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75제 8일차
그가 살아있었을 때는 몇 번 꽃을 선물했었다.
특별한 날에는 전혀 안 주다가 근처에 피어있던 들꽃을 보고 문뜩 그가 생각나서 꺾어다가 건넸었다. 초반에는 뭔 남자한테 꽃이냐며 어이없어했지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어서 점점 고맙다는 말만 하게 되었다. 언제나 진심을 담은 미소로 화답해주니 버릇이 될 뻔했지만 바쁜 그였기에 관리하기 힘들 것 같아 정말 가끔만 선물했었다. 처음 꽃도 그 다음 꽃도 제대로된 꽃병이 아닌 찻잔에 물을 받아 둔 것 뿐인 투박한 대접이었지만 오래 보고 싶을 만큼 좋아해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빈도가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딱 그만큼이었다. 자신의 가게를 차린 후에는 제대로된 꽃병을 사서 장식해줬다. 물론 제대로된 화분은 아니었어서 그리 오래가진 못했지만 며칠은 살아있었으니 장족의 발전이랄까. 웃음이 많아졌지만 섬세함도 많아져서 그런지 많이 둥글해졌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털털함이 섞여 보이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 언제나처럼 꽃을 선물 받은 그가 그 이유를 물어봤다.
“이유가 뭐였나요?”
그래, 7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양아들이 물어보는 것처럼. 바로 대답해준단 말은 한 적 없으니,
“뭐였을 것 같은데?”
되물어보자 열심히 고민한다. 귀여워. 셋이서 함께 키운 아이이니 눈에 넣어도 안 아팠다. 하지만 성장을 하는 것은 중요하니 바로 알려주진 않고, 궁금해하는 것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답해줬다. 인간에 대한 것은 양부인 그가, 요괴에 대한 것은 친부인 그가 설명해주고 그 둘의 의견이 갈릴 때에는 내가 중재하면서 설명해서인지 잘 자라준 것 같아 기뻤다.
“미즈키씨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나요?”
“반은 맞았어.”
반이나 맞은 답변에 기특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며 하지 말라고 하지만 몇 년을 봐도 귀여우니 어쩔 수 없다. 귀여움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난 강하지 않다. 충분히 쓰다듬고 만족한 내가 정답을 말하자 그래서 자신에게도 준 것이냐고 아이가 물었다. 웃으면서 당연한 소릴 하냐는 말과 함께 그를 꼬옥 안아줬다.
사랑하는 아이를 안을 수 없는 그의 몫까지 마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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