는 발언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런 것도 베푼 걸로 쳐 주나 봐요~ 짱이다. 그쵸.

오늘도 운세 봐 주세요. 오늘은 어떻대요?

사과할 일이 아닌가. (뜸….) 결국 네가 기분이 상했다면 내가 미안해야 할 일 아냐? (그렇게 배웠고, 그러니 그렇게 대했다. 그뿐인데. 조금 어렵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해야지. 너만 주먹 내밀었어. 난 너 안 때렸고.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뭐, 중요한 일도 아니지 않나, 이건!)

…그래…. 천예슬. 너도 날 알지? (말꼬리 힘없이 올린다.) …이거? 너 줄 거야. (당신의 손에 부적 억지로 구겨넣는다. 끄트머리의 상한 정도를 보았을 때 꽤 오래되어 보인다. 그러나 종이의 노랗고 붉은 색감은 여전히 선명하다….) 무려 우리 할아버지가 나 건강하라고 받아 오신 부적이다 이 말이야. 남한테 들키면 행운이 옮겨간다더라. 그러니까 나는 이제 이거 못 챙긴다. 네가 가져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간직해.

아- 나 이제 져지 벗어도 된다. 더워 뒤질 뻔. (녹색 겉옷의 소매 겉어붙이고 당신 빤 본다.) 됐냐? 이제 비밀 끝. (올라간 말꼬리 이젠 내릴 수 있다. 당신 역시 남지윤을 안다.)

곡해요? 세뇌요? 어려운 말 쓰지 마십쇼. 그게 뭔데요~ (이래봬도 고등학생이다. 모를 리는 당연히 없고 그저 모르는 척하고 싶은 듯. 빙글빙글 웃으며 당신 본다.) 봐봐요, 방금도 말씀하셨잖아요. 티 없이 맑은 제가 좋다고. 이제 반절 하셨네요. 딱 한 발짝! 만 더 나가면 됩니다! 자, 따라해 보세요. 지윤아, 사랑한다~

스릴은 좋아하는데, 그게 크게 중요한 건 아니구. 혹시 우울한 애들이 듣고, 쟤는 대가리가 꽃밭인가? 하면서 기분 나빠할 수도 있잖아. (손 당신 머리로 올라간다. 못 했던 쓰담쓰담~ 아직 잘 시간도 아닌데.) 원래는 이것저것 먹고 싶은 거 많았는데, 글쎄, 지금은 뭔가 생각나는 게 없네. 그냥…. 엄마가 해 준 밥………. (말꼬리 흐린다.)

그치! 난 친절하고 착하다고.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이야! (검지손가락 세워 들고는 충고한다.) 너는 그러면 안 돼. 그건 나쁜 짓이야. 이제 알겠지? (흐음.) 좀비가 아니라, 사람…. (눈 깜박인다. 잘못 이해했나.)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뭐 위협하고 물자 뺏기라도 했어? (죽였다는 가정까지는 생각이 못 미치는 듯.)

원래는? 으음~ …일단 우리 엄마 밥은 아냐. 엄마 요리 잘 못하거든. (헙.) 혹시 우리 엄마 만나면 내가 이런 말 했다고 하면 안 된다? (웃는다.) 빼고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입맛이지 뭐. 너 치킨 좋아해? 여기서 나가면 태욱 선배가 치킨 사준다고 했어. (합의 안 됐다.) 미애도 가는데 너도 낄래?

당연하지! 다들 좋아할걸. 더 데려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불러도 돼. (누구의 지갑이 위험해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더 먹고 싶은 거 생각나면 그것도 말해. 일단 미애가 아는 디저트 가게 가서 딸기 케이크 먹기로 했어.

…… …학구열이 여기까지도 발동되는 겁니까?! 선배 그거 공부 중독이에요. 안 되겠다. 나가면 당분간 공부 금지입니다. (고삼에게 이런 말이나 지껄이며.) 이게 왜 헛소리라고 생각하시죠? 제가 해서요? 그거 편견입니다. 편협한 사고를 멈춰 주세요. 그리고 제 언행이 뭐가 어때서요?! (엇.) 마지막 그건, 제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의미입니까? 감사합니다!

응, 나중에 빌려줘라. 궁금해졌어. 참신하잖아. (깜박.) 너만 좋아하는 얘기 아닐걸? 나도 사랑 얘기 좋아해. (남 일 같지가 않더라… 하는 말은 못 한다.) 영화 같은 것도 많이 봐? 그럼 이런 건 어때. 이건 누구한테 들은 얘긴데 말이야. 좀비가 인간을 사랑하게 돼서, 사랑의 힘으로 인간으로 돌아온 영화도 있대.

내가 노래 부르는 데에 반응하는 거 보니까, 아예 가능성 없는 얘기도 아닌 것 같다. (희망사항이다만~) 근데 일단 그러려면 좀비를 네가 꼬셔야 할걸. (문 쪽 본다.) 너는 어떤 방식으로 하려고?

안 울거든! 코 막힌 거야! 상남자는 살면서 세 번 운다고. 아직은 때가 아니다. (박박 닦이기는 한다.) 뭐, 추우면 빌려 주랴?

뭐…. 자장가라도 불러 드려요? (인간 라디오.)

그럼 가는 거다! (멋대로 확정짓고는.) ………… 도대체 어떤 부분이 먹어보고 싶게 생긴 건데? 조약돌 같은 건 초콜릿 닮아서? (잠시 생각한다.) …혹시 너 벌레도 먹어 봤냐? 아니지?

(허허…. 어이 없어서 그저 웃기만.) 걔들 밥은 어떻게 먹이게? 너 밥 먹는 거 지켜보게 냅두지만은 않을 거 아냐? 그리고 걔네도 뭘 먹어야 살지.

…싫어요. (시키니까 하기 싫어짐. 청개구리 발동!)

…그렇게까지?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게 뭔데. (흠.) 실험한다 치고 이것저것 먹여 봐라. 생닭이라던가, 소고기라던가, 그런. 아니면 너 먹는 음식 같이 먹자고 해.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헛것을 듣는 거야! 너 피곤해서 그래. 일찍일찍 좀 자! (툴툴.) 누워 있기 싫어졌어. 애들 돌아왔잖아. (당신 무릎에 옷 던져 줬다.)

(뭔 느낌인지 모른다고는 안 한다. 이쪽도 삶의 절반을 그렇게 지르며 살아왔기에.) …………체험은…… (그래도 역시 무섭다, 라고는 입이 안 떼어진다. 남자의 자존심이란 게 있는 거다!) …그래! 나한테 뭘 가장 시켜 보고 싶은데?

………너 그런 만화 좋아하지. 한쪽이 다른 쪽을 위해서 대신 죽는 거. 너 모쏠이랬나? (저번에 물어본 것 같은데 조금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들었나~) …난…. 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됐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잠시 침묵.) 근데 우리는 좀비를 사람으로 돌려놓는 게 목표인 거잖아? 그럼 같이 살아야지? 그러니까 일단 널 주는 건 안 돼.

(빤. 입 벙긋대는 것 본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거지.) 애들 왔는데? ……지금 가지 마? 이따 갈까?

머릿속으로야 그게 맞다는 건 알고 있지만~ (주머니에 손 넣어 만쥬 만지작거린다.) 그래. 노력하다 보면 뭐든 안 될 건 없겠지. 계속 그런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매일매일을 살면 금방 잊히고,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려나. (당신 빤- 봤다.) 모른다고 말하지 마아. 나도 잘 모르겠는데 노력하고 있는 거잖아? 너도 노력한다고는 말해 줘. …그리고 난 알겠는데? 넌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감이 꽤 좋거든?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응원 이것밖에 없어서.) …그러니까아, 왜 계속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사는 데에 뭔 문제라도 있어? (해피엔딩, 얘기가 나올 즈음이면 당신 이마 손가락으로 꾹 밀었다. 손가락 가만 두지 못하는 것, 한 톤 올라간 목소리, 모두 주의 깊게 포착했지만 굳이 언급해서 당신 부담 주고 싶지는 않았다.) 딸기 케이크? 좋아. 디저트는 내가 사야겠다. 어쩐지 살기가 느껴져서 말이야! 이것까지 태욱 선배 시키면 다음날 내가 세상에서 사라질 듯. (하하. 가벼운 어투로 말하고 웃었다.) 노래방 좋지. 시내에서, 쇼핑도 할 거야?

…선배 T발 C에요? (빤.) 뭐, 바라보기에 달렸으니까요. 우리 집은 그렇게 믿기로 결정한 거구요. 그래도 혹시 필요하시면 말하십쇼. 그 집 부적 잘 씁니다. 합격운, 재물운, 뭐 다른 거….

너도 그랬구나~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알릴 수 없다는 건 역시 조금 슬프긴 하다. (귀걸이 만지작거린다.) 메이크업을 하는구나. 응. 그런 거 하면서 있던 썰 같은 거, 나중에 얘기해 주라. (지금은 아무래도 그럴 분위기 아니니까~)

(당신 말 다 듣고도 한참 말이 없다.) ………미안~…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잘 모르겠는걸. (살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말해 봤자 위로가 될까. 남 일이기에 할 수 있는 합리화라고 여겨지지나 않을까.) ……일단 멀쩡하게 나가서 다시 생각해 보는 걸로 안 될까.

……엄청 소중하게 키우신 딸인가 보네. (반대인가. 어차피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뭐, 괜찮아. 친구야 이제부터 많이 만들면 되니까. 여기서는 친구 좀 사귀었어?

…다른 데 먼저 구하고 있는 걸 거야. 순서대로 오겠지. (불길한 생각은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군대도 와해되었을지 모른다는 것 따위의.) 일주일? 좋아…. 그럼 나는 이틀에 걸게. 오늘부터 이틀. (깜박.) 이긴 사람한테 뭐 해주기 할래?

그런 게 좋은 삶이죠, 뭐. 축복받으신 겁니다. (당신 어깨 토닥.) 사이비로 빠지기 전에 안 사이비인 종교를 가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백신 같은 거죠. 어떠신지?

이왕이면 머리가 좋은 거라고 해 주십쇼. 그게 맘에 드는데요. (죽 밀면 밀려난다.) 제가 추천해 주는 무당 믿으십쇼. 적어도 환희네 종교보다는 유능한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나았거든요. (눈치) 환희한테 제가 이런 말 했다고 말하시면 안 됩니다?

뭐, 저도 길… 루동훈 선배가 그렇게 해 주셨으면 좋겠으니까요. (으쓱.) 그럼 저희는 서로 그렇게 하는 걸로 할까요. 인연은 여기까지인 걸로 생각하고 아쉽지만 쿨하게 각자의 길을 가는 걸로. 슬프겠지만 슬퍼하지 말고 상남자답게! 나아가자고요…. 아니지. 애초에 그럴 일 없을 테니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저는 걱정 사서 하는 것 싫습니다.

…………………방금은 진짜 플래그 세우셨는데요? …그리고 안대는 저 말고 강채빈한테나 주십쇼. 둘이 커플템이었잖습니까?

감사합니다! (긍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대가리가 꽃밭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좋게만 받아들인다.) 엥. 그냥 순하기만 해 보이던데요. 뭐 환희랑 싸우시기라도 했습니까? 목이야 늘 박박 닦여 있지만…. (선배들한테 하도 깝치다 보니 각오하고 있다.) 뭐 특별한 사정 같은 건 없고. 그냥 할아버지가 수소문하다가 알아내신 건데요? 저 때문에.

…저도 그 이상에 살았습니다. (말 빠르게 마치고 당신 얼굴 빤- 봤다. 뭔가 이것저것 엉켜 있는 표정. 그 속내 짐작해 보려다가 그만두었다. 표정 읽어내는 재능 따윈 없고, 성공해 내더라도 머리가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리고 생각했다…. 동정받는 것 지겨워서 아무에게도 꺼내지 않은 비밀 있었다. 여기서 제가 형에게 미안해해 버리면, 영 앞뒤가 안 맞는 새끼가 되지 않나.)

…알 것 같습니다. 이제 불쌍하다고는 안 하겠습니다. 미안하다고도 안 할게요. 하지만 고맙다고는 하겠습니다. 이 정도는 해도 된다는 뜻 맞죠.

(당신에게서 형을 봤다. 허구한 날 티격대긴 하지만 낯부끄럽다는 이유로 진지한 대화 한 번 나눠 본 적 없는 형제. )

…만약 제가 못 나가면 저희 형한테 고마웠고 사랑한다고 전해 주십쇼. (말해 놓고 생각했다. 시발 방금 플래그 세웠다.)

저도 뭐…. 사람 보는 눈이 썩 좋지는 않은데요. (깜박.) 참고는 하겠습니다. 뭐…. 그런 셈이죠? 아파서 죽을 뻔한 적도 여럿 있으니까요. 뭐 딱히 상관 없는데요? 저를 불쌍하게 보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계속 숨겨 왔던 이유…. 그냥 시원하게 까기로 했다.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이젠 배웠으므로….) 그러셨다간 제가 콱! 물어 버릴 겁니다?

뭐, 선배도 이제 사람 같아져서 보기 좋습니다. 잠만 푹 주무시면 진짜 사람이 되겠군요. (으쓱.) …선배가 절 가장 많이 갈군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예예.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낮잠 30분이요? (맞지도 않았는데 어째 이마가 아프다. 문질문질....) 뭐 경쟁하십니까? 아직은 선배가 이기고 계시니까 걱정 놓으십쇼?

예, 그래 보입니다. 그리고 선배만 그런 소리 한 것도 아니라서요. (제가 겪어 온 세계와는 어째 달라서, 영 이질감이 들지만 나쁜 방향으로는 아니다.) 제가 예민했던 게 아닌가 생각이 자꾸 드네요. (잠시 침묵)…그런데 저는 어쩌다 얄미운 놈 된 겁니까?!

당연하지. 그런 게 상남자의 삶이란 것이다. 표수리 후배. 너도 상여자군. (흠흠.) ……바이크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돌기?! 그게 안 위험하고 재밌는 거냐? (잠시 생각한다. 방금 좀 쫄보 같았냐?) …네 기준 위험한 건 뭐냐, 그럼? 그런 게 있기는 해?

………… …너 생각이랑 말이랑 바뀌었다 지금?! (깜박.) 현장에 안전장치가 되어 있었다고 해서, 네가 그 안전장치를 써야만 했던 적이 있었냐? 그러니까, 그 안전장치가 없었다면 방금 넌 죽었다~ 이런 적이 있었어?

예에, 뭐 그럴지도 모르지요. (태연하게 받는다.)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선배도 미인 되시려면 잠 많이 주무셔야 합니다. (이런 소리나 지껄이곤.) ………저희 이렇게 할까요? 상호 존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존댓말 쓰기는 어떻습니까? 남지윤 후배님~ 불러 보십쇼.

(입 막는 모양 바라보다 낮게 웃음 터뜨린다.) 물 떠 놓고 조상신이랑 천지신명께 빌어 보십쇼. 모르죠, 불쌍하다고 플래그 취소해 주실지. (다시 웃음.) 그리고 방금 정도는 플래그 아니었슴다. (빤-) 동생이 많으신가 봅니다? 요리도 잘하시고. (곰곰 생각한다.) 근데 제가 해 드려 봤자 효과는 별로 없을 겁니다. 솔직히 우리 엄마 요리 진짜 못하시거든요? (목소리 완전히 낮춰서.) …근데 제가 더 못합니다.

………(노려본다.) …확신할 수 없다는 건, 더 진행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잖아. 모르는 일을 걱정해서 뭐해. 괜히 마음이 힘들기만 할 뿐이지. (뚱-) 그러니까 나는 그냥, 다들 멀쩡하다고 믿을란다. 그러니까 너도 그런 소리 하지도 마라.

…염색한 상태로 수영장 들어가도 돼? 뭐 물에 안 좋은 거 묻어나는 거 아니냐? 눈병 재발하면 어떡해 그거.

……허어. 맞춰 줘도 난리람. 난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영 모르겠다, 야. (눈 깜박였다. 동정 아닌 감정 보이는 이, 찾아보니 당신뿐이 아니었고. 지금껏 믿어 왔던 세계가 깨지는 기분이라, 남지윤, 부적이 당신 손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나 본다.)

엥? 네가 비밀 알려 달라고 했잖아? 난 이것밖에 비밀이 없는데 어떡해. (영 자아가 없다. 일의 우선순위 따위 구별 못한다. 애초에 그럴 생각부터가 없는 걸지도. 가만 보면 전여친에게 왜 차였는지 알 것도 같다….) 몰라? 어떻게 될지는. 생각 안 해 봤는뎅. (다시 눈 깜박. 옆머리 긁적인다.) 연관이 있겠지. 연관이야 있을 텐데, 지금까지 그렇게 믿어도 왔고. 그런데 천지신명이 내 기도 안 들어 줬단 말이야? 그러니까 궁금해지잖아. 이런 거 온전히 믿어도 되는지. 너 운 없다고 찡찡대는 거 보니까, 이젠 나보다 너한테 더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나는 환희가 받아다 준 부적도 있어서. (이건 무려 신 둘 - 각각 혜원과 환희의 - 분의 기원이 들어가 더 효과적일 거야. 가볍게 덧붙인다.) 그러니까 가져.

…우리 사소한 건 그냥 넘어가자고. (투덜댄다.) 나갈 거야. 나가야지. 멀쩡하니까…. (깜박.) 난 도움 안 되려나?

동생 과일 뭐 좋아해? 아, 여동생이야? 악세사리도 고려해 봐야겠다. 나 그런 거 잘 골라. 센스가 있대. …다 지난 얘기지만……. (괜히 우울해진다. 머리 흔들었다.) 좋아. 내가 꼭 유명해져서 너 술안주 거리 하나 만들어 주지. 소싯적에 내가 말이야~ 무려 남지윤이랑 같이~ 하하.

…그런데 있잖아. 동생이 그렇게 예뻐? 따지고 보면, 동생 때문에 너를 희생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잠시 뜸 들인다. 비슷한 사람 당장 주변에 한둘이 아니고…. 그렇기에 당신 사정 어째 남 같지가 않다.) 아깝지 않아? 동생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네가 즐길 수 있었을 그런 것들 말이야. 너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동생이 괜히 원망스럽고, 그런 마음은 안 들었어? 내가 어떻게 할지는…. 그거 다 듣고 생각해 볼래.

…솔직히 말해 봐. 너 그냥 나 줘패는 게 재밌지? (문질문질.) 그래,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아야지. 그런 건 나한테 안 어울려. 그치? 그리고 자신감 없는 것보단 넘치는 쪽이 보기 좋잖아.

새로운 사랑? 그러면 뭐, 조언이라도 해 주려고? (당신 빤. 모쏠…. 얘기는 꺼내려다 말았다. 흠흠.) 네가 그런 것만 기억한 거 아니야? 원래 싫은 경험이 더 강렬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대. 곰곰 생각해 봐.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일만 있어? (빤…) 너도 나가서 부적 하나 쓰자, 그럼. 우리 할아버지가 무당을 하나 알거든? 그 집 진짜 용해. 나도 거기 부적 받고 일이 잘 풀렸고. 너를 믿을 수 없다면 다른 데에 의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까. 네가 너를 믿을 수 있게 됐을 때, 그때 가서 버리면 되는 거잖아.

…태욱 선배랑 합의 됐다니까? (아니다.) 그리고 선배 착하셔서 이런 일로 후배들한테 화 안 내. (역시 아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쇼핑도 좋고. 우리 집? 뭐, 우리 집도 좋아. 근데, 먹을 건 사 가야 해. 우리 엄마 요리 진짜 못해. 거기에 맞벌이시고. (앗.) 내가 이렇게 말한 거 엄마한테 이르면 안 된다?

그거랑 다르지! (이러고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대답 못한다. 그냥 태클 걸고 싶었던지라.)

귀신이 돼서 함께 구천을 떠돌아다니는 거야? 뭐, 그것도 낭만적이긴 한데- 별로 관심 없어. 귀신들은 산 사람한테 붙어서만 뭘 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데이트에 꼭 산 놈을 끼워야 한단 건데, 그건 별로잖아. 왜, 넌 그런 게 마음에 들어?

선배 공주님이잖습니까. 외모에도 신경을 쓰셔야죠. 도세 공주님. (윙크한다.) …그리고 죄송한데요. 저는 원래 꼴값이었습니다? (자기객관화 완벽!) 평소처럼 굴라면서 꼴값 떨지 말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데요. (꽝! 맞는다.) ……어째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갔습니다?! 뇌세포 백 개 죽었다 방금.

지윤 공주님은 충분히 아름다우셔서 괜찮습니다? (당신 빤~ 보다가 헛소리나 한다.) 엥, 왜요? 저는 자기 객관화 잘 된 놈이라고 선배가 칭찬해 줄 줄 알았는데.

그렇죠, 전 뇌세포가 아니라 물고기 키우죠 머릿속에서? (…곰곰…) 그럼 더 큰일인 거 아닙니까?! 선배가 제 물고기 죽였어요!

………그래, 너 잘났다. 다쳤는데 멀쩡한 게 중요하냐? 안 다치는 게 중요하지! (노려봄…) 허어. 진짜냐? 세상이 우리한테 왜 이렇게 각박하지? 나 외국 나갈래. 외국 보내 줘라. (다시 생각한다.) …그러면 동창회 못 가나? 그건 싫은데.

좋네. 외제차 3종 세트. 넌 무슨 색으로 끌 거냐? 다 다른 색으로 하자.

엥? 이미지랑 좀 안 맞으면 어때. 네 마음에만 들면 되지. (고개 슬 기울였다.) 골라 주는 것 좋지! 나 이런 거 잘해. 센스가 있대. 너 특별히 좋아하는 색 있어? 그걸로 보자.

(소리 없는 비명 지른다. 얼굴 창백해짐.)

저는 선배님이 안 버겁고 안 벅차고 안 힘드니까 괜찮습니다! 노력하다 보면 선배님도 괜찮아질 거에요. (헛소리나 위로랍시고 내뱉으며.) 오…. 선배가 도세 선배보다 멋지십니다. 그 사람은 자기 쪽팔린다고 저한테 먼저 미루시던데….

……근데 막상 제 입으로 말하려니까 쪽팔리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갈게요?

거짓말하지 마. 남지윤 억까야 이거……. (투덜투덜.) 그리고 나도 면제일 수도 있는뎅.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을걸. 일단 신검 받아 봐야 알지만.

아니, 심장 쪽 문제. (태연하게 종알댔으나 속은 그렇게 담담하지 않다.) 이거 면제감 아니냐? 아니면 안 되는데.

엥? 말만 거창하지 지금은 거의 멀쩡함. (벌떡 일어나 앉아 당신 본다.) 특별 대우 안 해도 돼. 쪽팔리니까. 상남자는 이런 데에 연연 안 한다. (코 문지른다.)

먼지 때문이거든?! (코 문지른다.) …그래, 그래도 어제보다야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예 드러누웠다.) 아, 왜 안 와아!

선천적. (일단 묻는 대로 답해 주기는 한다.) 아니, 이제 진짜 괜찮다니까?! 용한 무당한테 가서 다 나았어. 너도 눈병 오래간다 싶으면 와라. 할아버지한테 물어봐서 알려 줄게.

도세 선배가 그랬어. 이게 바이러스라면 분명 백신이 있을 거라고…. 너도 공부 잘하지, 지안아. 응? 그러니까 이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지.

………………그냥 소개해 주기 싫다고 말해…….

울었겠냐?! 상남자는 살면서 세 번 울어. 지금은 아냐! (눈 대충 비빔. 당신 어깨 턱, 붙잡는다.) 평생 안 치긴 뭘 평생 안 쳐! 나을 방법이 있을 테니까 걱정 마.

오해하지 말아 주십쇼. 선배가 아니라 노약자 배려입니다. (뚱~)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당신 이마 꾹 누른다.) …너라면 우리 중에 누구 소개받을 건데? (잠깐.) 너 혹시……. 우리밖에 친구 없냐?

하지 말라고 했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차라리 그렇다고 말해 주면 안 되냐? (울컥. 눈 슥슥 비볐다.) 솔직히 말해. 이젠 화 안 낼게. 거짓말이지?

자랑이다, 임마. (한 대 더 꿍! 쥐어박음.) 걔네가 너한테 뭐라디? (좀비가 말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은 밀어두고.)

(모르는 척 한다.) 감사히 마시세요. 그거 제 전재산 털은 겁니다?

…………너 자꾸 불길한 소리 할래? 당연히 어딘가에 멀쩡히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거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소리 못 들어 봤어?! (볼 양쪽으로 죽 늘린다.) 맞아 아니야!!

제가요? 저 진짜 멀쩡한데? (빤-) 아니, 가지고 있지 마시고 드시라고요?! 선배 지금 제가 큰 소리만 내도 죽을 것 같아요! (큰 소리 냈다.)

아니? 나가서도. 맞지?

그래. (놓아준다.) 그럼 나한테 누구 소개해 줄지나 생각하고 있어.

……전 가끔 선배의 죽을 것 같다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목소리 낮추곤.) 선배, 공부할 때 밤 며칠까지 새 봤어요? 솔직히 말해요.

다 도세 선배한테 기부했는뎅. (맹~) 보고. 정 안 될 것 같으면 먹을게. 근데 그래도 네가 먹는 편이 나을걸? 너 그거 다 먹어도 내가 더 건강하지 않냐?

(한숨.) 그러냐…. 알겠다. (눈가 슥슥 닦았다.) 됐어. 마음의 준비는 무슨. 분명 방법이 있을 거다. 난 멍청해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도세 선배나 지안이 같은 사람들, 똑똑하니까 분명 찾아낼 거고. (눈 깜박. 이건 그러니까, 아, 먼지가 들어간 거다….) 네가 할 일은 그냥 버티기뿐이야. 쉽지?

진짜로요? (빤…. 거짓말 같은데.)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 보십쇼. 거짓말하면 지옥 갑니다?

아니라니깐! 그리고 나 기회 한 번 남아서 이거 쓰면 못 울어. 참아야 돼. (눈 깜박.) …너도 부적 하나 써 볼래? 엄청 용한 무당을 할아버지가 알아. 그 사람이 하란 대로 하고 싹 나은 사람도 봤어. 어때? (마지막 말에는 대답 않는다. 고의 같다.)

…………(이게 맞냐?)…해석 안 되냐? 사랑의 힘으로.

태욱 선배가 치킨 사 주기로 했는데. 일 없으면 너도 와라. (태욱의 지갑이 실시간으로 위험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남지윤이 신경 쓸 바는 아니다.) 일단 미애랑 지안이도 끼기로 했어.

(깜박.) 딱히? 아, 그리고 착해야 돼. 잠수이별 같은 거 안 할 사람으로.

(그냥 받아들인다. 뇌세포 살해당하기는 이젠 익숙하다~) 난 오늘 최상의 컨디션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멀쩡한데~ 뭐, 일단 나갈지 말지나 좀 보고. 내일 안 나가면 뭐할 거냐?

허어어. 그냥 아무도 안 다치는 선택지는 없는 거냐? (제 머리카락 헝클어뜨린다.) 난 공익도 싫은데. 그냥 아예 면제받고 싶다. (쩝.) 헐. 그럴까? 예쁜 누나 하나 잡아서 얹혀 살까? …근데 나 외국어 못해서 안 된다. 나 0개 국어야. (깜박.) 그럼 내가 검은색 할란다. 선팅도 짙게 해야지. 그럼 진짜 있어 보이지 않을까? 안노을보고는 분홍색 타라고 하자. 잘 어울리겠다.

(어이없음 시선으로 본다.) …그야, 반쯤 최상이었으니까 당연하지? 그리고…………. 유서는 뭔 유서냐. (이마 꾹 민다.) 너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못 들어 봤어? 말에는 힘이 있단 말이야.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가 돼 버린다고.

나가서 뭘 할지 계획이나 세우고 있어. 그게 부적값이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거짓말하는 못된 사람은 죽어서 귀신이 돼서 평생 남지윤한테 부려먹힙니다? (아니다.)

글쎄. 난 그냥,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거 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던데. 내가 먼저 뭘 하자고 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네. 네가 뭐 추천해 줄래?

………(어휴이걸때릴수도없고참….)…그냥 악몽이나 꿔라.

몰라? 별 거 없어. 그냥 몇 개 물어보고(이름이랑, 생년월일이랑~) 부적 써 줄걸. 내 소개 받아 왔다고 하면 복채도 깎아 줘. 단골이라서. (꼬시기? 시작….)

…………그래, 꿈에서 보자. (체념.)

넌 그럼 동훈 선배가 죽으라면 죽을 거야?! 아니잖아! 테니스 치고 싶지? 나랑 무당한테 가자. 내 소개 받아 왔다고 하면 복채도 깎아 줘. 나 단골이라서. (꼬시기 시작. 마지막 말은 아직도…. 이 악물고 무시한다.)

…………낭만 다 뒤졌네. 다시 태어난다는 말도 안 믿습니까?

웬만한 건 다 해 봤지…. (잠시 침묵. 조금 길다.) …누나가 해 달라고 해서. 선물도 가끔 줬었고. (한번 더 침묵. 아까보다는 짧다.) …선물 목록도 있으면 추천해 줄래?

……네가 사랑이 부족하구나? 더 정진하도록 해.

………사실 거짓말이야. 나 뒤에서 상위권. (깜박. 당신 노려본다.) 그러니까- 안 울었어. 이건 먼지가 들어갔을 뿐이야. 상남자는 살면서 세 번 운다고. 이건 아니다. (훌쩍.) …네가 버티고 있으면? 당연히 와서 데려가야지. 너를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어이가 없네. 빤- 흘겨보다가 머리 쓰다듬어 줌. 지안이에게 배운 숙면법.)

(흠? 빠르네.) 뭐, 그래라. ……아니. 잠깐만. 역시 못 믿겠어. 내용 싹 불러 주고, 나한테 검사 받고 넣어.

그럼. 자, 가서리 후배. 잘 생각해 봐. 졸리지? 졸리냐고. (어쩐지 협박하는 말투.)

(눈 손바닥으로 누른다. 꾸우우우욱.) 아직도?

물리적이든 아니든, 눈만 감기면 되는 거 아니냐? (아니다.) 그래, 잘 잔다. 서리 후배. 좋은 꿈 꿔라. 굳이 날 봐야겠다면, 거기서 보자.

……저도 방금 제가 말 잘못한 거 아니까 굳이 확인사살하지 말아 주십쇼? (민망해서 괜히 성낸다. 툴툴….) 아아, 아. 아파요! 때리지 마십쇼. 선배가 왜 곰 소리 듣는지 알겠네. 선배 손 뒤지게 맵습니다? (안 나오는 눈물 닦는다. 훌쩍훌쩍.) 저 안 죽어요. 안 죽는다니까요? 선배가 그랬잖습니까. 죽어도 안 죽을 거라고. 그 말 진짜 존나게 멋있어서 저도 기억해 뒀습니다. 저 남지윤입니다. 죽음의 문턱 밟고도 돌아올 정도로 명줄 가늘고 억센 새낀데. 고작 이런 일로 제가 죽겠습니까? 마음도 고쳐먹은 지 얼마 안 됐고, 이걸 가지고 어느 정도는 살아야지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선배가 저희 부모님 만날 일은 없을 거구—. (잠시 침묵. 그렇게 길진 않았다.) …저도 압니다. 어떻게든 아득바득 살아남는 게 제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인 거겠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자꾸 들잖아요. 제가 은혜 갚기 위해서 민폐를 끼쳐야 할 사람들도 누구에게는 소중한 존재 아닙니까. 제가 저희 가족에게 그랬듯이요. 그런데도 제가 제 가족만 생각하면서 나아가는 게 맞는지 의심됩니다…. 막말로, 제가 선배 동생들에게 해 끼쳐 가면서 살아남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제게 무슨 말을 해 주시려구요. (꾹 눌러담아져 튀어나오지 못한 무언가 듣는다. 이쪽이야 그 정체를 알 도리가 없다. 당신이 꺼내기 전에 남지윤, 굳이 묻지 않았고.)

흠. 일단 감사합니다? 걱정은 딱히 안 했지만요. (이 와중에도 딴지 건다.) 강하게 키우죠. 그러니까 선배도 그렇게, 그, 무슨 곰…. 된 거 아닙니까. …제가 알면 물어보겠습니까? 저는 정말…. 친구들 후배들 선배들한테 솔직하게 대한 죄밖에 없는데…. 어째서 이런 프레임이….

……(맞은 곳 문지른다. 갚아 주려다가 참는다. 어른답게~) 뭐, 조심할 것까지야 없고. 그래, 그게 네 방식이라면. (깜박.)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한테 강요할 것도 안 되는 것 같으니까.

눈병 그거 얼마나 됐다고 했냐? 병원에서는 원인이 뭐래? 뭐 잘못 먹어서 그런 거야?

자두랑 사과. 확인. 악세사리도 알아볼게. 근데 나가서 한번만 더 알려 주라. 나 요즘 뇌세포 많이 뒤져서 기억 잘 못해. (그냥 기억력이 안 좋은 거다.) …당연하지! 상남자는 한번 뱉은 말 꼭 지킨다?

(당신 말 않는 동안 가만히 기다렸다. 느릿 이어지는 이야기는 주의 깊게 들었다. 그냥 이대로 영영 잠들고 싶다, 비슷한 말 들은 사람 하나 알았다. 그 자리에 저 역시 있었다. 당신과 같은 청자의 입장은 아니었지만.) ………야, 환희야. 근데 난 네가 네 삶을 더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는 조언 아니다 이거. 왜인지 아냐? 내가 그 동생 입장이어서.

그, 내가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존나게 약했거든? 허구한 날 병원 신세 지고, 아파서 죽을 뻔한 적도 있어. 그래서 엄마아빠가 형을 잘 못 돌봤단 말이야. 난 그게 당연한 건지 알았어. 우리 형? 늘 의젓하고 어른스럽지. 혼자서도 잘하고, 나한테도 늘 잘 대해 줬어. 생각해 보면 형도 존나 애기였는데. 그게 진짜 뒤지게 미안해. 아마 영원히 그러겠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냐? 네 동생도 그럴 거라고. 걘 더 심하겠지. 넌 더 큰 희생을 하는데.

……아, 근데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다 싶다. 솔직히, 내가 네 상황이라면 뭐 다르게 했겠나 해서. (뜸.) 그래, 행복이 중요시되는 종교라며, 거기. 그래서 넌 행복해졌어?

응? 아니. 행운의 액세서리 같은 건 아냐. 그냥 별 의미 없이 끼고 다녔던 거구~ (귓가 만지작거렸다.) 응, 그럼 그럴래? 하긴 이것도 슬슬 바꿀 때가 되긴 해서. 그러면 귀걸이 고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때 썰 풀어 줘. 난 안 질릴걸? 재미있는 얘기 듣는 거 좋아해.

………으응, 네가 괜찮아졌다면 다행이야. 정 힘들면, 생각을 아예 안 하는 편도 좋아. 다 괜찮아지면 그때 하는 거지. 나중에 네게 미루는 거야. (깜박.) 뭐, 지금은 내가 얘기할 차례야? (고개 슬 기울였다.) 무슨 얘기를 해 줄까. 뭐 궁금한 거 있어?

(…………눈 피한당.) …너는 벌점 없어서 그런 소리 하냐?!

공부 좀 열심히 해 둘 걸 그랬나. 근데 내가 해 봤자겠거니 싶기도 하고. (깜박.) ……그리고 내가 어때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 예쁜 누나가 나한테 반할 수도 있지?

벌써라니……. 가오는 남고딩의 생명과도 같지. 흰검핑 이러네. 근데 웃기긴 웃기당. 우리 그냥 한 명 더 잡아서 4인조 만들자. 추천 받음.

……(깜박깜박. 당신 빤- 봤다.) 그럼 나도 애정표현~ (당신 머리 콩! 쥐어박았다.) 아니, 뭐…. 똑같은 거 이젠 더 못하니까, 예전보다 안 좋아진 거 아닌가 싶었지, 난.

…그리고 눈치 안 보는 것보단 보는 게 나은 거 아니냐? 실수할 그게 적잖아.

원래 뭐 귀엔 뭐만 들리는 겁니다. (이런 소리나 내뱉고는.) ………선배가 제 물고기를 어떻게 책임지실 건데요? (머릿속의 강채빈.)

………(그냥 침묵한다.) 하나, 태어났을 때. 둘, 여친이랑 헤어질 때. 셋, 부모님 돌아가실 때. 서리 갈 때는 목록에 없다. (당신 머리 꽁~ 쥐어박았다.) 그리고 난 군대 안 간다. (……….) 못 찾아도 찾아야지, 그럼. 널 기다릴 사람 많다니까. 네 부모님이랑 형제 얘기 아냐. (이걸 제가 꺼내는 게 순간 실례인가 싶었지만서도.) 일단 여기만 해도 23명이나 있잖아?

……그렇지. 그게 문제인 거지. (흐릿.) 그동안 어떻게 할까, 지안아. 입에 뭘 물려 놓고 데리고 다닐까? 어디 가둬 둘까?

주소는 나가서 알려 줄게. (못 외웠다는 말은 못함. 자존심이 있지!) 복채는…. (소곤소곤소곤) 괜찮지? 굳이 병 낫는 게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돼. 사주라든가, 아니면 연애운 높이는 부적이라든가…. 너도 슬슬 모쏠 탈출해야 할 거 아냐.

꽃. 선물. 좋아. 좋은 조언이야.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 이건 금방 안 잊어버릴 거다.) 난 준비된 남자야. 이전의 남지윤하고는 다르다. (이런 말이나 하고는.) …아, 갑자기 엄마 보고 싶다. 집 갈 때도 꽃이나 사 가야지….

…………물고기가 사람이 되려면 학습을 얼마나 오래 해야 하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왜 인생에는 답지가 없지. (이외의 모든 어려운 것에는 정답이 있었다. 이를테면 매일 네 장씩 풀어야 했던 수학 문제집이라던가. 그냥 훔쳐보고 베끼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건.) …네가 물리면 내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냐?

…내가 의사나 돼서 치료제를 발명할까. 중학생 때 공부 접었으니까, 넉넉잡아 한 10년만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버텨 볼래?

(하하.) 장난이야, 장난. 근데 우리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 난 벌써부터 걱정 사서 하고 그런 거랑 안 맞는다….

…뭔가 이상해지면 바로 알려 주기다?

…그래도 꼴통보다는 취급이 나아졌는데? 감사합니다. 성장하는 남자, 남지윤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당신에게 무슨 부담 지워 놓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냥 웃는다. 꿈에서도, 죽었다 깨어나도 영영 생각지 못할 테다. 그러니 남지윤, 이런 소리나 하고 앉았지.) 어어, 너 가져. 내가 밖에 세 번 다녀오고도 멀쩡한 게 그거 덕분이니까.
…저주하는 거냐? 내가 불길한 말 하지 말라고 했지, 너. (꿍~ 이젠 고민 안 하고 때린다. 애정표현이라며?) 그래도 모쏠인 너보다는 연애 해 본 내가 낫거든?
허어. 천예슬한테 고맙다는 말도 다 듣고,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그래도 너한테 양심은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뜯기고, 너는 뜯어내기만 했단 점을 인지하고 있다니. (쩝.) 그런 얘기나 해 봐라. 내가 아까 느낀 건데, 나 생각보다 너를 잘 모르는 것 같애. 네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부터 쭉 불러 봐.

안 울어. 넌 다시 돌아올 거니까.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거다. 그게 세상의 이치야. (거자필반…. 뭐 그런 거지.) 그러니까 안 슬퍼할 거다. 빨리 돌아올 생각이나 해. (한 대 더 쥐어박음. 이게 선배의 내리사랑이다!) 군대는 별일 아니고. 아픈 데 있어서. (으쓱) 왜, 부럽냐?
벌칙은…. 네가 귀신 돼서 나 괴롭히는 걸로 해라. 꿈마다 나와. 선배~ 저 언제 찾아 주실 거에요~? (으.) 그럼 내가 피곤해서라도 매일매일 너 찾으려고 애쓰지 않겠냐? 뭐, 거기서 다같이 정모 한 번 하자고. 어때?

…그런 말 듣기엔 너무 늦었다. 단골이라니까? 진작 팔자 꼬이고도 남았지. 그래서 지금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고…. 쩝. (눈 깜박. 빨간 코는 눈 감아 준다.) 그럼, 쫄보 하담이를 위해 이 남지윤 님이 동행해 줘야겠네.
나도 포기한 인생, 옆에서 포기하지 않아 줄 사람이 있는 게 사람을 크게 바꾸더라.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네 인생 바꿔 줄게. 어떠냐?

...솔직히 말해 봐. 너 아직 못 정해서 내 아이디어 훔치려는 거지. (빤.) 일단 계획은 있어. 계곡 갈 거야. 태욱 선배는 치킨 사고(합의 안 됐다.), 도세 선배가 수박 사고(역시 합의 안 됐다.), 내가 디저트. (이건 마지막 양심.) 뭐 이런 거면 돼.

그치? 태욱 선배가 누구냐. 강학의 어쩌고어쩌고 곰. 최고의 상남자 아니냐? (헉.) 그럼 좋겠다. 계곡 가는 거야. 태욱 선배는 치킨 사고, 나는 디저트 사고, (마지막 양심이다.) 도세 선배 보고는 수박 사오라고 하자. (빤-) 나머지는 몸만 와. 어때?

.................(슬슬 뒷걸음질 친다.)

…………(슬슬슬슬 멀어짐.) 가, 가냘픈 후배에게 무슨 짓을 하시려고….

폭, 폭력 반대!! 저희 말로 하자구요, 말로. …그리고 합법 살인 같은 게 어딨습니까?!

…아직 안 토꼈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진짜 개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셨잖습니까! 이건 합법 도주라고요. 합법 도주!

………저희 대화를 할까요. 제가 어떻게 해 드리면 됨까?

…………….
살려주십쇼.

(훌쩍.) 그쵸? 저 안 죽이실 거죠? 저희 살아 나가야지 않겠습니까. 저는 엄마아빠랑 형한테, 선배는 동생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야죠.

폭력이 아니라 강학의 전통이란 거다. 대대로 선배들은 후배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애정을 표현했지. (선배들에게 배운 게 이딴 것밖에 없다.)

선배…. 우세요? 에궁…. 그래도 울진 마세요. (당신 눈가 눌러 주려다 안경에 막혀서 손 뗐다.) 그래도 이런 헛소리 해 주는 역할이 하나쯤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다들 죽어가는 소리, 우울한 얘기만 하면 분위기가 얼마나 무너지겠어요. 선배 저한테 감사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나가면 맛있는 거 사 주세요.

(꿍꿍꿍 맞음.) 야!! 너 조심해. 나 머릿속에 물고기 키우거든? 걔네 죽으면 네가 책임져야 한다?

뭐야?! 돼지! 몇 마리나 먹으려고? 한 마리만 먹어. 이상은 안 돼. 얘네도 살아야지!

5마리나?! 그렇게까진 안 돼. 그럼 내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다고. 얘네가 내 뇌세포나 마찬가지야! (사물함 봄.) …저거라도 먹을래? 뜯어 줄까?

어릴 때 너무 맞춤 많이 받아서, 이젠 그만 받아야지 않나 싶다. (깜박.) 그리고 솔직히 나 눈치 많이 보는 편은 아니잖아? 생각보다 본다, 싶을 뿐이지. 내가 눈치를 봤으면 선배들한테 그렇게 깝치고 처맞았겠냐?
그래. 넌 쓸모 있지. 나도 쓸모 있을? 거고. (빤-) 너도 뭔 걱정 같은 거 하냐?

……너 바보한테 바보라고 하는 거 아니다. 그게 가장 나쁜 거야. (뚱.) 됐어, 뭘 그런 걸 먹어. (힘 약해서 못 뜯는다는 소리 아니다. 절대로.) 괜히 속 버리지 말고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나갈지 머리나 굴려 봐. 너 머리 좋지?

허……. 내가 누나를 진짜 많이 정말 좋아하긴 했지만, 그래서 인생 포기할 생각은 안 해 봤거든?! 그런 거 아니야. 엄청 어릴 때, 너무 아파서, 차라리 죽고 싶단 말도 했었지……. (가볍게 들리도록 부러 아련하게 내뱉는다. 동정받는 것 역시 취향이 아니었으므로.) 그때 할아버지가 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멀쩡한 거라고, 지금. 나도 똑같이 해 줄게.
그리고 그런 주파수 쓸모 없더라. 백날천날 들어 봐도 전여친한테 연락 안 와.
(깜박.) 근데 그 '도'는 뭐냐. 뭐 포기하고 싶은 때라도 있었냐? 지금 말고.

부족한 것보단 과한 게 낫다고 배웠습니다?
제 성적표요. 네에, 하하, 하…. 이것만 알려 드릴게요. 가장 잘 본 게 6등급입니다. …국어요.

……내가 떠벌리고 다닐까 봐서 그래? 야, 나를 도대체 뭘로 본 거냐?
네가 먼저 그랬잖아. 물리거나 몸이 이상하거나 하면 서로에겐 말해 주자고. 함께할 친구가 필요하면 같이 있어 주겠다고. 친구 따라서 똑같이 된다고 해도 싫진 않을 거 같기도 하다고…. (울컥해서 입 다물었다.)
나는 그래도 우리가 꽤 친하다고 생각했어. 같은 반이고, 대화도 오래 나눴고, 그래서, 그랬는데….
…나만 너한테 친구야? 너는 나한테 친구 아니고?

(잘했겠냐고. 고등학생 때 접었다니까. 하지만 굳이 정정하진 않았다.) …그렇게 믿어야지.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응, 바로. ……뭐, 너도 내가 못 미덥다거나, 말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난 네가 보여 주는 것만 알 수 있으니까……. 사실 같은 건 숨겨도 괜찮아. 그냥, 내게 믿을 것을 하나 달라는 거야. 지안이는 내게 솔직할 것이다, 하는 믿음.

약속이란 건 상대에게 뭔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냐.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증표지. 너는 그러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만큼은 지키겠다…. 그 다음에 일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적어도 여기까지는 내가 책임지고 오겠다. 미애야.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아버지가 약속을 안 지켜서 싫다고 했지.
……너도 약속 안 지켰어. 알아?

내가 널 볼 면목이 없다…. 말 안 하고 가지 말래 놓고 내가 먼저. 안 들리겠지만 그래도 네가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실망이야 하겠지.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해.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아무도 그렇다고 널 미워하진 않을 거다.

너는 멘탈 털릴 일만 있어서 어떡하냐. (뜸.) 새 피어싱 안 가져다 줘도 돼. 나 어차피 이젠 바꾸지도 못하고. 그냥 잊어버리고 살아. 응? 여기서 있었던 일, 네가 싫었던 모든 것을, 없던 것처럼, 그냥....

(볼 잡혔다. 챱.) 은슳으흔드느끄. (고개 흔들어서 벗어나고는.)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된다. 다음이 있을까 싶지만?
...마지막으로 뵌 게 언젠데?

…그럴 수 있었을걸. 너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에 알려 줄걸 싶다, 야. (뜸….) 근데 이미 벌어진 일 후회해서 뭐 하냐.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 넷, 이제 원하든 원치 않든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힘들면 참지 말고 울어야지. 그래야 괜찮아지더라. (토닥토닥.) 그리고 병원 싫다니까?! 지긋지긋해. 차라리 여기가 낫지. (뜸. 이건 아닌가.) 그냥 예쁘기만 하면 안 돼. 착하기도 해야 해. 나 잠수이별 두 번 당하기는 싫다?
너도 이상형 같은 거 있음 말해 봐. 같이 찾아보게.


태어날 때부터? 심장 쪽 약해서. (머리 헤집는다. 머쓱해~) 별 거 없어. 이젠 괜찮아졌다니까.


어이구, 잘났어요. (꿍.) 미련해. 그러면 힘 안 쓸 생각을 했어야지. 다른 애들 살리면 뭐 하냐? 네가 죽는데. 최대한 뻐기고 뻐겨서 살아냈어야지. 멍청이. 등신.


......초 치지 마. 네가 태욱 선배야? (짜식눈.)

그럼. 아직도 조금 비실비실하긴 하지만. (소매 걷어서 팔 들어 보인다.) 그래도 아예 쓸모 없지는 않았지?

(이게무슨개소리지?)……그래서 같이 가기로 했었냐?
뭐어, 나도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고. (깜박. 갑자기 들으니 부끄러워짐.) …너도 만만찮았다. 좋았어, 도움.

응. 아팠지. 어릴 땐 아예 거기서 살았다, 야. 말했잖아. 이 정도면 오래 산 거라니까? (이젠 더는 숨길 것도 없다. 깔끔하게 깐다.) 글쎄…. 재밌다기보다는, 아, 씨. 이걸 뭐라 하지. 너도 해 봐야 알 텐데.
뭐, 이제부터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따지고 보면 지금이 인생의 2막? 뭐 그런 거지. 나 예쁜 귀신 누나 찾으러 갈 때 너도 따라와라.

그래, 뭐, 남자는 군대 가서도 큰다니까. 아직 기회는 많지. (말해 놓고 생각한다. 키 작아도 괜찮다고 위로할 때가 아닌 거지 지금?) 그러게. 큰일 났다. 너 어떡하냐? 누가 보는 거 훔쳐보지 않으면 못 보겠네.
이참에 그냥 네가 하나 만들지 그래. 뭘 쓰든지, 그리든지.

…생각해 보니까 나쁘지는 않을 것 같기도. 뭐든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너도 가라, 군대. (이런다.)

다음에 또…? 어어, 좋지. 근데 이번엔 누구랑…?

나는 다 같이 살아나가는 거지. 누구처럼 혼자 위험 감수하는 쪽 아녔다고. (꿍! 한 대 더다, 임마.) …뭐, 내가 너한테 뭐라 하는 것도 웃기다, 솔직히. 내가 네 상황 돼서 뭐 다르게 할 것 같지도 않고. (뜸.)

그래도 혼자 오는 것보단 지금이 낫지?

몰랐음 어때? 지금 알았으면 됐지. 그리고 앞으로도 시간 많으니까. (뜸.) 필름이 왜 끊어져. 뭘 얼마나 살았다고. 그리고 끊어지면? 다른 필름 가져다 찍으면 되는 거 아니야? (난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 편으로 안 끝나는 영화 많잖아.

…걱정 마라. 나 이상형 풀 존나 넓어. (쩝.) 그냥 예쁘고 착하면 된다니까. 이러면 세상 절반이랑 겹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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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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