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제

75제 9일차

스터디용 by FLYJ
1
0
0

검은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긴 어디지? 분명 갑자기 나타난 빛에 눈이 멀 뻔해서 감았다 떴더니 바다에 쓰러져 있다. 난 분명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그 이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날 납치했나해서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큰 파도 소리에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입 안에 소금을 머금고 있는 듯한 짠 냄새와 심한 물 비린내, 그리고 시리도록 찬 공기를 피해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잡히는 건 모래나 바닷물이 아닌 끈적한 무언가. 자동차 오일 같은 감촉에 놀라 손을 살펴보니 손도 까맣게 물들어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좋지도 않다. 그저 내 일부라는 것을 눈치채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나 이제 인간이 아니구나.’

그래. 그 빛은 차의 헤드라이트였다. 난 차에 치여 죽었구나. 죽어서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된 거야.

“난 그럼, 뭐지……?”

자신이 인외가 된 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이 힘을 어떻게 움직여야될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능력을 담요처럼 몸에 휘감으며 떠돌기 시작했다. 인간이 아니게 되었어도 난 여전히 살아있고, 멀쩡한 두 다리가 있으니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몇 년을 돌아본 결과 난 보통 인간의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닌 것 같았다. 그와 반대로 사람이 볼 수 없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며 다가가보기도 했지만 날 투명인간 취급하는 게 다반사였고, 언어나 복장 등을 통해 일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 대신 요괴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처음 본 요괴라서, 이용하기 위해서, 먹기 위해서 등. 날 지지고 볶으려는 놈들이 많았지만 몇 번 삼켰더니 겁을 먹기 시작해서 요괴들조차 다가오려는 것들은 줄었다. 다들 날 무서워했다.

감이 좋은 인간들도 대부분의 요괴들도 다가오지 않으니 홀로 남겨진 느낌이 강해졌다. 전에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목적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살 이유가 있나? 아무도 내 곁에 없는데. 그저 점도가 높은 오일과 비슷한 검은 능력 외에는. 전생에서 봤던 영화에 나온 다크 히어로와 비슷한 것 같은 능력은 빛을 잘 흡수하는지 새까맣다. 살다보니 요괴 외에 내가 먹은 것의 모습을 따라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 해져서 버려진 옷을 먹었다. 그리고 똑같은 재질로 만들어 옷을 지어 입었다. 하지만 색은 따라하지 못하는지 여전히 검은색이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내 미래를 대표하는 것 같았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