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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신성식 by 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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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어깨에 잔뜩 진 물건. 가방. 평소에는 아내가 혼자 짊어지고 있었을 무게. 잔뜩 쏟아지는 비. 찾아온 사람이라고는 기회를 못 읽는 어리석은 보호자들과 그의 어린아이들밖에 없는 공간. 잔뜩 울지도 못해 그저 시뻘게진 채로 그렁그렁한 눈으로 축축하게 젖어가는 바닥을 보던 아이를 떠올린다. 어차피 제 부모를 닮아 하늘 높이 성장하기엔 글러 먹은 딸아이는 아직까진 나이에 걸맞은 작은 키를 갖고 있었고, 그 탓에 애초에 아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많지 않았다. 놀이동산의 마스코트가 전신에 줄을 그은 키재기 판넬 앞에서 다섯 번 정도 우느냐, 혹은 놀이동산 입구 앞에서 대차게 한번 우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성식은 생각했다. 그래서 성식은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아직 흘리지 않은 아이의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탐험. 그래 탐험을 해보자. 이런 거 비 오는 날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그 말에 아이는 젖살이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살을 끌어올리며 작게 웃어 보였지. 그 미소는 얼마나 기분 좋은 울림을 주었나? 혹은 어떤 불쾌감을 …….

그와 비슷한 기분을 성식은 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송나무를 보며 느꼈다. 제 딸과 거진 15살 이상 차이나는 사원을 딸 처럼 생각한다는 기묘한 감상은 아니었고. 그저 타인을 순수하게 애정하는 사람 특유의 감성이 보였기 때문일까. 성식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그가 스스로 깨달았을지는 본인을 포함한 그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분명 열등감에 가까운 것이겠지. 애초에 성식은 누군가를 순수하게 그리워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인간이었다. 모든 말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채워나가기 위함이었고, 모든 행동은 자신만을 위한 것들 뿐이다.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딸. 그 존재와 자신이 가진 유일한 것들을 내보이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만족감만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인간.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커녕 제멋대로 꼬아듣고, 입 밖으로 나가는 말 조차 무책임하게 흐려지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좋은 아버지니 축복이니 하는 말을 꺼내면 어떻게 될까?

“그런식으로 살면 안피곤해요?”

성식의 웃는 낯이 송나무를 향한다. 단정한 인상 너머로 내뱉은 말 한마디가 특히나 직설적이라서, 성식은 입 안이 마르는 걸 느꼈다. 말은 뙤약볕에 바싹 건조되어버린 모래처럼.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흩날려 쏟아지기만 했다.

“애초에 무사히 돌아갈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 없을지도 모르죠.”

*(요약: 듣고있자니 나무도 나무가 말하는 자신도 너무 반짝반짝해서 결국 성질머리를 부린 신성식…입니다 제발 편하게 넘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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