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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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F일세.” 쿠쿠쿵. 등 뒤에서 효과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 땅이 흔들리는 소리, 지축이 깨지고 창문이 만들어지고, 아무튼 천지가 재창조되는 것 같은 소리에 나는 휘청거렸다. 교수는 어림도 없다는 듯 다음 학생을 불렀다. 나는 그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내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낙제?” 내가 낙지도 아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을 하려고 하니 목에서 숨소리보다는 훨씬 거칠지만 말하는 것 보다는 숨소리에 가까운 정석적인 공기 반 소리 반의 음성이 나왔다. 나는 당황해서 내 목을 양손으로 잡았다. 다시 아, 하고 소리를 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목소리가 안 나오시나요?” 여자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네, 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당장
인생은 쓰다. 그냥 쓴 것도 아니고 존나게 쓰다. 지금 마시고 있는 소주보다 더 쓴 게 인생이다. 더 말해서 무엇하랴. 삼삼오오 모여서 너는 무슨 과니, 학교에 다닐 땐 뭘 잘했니 이런 것들을 묻는 자리에서 나는 혼자 소주만 죽어라고 먹고 있었다. 후배들은 기력이 어찌나 좋은지 대화 주제가 한 바퀴 돌고 난 뒤 지치지도 않고 현대인의 필수지식인 MBTI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