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L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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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가 됐다. 이유는 터무니 없었다. 아니, 터무니 있었다. 키타로가 어버이의 날이라고 조막만한 손으로 편지를 써서 준 것이다. 어느 날과 다를 바 없이 글자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오늘이 어버이날이라는 얘길 들은 키타로가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며 비밀이라고 보지 말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모습이 귀여워서 보지 않으려고
새벽에 갑작스레 방울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키타로가 얼마 전에 사준 방울 장난감을 들고 흔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잠에서 깼는데 다들 자고 있으니 심심했던 모양이다. 신명나게 울리는 방울 소리에 자고 있던 미즈키와 게게로가 잠에서 깨서 일어나려고 하길래 내가 할 테니 둘은 자라고 하면서 키타로를 안아들었다.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피곤할 게 뻔했으니까. 그
검은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긴 어디지? 분명 갑자기 나타난 빛에 눈이 멀 뻔해서 감았다 떴더니 바다에 쓰러져 있다. 난 분명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그 이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날 납치했나해서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큰 파도 소리에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입 안에 소금을 머금고 있는 듯한 짠 냄새와 심한 물 비린내, 그리고
그가 살아있었을 때는 몇 번 꽃을 선물했었다. 특별한 날에는 전혀 안 주다가 근처에 피어있던 들꽃을 보고 문뜩 그가 생각나서 꺾어다가 건넸었다. 초반에는 뭔 남자한테 꽃이냐며 어이없어했지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서 점점 고맙다는 말만 하게 되었다. 언제나 진심을 담은 미소로 화답해주니 버릇이 될 뻔했지만 바쁜 그였기에 관리하기 힘들 것 같아 정말 가끔만
오늘은 미즈키가 늦는다. 잔업을 하면 그 전날에 미리 말해주는데 갑작스런 야근이 잡힌 모양이었다. 물론 나야 만날 수만 있다면 늦어도 상관 없지만 그는 양심에 찔리는지 이런 날에 마중나온 날 보면 씁쓸한 미소를 띄운다. 난 정말 상관 없는데…. 기다리는 거야 특기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 미소도 잘생겨서 좋아하지만. 그런 미소는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디서 들었냐고 하면 확실하게 ‘만화’라고 말할 수 있다. 기원은 정확히 모르지만 한 번쯤은 들어본 말. 이 소재를 넣으면 확실히 불행한 결말 같지만 요새는 이를 부정하는 작품도 많이 나온다. 내가 봤던 건 서로 이어지는 결말뿐이었지만. 자신이 새드엔딩을 못 봐서 해피엔딩만 골라봐서 그런 거겠지만 서브남 관련으로 차이는 장면
여름축제를 가게 되었다. 정확히 나는 불꽃놀이만 보러 가는 거지만 미즈키, 게게로, 키타로는 축제에 놀러 가는 게 맞았다. 나한테도 권유했지만 나와 같이 가면 날 볼 수 있는 사람이 적어서 이상한 취급 받을 게 뻔할 거라 거절했다. 사람이 많아서 신경 안 쓸 거라고 했지만 내가 신경 쓰이니 계속 거절하다가 불꽃놀이를 볼 때 합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물론
“하루미는 어디어디 가봤어?”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웬만한 발음이 가능해지는 시기의 키타로는 귀여움을 갱신하며 물어왔다. 갑작스런 질문에 이유를 되묻자 게게로에게 내가 일본열도를 돌아다녔다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아직 집 근처만 돌아다니는 키타로에게 타지는 흥미로울 수도. 바다, 산 같은 자연이 많은 곳부터 사람이 많은 도심까지 설명하자 아이는 눈을 반
“비 많이 오네….” 강가로 놀러가자던 약속날 아침에 오는 소나기만큼 분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베갯잇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아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비가 그치면 나갈 수 있겠지만 빗물에 파묻힌 강은 평소의 맑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미즈키도 요새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가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였으니 많이 속
그를 기다릴 때마다 보는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다. 둘이 같이 보는 게 제일 좋지만 그는 항상 늦으니 혼자 보는 게 일상. 그 또한 기다리는 동안 뭐했냐는 질문에 노을을 구경했다고 하면 일주일 중 반 이상은 보는 노을인데 지겹지도 않냐고 대답한다. 전혀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그것까지 전부 포함해서 행복한 것을 뭐 어쩌겠는가. 물론 좋아하지
새벽은 인간일 때부터 좋아했다. 물론 자다 깬 새벽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일이 생겨서가 아닌 하고 싶을 때의 밤샘은 좋아했다. 새벽에 하는 일이 잘되기도 했으니까. 너무 졸릴 때 하면 결과물은 영 꽝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좋아했다. 아침까지 깨있으면 뭔가 뿌듯한 기분? 그러다 그리 덥거나 춥지 않은 적당한 날엔 산책도 하고 싶어질 정도로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