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75제 6일차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디서 들었냐고 하면 확실하게 ‘만화’라고 말할 수 있다.
기원은 정확히 모르지만 한 번쯤은 들어본 말. 이 소재를 넣으면 확실히 불행한 결말 같지만 요새는 이를 부정하는 작품도 많이 나온다. 내가 봤던 건 서로 이어지는 결말뿐이었지만. 자신이 새드엔딩을 못 봐서 해피엔딩만 골라봐서 그런 거겠지만 서브남 관련으로 차이는 장면은 꽤 봤었다. 그래봤자 서브남의 잘못이거나 여주의 취향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서 그려러니 하지만.
“내 얼굴에 뭐가 묻었는가?”
첫사랑이 이루어진 사람?이 내 눈앞에 있으니 허무맹랑한 소리 아닐까. …잠깐, 유령족이잖아. 인간한테만 유효한 건가?
“하루미여?”
“아냐, 그냥 쓰잘데기 없는 생각 중이었어.”
그래, 언제나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머릿속 생각이지. 이런 생각할 바에 차라리.
“게게로, 부인이랑 세번째 데이트 얘기 계속 해줘.”
“음? 나야 좋지. 자네,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만.”
“내 활력소 중 하나니까!”
부모님 연애 얘기를 듣는데 신이 안 날 수 없다. 심지어 아버지가 해주는! 계 제대로 타서 행복한 성덕이 되었으니 좋을 수 밖에. 공식이 알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 최고.
그렇게 신나게 듣고 있자니 미즈키가 남의 연애를 질리지도 않고 잘 듣는다며 신기해한다. 질려하는 거일 수도? 하긴, 한 번 시작하면 최소 2시간은 가뿐히 넘기고, 이와코씨의 자랑이 대부분이라 본내용은 30분도 안되지만 오히려 좋다. 부인을 향한 남편의 사랑이 잘 들어나지 않나. 이런 게게로의 사랑을 느낄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도 이런 사랑을 미즈키에게 줄 수 있을까? ‘미즈키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한다는 행위’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나중에 미즈키한테 털어놨더니.
“나도 잘할 자신은 없는데,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 거 아냐?”
그럼 나랑 사귀고 행복하다는 소리인가?
“…넌 이걸로 괜찮아?”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준다는 말을 하는데 싫어할 리가.”
그러면서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자동으로 “죄많은남자.”라고 입 밖으로 꺼냈더니 폭소를 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자기가 왜? 라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하도 입에 달고 살아서 꼬셔질 때마다 뱉는 말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래, 뭐 어떠한가. 행복하면 됐지.
그와의 사랑도 처음이니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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