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75제 3일차
“비 많이 오네….”
강가로 놀러가자던 약속날 아침에 오는 소나기만큼 분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베갯잇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는 아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비가 그치면 나갈 수 있겠지만 빗물에 파묻힌 강은 평소의 맑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미즈키도 요새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가 정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였으니 많이 속삭하겠지. 심지어 코앞까지 와서 파토된 약속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더더욱.
“어쩔 수 없는 일인 게지. 이제 그만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게 어떠니?”
게게로도 열심히 위로해보지만 와닿지 않는지 고개조차 들어주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양아버지는 다음에 꼭 가자고 했다가,
‘거짓말쟁이….’
삐진 키타로에게 뼈 맞는 바람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조금 떨어져 앉아 신문을 읽는 척하고 있다. 신문 거꾸로 들었어, 아저씨….
회사 사정이지만 어린아이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미즈키도 착잡하겠지. 심지어 밥도 안 먹으려는 사태까지 발생해서 문제다. 물론 강경하게 반대해서 결국 입을 댔지만 얼마 못 먹고 남겼다. 억지로 먹이는 것도 안 좋다고 생각해서 강요하진 못했지만 걱정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미즈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한 번 접전을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출근 인사도 받지 못했다. 언제나 웃으면서 인사해줬는데…. 지금 보면 화는 다 풀렸는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마침 비도 오기 시작하고, 조금 도움을 줄까.
“키타로.”
“…응?”
“미즈키 마중 나갈래?”
이것 봐. 이 한 마디에도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데 아직도 미울 리가.
“…그치만, 미즈키가 날 싫어하지 않을까?”
‘그가? 키타로를?’
게게로와 동시에 그럴 리 없다고 확고하게 부정했지만 뭔가 걸리는지 쳐진 표정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럼 직접 가서 사과할까?”
“좋은 생각이네.”
방도를 제시했지만 결국 선택하는 건 키타로라서 대답을 기다리니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 능력으로 우비를 만들어 입히고, 개구리 무늬가 그려진 우산을 손에 쥐어주웠다. 지난 번 데이트 때 미즈키가 직접 골랐던 우산을. 언제나 아들이 먼저인 아버지가 아들을 싫어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화해만 하면 완벽하다.
비가 그쳤으니 무지개가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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