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나가요~" 최재석이 성큼 현관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봉투를 들어올린 채 가볍게 흔들어보이는 유상일과 살짝 뚱해보이는 -누가 보면 심통나거나 짜증난 것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이게 평소 표정이었다- 정은창의 모습이 보이자 최재석은 방긋 웃었다. "야, 일찍 왔네. 둘 다 저녁 아직이지?" "저녁은 뭘. 야자도 안 하는데 당연히 아직 안 먹
정은창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누군가 그 모습을 봤다면 생일날 아침부터 담배냐고 핀잔을 주었을 것이다. 생일이라고 해서 대문을 여는 순간 폭죽이 터져나온다거나, 머리 위에 뜬 태양이 마음을 바꾼 듯 서늘하다거나 하는 종류의 날은 아니었다. 생일은 그냥 생일이었다. 모든 게 신기하고 모든 게 특별했던 어린 시절에도 생일에 목매던 기간은 짧았다. 딩동- "
하얀 셔츠에 검은 재킷. 단정해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둔 교복이라지만 지극히 평범한 디자인. 그런 옷을 입은 남학생 세 명이 굳게 닫힌 문 앞에 서 있었다. "....큼." "....꼭 그렇게 나가야겠냐?" "한 번쯤 교문 타고 넘는 게 학교 생활의 묘미 아니겠어?" "아니지." "보통은." "크~ 둘 다 샌님 같은 면이 있다니까." 최재석은 닫힌 교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