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75제 5일차
여름축제를 가게 되었다.
정확히 나는 불꽃놀이만 보러 가는 거지만 미즈키, 게게로, 키타로는 축제에 놀러 가는 게 맞았다. 나한테도 권유했지만 나와 같이 가면 날 볼 수 있는 사람이 적어서 이상한 취급 받을 게 뻔할 거라 거절했다. 사람이 많아서 신경 안 쓸 거라고 했지만 내가 신경 쓰이니 계속 거절하다가 불꽃놀이를 볼 때 합류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물론 미즈키한테 한소리 듣긴 했지만.
“고집불통.”
맞는 말이다. 안그랬으면 사귀는 초반에 그렇게 고생했을 리가. 그리고 모두에게 민폐가 되는 것보단 이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미즈키는 인간이었고, 그런 그가 키우는 키타로와 게게로는 두 눈으로도 보이는 유령족이었고, 한 쪽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내가 껴있는 게 이상하지 않나?
나 자신이 어두운 사람인 건 잘 인지하고 있다. 인간일 적의 부정적 사고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 도쿄 여름의 습도 뺨 칠 만큼 찜찜한 사람이었다. 멀쩡한 것 같아도 전부 숨기고 있을 뿐. 그래서 요괴가 됐을 때 얻게 된 능력도 기분 나쁠 정도로 끈적하고 무거우며 새까만 게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한다. 처음에는 석유나 그리스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 가족들을 만나고, 같이 엮이게 되면서 지금은 접착제 정도로 점도가 낮아졌다. 진짜 내 기분에 따라 바뀌는데…능력이라 그런가?
그렇다고 너무 헤이해지면 지키기 힘들지 않나. 물론 이 걱정을 듣는 순간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면서 코를 꼬집을 미즈키를 생각하면 작은 불안감따위 싹 사라진다. 그리고 그리 걱정하지 말라고, 혼자가 아니라는 게게로와 귀여운 키타로를 보면 금방 행복해져서 조울증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진짜 조울증인가? 합리적 의심이 자꾸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그러한들 어떠한가. 행복하면 됐지.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미즈키가 늦었다면서 핀잔을 준다. 축제를 같이 즐기지 못한 것에 불만인 건가? 귀여워.
미즈키 품에 안겨있던 키타로는 날 보자 안기고 싶은지 양팔을 벌렸다. 요구에 응답하여 안아들자 품에 고개를 떨구고 꼭 안겼다. 귀여워.
키타로의 머리카락 안에 있던 눈알 아버지인 게게로가 어서 오라며 반겨준다. 귀여워.
여기는 천국인가?
잠깐 실없는 대화를 하다가 큰 소리와 함께 여러 색의 폭죽이 하늘을 가득 메꿨다. 폭죽 소리에 키타로가 힘들어하지 않게 능력으로 귀마개를 만들어주고 구경하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정말 천국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는 장관이라니. 다신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부터는 이런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 나날들이 계속되길.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신에게 속으로 자그마하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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