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하, 추워 죽겠네~!"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둔 뒤 텔레비전 앞에 놓여있는 소파로 도도도 달려가 털썩 앉은 허건오는 손을 싹싹 비볐고, 김주황 역시 옷을 걸어둔 뒤 조용히 옆자리에 거리를 조금 두고 앉으면서도 허건오의 부산스러운 행동에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늙은이 같기는.." "고릴라가 나보다 나이 더 많거든?" "1살 차이는 나는 것도 아니
김주황이 허건오를 데려다가 제 집에서 먹이고 재우게 된 건 이제 어언 한 달 여가 되었다. 박근태의 비호 아닌 비호에서 벗어나게 되자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는 게 이유였는데, 대장 나리네 얹혀살까? 라는 되도 않는 농담을 (허건오는 진심 반 농담 반이라고 했지만 하태성도, 김주황도 질겁했다.) 던졌기 때문에 김주황이 눈물을 머금고 자신을 희생하는 수
"아, 대장 나리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광수대에 복귀해서 시간이 통 나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지, 어머님도 사양했고." "할머니, 체력이 많이 떨어지셔서 여행 이전에 가벼운 운동부터 하셔야 겠더라." 캡 모자를 쓴 김주황과 허건오는 기차 안 좌석에 앉아 조곤조곤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말한 것처럼 본래는 하태성과 그의 어머니 박재분과도 함께 시간
허건오는 제 일이 끝나면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구했고, 그 뒤 짬짬이 남는 시간에 하태성에게 검정고시를 위한 과외를 받았다- 가끔 김주황을 마중하러 나오곤 했다. 어느 날엔가 김주황이 먼저 돌아가 있는 게 좋지 않냐고 했더니 허건오는 집에 가는 가깝지도 않은데 둘 다 밖에 나와있으면 타이밍 맞춰서 같이 가는 게 낫지 않냐고 대답