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야 서랍에서 오랫동안 보관되었던 짙은 검정색의 새틴으로 포장된 상자를 조심스레 연다. 새틴에 먼지가 쌓이긴 했지만 크게 긁힌 자국이나 흠집이 없는 걸 보아 제법 소중히 간직한 물건일 게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을 만년필이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성스레 금박으로 새겨진 이름Edgar Allan Poe이 불빛을 받아 반짝인다.
뱀의 머리와 용의 꼬리. 어느 쪽이 더 중하다고 생각하는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미쳤다고 뱀의 꼬리가 되겠어요? 당신들도 양심이 있으면 나한테 이런 제안은 못 하지. 저는 생각 없으니까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미야베 미유키는 별 볼 일 없는 스카우트 제의를 간단하게 묵살한다. 순간 허망한 표정을 지었던 마피아 보스의 얼굴이 붉
분명 새벽달을 보고 오늘은 일진이 좋겠구나, 싶었더랬다. 구름이 달을 가리지 않았고 달빛이 더할 나위 없이 밝았으니까. 그러나 해가 밝아오면서 구름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지상에 빗방울을 조금씩 흩뿌렸다. 투둑. 툭. 땅을 적시는 소리가 곧 거세지더니 강한 빗줄기가 몰고 오는 소음으로 세상이 시끄러운 동시에 고요함에 먹혀들었다. 빗소리로 시끄러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