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를 타고 싶어

섀도에밍 단편

감미료 by 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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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로즈는 상냥함, 다정함, 친절함… 그런 좋은 수식어들이 잘 어울리는 고슴도치다. 섀도우 더 헤지혹에게 있어서 그런 점은 본인에게 귀찮은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으며 그 예시는 바로 오늘과 같은 상황이겠지.

GUN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온 지시도 없는,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업무가 없는 휴일이었다. ‘업무가 없는 휴일’이라는 이상한 단어 조합에 스스로도 조소가 나오지만, 도무지 봐줄 틈이 없던 자신의 바이크를 돌봐줄 시간이 생겼음에 조소할 시간도 없었다. 하늘에 떠오른 지 오래인 태양 아래에서 그는 클럽 루즈 뒷편에 있는 차고로 향했다.

오전 운동을 끝낸 에이미 로즈는 본인의 자택으로 돌아가던 중, 클럽 루즈를 지나쳐 섀도우가 있는 차고에 왔다. 보통 에이미가 클럽 루즈에 방문하는 건 루즈에게 용건이 있는 경우가 있을 때인데, 마침 루즈는 새벽부터 부산스럽게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간지라 그가 차고를 방문했을 땐 부재중이었다. ‘설마 차고에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갖고 이곳까지 발걸음을 옮겨본 것이겠지. 안타깝게도 로즈에겐 자신이 찾는 사람이 없고 같이 사는 다른 객만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는 그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차고에 들어온 에이미는 바이크를 정비하고 있던 섀도우의 옆에 계속 서있었다. 루즈와의 선약은 그렇게 중요한 용건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왜 계속 서있는 거지?”

중요한 장비는 전부 끝내둔 김에 계속 자신의 옆에 서있던 에이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작은 걸음으로 와서 루즈가 있는지 물어보고, 외출 중이라고 대답하니 ‘그렇구나~’라는 대답을 하고 난 다음, 바이크를 정비 중이던 자신에게 이 부분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의 여러 질문을 던지던 로즈에 비해선 제법 간결한 질문이었다.

“음? 섀도우가 되게 열심히 집중하고 있고, 집중하는 모습은 누구라도 멋있는 법이잖아?”

“…그런가.”

“그것도 있긴 한데, 혹시…”

“혹시?”

“지금 하는 정비가 다 끝나면, 혹시 나도 탈 수 있을까?”

아. 그런 목적인 건가. 다정하고 교양이 있는 고슴도치치고는 제법 욕심이 가득한 요청 사항이다. 섀도우는 자신이나 자신의 물건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은 그런 고슴도치였으며, 원래 다른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거절의 대답이 나왔겠지만, 상대가 상대이므로 약간의 변주를 주어 거절의 대답을 했다.

“그건 안돼. …네가 다치면 분명히 여러 가지 의미로 귀찮아질 거다.”

“에엑~!? 섀도우가 주의 사항도 말해주고, 조작법도 잘 알려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그래도 안 돼?”

“아무리 에이미 너여도, 안된다.”

생각보다도 강한 섀도우의 거절에 에이미는 입을 살짝 비죽거리더니 불만 가득한 눈으로 섀도우를 쳐다보았다. 에이미의 성격상 그렇게 위협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고, 앙탈을 부리는 쪽에 가깝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섀도우는 그런 에이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런 거 잘 안 듣는 고슴도치가 아닌 거 섀도우도 알잖아?”

“…아니까 그러는 거다. 그래서 네가 혹시라도 다치면 정말 귀찮아진다고.”

어느 파란색 고슴도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서 불현듯 두통이 올라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녀석이 원인이라는 말은 에이미 앞에선 더욱 말하고 싶진 않아서 말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잠시 흘렀던 정적을 깨고 에이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쿠터는 몇 번 타봤는데….”

“스쿠터랑 바이크는 완전히 다르다. …그나저나 넌 왜 그렇게 이 바이크를 타고 싶은 거지?”

약간의 실랑이 속에서 잠시 생각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린 궁극의 생명체였다.

“그야 한 번 정도 타보고 싶은걸!”

지금 같은 상황에서―생각만 해도 두통이 올라올 것 같은―파란색 고슴도치를 열심히 따라다니는 에이미 로즈가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 보면, 이런 바이크의 스피드도 궁금해할 정도는 되겠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 정말 단순한 이유였지만 섀도우는 크게 화가 나진 않았다. 단지 그 파란 자식이 좀 떠올라서, 그게 조금 골이 아팠을 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관자놀이에 검지손가락을 대는 섀도우의 모습을 보고, 에이미 로즈는 아차 싶었는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어…그러면 뒷자리에 타는 건 괜찮아!? 그것도 안 된다면 깔끔하게 포기할게!”

에이미의 눈빛이 아까보다도 더 반짝이는 것 같다. 섀도우는 자신도 모르게 올린 손을 내리고 잠시 바이크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에이미로 돌렸다. 그의 눈을 바라보며 어떠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차고 구석에서 헬멧을 꺼내 에이미에게 건네주었다.

“나머지 정비를 다 끝내면, 스테이션 스퀘어를 갈 거다. …한 바퀴면 충분하겠지?”

섀도우의 긍정적인 대답에, 에이미는 헬멧을 건네받은 다음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드라이브를 마친 후 일주일 뒤, 에이미는 섀도우에게 본인이 직접 만든 휘낭시에를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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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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