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

생략된 생일 이야기/주술회전 ㅈㅇㄹ 패러디 氷炭相愛의 외전입니다.

氷炭相愛 by I현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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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휴일이라 푹 단잠을 잤다. 너무 오래 잠들어서 몸이 조금 뻐근할 정도였으니까. 그마저도 유난히 방이 시끌벅적....잠깐, 나 혼자인 집이 왜 시끄러운데? 나 어제 TV도 잘 끄고 잠들었는데, 그럼...

"일어났어?"
"....지금 몇 시에요?"
"11시 조금 넘었어."

"아하....꽤 푹 잤네요."
"응, 그러라고 일부러 안 깨웠지."

그런데 뭐가 이렇게 반짝거리는 것 같지. 아직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멍한 정신으로 두 눈을 깜빡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제서야 평소의 깔끔한 상아색 벽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며진 집이 눈에 들어왔다.


"생일 축하해, 다솜."
"그...이거 다 꾸미신 거에요?"
"내가 직접 꾸몄어, 어때? 예뻐?"
"......."


뭐야 여기는. 여기 내 방 아닌데. 내 집도 아닌데. 여기 왜 이래. 저 샹들리에 뭐야. 저 하늘색 베이스에 파랑눈 인형들 뭔데 저리가. 저 홀로그램 반짝이 장식들은 또 뭔데. 저 선물상자들은 뭐야. 저 꽃들은 또 뭔데. 온통 하양 파랑 보라 천지네. 도대체 어디서 이 많은 꽃을 구한건데? 아니, 진찌 혹시 이 정도면 여기서 파티하는 거 아니야?


"...저 선물들은 뭐에요?"
"내가 준비한 것들. 뭐가 어울릴까 고민하면서 사다보니까 저렇게 많아졌네."
"......."
"아, 혹시 양이 적어서 그런 얼굴인 거면 본가에도 있고 저어기 트럭에도 실려있어."
".....네?"


선물량 때문에 할 말이 없어져서 그냥 멍하니 있었더니 불만이 있던 걸로 보였나보다. 아니, 그런 거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고 있는데요, 트럭이 왜 나와요. 저거 이사할 때 짐 옮기면서 쓰는 트럭이잖아요.


"저어기 트럭. 안 보여?"
"...저거 이사 트럭 아니에요?"
"저거 세 개 다 네 선물로 꽉 차 있어, 내가 수제로 포장했고!"


어때? 마음에 들어? 칭찬해달라는 듯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으시지만, 정말 죄송하게도 제가 지금 좀 멍해서요. 트럭 단위 선물을 받은게 인생 최초라서. 아니 저 트럭에 천원짜리 샤프로만 꽉 차 있어도 기겁할 것 같은데 도대체 안에 뭐가 들어있는거야. 심지어 나 자고 있던 사이에 카펫하고 소파에 TV도 바꿔놨어. 저 리본 포장된 안마의자는 뭔데.


"....제 금전 감각이 좀 많이 이상해진 기분이거든요...?"
"더 이상해져도 괜찮아~"
"....아니....."


원래 미친 인간한테 말은 안 통한다. 아니 내가 받아본 생일선물 중 제일 비싼게 20만원 조금 넘는 게임기였는데 당장 내가 밟고 있는 이 카펫은 얼마일까.


"아, 참고로 카펫하고 바꾼 가구들은 선물 아니고, 그냥 질리지 않게 바꿔둔거야!"
".....그냥 선물이라고 해 주시면 안돼요?"
"응, 안돼. 그것보다 얼른, 선물 상자 열어봐, 응?"
"....뭐부터 열어요?"
"음, 내 생각에는 제일 작은 것부터 열어보는 거 어때?"
"뭐, 네."


제일 작은 상자는 내 손바닥보다 작았다. 이 안에 들어갈게 있나? 근데 꽤 많네. 이런 상자가 하나, 둘, 셋, 넷.....몇 개야. 잠깐만, 뭐가 이렇게 많은데.


"얼른 열어봐, 응?"


뭐에 기대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껏 기대한 목소리에 상자를 첫번째 상자를 열어보았다. 내 엄지 손톱보다 조금 큰 푸른 보석이 박힌 귀걸이였다. 근데 이거 엄청 예쁘다.


"이거 어디서 샀어요?"
"만들라고 시켰는데? 마음에 들어?"
"네, 진짜...잠깐, 네?"
"내가 거기 박힌 보석 직접 고른 거다? 다솜의 눈 색이랑 똑같은 색으로 골랐어."
"....이거 큐빅이나 스와로브...그런 거 아니에요?"
"에, 그거 진짜 사파이어인데?"


남은 작은 상자들을 느리게 돌아보았다. 설마, 이런게 저게 몇 개나 더 쌓여있는거야?


"아, 참고로 다 다른 보석이니까 원하는 걸로 끼고 다녀도 돼, 귀걸이만 있는 거 아니라 목걸이랑 팔찌, 발찌, 서클렛이랑 비녀도 다 있어!"
"....잠깐, 잠깐만요. 사토루 씨?"
"왜...? 마음에 안 들어? 부숴버릴까?"
"..아니 부수지는 말고요, 잠깐, 잠깐!!"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리 적어도 몇 십, 몇 백은 나갈 물건들을 그렇게 쉽게 부수려고 하지 말라고요.


"부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잘 가지고 있을테니까 부수지는 말아요...."


소시민 심장 떨어집니다. 지갑에 블랙카드 있고 한도가 몇인지 모를 카드가 몇 개 있으면서 소시민이 있나 싶기는 한데 그냥 소시민으로 쳐 주세요.


"그럼 다른 상자도 열어볼래? 조금 더 큰 것들로."
"....걔도 막 보석 달린 거에요?"
"아니? 아직 장식은 안 했는데."


아니 얘는 또 뭔데. 이번에는 상자 두 개를 동시에 까 봤다. 각기 다른 회사의 최신 노트북이 들어있었다.


"그, 대학생은 노트북 쓰는 일이 많다고 했잖아? 그래서 두 개 사뒀지, 풀 옵션으로!"
"....저 노트북 매우 멀쩡한데."
"그래도 최신이 좋은거잖아? 마음에 안 들어?"
"아뇨...."


네, 저 이제 상자 뜯기가 겁이 좀 나는데요. 저기 저 트럭에는 뭐가 있는건지 감당이 안 되려고 하는데. 그래, 아예 먼저 물어보자.


"....저 안에는 뭐 있어요?"
"응? 아, 저 트럭 세 개?"
"네."
"차."
"....저 면허 없는데요?"
"저거 가지고 연습해, 연습할만한 곳은 내가 잘 알고 있고!"


사토루씨를 따라 트럭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야무지게 조명도 달려있네, 왜 달아둔거지. 근데 뭔가, 차가 좀 화려하다..?


".....설마 저걸로 연습하라는 거 아니죠?"
"예쁘지?"


슈퍼카로 운전 연습 하라는 미친 인간이 어디 있냐고? 여기 있다. 결국 사토루 씨의 손을 잡고 시내로 나섰다.


"에, 다솜? 어디 가?"
"....밥 사드릴게요."
"내가 사는 거 아니야? 오늘 다솜 생일인데?"
"제가 저렇게 받아놓고 밥까지 사 달라고 하면 양심 팔아버린 거죠...."


그냥 좀 팔아주면 안돼?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애써 모른 척 무시했다.


"근데 사토루 씨는 단 거 말고 뭐 좋아해요?"
"나 다솜이 주는 거면 흙에 밥 비벼줘도 잘 먹을 수 있는데."
"아니 제발. 좋아하는 거요. 그리고 제가 왜 흙에 밥을 비벼서 줘요? 멀쩡한 사람한테?"
"다솜이 준 거니까 난 다 잘 먹을 수 있어. 그러니까 다솜이 좋아하는 곳으로 가면 돼."


그렇게 말하면서 그런 미소는 반칙 아닌가요. 제가 흑발남 취향이기는 하지만 그 얼굴에 그런 웃음은, 진짜 좀.


"다솜, 더워?"
"....네, 더워요. 얼른 들어가요."
"...그래, 그러자."


앞장서 간 탓에, 뒤쪽에서 작게 들리던 쿡쿡거리는 웃음소리는 듣지 못했다. 진짜로 더워서 에어컨이 간절했으니까.


"음, 다솜은 날 걸 좋아해?"
"맛있지 않아요?"
"응, 맛있지."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내 머리카락에 손을 댄다. 그리고, 무언가 달칵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머리를 고정해주었다.


"뭐에요?"
"응, 머리핀. 이건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준 거야."


머리에 끼워져 있던 머리핀을 살짝 빼서 보았다. 은색 바탕에 진한 푸른 보석이 박혀있었는데, 신기하게 보는 각도에 따라서 미묘하게 색이 달라졌다.


"신기하지?"
"네, 우와...."
"그 보석이 좋아?"
"네, 꼭 바다 같아서, 사토루씨의 눈 처럼 보이는게....사토루 씨?"


사토루씨는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제서야 내가 한 말이 사토루 씨에게 어떻게 들렸을지 이해했다.


"아니, 그게...!!!"
"...내 눈 좋아하는구나, 다솜은?"


눈 앞의 남자는 얼굴을 붉힌 사실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다음 생일은 참고해서 줄게, 응. 내 눈이 취향이라고 했지?"
"놀리지 말아요...."
"어라, 난 진지한데? 다솜?"


능글맞게 쿡쿡 웃고 있는 남자는 큰 손으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잠깐만 눈 감아봐."
"네?"
"진짜 내가 주고 싶었던 선물이 있어서."


그럼 집에 있는 건 뭔데요, 그렇게 물어보고 싶지만 표정이 좀 진지해서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머리 위에 살짝 무게감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얹어지는 느낌이 났다.


"생일 축하해, 다솜."


내가 머리 위로 손을 뻗으려 하자 사토루씨가 내게 거울을 건냈다. 천천히 거울로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티아라였다. 연하늘 빛 이름 모를 보석과 새파란 보석이 가득 박힌, 중간중간 진주로 장식된 티아라. 가운데에는 처음 보는 꽃이 세공되어 있는 고운 티아라였다.


"태어나줘서, 내게 와 줘서, 아직까지 내 옆에 남아있어줘서 고마워."


그 다정한 미소에, 다시 한 번 나는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실내였고, 에어컨 역시 잘 작동하고 있는데도.

20살의 생일은, 많이 더웠다. 정말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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