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입 밖으로 내뱉기에 거북한 사실이나 그걸 굳이 스스로의 입으로 내뱉으며 베리프의 이름까지 거론하고, 요구하자 코체의 흐릿했던 두 눈이 맑아지더니 이내 눈물로 가득 차고 떨군 고개를 따라 방울방울 떨어져 내린다. 시올프와 테리의 마지막을 코체 또한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지, 코체는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제일 먼저 사과를 시작으로 염치없다는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이 시장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쩌다보니 이렌에 오고 나서 제일 많이 다니게 된 길은 이틀 만에 원래 여기서 살던 사람인 양 익숙해졌고, 길을 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장신구 노점을 지나다니면서 봐뒀던, 조금 크게 상점 형태로 지어진 무기점의 문을 열며 시타라가 가게 안에 있을 상점 주인에게 인사했다
“코체씨는 어느 부위가 어느정도로 다치셨었나요? 그때 전달 받았던 건 상처 부위의 크기 정도여서요.” “아, 코체는 상처가 크게 난 상태로 강행군을 당해 상처가 곪았을 거예요.” 페찬에게 불려온 베리프는 아직 다쳐서인지 앉아서 하는 일을 맡고 있었고, 잠시 일을 밀어두고 두 사람이 앉은 자리에 같이 앉아 시타라의 질문에 답했다. 아직 다친 자신의 다리
“미안해…곤란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어쩌다가? 어떤 점이?” 따라오는 기척은 없는 걸 확인한 이그니가 손짓을 하자 둘이 올바를 향하는 길로 다시 나오며 자리를 옮기며 말했다. “필요한 약초랑 물품을 사려고 가던 길에 길을 모르겠다고 하니깐…처음에는 건물 외형을 물어보고 방금 잡혔을 때는 이그니교라 말하던데 이그니교의 이그니가….” 자신의
“뭐야 이거….” 펼쳐진 서신을 표정을 굳힌 상태로 읽어보다가 곧 미간을 좁히고 중얼거린다. “아스트라가 아니라 서신 자체는 아이타치(Aytachi)가 썼네…? 하긴 아스트라가 결정 같은 걸 못 내리니깐 이런 거 대신해줄 애는 또 아이타치 밖에 없지…불의 요람에서는 속성 때문에 말 꺼내기 껄끄럽다고 아스트라 본인이 전했을 것이고….” 안 봐도
좋은 비단옷을 차려입고는 무슨 험한 일이라도 휘말렸는지 자세히 보면 말끔하지 못한 꼴을 한 남자와 그의 시중을 드는 듯한 꾀죄죄한 소년, 그리고 천을 드리워 얼굴을 가린 키 큰 남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 야화객잔에서 양잠 아들 패거리와 싸우고 도망친 제헌과 소지, 그리고 설 일행이었다. 투덜거리기도 지친 듯 웬일로 말 없이 한참 걷더니만 무슨 생각이 들
“마법이라니까 생각났는데 아일린...씨? 아일린님...은 너처럼 오기 힘들겠지?” 지도를 보며 설명을 들으면서 거론되지 않았던 이그니의 가족이라는 신의 이름에 시타라가 존칭을 붙여서 말하려고 하자 이그니가 종이에 목탄으로 뭔갈 그려나가다가 웃음을 터트리며 쭉- 그어버려 실수하고, 너무 크게 웃었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참아가며 다시 새 종이를 꺼내 그려나
“본에서도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두 신을 모신다고 하셨는데 제국과는 좀…아니 많이, 인상이 다른 것 같네요. 제국은 신을 둘이나 모시는 나라임에도 한쪽만 세력이 큰 건가요?” “제국은 루에이리도 모시긴 한다지만 게브하르트는 본처럼 환경에 따라 신을 모시는 게 아닌 국력을 위해 권능이 강한 신들을 모시기로 했던 거 같아. 그중에 주신과 죽음. 얼마나 강력해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를 두 사람 앞에 놓자 시타라가 감사하다고 가볍게 묵례하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온기를 느끼다가 입을 열었다. “아까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모험하려면 나라끼리의 관계나 정세를 생각해야 될 것 같아서요. 저희가 마을 밖은 처음이라 아는데 없네요.” “아까 낮에? 아 외교기관 건물 앞에 있던 일이 구만. 쯔쯔, 축제인데 소란이
"아이고, 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 두 분 다 손을 멈추고 계시네~" "잠시 뭔가 생각하느라고요.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페찬의 말에 시타라가 아니라는 듯 미소를 띠며 고갤 젓자 페찬은 다행이라는 듯 손에 든 작은 접시를 이그니와 시타라의 식탁에 놓아 소개해. "아까 말했던 특별메뉴에요. 역시 두 사람이 드시기엔 좀 많은가? 싶어서 소량으로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축제를 보내셔야 할 텐데 시간도 그렇고 기분만 나빠지셨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환자가 보이는데 어떻게 놀 수 있겠어요. 일부로라도 외면하면 아른거려서 못 놀아요. 다만 이 상처…약을 드시고 소독 받고 쉬셔야 할 텐데 약은 있으신가요?" 축제를 즐길 생각은 없었지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다시 사과를 해오는 상대방의 태
"저놈의 정교…." "부끄러워하는 거야 아니면 짜증 내는 거야?" "둘 다…." ‘제국’ 게브하르트가 받드는, 대화 속의 정교의 대상인 신이 여기 있는 것은 알까. 제국의 소속임을 알리는 건물에 박혀있는 깃발하며 대변인의 주장 또한 착잡한지 얼굴을 최대한 손으로 가리고, 손안에서 잘 들리지 않는 ‘으아아아’ 같은 소리를 내며 이그니가 불편해하자 시타
"맞다. 뭔가 계속 빼먹은 거 같았는데, 나한테 할 말 없어?" "어? 갑자기? 무슨 할 말?" "야영할 때 말했던 말 중에…아샤 이야기를 하느라 넘어갔던 거. 만났던 장소라느니 그거에 대해서 할 말 없어?" 기억 난 김에 물어보는 거라 다급해 보이는 시타라의 질문에 이그니가 잠깐 무서웠는지 한걸음 물러서며 답해왔다. "으음…나중에 생각해보니깐 딱
서로의 소개 후, 한 번의 야영과 작은 마을에서 숙박을 지내는 내내,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여행의 계획을 짜고, 시타라의 질문을 받는 필요한 대화 외에는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고 이동했다. 이그니의 노력으로 가끔 사담이 오가려 했으나 아직 서로가 익숙하지 않았는지, 금세 대화가 끊어졌다. ‘이대로는 안돼….’ 몇 번의 어색한 기류가 흐르
고통을 참고 고개까지 저으며 스스로에게 잔인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말을 내뱉으며 불가능한 일에 대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저, 아샤 프레닐인척 하고 시타라 곁에 있어 주세요. 남아주세요. 시타라가 무너지지 않게 도와주세요.“ 아샤의 말에 불로 이뤄진 이그니가 본인이 듣기에도 조금 잔인한 말이라 생각했는지 손끝이 살짝 흐려졌다가 다시 타올랐다
“부모님도 허락하셨어. 나야 뭐, 모험가가 될 거야~ 하고 귀에 딱지 앉을 만큼 떠들었잖아?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시타라의 소식을 듣고는 의견을 말하자마자 허락해주시더라고. 두 분 다 걱정 많이 하셨으니까-.” “아저씨랑…아주머니가….” 아샤의 말에 시선을 피하던 것도 잠시, 걱정했다던 어른들의 얼굴이 떠오른 시타라가 자신이 메고 있는 가방의 가죽 끈을
전쟁이 지속 되며 부모님의 부재가 5년이 지나고 6년으로 이어질 때, 시타라와 붙어 다니던 친구들 중 '아샤 프레닐'이 마을에 들어오는 상인들의 안내 심부름을 하고 마을에 돌아오다 전날에 온 비로 지반이 쓸려나가 일어난 낙하사고에 다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안내 심부름을 위해 앞에서 앞서던 아샤와 몇 가지 물품이 휩쓸렸고, 외부인은 무사하다는 소식과
천장에 창을 만들어 비스듬히 빛이 비쳐 들어오고 중앙에는 엇갈리듯 만들어둔 지붕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실내인데 하늘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긴 했다. 3층 높이에 만들어진 중정에는 작은 폭포와 검은 나무를 깎아 만든 수로까지 있었다. 연못은 없지만 몇 개 수반과 이어진 수로가 있어서 기가 막힌 볼거리였다. 큰 수반엔 하얀 자갈을 깔아두었는데 둥근 자갈
신이 만든 대륙 아실링. 아실링에 자리 잡은 인간들은 자신들을 창조한 신들을 나라의 수호신으로 받들며 자체적으로 교리를 만들어 검토하고, 유대를 형성해 나라를 발전시켜나갔다. 사람들의 개개인의 수호신이 아닌 각 나라의 수호신으로 자리 잡은 신들은 자신이 축복 내린 인간을 기준으로, 그 인간이 이끌어가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백성으로 여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