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아스사라 러닝중 로그
평안하신가요, 흩어지는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고 강인한 나의 자매들이여
“타츠이, 너 덴테 드리오네에서 일한다며?”
“응~ 굉장하지?”
“그럼 너 캐릭터 컨셉 잡아야겠네.”
“캐릭터? 컨셉?”
“왜, 있잖아…. 그 사람들이 가짜로 하는 거.”
아아… 그거 말이지.
그냥 연기하는 거잖아.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연기는 타츠이 사라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목 받는 역할을 맡은 적은 없지만, 무대에서 자신이 아닌 사람이 되어 본 경험은 많았다. 컨셉이라, 그래. 독특하지만, 너무 눈에 띄면 안되겠지. 이 카페는 하나의 무대다. 관객이 녹아들 수 있게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야 한다.
타츠이 사라는 제법 리오네 학원을 좋아했다. 집에서 가깝고, 대학 진학률도 높고… 교복도 예쁘니까? 덴테 드리오네를 보고 보여주기식 홍보용이니 학생들을 장사에 이용한다느니 여러 말은 나왔지만… 결과가 좋으면 좋은거지. 좋은 학생들이 선발되고, 교내 학생들도 좋아하며 이용한다면 나쁠건 없잖아?
즐거웠다. 좋아하는 것이 는다는 건 좋은 경험이었으니까. 새로운 자신을 만든다던가, 역할극 같고 재밌잖아. 그걸 매개로 친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그건 단지 슈베스타로서…”
“그럼, 전부 다 가짜야…?”
“아니, 아니지만….”
아 불행해라. 카페 종업원이 둘 그만두는 걸 본 타츠이 사라의 감상은 그 정도였다. 그러게 몰입할 걸 몰입했어야지. 적당히 선을 못 그어 놓으니까 생긴 일이잖아. 그러게 왜 컨셉을 되고 싶은 자신 같은 거에 초점을 맞춰서는. 불안해지게. 어차피 우리는 철저히 타자화된 캐릭터로서의 만남에 불과하니… 그 정도에서 그치면 되는거였는데.
그리하면 이별도 슬픔도 없이 지낼 수 있었을까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 도전도 하지 않아. 그러니 타츠미아 사라는 모두에게 까칠하면서 동시에 다정해야 한다. 이건 가짜라는 선을 그어놓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꾸며놓은 자신이 아니구나.”
내 동생은 대단하구나. 아, 아마도 영업용 기간제지만. 수족관은 그때 이후 처음이었는데, 즐거웠다. 실로 오랜만에. 들뜬 티가 너무 나버렸을까. 편하게 온다고 했으니 자신도 그닥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큰 비밀도 아니었고. 좋은 팀이 되기 위한 초석 같은거 아니겠냐며.
타츠이 사라는 그날 밤 했던 변명에 비해서, 꿈에서 그만 바다를 보고 말았다. 분홍빛 산호초들과 화려한 열대어 때들,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과 자신을 바라보던 알이 큰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떠오르다, 이내 가라앉는다. 수면이 걷히고 나면 있는 건 전부 기만 뿐이다.
우리는 어쩌면 가짜로 만든 바다에 기꺼이 휩싸이고 싶은지도 모르지. 연극이라는 걸 알면서도 네게 로자리오를 걸어주고 싶었다. 어쩌면 빨리 제게 실망해 달라며 남몰래 빌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실 그닥 좋은 언니가 아니야. 이리도 서투르고 무른 사람이야. 그냥 적당히 친해지고 가까운 미래에 웃으며 헤어지자. 어차피 전부 다 가짜니까.
“… 정말, 당신은 제 동생이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아마도 아닐 것이다. 나의 작고 귀여운 악마는 직접 하고 싶어서 한다고 했으니까. 받은 로자리오를 만지작거리던 타츠미야 사라는 자꾸만 타츠이 사라로서 웃어버리고 만다. 본래의 자신과 연기하는 자신. 통상적인 진짜와 그 일부인 가짜. 바다를 닮고 싶어하는 아쿠아리움. 타츠이 사라는 타츠미야 사라를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카페에서의 자신을 좋아하게 되면, 가짜인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제 선 안으로 들여보낼 것 같으니까.
“아름다운 로자리오네요. 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니… 영광이에요.”
그럴 가치는 없는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 아, 감정선 헷갈리기 시작했다. 참담해야 하는건지 기뻐해야 하는건지. 내 캐릭터는, 타츠미야 사라는 여기서 울어야 하는 건지 웃어도 되는건지. 그녀는 살살 떨려오는 양손을 꽉 쥐여냈다. 동생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언니라면, 응당 그래야 했으니.
나 또한 너를 대하는 데에 있어 가짜는 없었다. 그러나 안일했던 건 맞으리라.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도 없다. 아, 이건 타츠이 사라도 타츠미야 사라도 서투른 일이다. 그은 선을 끊어 버리는 일. 서로의 바다를 섞을 용기. 일말의 진심을 털어놓는 일.
“그러니까, 아스모데 씨…”
사라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고개는 살짝 숙인 채로. 목소리에서 젖은 흔적이 묻어나올까봐 두렵다. 마른침을 삼켜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언니라는거 꽤 어렵네. 동생에게 어리광 피우고 싶어지면 그거 지는 건가. 입꼬리를 슬 올리면 자신도 모르는 표정이 나온다. 손을 뻗어 형식뿐인 자매의 뺨에 손을 댄다. 사람의 체온, 따듯하고 부드러운 뺨을 감싸선 고개를 슬 기울어 더 활짝 웃어 보인다. 여태까지 했던 ‘연기’로도 계산될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하지 않는 자신이 더 이상했다.
“고마워요. 당신의 언니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받아들이겠어요.”
진심이 겹쳐지는 연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으리라.
우리를 의심에, 불신에, 자기피학에, 과거에 매몰되지 않게 하시고…
다만,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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