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제

75제 7일차

스터디용 by FL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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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즈키가 늦는다. 잔업을 하면 그 전날에 미리 말해주는데 갑작스런 야근이 잡힌 모양이었다. 물론 나야 만날 수만 있다면 늦어도 상관 없지만 그는 양심에 찔리는지 이런 날에 마중나온 날 보면 씁쓸한 미소를 띄운다. 난 정말 상관 없는데…. 기다리는 거야 특기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 미소도 잘생겨서 좋아하지만. 그런 미소는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포상에 가깝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미즈키는 또 헛소리를 한다며 평소의 웃음을 보여준다. 그걸 위해서라면 몇 천 번이든 헛소리할 수 있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주위가 어두컴컴해지다가 다시 밝아진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그런지 시간이 빨리 가는 기분이다. 새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심 속이라 그런지 달은 보이지만 별은 몇 개 보이지 않아 조심 아쉬웠다. 뭐, 이 정도면 고향에 비해 별이 잘 보이는 편이긴 하니까 괜찮나. 시기도 시기였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환경이 좋다는 의미니까 좋은 걸로 치자. …인간이 죽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이다.

별자리라도 찾아보려고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더니 앞의 건물에서 미즈키가 나왔다.

“오늘도 고생했어!”

기쁜 마음에 다가가 가방을 들어주니, “언제나 고마워.” 하며 웃는다. 하…이 맛에 맨날 마중 나오지.

알고봤더니 회사에서 갑작스레 일 관련으로 사고가 터져서 수습하느라 늦었다고 했다. 전날에 못 전할 만도 하지. 일어날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러면서 그가 오늘 하루에 대해 물어봤다. 마중을 나온 반 년동안 미즈키는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그럼 대체로 키타로에 대한 얘기로 답한다. 아이가 집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한 건 가정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가장의 자연스러운 일인 걸까 싶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저 애정의 정도가 아닐까.

그렇게 양아버지에게 아들의 일과를 다 전하니 나에게 기다리는 동안 지루했지 않냐는 말에 언제나처럼 전혀 아니라고 했다. 미즈키 덕분에 오랜만에 별을 구경했다고 자랑하며 고개를 들자 그 또한 나를 따라 하늘을 본다. 도시를 벗어나 집 근처까지 오니 별이 더 잘 보였다.

아님 옆에 그가 있기에 더 잘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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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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